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41
140화
“반갑습니다. 이주혁 대표님. 황성빈이라고 합니다.”
황성빈. 주철수 밑에 있던 놈.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선생의 지시를 받는 인간이다.
“음….”
우리 앞에 놓인 의자에 앉는 황성빈을 보며 책상 위에 올려진 종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놈의 과거 이력이 적혀 있는 서류였다.
“경찰이셨던데요.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습니까?”
짐짓 모르는 체하며 묻자, 황성빈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얼핏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경찰은 왜 그만뒀어요? 잘 어울리시던 거 같은데.”
“음. 그냥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퇴직 연금 쏠쏠할 텐데, 다른 대책은 있습니까?”
“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오.”
계속 가벼운 말투로 일관하니 이 녀석도 슬슬 입이 열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럼 슬슬 유도 신문을 해 볼까.
“되게 공부 열심히 해서 경찰이 됐을 텐데, 그 시간이 아깝진 않아요?”
내 질문에 황성빈이 살짝 머뭇거리는 게 느껴졌다.
저놈은 청탁을 통해 야매로 순경 자리에 들어간 케이스.
공부 따윈 한 적이 없을 테니, 이 물음에 대답할 말이 마땅치 않을 거다.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적성에 맞지 않는 걸 평생 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하하. 하긴 황성빈 씨 인상만 보면 경찰 감은 아니죠. 체포당하는 입장이면 몰라도.”
“…….”
황성빈은 내 무례한 말에 웃지도 못하고 어색한 표정만 지었다.
일반 면접자였으면 사실 여기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놈은 그러지 못할 거다.
반드시 이쪽에 붙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여기에 면접까지 보러 올 이유가 없거든.
이런 내 뜻을 모르는 부장님이 옆에서 나를 툭 치며 조용히 물었다.
“왜 그래? 뭐 마음에 안 드냐? 경력은 괜찮은 거 같은데.”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흠……. 그래. 네가 생각이 있겠지 뭐.”
부장님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르륵-.
“황성빈 씨.”
“예.”
“SA시큐리티가 뭐 하는 곳인지는 알고 계십니까?”
“경호, 보안 업체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직원들한테 딱 두 가지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부장님이 천천히 중앙으로 나오면서 손가락을 들었다.
“첫 번째. 뭐든지 수용하고 배우려는 태도. 이건 제 밑에서 일하려면 필수입니다.”
태도. 부장님은 태도가 불량하던 녀석들을 정말 갈궈댔다.
부대에 있을 때, 교관 시절 부장님이 이런 말을 했었다.
‘실력은 처맞다 보면 자동으로 늘지만, 태도는 개선의 의지가 없으면 좋아지지가 않는다. 다만, 계속 처맞다 보면 개선의 의지가 생긴다.’
아직도 내 뇌리에 새겨져 있는 말이다.
내가 머리를 흔들며 악몽에서 깨어나는 사이, 부장님이 손가락을 하나 더 펼쳤다.
“그리고 두 번째는, 두말해도 실력.”
“…….”
부장님이 긴장한 표정의 황성빈을 향해 씩 웃으며 물었다.
“보아하니 경력은 화려한 거 같으니까 바로 면접으로 갑시다. 실력 좀 볼 수 있겠습니까?”
“네…? 여기서 말입니까?”
“면접이 길진 않을 거 같아서요. 금방 끝날 겁니다.”
꿈틀.
그 말에 황성빈의 자존심을 긁었는지, 놈의 미간이 꿈틀댔다.
하긴, 저놈도 보통 조폭들 기준에선 최상위권인 강자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세상엔 천외천(天外天), 하늘 위엔 또 다른 하늘이 있는 법.
부장님과 황성빈의 면접을 가장한 대련은…….
퍼억! 쿠당탕!
“꾸엑!”
철푸덕.
제대로 뭔가를 보기도 전에 끝나 버렸다.
살살 하신 것 같은데, 실력 차이가 너무 나네.
“커흑…….”
“확실히 좀 하네.”
몇 번 수를 나눈 것까진 봤는데, 부장님은 벌써 황성빈의 실력을 확인했나 보다.
