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40
139화
다음 날, 나는 SA시큐리티의 핵심 인력을 싹 다 불러 모았다.
뭐, 풍원한정식을 지키고 있는 정태섭하고 광철 아저씨 옆에 붙여 놓은 윤건한은 빠졌지만.
이번 작전에 필요한 사람은 다 모이긴 했다.
그때, 팔짱을 낀 채 내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던 부장님이 참다못해 물었다.
“그래서, 이번엔 어떤 일이길래 이렇게 많이 불러 모은 거냐? 주철수 치러 갈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그런 부장님의 물음에 난, 훈련하고 왔는지 비척대며 들어오는 후배 녀석들이 자리에 앉는 걸 보며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제가 선생 놈의 사업체 중 하나로 보이는 새사람 교회에 잠입했습니다. 그리고 정보 하나를 알아냈죠.”
“뭔데?”
나는 모인 사람들에게 새사람 교회와 총기도회에 관한 정보를 설명했다.
이런 나의 설명에 조용히 듣던 배상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 성자라는 놈이 선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단 말이잖아.”
“그렇지.”
“이거 애매한 상황이네. 그럼 그 총기도회라는 데 가는 건 누군데?”
“일단 태섭이랑 건한이는 뺄 거다. 경호 임무를 그만둘 순 없는 상황이니까. 걔네 빼고 여기 있는 전부가 참석할 거야.”
“전부?”
그 이야기에 배상훈은 얌전히 앉아있던 후배 녀석들을 미덥지 않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덩치, 돼지, 난쟁이.
나도 이 녀석들을 데려가는 건 좀 무리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저희도 갑니더!”
“두고 갈 생각은 마이소. 저희 훈련 많이 했으예.”
저 결연한 눈빛을 보니 두고 갈 수도 없고, 참. 잠시 고민하던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녀석들도 데려가고, 크게 위험한 상황에 집어넣지도 않을 방법.
“그래. 너희들도 이번 작전에 참여한다.”
“오오!”
“감사합니더, 행님!”
나는 후다닥 달려와 허리를 숙이는 녀석들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덩치, 이 자식은 덩치가 날이 갈수록 커지네.
돼지도 얼굴이 좀 삭았긴 해도 살이 좀 빠진 느낌이다.
난쟁이는…… 어. 근육이 좀 붙었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한테 시킬 일이 하나 있었다.
“그건 그렇고, 그 전에 너희가 해 줘야 할 일이 하나 있어.”
“어떤 거예?”
“일단 이번 일로 우리가 실감한 게 있잖아?”
나는 손가락을 척 들고 장내를 둘러보며 말했다.
“SA시큐리티의 인원이 너무 적다.”
물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은 꽤 되지만, 우리 회사에 정식으로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끝이다.
“이참에 회사 규모를 좀 키워 볼 생각이야. 신입 사원도 좀 받고.”
내 말을 듣던 부장님이 히죽 웃었다.
“신병들이 들어온단 말이네?”
“좋은데.”
“흐흐흐…….”
하여튼, 후임들 생긴다니까 좋아 죽는 거 봐라.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짓는 팀원들한테서 시선을 돌려 설명을 이어갔다.
“사발 이사한테 가서, 신입 사원 채용 공고 좀 내자고 전해.”
“아, 알겠십니더.”
“그 인간이 사람 꾀는 건 잘하니까, 괜찮은 녀석들 많이 물어올 거다.”
“예, 그렇게 전할게예.”
아무래도 경호, 보안 업체이니만큼 인력은 더 있어야지.
신원이 확실한 사람으로.
난 덩치 녀석의 어깨를 툭 치고 팀원들을 돌아보며 당부했다.
“어쨌든, 돌아오는 일요일에 우리는 총기도회에 참석합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야 하니까, 다들 너무 후줄근하게 입고 오진 마세요.”
항상 트레이닝복 아니면 웃통을 까고 다니던 팀원들이 헛기침해댔다.
그걸 보며 낄낄대던 부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을 풀었다.
“이거, 6살 때 이후로 끊었던 찬송가 좀 불러 보겠네. 그럼 그때까지 준비하면 되는 거냐?”
“네. 쓸 장비 각자 챙겨 오시면 됩니다. 눈에 띄진 않게요. 부대에서 갖다 버린 예의랑 개념도 꼭 챙기시고.”
“지랄.”
“네가 할 소리냐?”
