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4
013화
한 주가 지나고.
PD노트가 공중파를 탄 다음 날, 언론은 연신 황운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태를 다뤘다.
[미즈레이디병원 노성주 이사장, “체세포 줄기세포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황운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모두 조작으로 밝혀져!] [대국민 영웅에서 대국민 사기꾼으로 바뀐 황운석 박사. 해명 없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라 밝혀. 병명은 알리지 않아.]PD노트 방송이 나가고, 모두 조작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사태에 대해서 해명해야 하는 황운석 박사는 뜬금없이 병원에 앓아눕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자충수를 두었다.
무슨 재벌 회장도 아니고……. 아프다고 누우면 그만이냐?
변명이라도 해야지.
하긴, 변명거리도 없으니 저러고 있겠지. 논문이나 줄기세포나 모두 조작된 거니까.
이후로 ‘메디슨 포스터’는 일명 황운석 쇼크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증권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하한가로 직행하더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고공 행진했던 ‘메디슨 포스터’는 낙하산 없이 수직 하락을 이어 갔다.
“오우야…….”
100,000원 주가가 20,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아찔한 수준으로 내려가는 ‘메디슨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내가 번지점프를 하는 기분이다.
“이 수준이면 공모가보다 더 내려가겠는데?”
공모가가 12,000원이었다.
황운석 박사의 악재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메디슨 포스터’는 공모가보다 더 내려갈 게 자명해 보였다.
“10,000원 아래로 청산한다.”
모든 투자는 청산하지 않으면, 그냥 숫자일 뿐이다.
난 ‘메디슨 포스터’의 주가가 10,000원 아래로 내려가면 청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리고 90% 이상의 이익을 얻어 갈 것이다.
.
.
수익률 92%.
대차 거래로 이만한 수익률을 낸 개인 투자자는 아마 나밖에 없지 않을까?
그만큼 엄청난 수익률이었다.
초기 투자금 305억은 585억 6,000만 원이 되었다.
빨간색으로 적혀 있는 숫자들.
가슴을 웅장하게 만드네.
난 곧바로 계산기를 꺼내, 마무리에 들어갔다.
“존 허 소장한테 투자금 돌려주고 수익금으로 92억.”
존 허 소장에게 수익금의 50%를 약속했다.
줄 건 줘야 앞으로 관계가 더 돈독해진다.
투자자들에겐 신용이 생명이니까.
“영광대출 오영광 사장한테 17억 9,400만 원. 씁. 이건 주기 싫네.”
수익금의 30%를 약속한 오영광한테 이만큼 줘야 한다.
정말 주기 싫지만, 은퇴를 약속했으니 줘야겠지.
내가 양아치도 아니고, 약속은 지키자.
“그럼, 나한테 떨어지는 게……. 어디 보자.”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자, 차 떼고 포 뗀 후에 나한테 남는 금액이 띄워졌다.
“오호!”
170억 6,600만 원.
한 번의 투자로 상당한 금액을 남겼다.
나이트클럽 인수 자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관없다.
착하게(?) 산 덕분에 정운상가 조정운 사장의 빵빵한 지원이 있을 예정이니까.
***
“어이. 사채왕. 돈 받아라.”
현금다발을 캐리어 두 개로 끌고 영광대출을 찾아왔다.
빌린 돈 65억에 수익금 17억 9,400만 원.
한 톨도 빼지 않고 그대로 오영광 사장에게 안겨 주었다.
“김 군아. 돈 새 봐라.”
“예! 사장님.”
거참, 철저하네.
주면 고맙게 받을 것이지.
“맞습니다. 사장님. 빌려 준 돈까지 합쳐서 82억 9,400만 원입니다.”
일일이 센다고 고생 많았다.
“오영광 사장.”
“……왜?”
“이거 받고 이제 은퇴하는 거다. 알겠지?”
“……그, 그래.”
떨떠름한 대답이 들려왔다.
난 놈의 눈을 잠시 쳐다보다 시계를 바라봤다.
“올 때가 됐는데…….”
“……?”
오영광 사장이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였다.
쿵! 소리가 나며, 영광대출의 문이 열리고 통영 후배들이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멱살이 잡힌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행님. 데리고 왔슴니더.”
“잘했다. 여기 앉혀.”
“예!”
문창건설자재 박문창 사장.
