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60
159화
“@%&!”
타다닥!
기관단총을 갈기던 놈의 머리에 맨홀 뚜껑이 날아와 꽂혔다.
퍼억-!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 놈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저건 좀 아프겠는데.
나는 혼란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에 이내 미소를 지었다.
총을 가지고 있었기에 대놓고 덤벼들진 않았지만, 팀원들은 후퇴하는 불곰 패거리를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었다.
“……!”
불곰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수하들에게 뭐라 소리치는 게 보였다.
그저 부탁을 받아 한 사람만 죽이면 되는 간단한 일인 줄 알았겠지.
그런데 막상 죽여야 할 놈은 튀었고, 이상한 괴한들이 나타나 자신들을 공격했다.
심지어 괴한들의 실력은 최고 수준.
내가 저 새끼여도 그냥 다 접고 일단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을걸.
하지만 그걸 곱게 보내 줄 내가 아니다.
날 죽이라는 의뢰를 받아 놓고 그냥 가려고?
씨익.
아마 저놈들이 다시 고향 땅을 밟을 일은 없을 거다.
일단 빠져나가지 못하게 백기준이 배를 처리했으니, 이제 남은 건 몰이사냥이다.
그렇게 지시를 내리려는데, 컨테이너 아래에서 통역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 거기 경찰이지예?!”
밑으로 시선을 돌리니, 나동그라져 있던 통역이 손을 벌벌 떨며 경찰에 신고하고 있는 게 보였다.
“여기 서장 항구 뒤에 작은 항군데예, 초, 총 쏘고 막 난리 났십니더! 예! 진짜 총이라니까예! 아니, 장난 전화가 아이라!”
쯧. 이러면 계획 변경이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 상황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겠어.
뭐, 우리가 크게 잘못한 건 없긴 한데, 그래도 팀원들의 꼬라지를 경찰들이 보면 분명 유치장에 넣고 싶을 거다.
애앵-.
저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고, 불곰 패거리도 다들 배에 오른 게 보였다.
이제 우리는 슬슬 빠질 타이밍이다.
이대로 가도 되나 싶지만, 난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 팀원들이 내가 말한 대로 잘 해 줬을 거라 믿거든.
나는 내 건너편 컨테이너 위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부장님에게 시선을 던졌다.
정광제가 차를 타고 사라진 쪽을 턱짓하자, 부장님이 근엄한 자세로 엄지를 척 들었다.
씨익.
역시, 진작 해 놨을 줄 알았다니까.
***
빅토르 페트로프. 불곰이라 불리는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황급히 배에 올랐다.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 동양인 한 명만 죽이면 되는 간단한 부탁이었다.
그런데 놈을 놓친 것도 모자라, 웬 이상한 괴한들이 끼어든 탓에 거래까지 실패할 뻔했다.
만약 물건과 돈을 모두 놓쳤다면, 아무리 중책을 맡은 불곰이라도 보스의 신임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불곰은 이를 빠득 갈았다.
‘대체 그놈들은 뭐지?’
한 사람만 죽이면 된다는 지시였다.
그래서 굳이 돌아가는 정광제를 붙잡지도 않은 것이다. 총을 가진 그들이 단 하나를 처리하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실패해 버렸다. 그것도 처참히 당하면서.
주먹을 꽉 쥐며 분을 삭이던 불곰의 귀에, 저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누군가 경찰에 신고한 모양이다.
‘그래도 빠르게 발을 빼서 다행이군.’
항구에 쓰러져있는 수하 몇이 마음에 걸렸지만, 말단 놈들이니 일단 자리를 피하면 경찰의 수사망엔 걸리지 않으리라.
그리 생각하던 빅토르는, 황급히 달려온 부하의 보고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큰일입니다! 배에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뭐?”
“그리고 선실 안 창고에 있던 물자들이 사라졌습니다.”
난감한 상황을 마주한 빅토르가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갑자기 그게 무슨 개소리냐!”
“저도 잘……. 분명 내릴 때까진 멀쩡했습니다.”
“내가 그걸 몰라서 묻는 것 같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거 아냐!”
“그게, 엔진이 완전히 복구 불능으로 망가졌습니다.”
뿌득.
“그 말은, 누가 일부러 우리 배의 엔진을 파괴했단 말이야?”
“아마,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X발!”
이런 짓을 할 놈들은 하나.
거래 도중 갑자기 나타난 그 검은 곳의 괴한들뿐이었다.
