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51
150화
강남파의 전 행동대장, 남상민은 놀란 눈으로 한인석 변호사를 쳐다봤다.
이번 습격의 이유가 그가 알고 있는 정보 때문이라니?
그런 남상민의 시선을 받은 한인석이 자신도 몰랐다는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가 뭘 알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한인석의 말에 휠체어에 앉은 곽환성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 내가 그걸 알았다면 여기 오지 않았겠지.”
잠자코 듣고 있던 남상민이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
“한 변호사님이 알고 계신 게 누군가의 약점이라고 하셨잖습니까. 그 누군가가 저희를 죽이려 했고요. 대체 누굽니까 그게?”
“‘선생’이라고 불리는 남자. 그자의 정체는 나도 모르네. 아니, 놈의 부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이 그의 실체는 모르고 있겠지.”
그리고 이어지는 곽환성의 말에 두 사람 모두 눈을 부릅떴다.
“강남파의 주철수도 놈의 지시를 듣고 움직였네.”
“뭐……?”
“그게 정말입니까?”
“철수가 그랬다는 게 믿기 힘들겠지만, 선생과의 모종의 거래를 통해 그의 뜻대로 움직여 준 건 사실일세.”
“허.”
남상민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주도적이고 부하들을 휘어잡던 주철수가 남의 말을 듣고 행동했다니.
주철수가 학창 시절에 공부만 했었다는 말을 들어도 이 정도까지 놀라진 않았을 거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한인석이 고개를 들며 곽환성에게 물었다.
“그럼 대표님이 그 선생이라는 사람을 적이라고 하신 이유가…….”
“아! 주철수 사장이 대표님 작업 친 것도 선생 그놈 지시였던 겁니까?”
둘의 물음에 곽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직접 말로 들은 건 아니지만, 정황상 그럴 거야.”
“그래서 같은 적을 뒀다고 말씀하신 거군요.”
한마디를 남긴 한인석이 앓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나저나 제가 가지고 있다는 정보가 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강남파의 일만 처리했으니 아마 강남파와 관련된 정보일 텐데……. 교도소 안에선 제가 뭘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네. 애초에 자네가 지금 당장에라도 발설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면, 여기서 죽이려고 할 이유도 없을 테니까.”
맞는 말이었다. 한인석이 현재 알고 있으니 교도소 안에서 이런 과감한 살인을 사주한 것이리라.
“일단 자네가 지금 가진 정보를 정리하고, 거기에서 선생과 연관된 걸 찾아야 하네. 그리고 그걸 도와줄 협력자가 바깥에 한 사람 있지.”
“바깥에요? 그게 누굽니까?”
“아마 자네들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거야. 강남파와 꽤 깊게 엮인 인물이니.”
그 말에 뭔가 싸함을 느낌 남상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희가 아는 사람이란 말입니까?”
“그래. 자네가 따르던 철수를 하늘에서 떨어뜨린 사람이지.”
“설마.”
불안한 표정을 짓던 남상민은 이어지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주혁. 그자가 자네들을 도와줄 걸세.”
***
나는 차를 타고 풍원한정식 앞에 도착했다.
주차를 마치고 가게 쪽으로 다가가니, 문 안쪽으로 [CLOSED]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음?”
원래 풍원한정식은 일주일 내내 운영하는데, 오늘은 왜 닫은 거지?
의아함에 문고리를 한번 밀어 보니, 문이 스르륵 열렸다.
들어가도 되나 싶어 안을 슬쩍 봤는데, 가게는 닫았으면서 불은 켜져 있었다.
뭔가 느낌이 썩 좋지 않아 조용히 안으로 진입했다.
여길 지키던 태섭이도 안 보이고, 유나 씨도 가게 안에 없는 것 같은데.
슥.
발소리를 죽이고 귀를 기울이니, 뭔가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또 여기 누가 침입한 건가?
불안한 마음에 인기척이 들리는 뒷마당을 향했다.
-……중!
-……!
누군가 투닥대는 소리인 것 같은데,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부장님이었다.
난 또 무슨 일 생겼나 걱정했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자, 내 눈에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퍼억-!