개새끼 한 마리를 후배들이 직접 데리고 왔다.
우선, 대화에 앞서 벌부터 받아야겠지?
짝!
“으으…….”
난 싸대기부터 날리고 시작했다.
가족까지 건드리는 새끼는 말보다는 폭력이 먼저다.
“박문창 사장. 아니, 너 같은 인간한테는 사장이라는 말도 아깝다. 어이, 박문창이.”
“…….”
대답이 없네.
나 그렇게 인내심 많은 사람 아닌데.
퍽! 퍽! 퍽! 퍽!
오랜만에 제대로 힘줘서 풀스윙으로 팼다.
이가 공중으로 날아다니고 피가 섞인 토사물이 쏟아졌다.
그딴 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새끼에겐 더한 지옥을 보여 줘야 한다.
난 박문창의 목젖을 쥐었다.
“우리 후배들한테 너 찾으라고 시켰을 때,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단단히 경고했으니까 멀리 도망갔겠거니 했지.”
“……컥. 컥.”
“근데, 분당에서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더라. 야……. 내가 참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박문창은 분당에서 새로운 건설자재 회사를 세우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걸 통영 후배들이 잡아 온 거고.
씁……. 내가 너무 물렀다.
달러와 엔화를 남겨 두는 게 아니었어.
“정신 차리고 은퇴하라고 했더니, 또 건설자재 회사를 차리려고 해? 분당 신도시에 빨대 꽂을 생각이었어?”
“X발……. 네가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지.”
목젖을 잡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으으윽!”
“착하게 살아갈 기회를 줬는데, 나를 배신한 거잖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믿음에 대한 배신이야. 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걸 했어.”
“지, 지랄하네.”
“지랄이라……. 박문창이 맷집이 좋구나.”
더 맞자. 너는 좀 많이 맞아야겠다.
그때부터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되었다.
핏물이 전신을 적시고 옷이 붉게 변하는 장관이 연출되는 동안, 그걸 보고 있던 오영광 사장의 얼굴은 반대로 핏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크……. 어…….”
“넌 이대로 원양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갈 거야. 거기서 고기 잡으면서 반성해라. 알겠냐?”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왜라……. 내가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겠거든. 근데, 넌 가족을 인질 삼아서 건설자재를 공급하려고 했어. 그건 아니지. 아무리 쌩 양아치라도 그런 짓은 하면 안 되는 거야. 그것도 고등학생 딸 사진을 가지고 위협하는 건…….”
짝! 짝!
순간, 열 받아서 양 싸대기가 올라가 버렸다.
“정말 아니지 않냐?”
“으……. 으…….”
“그리고 새끼야. 은퇴하기로 했으면 은퇴해야지. 또 같은 짓거리를 반복하려고 해? 내가 너무 오냐오냐해 줬다. 그렇지?”
난 구석에 세워진 밀대를 가져와 빠각하고 부쉈다.
밀대는 몽둥이로 변모했고 어깨에 들쳐 메자, 때리기 딱 좋은 각이 나왔다.
“살아서 배 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음……. 아무튼, 맞자.”
“자,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이미 오지게 맞아서인지 박문창 사장이 내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더 맞으면 죽을 거 같겠지.
그래. 그 두려움을 기억해라.
“착하게 살게. 은퇴할게. 진짜야. 약속해.”
“안 믿어. 새끼야.”
난 곧장 덩치를 바라봤다.
“이 새끼 대충 약 발라 주고 원양어선 태워라.”
“예! 행님.”
“아! 달러하고 엔화 있던 것도 챙기고.”
“알겠슴니더.”
통영 후배들이 박문창 사장을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
굳이 왜 여기서 이런 퍼포먼스를 했냐고?
바로 저 오영광 사장의 표정을 보기 위해서다.
사색이 된 영광대출 오영광 사장.
본보기는 잘 봤지?
머리가 장식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테고.
“그……. 난 진짜 이거 받고 은퇴할 거야. 다 정리하고 충주로 내려가기로 했어. 김 군아. 말해봐. 내 말이 맞잖아?”
“마, 맞습니다. 제 고향이 충주라서 거기서 호프집이나 하나 차리려고 합니다. 정말입니다. 믿어 주세요.”
역시, 반응이 좋네.
본보기를 봐야 헛짓거리를 안 하지.
