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강 권사로 추정되는 놈이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라.
그럼 만나줘야겠지. 그 새끼 얼굴도 한번 볼 겸.
나는 테이블 위에 서류를 내려놓으며 우재성을 향해 말했다.
“이 사람 연락처는 있습니까?”
“예. 여기.”
우재성의 핸드폰을 보고 놈의 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시간이 조금 흐르자, 전화 너머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SA시큐리티 대표 이주혁입니다. 잠시 통화 괜찮으십니까?”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남자는 누군가와 같이 있던 건지, 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전화를 받았다.
-반갑습니다, 대표님. 강유찬이라고 합니다.
“예. 반드시 저랑 얘기해야 한다셔서 이렇게 전화 드리게 됐습니다.”
-네. 대외적으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건이라…… 부득이하게 그런 조건을 달게 됐습니다.
“그럼 오늘은 시간이 좀 늦었고, 내일 바로 만나서 얘기하시죠. 어떠십니까?”
내 단도직입적인 말에 놈이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좋습니다. 11시에 시간 되십니까?
“예. 내일 연락 주시면 장소는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화를 끊자 우재성이 물어왔다.
“내일 바로 만나기로 하신 겁니까?”
“네. 굳이 기다릴 거 없으니까요.”
“예상하신 대로인가 봅니다.”
끄덕.
“선생의 하수인 중, 강 권사라고 연락책을 맡은 놈이 하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음. 그게 이 사람인 거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내가 생각한 바를 설명하던 그때, 누군가 우재성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쿵쿵.
-대표 안에 있습니까?
백기준의 목소리에 우재성이 대답했다.
“예. 들어오세요.”
달칵.
문을 열고 들어온 백기준이 나한테 성큼성큼 다가와 종이 한 장을 넘겼다.
“여기, 네가 말한 거 정리해놨다.”
“오, 땡큐.”
새사람 교회의 간부 리스트. 이게 있으면 잔당들을 찾아내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 거다.
옆에서 슬쩍 보던 우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그 명단이군요. 이건 제가 송태석 과장 편으로 전달하겠습니다. 대표님은 쉬시죠.”
“배려는 고마운데, 쉬어야 하는 건 오히려 우재성 씨잖습니까.”
각종 업무 처리 전반에 정보 조직 신설, 그리고 이번 사건까지.
우재성이 막 허약하거나 그렇진 않아도, 이 정도 간단한 것까지 맡길 순 없는 일.
“이건 제가 팩스로 보내면 되고, 혹시 정보 조직 관련해선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그 물음에 우재성이 살짝 머뭇거렸다.
“일단 진행하고는 있습니다만…… 만족하실 수준은 아직 아닐 겁니다.”
“천천히 해요. 천천히. 부담 갖지 마시고. 이름은 정했어요?”
“음. 흥신소란 네이밍은 아무래도 좋은 이미지를 주진 못하니, 이름은 SA심부름센터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부름센터라. 괜찮네요. 그대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더 필요한 건 없어요?”
“네. 나머지는 제 재량껏 해볼 생각입니다.”
만들다 보니 욕심이 나는 모양이네.
확실히 이런 쪽으로는 우재성이 잘한다고 해야 할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 없으면 슬슬 퇴근하세요. 일요일에도 늦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블랙 기업도 아니고.”
“그럼 하던 것만 마무리하고 가겠습니다.”
“그래요.”
난 사무실을 향해 몸을 돌리다, 한 가지 생각이 들어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아, 우재성 씨.”
“예?”
“혹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됩니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닙니다.”
“뭔데 부탁까지 하십니까?”
“기준아. 너도 앉아봐.”
“왜?”
마침 옆에 있던 백기준도 자리에 앉혔다.
황성빈. SA시큐리티 신입이자, 선생 놈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놈.
그놈을 이대로 놔두긴 좀 아깝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 있잖아요.”
“황성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그 신입 환영파티를 좀 해줬으면 해서요. 넌 기억할 거야, 신병들 왔을 때마다 하던 거.”
내 질문에 백기준이 잠시 생각하다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설마 유치하게 신고식을 하자는 건 아니지?”
자세한 내막을 모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누군지 알면 절대 저런 말 못 하지.
“신고식? 내가 그렇게 불렀었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일반적인 신고식이었지만, 우린 그걸 이렇게 불렀다.
“사상검증.”
이런 나의 이야기에 순간 백기준의 표정이 변했다.
“설마…… 황성빈 그놈 스파이냐?”
백기준의 그 말에 난 우재성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환영 파티 부탁드려도 되겠죠?”
히죽.
아주 발칙한 스파이 새끼를 위한 환영파티를 말이다.
***
다음 날, 나는 강유찬을 만나기 위해 회사로 출근했다.