날 본 유나 씨의 돌려차기가 보호대를 찬 정태섭의 머리에 꽂히는 장면이었다.
“억.”
“…….”
“주혁 씨?”
임유나는 당황했는지 머리를 싸매는 정태섭을 뒤로하고 나한테 달려왔다.
“어, 어쩐 일이세요?”
나는 유나 씨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헤드기어에 손목, 무릎 보호대까지. 이거 아주 제대로 준비하셨네.
“부장님?”
팔짱을 낀 채 먼 산을 보고 있던 부장님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어, 왔냐? 왜?”
“무슨 할 말 없어요? 호신술이라며.”
“이것도 호신술의 일종이지.”
“참나. 부장님이 태권도를 호신술로 가르친다고요?”
뻔뻔하게 나오겠다 이거지?
내가 눈썹을 꿈틀거리자 부장님이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야. 너는 너무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어. 유나 씨 재능 있다. 썩히긴 아까울 정도로.”
“…….”
그런가? 부장님이 저렇게까지 말하시는 걸 보면, 정말 재능이 있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유나 씨가 부장님한테 배우는 건 좀 불안한데.
나는 지금까지 부장님한테 훈련받은 녀석들을 떠올렸다.
인성 터진 양아치 배상훈. 고문 성애자 싸이코 백기준. 말없이 나사 하나 빠진 정태섭. 그리고 나.
“음.”
가슴이 웅장해지는 라인업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갑자기 유나 씨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 내 고민을 느꼈는지 부장님이 피식 웃었다.
“내가 인마. 너네한테 했던 것처럼 하겠냐? 나 매너남이야.”
“하이고.”
“하이고? 이 쉐끼가…….”
나는 살벌한 표정으로 목을 이리저리 꺾는 부장님에게서 시선을 돌려 유나 씨한테 물었다.
“유나 씨. 이거 때문에 오늘 휴업하시는 거예요?”
내 물음에 유나 씨가 목덜미에 흐른 땀을 슬쩍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영업하는 날엔 시간이 너무 조금씩밖에 안 나서요. 그냥 일요일은 휴업하기로 했어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일요일이면 저녁 식사하러 오는 손님들 많을 텐데요.”
임유나가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루쯤 안 해도 지장은 없어요. 올 사람은 어차피 오니까요.”
아, 유나 씨 부자였지?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네.
나는 근처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물었다.
“태권도는 배울 만하세요? 가게까지 하시면 힘들 것 같은데.”
“그거라면 괜찮아요. 원래도 가벼운 웨이트 정도는 꾸준히 해 왔거든요.”
“아, 그래요?”
그러고 보니, 유나 씨는 팔다리도 길고 신체의 밸런스가 꽤 좋았다.
물론 우리 같은 훈련된 사람들과는 신체 능력의 차이가 있겠지만, 부장님의 기술 중 일부만 체득한다면 일반인들은 한 방에 보내는 게 가능하다.
그, 예전에 유나 씨를 쫓아다니던 스토커. 백기준한테 교정 당한 그놈 정도는 맨몸으로 충분히 상대가 가능할 수준은 될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부장님이랑 태섭 씨가 많이 도와주셔서 안 다치게 잘 배우고 있으니까요.”
“언제까지 하시려고요?”
“음……. 그래도 부장님 마음에 드실 때까진 해 볼 생각이에요.”
어우. 처음부터 목표를 최대치로 잡으시네.
유나 씨도 아마 계속 위험에 처하니 짐이 되지 않으려고 이러는 거겠지.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또 한편으로는 유나 씨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하다.
뭐, 이렇게까지 본인이 말씀하시니 더 만류하는 것도 도리가 아닐 거다.
잠시 생각하던 나에게 유나 씨가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주혁 씨도 가르쳐 줘요. 부장님한테 들었는데, 다들 각자의 개성이 있으시다더라고요.”
“그렇긴 하죠.”
솔직히 가르치는 건 내가 부장님보다 낫지 않을까?
그래도 부장님이 자칭 매너남이라 교관 시절 방식으로 안 가는 거지, 지금 그때처럼 트레이닝을 시작하면 유나 씨는 30분도 버티기 힘들 거다.