“그럼, 믿는다.”
“그래……. 고맙다.”
고맙긴 뭘……. 사회악을 추출하고 갱생시키는 게 내 일인데.
아. 아니네. 전생의 내 일이었구나.
어쨌든.
“착하게 살아라. 내 얼굴 다시 보는 일 없게 만들고.”
“어. 어! 그렇게 할게.”
***
나쁜 놈들하고는 반대로 존 허 소장한테는 정중히 투자금과 수익금을 가져다줬다.
막대한 수익금을 안겨 줄 때, 존 허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냉정한 투자가가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지을 수도 있구나…… 했다.
존 허는 앞으로 투자 건으로 자주 만날 거다.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
이후로 나이트클럽 인수에 나섰다.
부족한 자금은 대략 30억.
정운상가 조정운 사장에게 30억 정도 투자해 줄 수 있냐고 묻자.
-축의금도 30만 원은 안 합니다. 50억 넣어 주겠습니다. 이자는 여유 될 때 알아서 챙겨 주세요.
요상한 논리를 들며, 내게 50억이란 거금을 투자했다.
그만큼 나한테 감사한 거겠지.
자기 가족까지 건드리는 놈을 처리해 줬으니까.
덕분에 주머니가 빵빵해졌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돼지야. 네가 인테리어 좀 안다고?”
“예. 행님. 우리 집이 인테리어 하는 집임니더. 어릴 때부터 아부지 따라다니면서 보고 배운 게 그거라예.”
“그래? 그럼, 나이트클럽 내부 인테리어는 네가 주도해라. 홍대 다니면서 클럽 내부 구조 보고 배우고, 강남에 맞게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꾸며 봐. 할 수 있겠어?”
“충분합니더. 다른 건 몰라도 인테리어는 자신 있으예. 통영에 고원장식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입니까. 큭.”
아……. 이놈이 고원장식 아들이었구나.
신축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를 도맡아서 하는 걸로 유명한 업체였다.
우리 아버지도 간간이 가서 일하기도 했고.
“인테리어는 돼지한테 맡기면 되고. 홍대 클럽 DJ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데…….”
“그건 제가 해 볼께예.”
난쟁이가 손을 들었다.
“홍대든 강남이든 DJ들이 원하는 건 페이가 맞냐 안 맞냐 아이긋습니까? 페이만 적당히 맞춰 주면 강남 와서 판떼기 돌릴 깁니다.”
그렇지. 자본주의 세상에 돈을 따라 움직이는 게 당연한 거니까.
“좋아. DJ들은 네가 섭외해 봐.”
“예! 행님. 믿어 주이소.”
쪼그만 놈이 당차다.
숫자에 밝고 악다구니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저는 뭘 할까예?”
가만히 듣고 있던 덩치가 물었다.
뭐 하긴, 이제부터 나 따라다녀야지.
“내일부터 바쁠 거야. 만날 사람도 있고 해야 할 것도 많거든. 넌 내 옆에서 도와주면 돼.”
“아! 예. 행님. 충심으로 모시긋습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항상 메모지 들고 다니면서 내가 말하는 것들 적어 놔. 처리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니까.”
“알겠심니다.”
고개를 끄덕인 덩치가 쭈뼛거리더니 물었다.
“저……. 근데, 이제 공사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예?”
“반장 아저씨한테 말해 놨어. 안 나가도 돼.”
“그래예?”
“대신.”
“……?”
“너희가 번 돈은 전부 노래방 사장님한테 갈 거야.”
“아. 물론이지예. 그건 우리가 잘못했으니께…….”
“그리고 너희도 노래방 사장님한테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해라. 너희들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알겠어?”
“물론입니더. 저희도 양심이 있습니다. 내일 제대로 사과 드리겠슴니다.”
“그래.”
이제 일련의 사건은 모두 마무리 지었고.
나이트클럽을 강남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해 볼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난쟁이가 다시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그런데, 클럽 이름이 뭡니꺼? 저희가 아직 몰라서예.”
“아……. 내가 말 안 했나? JS클럽이야.”
“JS예?”
“응. 아주 좋은 뜻을 가진 이름이지.”
JS클럽.
주철수(Ju cheol-soo) 개X끼(Son of bitch)라는 참뜻을 가진 클럽이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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