로비로 들어가자 프론트에 앉아있던 직원이 날 보고 인사했다.
“오셨네요. 대표님.”
“아, 네. 고생 많으십니다.”
젊은 남자 직원인데,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다.
일단 강유찬한테 연락하기 위해 내 사무실로 올라가려는데, 프론트 직원이 날 향해 말했다.
“저, 대표님. 아까 어떤 남자가 대표님 찾아왔다면서 들어왔는데, 잠깐 사이에 사라졌더라고요. 혹시 누구세요?”
“방명록은 썼습니까?”
“아, 네. 강유찬 씨요.”
이 새끼 어디로 간 거야?
미간을 찌푸리며 로비를 둘러보는데, 저 멀리서 낯선 얼굴의 남자가 걸어왔다.
어깨까지 오는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넘긴 놈이 씩 미소를 지으며 나한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이주혁 대표님. 어제 통화한 강유찬이라고 합니다.”
“예. 반갑습니다. 근데 어디 다녀오신 겁니까?”
의아해하며 묻자, 강유찬이 매끈하게 잘생긴 얼굴로 넉살 좋게 웃었다.
“이거 죄송합니다. 건물이 워낙 좋아서 잠시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멋대로 돌아다닌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뇨. 뭐, 그건 괜찮습니다. 일단 가실까요?”
“좋습니다……. 저,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강유찬은 응접실이나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눌 거라 생각한 모양인지, 내가 로비 쪽으로 다시 향하자 살짝 당황한 듯 물어왔다.
그에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짓했다.
“슬슬 점심시간이잖습니까.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 나누시죠.”
내가 미쳤다고 이 음흉한 놈을 건물 안에 들여?
내가 늘 하던 짓처럼, 우리의 공간에 도청장치 같은 걸 설치할 수도 있는데.
물론 찾아내서 없애면 되지만, 아예 그런 시도 자체를 못 하도록 하는 게 베스트다.
밥이나 먹자는 내 제안에, 강유찬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긴 한데, 제가 의뢰할 내용이 조금 민감한 부분이라서요. 최대한 남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으면 합니다.”
“음.”
“그러니 조용한 가게로 가시죠. 좋은 곳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 이주혁 씨도 아실 것 같네요.”
“어디 말입니까?”
슬쩍 미소지은 강유찬의 입에서 익숙한 가게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풍원한정식. 아십니까?”
그 말에 순간 표정을 관리하지 못 할 뻔했다.
대신 속에선 차가운 불꽃이 튀었다.
이 새끼, 아무래도 다 알면서 긁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티를 낼 순 없기에, 일단 감정을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자주 가는 곳입니다. 좋네요.”
“그럼 제 차로 가시죠.”
강유찬의 손짓에 따라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나는 그런 놈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이놈도 싸움 좀 하는 놈이네.
재킷으로도 숨길 수 없는 근육이 내비쳐 보였다.
선생 그놈은 어디서 이런 인간들을 데리고 와서 써먹는 건지.
일단 경계심 만땅으로 채우고 있어야겠어.
놈이 풍원한정식에서 돌발 행동을 하진 않겠지만, 속에 능구렁이가 수십 마리는 든 것 같은 놈이니 방심할 순 없었다.
우선 가서, 대체 무슨 의뢰를 하러 왔는지부터 듣고 판단해보자고.
***
탁.
“음식 나왔습니다.”
위장으로 취업했지만, 사실상 주방장이 되어버린 정태섭이 메인 메뉴를 테이블에 내려놨다.
선생과 관련된 놈이 온다고 전달해놔서 본인이 직접 서빙하러 온 모양이다.
음식을 두고 일어나던 정태섭이 나한테 조용히 속삭였다.
“예원이가 잠깐 보자더라.”
“걔가? 알았어. 고맙다.”
정태섭이 방을 나가자, 맞은편에서 물을 홀짝이던 강유찬이 물어왔다.
“아는 분이신가 봅니다?”
“아, 예.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테이블 위의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의뢰인지 한번 들어봅시다.”
“음.”
내 말에 강유찬이 화두를 던졌다.
“우선, 제가 의뢰하고 싶은 건 요인의 경호입니다.”
“그럼 잘 찾아오셨네요. 누굴 경호하면 되는 겁니까?”
우릴 낚기 위한 미끼든 뭐든, 경호 대상은 선생 놈에게 다가가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교역 사업을 하나 하고 있는데, 이번에 외국에서 클라이언트가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그 사람을 경호해주시면 됩니다.”
“어디로 들어오시는데요?”
이어 강유찬이 하는 말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부산입니다.”