걱정돼서 말해 주는 건데, 반응이 좀 격하네.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들 해산하셔도 됩니다.”
회의를 끝내자, 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뭘 입을 거냐, 뭘 챙겨 가는 게 낫겠냐 토론하며 회의실을 나갔다.
그렇게 모두가 나가고 난 텅 빈 사무실.
나는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우재성을 향해 물었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저, 대표님.”
“네?”
“팀원분들을 다 데려가서 칠 생각이십니까?”
“그건 아니고…… 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어지간하면 평화롭게 가야죠.”
상황이 꼬이면 무력 충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민간인들을 휘말리게 하고 싶진 않았다.
내 말에 우재성이 포개 놓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날 쳐다봤다.
“만약 성자가 선생이 맞다면 그대로 잡아 오는 거지만, 아니라면 그땐 어떻게 하실 겁니까? 따로 대책이 있으십니까?”
성자가 선생 놈이 아닌 다른 사람일 때라.
우재성의 의문에 나는 씩 웃으며 셔츠의 소매를 걷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드러난 내 팔뚝 안쪽에는, 광신도 놈들에게 있던 것과 똑같은 천칭자리 표식이 있었다.
“!”
우재성이 깜짝 놀라는 걸 보며 입꼬리를 쓱 올렸다.
“그럼, 플랜 B로 가야죠.”
***
서울남부교도소.
수감자들은 지하 수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콰아아-.
생활용수가 거칠게 통로를 따라 흘러간다.
그 소음 속에서 강남파를 위해 일하다 버려진 두 남자가 마주했다.
“……변호사님.”
“남 실장님.”
이주혁의 클럽에 쳐들어갔다가 패배하고 버려진 칼잡이 남상민 실장. 그리고 거래에서 큰 손해를 보고 독박을 쓰게 된 한인석 고문 변호사.
“여기 있습니다. 세 갑.”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담배를 건네받은 한인석 변호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항상 이 귀한 걸 구해 오십니다.”
“흐. 제가 주방 담당이잖습니까. 고기반찬 몇 개 더 얹어 준다고 하면 이런 건 쉽게 구해집니다.”
남상민은 피식 웃으면서 벽에 몸을 기댔다.
“감방에 있다 보니까, 요새 참 사는 게 뭔가 싶습니다. 그동안 왜 주철수 밑에서 개처럼, 병신처럼 살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음.”
“평생 해 먹을 것 같던 그 인간도 결국엔 죽었네요.”
“…….”
“변호사님도 요즘 생각이 많지 않습니까?”
한인석이 고개를 숙이자, 남상민은 이해한다는 듯 그의 어깨에 손을 턱 얹었다.
“이해합니다. 가족 때문에 들인 발을 뺄 순 없었겠죠. 우리, 얌전히 지내서 모범수나 해 봅시다. 그럼 형량도 좀 줄고, 변호사님도 가족분들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야죠.”
그 말에 한인석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가족을 부양할 돈이 필요해 시작한 일이지만, 사실 그도 욕심 때문에 움직인 적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아직도 후회되는 게 있다면, 주철수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날이리라.
잠시 침묵하던 남상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나가면…… 그놈 말대로 셰프나 하렵니다.”
한인석 변호사는 생각도 못 한 말에 되물었다.
“셰프요? 요리하는 셰프?”
“네. 절 자수하게 만든 놈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칼은 잘 쓰니까 요리하는 거라도 배워서 먹고살라고요.”
“그러고 보니 칼이 주특기라고 들었던 것 같긴 합니다. 아, 그래서 주방 일도 하시는 겁니까?”
“연습하는 거죠. 주방장한테 깨지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쓸 만한 게 칼질밖에 없다면서. 큭. 요새는 평생 안 읽던 책도 읽는다니까요.”
몸을 들썩이며 웃던 남상민이 한인석을 돌아봤다.
“근데 변호사님. 한광철 그 사람이랑은 어쩌다 친해지신 겁니까? 뭐, 성격이 좋아 보이긴 하던데.”
“음…….”
한인석 변호사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했다.
“그냥 대화하다 보니 가까워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까? 둘이 자주 붙어 다니길래 뭔가 있나 해서 물어봤습니다.”
한인석 변호사는 순간 한광철과 왜 가까워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남상민의 말에 신경을 돌렸다.
“그리고 애들한테 들어 보니 마종석 이사도 이주혁한테 털렸답니다. 그런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한 번도 못 이겨 본 인간인데 말입니다.”
