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41)
41화
원작대로라면 율리시스는 그해 축제에서 피습으로 약간의 곤란을 겪게 된다.
타고난 회복력이 있었지만 문제는 팔을 다친다는 것.
‘성 시엘로 대축제는 상징성이 있으니까. 온갖 나라에서 사람이 몰려 보안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날이기도 해.’
그리고 그의 목숨은 이제 요이델의 목숨과도 같았다.
생과 사, 고통을 함께하니까.
솔직히 말해서 요이델도 다치는 건 무서웠다. 그가 다치면 자신도 다친다.
‘이런 속 까만 생각이라 죄송해요, 성하. 하지만 저도 아픈 건 무서워요. 우리 같이 잘 살아 봐요!’
요이델은 그의 뒤에서 남몰래 파이팅을 외쳤다.
“뭡니까, 그 주먹은.”
그때 하필이면 율리시스가 뒤로 돌았다. 요이델은 양 주먹을 들어 올린 채 굳어 버렸다.
“상당히 호전적이군요.”
“아…… 어, 이게 그러니까요, 성하. 절대 성하를 뒤에서 때리려던 게 아니라요.”
“저를 해할 괘씸하고 용맹한 호랑이 소년을 키웠군요. 이런 당신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아뇨, 정말 아니에요. 이건 성하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축복의 의미였어요.”
그러나 율리시스는 차갑게 입매를 끌어 올려 웃었다. 그런 거짓말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호위를 위해서는 손을 찔려 가며 수를 놓으시고, 상관에게는 주먹이나 휘두른다. 그 뜻입니까.”
“알고 계셨어요?”
아까도 알면서 물어본 거였어? 요이델은 놀라서 입을 벌렸다.
“그대가 하시는 일을 제가 모르겠습니까. 바늘로 찔리는 통증은 고스란히 전이됩니다.”
“치유 마법을 쓰긴 했는데, 죄송해요.”
“호위들과 제법 격 없이 친밀해지셨나 봅니다.”
가만히 듣던 요이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뒤에서 주먹을 들어서 혼날 줄 알았는데, 두 호위기사와 친하게 지내는 걸 더 언짢아하는 듯했다.
왜지?
요이델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싸늘히 바라보고 먼저 사라져 버렸다.
━━━━⊱⋆⊰━━━━
사냥대회 당일.
대륙 중앙에 위치한 아크만 설원 위로 수십 개의 막사가 펼쳐져 장관을 이뤘다.
요이델은 졸음이 눈에 띄게 늘어난 플로테스를 안고 율리시스의 막사 앞을 기웃거렸다.
“요이델 신관님, 설원은 수도와 달라 옷을 단단히 입으셔야 합니다. 기사용 털옷을 빌려 드릴까요?”
그때 요이델을 발견한 기사가 말을 걸었다. 저번 연무장 축복 소동에서 본 적 있던 성기사였다.
“아, 걱정 고맙습니다. 그런데 지금 옷도 무척 따뜻하고 좋아서 괜찮아요!”
요이델이 밝게 웃자 성기사도 따라서 헤실 웃었다.
“이봐, 폴. 보초 제대로 안 서고 뭐 해. 어? 신관님, 안녕하십니까! 그때 저 기억나십니까? 장갑을 끼지 않으셨군요. 털양말도요. 동상에 걸리실 텐데 제 여분이라도 빌려 드릴까요?”
“저 정말 괜찮은…….”
“아! 이분이 그 신관님이셔? 아니, 차림새가 왜…… 귀랑 볼이 얼어붙을 수도 있는데. 귀덮개를 빌려드릴까요?”
결국 요이델은 기사 전용 극기 훈련 배낭과 옷을 선물 받고 나서야, 안심하고 허허 웃는 성기사들을 볼 수 있었다.
“요이델 신관님, 성하께서 알현을 허락하셨습니다. 이쪽으로.”
성기사는 율리시스에게 깍듯이 인사한 후 막사를 나갔다.
둘이 남게 되자 요이델은 어쩐지 율리시스의 눈치를 보게 됐다.
시선을 지도에 둔 채 요이델을 본 척도 안 하는 그의 침묵이 신경 쓰이고 숨이 막혔다.
“무슨 일이십니까.”
평소처럼 고저 없는 물음에, 요이델은 뒤로 숨긴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를 위해서도 손수건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받을 기분이 아닌 듯했다.
“성하께서도 마수의 근원지 파악을 위해 깊이 들어가신다고 들어서요. 걱정이 됐어요.”
“그렇군요. 걱정 감사합니다.”
율리시스는 여전히 기분이 저조해 보였다. 오늘의 그는 저 높은 코를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유난히 얄미웠다.
내가 실수한 거라도 있던 걸까?
지난날을 되짚어 봤지만 딱히 없었다.
플로테스의 힘을 빌려 아크만 설원에서 막사 지역으로 적절한 곳을 짚어 내는 등 일만 계속했으니까.
“하실 말씀은 그게 전부입니까?”
“네?”
“무언가 다른 일이 있으셔서 온 것 아니십니까.”
율리시스는 손을 뒤로 숨기며 머뭇거리는 요이델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에 요이델은 더 움츠러들었다.
‘역시 내가 손수건을 준비한 걸 눈치채신 거야. 그런 너덜너덜한 걸 본인에게 줄까 봐 경계하는 게 분명해.’
요이델은 나름대로 재빠르게 파악했다.
“아크만 설원은…… 위험할 거예요.”
“안쪽까지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일반 참가자들은 괜찮을 겁니다.”
“성하께서는 안쪽 깊이 들어가시잖아요?”
“그렇습니다.”