“부산이라. 현장이 꽤 머네요? 그럼, 부산 쪽 업체를 이용하시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씀입니다만, SA시큐리티가 워낙 이 업계에선 최고라는 소문을 들어서요. 출장 비용은 따로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
“뭐,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그런데 그 클라이언트는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러시아 사람입니다. 아무래도 국적이 국적이니만큼 성격이 좀 험하긴 한데, 그래도 제가 소개하면 괜찮을 겁니다.”
순간 나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현재 부산의 뒷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건 정광제라는 놈이다.
과거, 주철수가 곽환성과 함께하던 시절에 그놈도 동료였었다.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그 시절 조직원 중 주철수를 적대하지 않던 놈이기도 하다.
내가 왜 이 생각을 했냐.
‘이놈이 러시아 마피아와 거래를 트고 있었지.’
전생에서 송 과장에게 정보를 넘기기 위해 조사했을 때 알아낸 게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부산 국제파의 정광제가 레드 마피아, 즉 러시아 마피아와 거래를 트고 있었다는 사실.
정광제가 마약이나 불법 총기 등을 한국에 판매하는 루트를 만들어주고, 마피아들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마침 부산에, 마침 러시아에, 심지어 주철수는 선생 놈의 따까리고, 부산의 정광제는 주철수와 친구네?
이건 내 직감이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정광제. 그놈도 선생 밑에 있거나, 협력하는 관계일 거다.
“러시아라, 무섭긴 하네요. 날짜는 언제입니까?”
“그게, 아직 그쪽과 협의 중인 사항입니다. 이주혁 대표님의 수락 여부에 따라 일정을 바꿀 수도 있어서요.”
“그럼 한다고 전해주십쇼.”
내 말에 강유찬이 화색이 되었다.
“결정이 빠르시군요.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업체를 차렸는데 의뢰를 안 받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자세한 사항 정해지면 따로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자고 하셔서…….”
“아, 예. 식사는 제가 미리 계산했습니다.”
“이런. 신세를 졌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식사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강유찬이 웃으며 떠나고, 나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놈한테 밥 한 끼를 사준 격이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놈은 이 밥값의 수백 배는 되는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겼다.
‘이번엔 부산인가.’
히죽.
아무래도, 부산 출장은 좀 길어질 것 같네.
그나저나, 강예원이 날 왜 보자고 한 거지?
저번에 말했던 그 원소주 홍보 때문인가.
쓸데없는 얘기를 하려고 따로 불렀을 것 같진 않은데.
어찌 됐든 녀석도 풍원한정식 직원이니까, 유나 씨도 볼 겸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큰일은 아니겠지?’
***
이주혁이 나가고 몇 분 후, 한 남자가 SA시큐리티의 로비로 들어왔다.
전생에 이중 스파이였으며, 지금은 강 권사의 지시에 따라 이주혁의 밑에 잠입한 황성빈이었다.
황성빈은 자신을 부른 사람을 떠올리며 고민에 빠졌다.
‘우재성이 날 왜 부른 거지?
저번 면접 때 지켜본 바론 우재성은 SA시큐리티의 수뇌부 중 하나.
이주혁 밑에 잠입해야 하는 황성빈으로선 우재성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우재성이 오라고 한 12시가 되기 전이었다.
’후. 만나보면 알겠지.‘
황성빈은 잡념을 지우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띵-.
저번에 면접을 치렀던 응접실이 있는 층에 내렸다.
복도를 걸으며 황성빈은 고민에 빠졌다.
‘내 의중을 알아볼 생각인가.’
그거 말고는 그가 황성빈을 부를 일이 없었다.
‘우재성.’
강 권사가 말하길, 사사건건 선생의 일을 망치는 이주혁의 참모 격인 인물이다.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던 인재라는 건 알려졌지만, 그 외의 다른 정보는 거의 없었다.
이주혁이 영입한 인물이니 보통 인간은 아닐 거라는 추측만 있을 뿐.
황성빈은 마음속으로 경계심을 높이며 응접실의 문을 열었다.
달칵.
그러자 이미 차를 우리며 기다리고 있던 우재성이 고개를 돌리며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예.”
“앉으세요.”
손짓에 따라 자리에 앉자 우재성이 여상스럽게 물었다.
“차는 뭐로 하시겠습니까?”
“음. 전 괜찮습니다.”
“원래 차를 안 즐기시나 봅니다?”
“예. 그런 편입니다.”
우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차를 한 모금 홀짝이며 입을 열었다.
“황성빈 씨.”
“예.”
“저번엔 라세흠 부장님이 테스트를 하시는 바람에 물어보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말씀하십쇼.”
잠시 뜸을 들이던 우재성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선생이 여기서 뭘 알아보라고 했습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황성빈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세차게 요동쳤다.
‘무, 무슨……?’
이번 생은 빌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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