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지오르베니는 자신의 별채에 머무르는 하일에게 최면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그의 자백 속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점을 찾아냈다.
‘성하께서 소년을 반려로 맞이하게 되었지…….’
무의식 속에 빠진 그에게서 지오르베니는 확실한 성과를 얻어 냈다.
그러나 아직 좋아하기는 일렀다.
성하께서 공표하신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반려가 생겼다는 건 막연히 아는 사실이었으나, 꽁꽁 감춰 두셨던 이유가 설마 소년이어서 그러신 거였다니.’
지오르베니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눈가를 찡그렸다.
사랑한다면 남자를 반려로 맞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그의 위치라는 한계가 있었다. 성황 성하께서는 특별하고 유일한 피를 지니셨다.
그 누가 또 신족의 핏줄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삼 원로 모두 그의 피를 이은 후손이 태어나길 바랐다.
지오르베니는 경계하는 한편, 신관으로서는 그의 아이를 환영했다.
‘이거 곤란하게 됐군.’
그런데 후손을 낳을 수도 없는 남자가 반려라니.
이제 모든 게 이해가 됐다.
반려자를 공개하지 않는 건, 그의 성격상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성하를 상냥하다고 하는 건 다른 이들이 그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경계가 뚜렷한 사람이었다.
나름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봤으니, 지오르베니도 그에 대해 어느 정도 느끼는 게 있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를 뛰어넘고 싶었지만.
‘그 계획을 실행하려면 오히려 잘된 일이지만.’
지오르베니는 뜻 모를 얼굴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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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르셀리나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지오르베니가 원래 저랬던가?’
셋은 수련신관 시절을 같이 시작한 동기였다.
하지만 돌아온 이후의 지오르베니에게는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긴, 예전과 같기에는 세월이 많이 흘렀지. 모두 변하기 마련인 것을.’
똑똑.
그때 달칵 문을 열고 한 소년이 들어왔다. 아니, 소녀?
“어서 와요, 요이델 군.”
“마르셀리나 님!”
마르셀리나는 숨겨 두었던 간식 꾸러미를 열어 전부 주었다.
“이, 이렇게 많이 주시면 못 받아요…….”
“하루 안에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마르셀리나는 단호하게 말하며 요이델의 팔목을 잡았다.
“이렇게 뼈밖에 없어서 어떡할는지.”
그녀의 말은 농담이 아닌 듯했다.
마르셀리나의 연구실에 올 때마다 늘 수심이 깊은 눈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감사하게 받을게요, 마르셀리나 님.”
“좋아요. 남들에게 빼앗기면 안 돼요. 요이델 군만 먹어요. 학술원 준비로 바쁠 테니까요.”
마르셀리나는 요이델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뺨을 한번 만지게 해 달라고 하면, 변태처럼 보일까요? 속으로 생각해야 어른답겠지.”
“마르셀리나 님, 입 밖으로 말씀하셨어요.”
“티 났어요? 그럼 만져도 되나요?”
요이델은 조심히 끄덕였다.
마르셀리나는 말랑말랑한 감촉을 느끼며 더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햇병아리 신관은 귀엽다니까.’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풋내기 신관들은 귀여웠다.
그중에서도 특출 난 제자인 요이델 군은 훨씬 더.
못난이 하일은 요이델이 자신의 제자라고 주장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헛된 사랑에 빠지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자신이 말리기엔 이미 늦은 듯했다.
요이델 신관은 헤어 나올 수 없는 길에 접어든 것 같으니까.
“아휴우…….”
“마, 마르셀리나 님? 걱정이나 고민 있으세요?”
“휴우…… 내가 참견을 할 수도 없고, 이거 원.”
마르셀리나는 요이델을 보며 속으로 눈물지었다.
‘아름다운 외모가 다가 아니에요, 요이델 양.’
마르셀리나는 확신했다.
성하의 애인이 바로 요이델이라고.
해가 바뀌기 전, 모두가 잠자리에 들었을 그때에 마르셀리나는 늦은 시간까지의 연구를 하느라 깨어 있었다.
그리고 봤다.
‘그렇게 서로 좋아 죽는 얼굴이라니…….’
정말로 연구 대상감이었다.
성하께서 원래 상냥히 웃으신다지만, 그렇게 편안한 미소는 처음 보았다.
동물적인 감으로 알았다. 그 미소는 다른 계열이라는 걸.
‘성하께서는 그리 요이델을 아끼시면서 왜 두 번째로 두신 거지? 도대체 정실인 반려는 누구길래!’
다시 생각이 원점으로 돌아오자 마르셀리나의 초록 눈이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시각적인 미모는 유혹적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돼요, 요이델 군.”
“네? 아…… 네?”
요이델은 질문을 인지하지 못했다.