“다치시면 안 돼요.”
조금 떨리는 목소리에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쳐다보았다.
“마치 겨울에 처음 외출하는 갓난아이 같은 차림이군요.”
“아, 이거요…… 기사님들이 이것저것 챙겨 주셔서…….”
“들었습니다. 즐거워 보이시더군요.”
“네, 순수한 호의잖아요! 정말 감사했어요.”
그런데 어쩐지 율리시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요이델을 지그시 바라보던 그는 피식 웃었다. 어이가 없기라도 한 것처럼.
“제게 뭔가 주실 게 있어서 오신 것 아닙니까?”
“아…….”
요이델은 잠시 멈칫했다.
“아니에요, 다치지 않으셨으면 해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물론 성하께서는 강하시니까 괜찮지만 이제 곧 나가시니까요.”
“……그렇군요. 가서 신수를 잘 지키고 계십시오.”
에두른 축객령에 요이델은 얌전히 돌아서 나왔다.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던 요이델은 또 한 번 놀랐다.
“와우, 델. 받은 손수건들로 옷 만들어 입어도 되겠는데?”
화창한 설원 위, 휘스테론은 선물 받은 손수건들 때문에 휘청이는 요이델을 보며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좋아하는 이에게 손수건을 선물하는 관습의 시작.
예상치 못하게도 요이델은 그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휘스, 나 친구가 많이 생겼나 봐!”
설렘에 심장이 터질 듯 벅찼다. 이렇게 많은 호의들이라니.
잘못 온 건 아닐까 몇 번 다시 살펴봤지만 자신의 이름이 맞았다.
“푸흡. 요이델, 너 정말 귀엽다. 친구 하자는 게 아니라 너 좋아한다는 거잖아. 사귀고 싶다고.”
“……아, 아닐걸?”
아니어야만 했다. 요이델은 곤란함에 시선을 돌렸다.
휘스테론과 라이오스도 무척 인기가 많아서 이미 주머니가 넘치게 손수건을 담고 있었다.
휘스테론은 관심 없다는 듯 무한 확장 마법이 걸린 가방에 몽땅 몰아넣어 버렸다.
그걸 본 요이델은 주저했다.
“어디 아프십니까, 신관님?”
“그게 아니라, 저기.”
요이델은 단단히 여민 털 망토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뭔가를 찾았다.
“여기 있다. 이거 두 사람에게 주고 싶어서…….”
꼬깃꼬깃 쥔 건 다름 아닌 손수건이었다.
“이게 뭐야 델? 설마 우리 주려고 만든 거야?”
예쁘게 수놓인 자수는 아니었으나 그래서 더욱 요이델다웠다.
수는 엉성했지만 실밥만은 깔끔하게 정리해서 충분한 노력이 느껴지는 정성 가득한 자수.
휘스테론과 라이오스는 마치 투시라도 하듯 그 손수건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손이 민망해진 요이델은 괜히 멋쩍어 입을 열었다.
“마음에 안 들어도 하나씩 가져 줘. 일단 손수건이긴 하니까.”
“내가 두 개 다 가져간다! 악!”
빡!
휘스테론이 두 개를 집자마자 라이오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라이오스는 제 몫의 손수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눈가를 발그레 붉혔다.
그는 수줍은 듯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한쪽 무릎을 굽혔다.
“평생 귀하게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관님.”
“아니야, 쓰라고 만든 손수건이니까 아무렇게나 막 써 줘.”
라이오스는 고작 천 쪼가리일 뿐인 손수건을 금덩이라도 되는 양 경건하게 심장에 대었다.
“그런데 델, 우리 통했네. 우리도 준비했거든.”
“그렇습니다.”
두 기사는 하얀 손수건을 내밀었다. 놀랍게도 둘 다 기성품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요이델은 놀라서 둘을 번갈아 보았다. 휘스테론은 씩 웃었고, 라이오스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정말 내 거야?”
“물론이지, 델.”
휘스테론은 돌처럼 굳은 요이델을 바라보며, 선물 받은 손수건을 제 가슴팍 안에 쑥 넣었다.
“난 평생 본 천 중에 이게 제일 마음에 들어, 델. 코도 이걸로만 풀게.”
“저도 같습니다. 신관님.”
그 모습을 보던 라이오스도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요이델의 마음도 벅차오르던 그때.
휘이잉―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돌풍이 불더니 손수건이 날아갔다.
“앗!”
“잡았다!”
요이델은 깜짝 놀라서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했다.
두 기사가 날쌔게 잡아 준 손수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게 왜 날아갔지?’
요이델의 온 신경은 두 사람이 준 소중한 손수건에 집중됐다.
그래서 요이델은 머리 위에서 누군가가 자신들을 마뜩잖은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손에 자잘한 상처를 만들면서 완성한 결과물이 저건가. 고작 호위기사 따위에게 선물하기 위하여.’
율리시스는 턱을 괸 채 세 사람을 지켜보았다.
사냥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나 긴장감 없이 태평할 수가 있나.
신관으로서 기본 태도가 안 되어 있다.
그는 깊어지는 불쾌감을 느끼며, 그중 가장 불손한 요이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스스로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저 배시시 웃는 미소가 오늘따라 보기 싫었다.
으드득.
“아니! 성하, 괜찮으십니까? 의자의 장식이…… 금방 수리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염려치 마십시오.”
그가 쥔 의자의 장식이 부서졌다. 평범한 금장 의자라 그런지 형편없는 듯했다. 적어도 율리시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모인 사람들을 향해 단호하게 손을 들었다.
“사냥대회를 시작한다.”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악기 소리가 설원을 호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