애애앵-.
멀리서 들리던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경찰은 수상한 불곰 일당을 얌전히 보내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엔 가지고 있던 거액의 돈까지 확인할 터.
부산의 보스인 정광제가 매수한 경찰들이 있겠지만, 항구의 총을 쏜 흔적들이 발견된다면 사건은 커질 거다.
단순히 뇌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수준이 되리라.
불곰, 빅토르는 이를 으득 갈고서 선실로 향했다.
‘바닷물.’
선실에는 부하의 말대로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선명했다.
바닥과 난간에 바닷물이 흥건했던 것이다.
여기서 장난질을 친 게 분명했지만, 지금은 그걸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빅토르는 아직 출발하지 못한 배 위로 다시 나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일단 다들 흩어진다! 그리고 사흘 후에 다시 모인다! 너는 돈을 들고 날 따라와!”
“예!”
부하들을 향해 지시를 내린 빅토르가 다급한 얼굴로 배에서 내렸다.
“젠장!”
“수영이라도 해서 도망가야 하나…….”
투덜거리며 내리던 부하들의 뒤에 있던 난간.
그 너머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얼굴을 내밀었다.
눈만 빼고 모조리 시커멓게 가린 괴한, 백기준이었다.
히죽 눈을 휜 백기준이 은밀하게 난간을 넘어 배 안으로 들어왔다.
“빨리 튀자고!”
“염병. 이게 무슨 일이야?”
그리고 다급하게 자신의 짐을 챙기던 부하 뒤로 사사삭 다가가, 한 놈의 재킷 주머니 속에 무언가를 쏙 넣었다.
정태섭의 위치추적기 중 하나였다.
임무를 마친 백기준은 우스꽝스러운 자세 그대로 천천히 움직였다.
“음?”
뭔가 이상함을 느낀 부하가 뒤를 홱 돌아봤지만, 이미 백기준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 뒤였다.
“착각인가…….”
“가자니까!”
“어.”
결국 눈치채지 못하고 사라지는 빅토르의 부하들을 보던 백기준이 음흉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래, 도망가라……. 도망가서 우리한테 본거지를 알려 다오.”
백기준의 눈이 위험하게 번들거렸다.
***
애애앵-.
항구에 도착한 경찰들은 통역의 손짓 발짓에 따라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나는 쌍안경에서 눈을 떼고 옆에 있던 부장님을 쳐다보며 말했다.
“역시 잠수복은 오랜만에 봐도 부담스럽네요.”
“이 새끼, 근본을 잊었구만?”
“아뇨. 지가 안 입는다고 저러는 겁니다. 저 새끼도 이거 입혀야 돼요.”
배상훈 이 새끼. 어떻게 알았지?
아주 정확히 내 속을 꿰뚫었어.
작전을 마친 우리는 일단 항구에서 꽤 떨어진 바닷가에서 상황을 살피는 중이었다.
삑.
“오케이. 일단 신호는 잡혔고……. 이제 정지하는 위치만 체크하면 될 것 같다.”
디스플레이로 추적기의 위치를 확인하던 백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치추적기가 달린 곳은 불곰이 가져온 무기가 담긴 상자.
“좋네.”
“몰래몰래 집어넣느라 고생 좀 했다. 달리는 배에 올라타는 미친 짓을 또 하게 될 줄은 몰랐어.”
그 말에 부장님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거 봐라.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훈련들이었다니까.”
“…….”
“…….”
음. 그건 좀…….
갑자기 분위기가 급격하게 침울해졌다.
나는 뒤에 있는 부장님을 죽일 듯이 흘겨보는 백기준에게 물었다.
“근데 왜 그 빡센 작업을 네가 한 거냐?”
“왜겠냐? 다른 놈들은 기계라면 전부 박살 내는 놈들이고, 부장님은 얌전히 추적기만 놓고 올 것 같지가 않아서 내가 했지.”
“하긴.”
슬슬 싸움에 굶주리던 부장님이 배 위에서 적들을 마주친다? 그것도 총을 든 놈들을?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내가 고개를 젓자 부장님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야. 내가 무슨 여섯 살 난 애냐? 그 정도 사리 분별은 할 줄 안다.”
“음.”
“크흠…….”
나는 괜히 백기준이 들고 있는 화면을 확인했다.
정광제는 아직 차 안에 있는 건지, 추적기의 위치는 도로를 따라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뭐, 말마따나 이놈들 위치는 중간중간 체크하면 될 거고.