“아무리 화려하고 달콤한 미모와 언사여도, 본인을 두 번째로 여기는 남자에게 절대 마음을 줘서는 안 돼요.”
“……아,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요이델 군. 두 번째는 절대 안 돼요. 빠른 시일 내에 요이델 군을 첫 번째로 여겨 줄 사람을 만나세요.”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어서…….”
마르셀리나는 반색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계획은 있는 건가요?”
“미래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그 미래, 앞당겨 보죠.”
자신이 두 번째라는 걸 알게 된다면, 이 여린 신관은 상처받을 게 분명했다.
마르셀리나는 성황을 존경했지만 남자로서는 재고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제게 많은 훌륭한 조카 손주들이 있어요.”
그녀는 요이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추, 축하드려요. 뿌듯하실 것 같아요.”
“성하보단 아니지만 외모도 훌륭해요. 요이델 군의 눈에도 들어찰 만하죠. 조카의 아내가 미인이거든요. 다행히 엄마만 닮았어요. 요이델 군만 좋다면, 책임지고 만남을 주선해 보죠.”
“네?”
“어때요, 요이델 군. 아니, 요이델 양. 아니, 뭐라고 해야 좋지. 아무튼 내 병아리, 나만 믿어요.”
곤란함에 요이델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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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국 외의 학술원은 라보르비치에 가장 첫 번째로 세워지겠네요. 무척 기대가 돼요. 성하께서는 가 보셨어요?”
“저도 가 본 적 없는 신생 국가입니다.”
“신생이라면…… 그래도 올해로 100주년이 되지 않았나요?”
요이델은 의아함에 묻다가, 그가 그 열 배는 넘는 긴 세월을 살았음을 떠올렸다.
그건 자신의 나이로 치면, 음…….
‘한 한두 살짜리 꼬마를 보는 기분이겠구나.’
치환하여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
그럼 100살도 못 산 자신은 그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 걸까?
‘정말 스쳐 가는 미생물처럼 보이겠구나.’
혼자 추론해 낸 요이델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력이 많을수록, 갈고닦을수록 수명이 늘어나니까 그래도 자신도 100년쯤은 살 수 있지 않을까?
세 원로님들처럼.
그들은 외관상 중년이었을 뿐, 실제 나이는 그 위를 웃돌았다.
‘그래, 지오르베니. 그를 어떻게 해야 할까.’
시체꽃은 마법으로 죽은 시체에서 피어나는 특수 현상의 일종이었다.
마약성이 짙은 꽃.
잘하면 마약 성분만 뽑아내 대량으로 팔 수 있을 터였다.
‘그런 걸 아무도 모르게 이쪽에서 하고 있었다니.’
요이델은 일단 율리시스에게 요청해 정원의 비슷한 식물을 모두 거둬들였다.
“성하.”
“네.”
“……아니에요.”
그러나 율리시스에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그가 범인이라는 확실한 물증도 없는데 섣불리 말했다가는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휴…….”
율리시스는 하루 종일 한숨만 내쉬는 요이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쩐지 요이델 신관의 선이 보통의 남자보다 부드럽게 보일 때가 있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특히 주기가 잦다.
율리시스는 작은 신관이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본인 말로는 유품이라는 반지를 쳐다봤다.
물끄러미 바라본 얼굴의 하관도 그 낯선 여자와 닮았다. 폭죽이 터지던 날 그의 몸 위로 닿았던 작은 손마저.
요이델은 이상하리만치 체구가 작았다.
요보힐데 공작가의 일원들을 오래 봐 왔다. 그들은 왜소한 체구와 거리가 멀다.
왜 이 신관은 예외가 많은가.
어느새 바라본 요이델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햇병아리가 자신을 덜 무서워하게 된다면.
그때 물어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율리시스는 깊은 밤 성궁의 정원을 거닐었다. 문득 인기척이 느껴졌다.
익숙한 기운에 굳이 돌아보진 않았다.
“원로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감히 여쭙겠습니다, 성황 성하.”
지오르베니는 머리를 조아렸다가 한참 후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성국의 중대사인 성하의 반려에 대해 감히 여쭙겠습니다.”
“…….”
“불길한 느낌이 들어 묻습니다. 혹 그 반려가, 저희와 같은 신관입니까.”
율리시스는 알았다.
결코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는 걸.
“그 반려의 이름이, 요이델 요보힐데입니까.”
우스운 수에 절로 차가운 비소가 그려졌다. 율리시스는 불쾌한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크윽…….”
흉통이 답답해진 지오르베니는 율리시스를 망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압도적인 짓눌림에 숨이 턱 막혀 초점이 풀렸다.
“허억, 허어어.”
“원로가 제게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율리시스는 유연한 낯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눈빛은 야차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