“이주혁에게 그 정도의 힘이 있는 겁니까?”
“음. 그놈도 보통은 아니었지만…….”
기억을 더듬던 남상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주혁 쪽에도 괴물이 하나 있어서요.”
마종석과 처음 붙었을 땐 그래도 기량으로 밀린 느낌인데, 이주혁이 부장이라고 부르던 그 괴물은 아니었다.
뭐에 당했는지도 모르게 눈을 떠보니 붙잡혀 있었다.
남상민은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턱이 얼얼했다.
머리를 흔드는 남상민에게 한인석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럼 마 이사는 지금 뭐 하고 있답니까?”
“그건 저도 들은 바가 없어서……잡힌 게 아니라면, 그 양반 성격에 어디서 또 용병으로 뛰고 있지 않을까요.”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둘을 지켜보고 있던 무리가 조용히 속삭였다.
“저 둘입니까?”
“그래. 왼쪽 안경이 한인석, 그 옆이 남상민이다.”
척.
수상한 무리는 작업 도구에 숨기고 있던 날카로운 무기를 꺼내 들고 움직였다.
“가자.”
***
다음 날, 나는 우재성과 회의실에서 정보 조직 개편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표님. 어제 제가 드린 자료는 확인해 보셨습니까?”
“예. 다 보긴 봤는데…… 우재성 씨. 그동안 SA흥신소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요청한 겁니까?”
SA흥신소가 날아가긴 했지만, 우재성은 예전에 자기가 흥신소에서 받아 놓은 자료들이 남아 있다며 괜찮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솔직히 별로 기대는 안 했는데, 보니까 무슨 흥신소 일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이었다.
“서울 동향도 살필 겸 꼼꼼하게 체크해서 그렇습니다. 아쉽게도 지방 쪽은 없네요.”
“그래도 이 정도 자료면 충분히 정보 조직을 다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정보 조직을 재편할 수 있겠냐는 내 물음에 우재성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한정이라면, 차고 넘칠 정도입니다.”
“좋네요.”
역시 일 처리 하나는 마음에 들어.
대충 이야기가 마무리돼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덜컥.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덩치가 조심스레 들어왔다.
“행님. 아, 얘기 중이셨습니꺼.”
“음? 아냐. 끝났어. 뭔데?”
“딴 게 아이라, 그 면접 본다믄서 온 사람들이 있어서예.”
“아, 왔대?”
안 그래도 오늘부터 SA시큐리티의 신입 사원 면접이 있었다.
면접관은 나와 부장님, 그리고 우재성 씨.
이번에 혹시 만약 괜찮은 녀석이 나타나면 쭉 키워 볼 생각이다.
우리는 면접이 진행될 응접실로 이동했다.
슥.
“어, 왔냐?”
“와 계셨네요.”
다른 애들이 불렀는지, 부장님은 이미 기다란 책상 너머에 앉아 있었다.
허, 진짜 무슨 회사 면접 장소처럼 꾸며놨네.
내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짓자 따라오던 덩치가 헤헤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분위기 좀 내봤으예.”
“잘했다 인마.”
탁.
덩치의 어깨를 쳐 주고 부장님의 옆에 가서 앉았다.
“그럼, 한 명씩 들여보내겠십니더.”
“어. 어차피 오늘은 세 명밖에 안 온다며?”
“맞십니더.”
“데려와.”
“예.”
그 말에 옆에 있던 부장님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근데, 홍보는 왜 그렇게 소소하게 한 거냐?”
“아, 그거요?”
부장님의 말대로, 채용 공고를 낼 때 그렇게 거창한 홍보를 하진 않았다.
어디 전신주에 붙어 있는 과외 홍보지 느낌으로 말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누구?”
“이런 허접한 광고를 보고도 면접을 보러 올 사람이요.”
끼익.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이내 내가 상상도 못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이건…… 정말 예상외인데.
안으로 들어온 다부진 남자가 고개를 숙여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황성빈입니다.”
전생에선 같은 언더커버였으며, 경찰. 과거엔 주철수의 따까리인 줄 알았던 놈.
그리고, 내가 기다리던.
씨익.
“반갑습니다.”
역으로 이쪽의 정보를 흘려줄, 선생 놈의 하수인.
“SA시큐리티 대표, 이주혁입니다.”
이거, 처음부터 월척이 낚였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61-7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