어쨌든 전생에서 부산을 먹었던 놈이니, 부장님이 보시기에도 영 못 써먹을 정돈 아닐 거다.
“합격.”
부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옆의 우재성을 돌아보며 물었다.
“우재성 씨는요? 괜찮은 것 같습니까?”
“순경 출신이니…… 뭐, 충분히 합격입니다.”
“그럼 황성빈 씨, 합격입니다.”
내 말에 몸을 추스르던 황성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부터 나오시면 됩니다.”
슥.
황성빈은 고개를 숙이고 우리의 눈치를 살폈다.
“끄, 끝난 겁니까?”
“네. 가셔도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황성빈이 응접실을 떠나고, 나는 부장님을 보며 씩 웃었다.
“다음 주부터, 아시죠?”
“음?”
내 표정을 확인한 부장님이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오케이. 빡세게 굴려보자고.”
이번 총기도회에서 선생이 잡히면, 황성빈은 뒈진다.
잡히지 않으면, 놈은 부장님한테 죽도록 굴려지면서 선생 놈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는 역할로 이용된다.
아마 우리 내부 정보를 빼내려고 잠입한 것일 테지만…….
히죽.
조만간 그걸 후회하게 될 거야.
***
총기도회 당일. 나는 SA시큐리티의 핵심 인력을 싹 다 불러 모았다.
풍원한정식을 지키던 정태섭, 광철 아저씨를 경호하던 윤건한은 제외했다.
나는 팀원들이 챙겨 온 개인 장비들을 살폈다.
“다 잘 챙겨 왔네요. 옷도 나름 깔끔하게 차려입었고.”
터질 듯한 핏의 재킷을 걸친 부장님이 머쓱하게 웃었다.
“재성이가 좀 도와줬다. 애들 패션 센스가 어지간해야지.”
부장님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
하긴…… 저번 미국 출장 때 봤던 공항 패션을 보면, 이 새끼들 자력으로는 정상적인 옷을 입기 힘들 거다.
어울리지도 않는 나비넥타이가 가관인 백기준이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럼, 오늘 선생만 잡으면 게임 끝인 거냐?
“그래. 그런데 솔직히 거기서 그놈을 잡을 수 있을진 확신할 수 없어. 워낙에 철저한 놈이라. 우선 거기 있는 몇백, 몇천 명의 신도들이 선생 놈의 말에 우리를 가로막을 수도 있고, 배상훈 정도는 가볍게 때려눕힐 수 있는 실력자가 나타날 수도 있지.”
“뭐 이 새끼야?”
발끈하는 배상훈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대놓고 쳐들어가면 무조건 놓친다는 뜻이야. 그래서 우리가 할 것은 뭐냐.”
“변장이지 뭐. 뻔하네.”
배상훈이 피식 웃으며 스포일러를 저질렀다.
“새끼가. 대표가 설명하는데……. 어쨌든, 저 새끼 말대로 각자 흩어져서 들어갈 거다. 그래서 각자 편한 복장으로 오라고 한 거고. 총기도회는 아무나 참석 가능하다고 했으니, 우리로선 호재지.”
내 말을 듣던 부장님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무전기와 인이어를 가리켰다.
“지시는 이걸로 하는 거냐?”
“네. 상황이 꼬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불가피한 상황이면 선생을 제거해도 되나?”
“최대한 피해 주세요. 알아내야 할 정보가 많아서.”
선생 놈이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얼마나 뿌리내리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하고.
미래의 정보를 어떻게 아는 건지도 알아내야 한다.
“뭔 짓을 꾸밀지 모르는 놈이니까, 목숨만 붙여 놓으면 됩니다.”
“오케이. 내 전문이지.”
나는 통영 후배들 쪽을 돌아봤다.
다들 열정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행님. 이번에는 뭐하면 됩니꺼.”
“뭐든 맡겨 주이소!”
“진짜 갈 거지?”
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묻자, 덩치 녀석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예전의 저희가 아이라예.”
“알았다. 너희는 나랑 가고, 해야 할 일은 내가 가서 따로 전달해 줄게. 부장님 제외, 나머지 팀원들은 2인 1조로 묶어서 같이 움직여.”