나도 유나 씨를 보며 마주 웃었다.
“근데 부장님한테 다 전수받으시면, 그때는 굳이 저한테까지 배우실 필요는…….”
“그래도 가르쳐 주세요. 주혁 씨한테도 배울 게 남아 있지 않을까요?”
유나 씨가 묘한 표정으로 내 말을 끊고 들어왔다.
왜인지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꼭 알려 드리겠습니다.”
“좋아요.”
유나 씨는 그제야 다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런 유나 씨한테는 보이지 않게 정태섭에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대표보다 사장님이라 이거지?’
절레절레.
눈이 커진 정태섭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늦었어.
‘넌 두고 보자.’
조용히 당황하는 정태섭을 보며 속으로 낄낄대던 중.
우웅-.
품 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서 확인해 보니 우재성의 전화였다. 이 녀석 전화면 바로 받아야지.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아, 네.”
부장님한테는 이어서 하라고 고개를 끄덕인 뒤, 몇 발짝 걸어가서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 대표님. 혹시 어디십니까?
“잠깐 밖입니다. 왜요?”
-전화로 하긴 좀 그렇고, 언제쯤 돌아오십니까?
나는 다시 대련을 시작한 유나 씨를 보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뭐, 가게도 휴업인데 밥이나 한 끼 얻어먹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지금 복귀해도 상관없습니다. 급한 사안이에요?”
-의뢰가 들어왔는데, 조건이 좀 이상해서요.
“조건이 이상하다고요?”
-예. 의뢰를 하긴 할 건데, 무조건 대표님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음.”
굳이 나를 콕 집어 말했다고?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의뢰자가 고위 공직자나 돈 많은 재벌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런 내 생각을 예상했는지 우재성이 말을 덧붙였다.
-뭐 어디 직위에 있는 사람도 아니라서, 누군지 따로 조사해 봤는데, 이게 좀 이상합니다.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어요.
“아무것도요?”
-예. 이름과 생년월일 정도 말고는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럼 뭐, 결론은 하나네요.”
선생 놈이 나한테 작업 들어오는 거다.
얼마 전 신입 사원 채용 공고를 낸 것도, 이렇게 슬슬 우리를 드러내면 놈이 뭔가 액션을 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렇게 먼저 다가와 주네.
나는 씩 웃으며 우재성에게 말했다.
“일단, 내일 바로 보자고 전해 줘요.”
-바로 말입니까?
“네. 바로.”
굳이 시간 끌 거 없지. 우선 얼굴부터 보자고.
나랑 직접 대화하고 싶다는 놈이 누군지.
***
SA시큐리티로 돌아온 나는 우선 우재성의 사무실부터 찾아갔다.
백기준한테 시킨 것도 있지만, 일단 이게 급한 일이지.
똑똑.
-들어오십시오.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우재성은 이미 가운데의 소파에 앉아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맞은편에 자리를 잡으니, 우재성이 나한테 서류 한 장을 넘겨줬다.
“이 사람입니까?”
“네.”
의뢰자의 신상이 담긴 서류를 쭉 훑었다. 일단 얼굴은 나와 있지 않았다.
공식적인 건 아닌 것 같고, 우재성이 개인적으로 조사한 걸 정리해 놓은 모양이네.
이름은 강유찬, 나이는 33세.
현재 직업은 사업가라 돼 있긴 한데, 무슨 사업을 하는진 적혀 있지 않았다.
확실히 정보를 숨기는 덴 도가 튼 새끼들이야.
기타 자잘한 사항들을 읽으려다, 한 가지 직감이 들어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강 씨라.
그것도 선생 쪽에서 작업을 들어오는 인물이?
이거, 공교롭게도 아까 전 강 권사라는 사람에 대해 들은 게 하나 있는데 말이지.
-강 권사? 그건 또 뭐야?
-선생의 연락책이다. 선생한테 말을 전하려면 무조건 거쳐야 하는 놈이지.
-본명은 모르고?
-그래. 명목상 권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어서 강 권사라고 부르는 놈이다.
히죽.
아무래도, 계획대로 선생 놈의 꼬리를 또 하나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거 같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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