“그 배는 어떻게 했냐?”
“음? 아, 러시아 애들 꺼? 그냥 출발 못 하게 해 놨지. 그중에 한 놈한테도 추적기 달아 놨다. 들어 보니까 나중에 다시 모일 것 같던데.”
“음.”
백기준의 말대로 배가 박살 났으니 도망가지도 못할 거고, 통역의 신고로 경찰들까지 들이닥쳤다.
흩어져서 도망가는 거 말곤 방법이 없었겠지.
우린 그냥 놈들이 다시 모일 때를 기다렸다가 족치면 된다.
“부장님. 러시아 놈들은 맡겨도 되죠?”
“오히려 내가 부탁하려고 했다.”
불곰 패거리를 정리해 달라는 말에 부장님이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그놈들이 가져간 돈, 그건 깡패 새끼들 돈이니까 저희가 회수할 겁니다.”
“오케이. 알았다. 내 전문이지.”
“그리고, 아무래도 전 먼저 올라가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
정광제가 가져간 총기들은 아마 서울로 올라올 것이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간다 쳐도, 그게 아마 부산은 아닐 거고.
부산에 공리회의 거점이 있었다면, 전생에서 굳이 강남파가 부산을 공격하진 않았을 테니까.
어쨌든 굳이 나까지 여기 남아 있을 필요는 없단 말이지.
일단 서울로 올라가서 우재성 씨와 한인석 변호사의 서류들에 관해 의논을 좀 해 봐야겠어.
“야, 근데 어떻게 생각한 대로 딱딱 맞아들어 가긴 하네. 솔직히 난 네가 혼자 나선다길래 총 맞아 뒈질 줄 알았는데.”
“참나. 내가 너냐?”
“내 말이. 네가 나였으면 걱정 안 하지.”
“뭐래, 미친놈이.”
젖은 머리를 탈탈 털던 배상훈이 히죽거렸다.
그러다 순간 움찔하더니,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이 대표.”
“음?”
이 새끼가 날 이렇게 부를 때면 항상 뭔가 부탁이 있던데.
“뭔데? 그냥 말해.”
“솔직히 이번에 우리 개고생했잖냐. 수영으로 몇 키로를 이동한 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잡설이 기실까. 그래서 용건이 뭐야?”
머뭇거리던 배상훈이 당당한 자세를 취하며 선언했다.
“조금만 놀게 휴가 좀 줘라. 작전도 일찍 끝났잖아?”
“음.”
그렇긴 하지. 9시에 시작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개판으로 흘러가서 그렇지, 사실상 한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라. 대신 호출하면 바로 복귀하고.”
“오, 진짜 놀아도 되냐?”
내가 이렇게 흔쾌히 허락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배상훈이 깜짝 놀랐다.
“X발. 이럴 때가 아니지. 덩치! 우리 차 어딨어!”
“저기예! 제가 끌고 오겠십니더!”
덩치와 배상훈이 히죽거리며 달려가자, 눈치를 보던 몇 놈도 그 뒤를 따라갔다.
나는 내 휴식 선언에도 가만히 있는 부장님에게 물었다.
“부장님은 안 가세요?”
“쟤네 클럽 가는 거다. 내가 갈 이유가 없지.”
“아, 하긴 요새는 수질 관리도 하니까…….”
“이 새끼가.”
살벌한 눈빛을 보내던 부장님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난 그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좀 더 낭만적이고, 어? 그런 인연을 찾고 있단 말이지.”
“아직 안 급하신가 봅니다.”
“뭐?”
“아니에요. 그럼 부장님은 언제 쉬시게요?”
그 말에 부장님이 자신만만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저 음흉한 놈들이 밤에 놀기 위한 준비를 할 때, 우리는 따로 계획을 세워 놨지.”
“무슨 계획인데요?”
씨익.
“해수욕장. 거기서 내 인연을 찾을 거다.”
“……아, 그래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럴 용도로 키운 건 아니지만, 근육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다더라고.”
나는 내일을 기대하는 표정을 짓는 부장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아, 다행히 안 웃고 잘 참았네.
“부장님. 저희 세 명씩 나눠 다니면 딱 맞겠는데요?”
“오케이. 너무 몰려다니면 부담스럽지.”
팀원들이 광대뼈를 움찔대며 벌써 내일의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걸 보자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얘들아…….’
지금 1월 말이 다 돼 가는데,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있겠냐?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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