시너지가 좋은 팀원들을 둘씩 묶어 줬다.
그걸 듣던 부장님이 날 보며 물었다.
“그럼 난 혼자 다니냐?”
“저랑 같이 다닐 겁니다. 부장님이 중요한 역할이거든요.”
부장님은 선생 놈을 붙잡을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어 줄 거다.
나는 준비를 마친 팀원들을 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 새끼 잡으러 가 봅시다.”
***
“와……. 더럽게 크네.”
우리는 총기도회가 열리는 기도원 앞에 도착했다.
보고를 받아서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크기가 상당했다.
“일단 들어갑시다.”
다른 팀원들은 알아서 사람들이랑 섞여 들어오라고 지시해 놓은 상황.
나는 차 안에 남아있는 후배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는 밖에서 내 연락 기다려.”
“예, 행님!”
“정신 바짝 차리고 있겠심더!”
“부장님. 갑시다.”
“오케이.”
부장님과 기도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입구에는 문지기처럼 보이는 남자 둘이 보였다.
남자들은 험악한 인상과는 다르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형제님.”
“예. 반갑습니다. 그냥 들어가면 됩니까?”
“네. 들어가시면 됩니다. 성자님의 축복이 있기를.”
문지기를 지나 들어가자, 넓고 높은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대체 몇 명이 오길래 이렇게 크게 지어 놓은 거야?
예전에 신자들끼리 무슨 합동결혼식도 진행했다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한 것 같다.
내부를 대충 둘러보니 아직 시작도 전인데 몇천 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선생 놈 한 마디에 눈이 돌아서 덤벼들면 답이 없는데 말이지.
“2층으로 올라갑시다.”
정 목사가 분명 기도원 2층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었다.
계단 쪽으로 향했는데, 건물이 커서 그런지 계단도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그렇게 2층으로 올라가니, 계단 바로 옆자리에 정 목사가 앉아 있었다.
“목사님.”
내가 부르자 정 목사가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아, 형제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정 목사가 내 손을 맞잡았다.
“오셨군요. 옆에 계신 분은…….”
“저희 회사 부장님이십니다. 제가 새사람 교회에 대해 설명해 드렸더니, 본인도 관심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조용히 따라오던 부장님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정말입니까? 하하. 이거, 형제님이 열매를 하나 맺었네요! 이쪽 형제님은 성함이……?”
“라…….”
“라?”
멈칫한 부장님이 눈을 굴리며 대답했다.
“배상훈……이라고 합니다.”
아니, 이 양반이?
라고 부장님을 비난하기엔, 나도 배상훈 이름을 써먹은 적이 있었지.
상훈아. 미안하다……. 우리도 모르게 자꾸 네 신상을 쓰게 되네.
“배상훈 형제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아! 제가 실례했네요. 일단 앉으시지요. 금방 시작할 겁니다.”
“아, 예.”
정 목사와 나, 부장님이 차례로 착석했다.
나는 주변의 신도들을 둘러보며 이상한 걸 느꼈다.
보통 이렇게 행사 시작을 기다리다 보면, 관객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기대하는 표정으로 성자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계속 두리번거리자, 정 목사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곧 시작하겠네요.”
그 말과 동시에 장내의 불이 꺼졌다.
탕.
어둠에 잠긴 단상 위로, 밝은 조명이 쏘아졌다. 분위기 있는 연출이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진행자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성자님이 입장하십니다!
사회자의 안내와 동시에 앉아 있던 신도들이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났다.
나와 부장님도 눈치껏 정 목사를 따라 일어나자, 단상을 비추던 조명이 그 뒤로 움직였다.
내리쬐는 조명 아래로, 흰색 예복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백발인 머리를 깔끔하게 넘긴 남자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단상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그에 다른 신도들이 감격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는 게 보였다.
내가 옆을 돌아보며 저분이냐는 눈빛을 보내자, 정 목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분이 성자님이십니다.”
성자라는 말에 나는 눈을 부릅뜨고 놈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그와 동시에 난 격한 의문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저놈이…… 성자라고?’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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