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3
022화
“와따마. 힘드네예.”
“다 돌렸어?”
“예. 행님.”
덩치가 땀을 닦으며 남는 전단지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렇게 많이 남았냐?”
“그기……. 업주들 몇 놈들은 안 받을라 카드라고예.”
‘SA시큐리티’라고 적힌 전단지였다.
위험한 일이나, 보호받을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사무실 전화번호와 몇몇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단순한 전단지인 데도 안 받으려고 하는 이유야 뻔하지.
‘자기들을 지켜 줄 조직이 있다는 거야.’
강북에는 수많은 조직이 난립해있다.
서울광목파, 미추리파, 강북도끼파, 시라소니파 등등.
유치한 이름으로 무장한 무리들이 세력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 참고로 조직의 이름은 경찰이 정한다.
조직 내에서는 누구누구 식구라는 말도 안 되는 가족애를 과시하지.
“다시 나가서, 안 받는 업주들한테도 돌려라. 카운터에 짱 박아 놔도 좋으니까 가지고만 있어 달라고 하고.”
“예? 그렇게꺼지 해야 됩니꺼?”
“응. 해야 해.”
앞서 언급한 저런 중소 조직들은 강남파를 상대할 수 없다.
강남파가 마음먹고 쳐들어오면, 순식간에 무너질 세력이라는 말이다.
현재 강남파는 자본에 구멍이 나 있는 상태.
원래라면, 단숨에 치고 올라와 강북을 정리하지만, 위력이 줄어든 지금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일명, 각개격파.
조직을 하나씩 접수하는 방식을 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실, 이건 주철수에겐 위험한 방식이다.
조직 하나가 무너진 순간, 남은 조직들이 연계를 시작할 테고 그럼, 강북연합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붙어야 한다.
그래서 전생에 주철수는 단숨에 강북을 접수한 거였다.
서로 힘을 합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그 계획이 틀어졌으니, 각개격파를 시도할 수도 있어.’
서울광목파나 미추리파 같은 경우엔 제법 사이즈가 크다.
이권을 가진 사업체도 많고, 건설이나 대부업에도 진출해 있다.
한마디로 먹거리가 많다는 말이다.
탐스러운 열매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데, 주철수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둘 중 하나는 칠 게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가 필요한 거지.’
조직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건 업주다.
업장부터 부수고 들어가니까.
그걸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어도, 추후에 수습할 수는 있다.
강남파가 쳐들어오면, 살인 병기 같은 15명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출동하면 된다는 말이다.
“덩치와 돼지는 한 장도 안 남게 전부 돌려라. 그거 다 돌릴 때까지 집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고.”
“예에? 진심입니꺼?”
“아주 진심이다. 가. 어서.”
“아휴……. 오늘 마 집에 들어가긴 틀맀네. 알긋쓰예.”
투덜대며 덩치와 돼지가 전단지를 든다.
이것들이 계속 말이 길어지네.
오랜만에 타작 한 번 해야 하나?
씁. 아니다. 고향 후배를 때리는 못된 선배는 될 수 없지.
“난쟁아.”
“예. 행님. 저도 빨리 움직일게예.”
“아니. 넌 나랑 같이 갈 곳이 있다.”
“예? 어딜예?”
“따라와 보면 알아. 가자.”
“아……. 예.”
.
.
“씨네픽쳐스? 여긴 뭐 하는 곳입니꺼?”
“뭐긴 뭐야? 영화 만드는 곳이지.”
“여긴 믄다꼬예?”
“투자하려고.”
“……?”
충무로의 한 영화제작사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난쟁이에게 물었다.
“우리 지금 가진 돈이 얼마냐?”
“이것저것 빼몬……. 한 1,000억이 좀 안 될 거 같아예.”
“그렇지. 근데, 우린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해.”
“더 많이예? 1,000억도 충분히 많은 돈 같은데예?”
“개인한테는 평생 쓰고 남을 만큼 많지. 근데, 기업을 운영하기엔 부족한 금액이야.”
내가 노리는 건, 리먼 브러더스 사태 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불리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다.
그때가 되면, 전 세계는 대침체의 길에 빠지고 부도와 파산이 연속해서 일어난다.
난 그때를 노릴 생각이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에서 수많은 매물이 쏟아질 거다.
그중에 옥석을 가려서 빛날 수 있는 것들을 내가 가져오면 된다.
이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현금이다.
1,000억은 분명 큰돈이지만, 창창한 매물들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1,000억으로 되겠어?
그리고 뭣보다…….
‘파이닉스.’
한때는 대현전자라고 불리고 있는 기업.
세계 최초라는 기술을 무수히 많이 보유한 ‘파이닉스’는 채권단의 결정으로 2009년에 매각을 진행한다.
그때, 어마어마한 현금을 보유하고 여러 계열사를 가지고 있던 주철수가 이 회사를 인수하는데.
그때부터 주철수의 전성기가 만들어진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가는 반도체 산업.
그 중심에 ‘파이닉스’도 함께하고 있었고, 주철수를 재계 3위의 거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이런 미래를 알고 있으니,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어떻게든 돈을 끌어모아서 내가 먼저 치고 나가야지.
주철수. 그 인간이 손도 못 대는 상류층으로 가기 전에.
“난쟁아.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확실한 게 뭔지 아냐?”
“음……. 확실한 거라……. 있지예. 미래를 보는 거 아이긋습니꺼? 미래를 알면 어디서 돈이 불어날지 아니까예.”
오. 이 새끼. 똑똑한데.
“그래. 미래를 아는 거지. 난 여기서 제작하는 영화의 미래가 보인다.”
“행님이 궁예도 아이고. 영화가 잘 될지 안 될지 어떻게 알아예?”
음……. 맞는 말이네.
에이씨. 내가 너한테까지 변명하고 설득하고 해야 하냐?
꿍.
“아! 와 때립니꺼?”
“토 달지 말라고 때린다.”
괜스레 머리를 쥐어박고는 말을 이었다.
“여기 씨네픽쳐스에서 ‘킹의 남자’라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어. 연산군이 집권하던 시대에 광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게 한국 최초의 궁중 광대극이라는 거지. 얼마나 신선해? 왕의 권력. 거기에 광대라는 모순. 그리고 질투와 열망이 부른 비극까지. 캬아. 이건 무조건 성공할 거 같지 않냐?”
“아니예. 무조건 망할 거 같은데예…….”
“아오! 이 새끼가 진짜.”
“왜예? 진짜로 망할 거 같아서 그라지예.”
그래……. 사실 네 말이 맞다.
이 영화는 그 누구의 기대도 못 받거든.
아무도 성공을 기대하지 않은 작품이 갑자기 센세이션을 일으켜서 역대 세 번째로 천만 영화가 되는 작품이다.
시사회 후에도 ‘작품은 좋은데 흥행할까?’라는 의문표를 달고 살던 영화지.
근데, 어쨌든 성공하잖아.
그에 따른 수익이 어마어마하고.
내가 얼마를 투자하냐에 따라서, 내 수익금이 정해진다.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이 영화에 나라는 동아줄을 내려 줄 거다.
“가자.”
“아……. 진짜 이건 아인 거 그튼데…….”
“한 마디만 더하면, 진짜 푸닥거리한다. 닥치고 따라와.”
“…….”
뾰로통한 얼굴로 난쟁이가 내 뒤를 따랐다.
***
“20억이라…….”
“적당히 투자했네예.”
영화사에선 제작비는 충당했는데, 홍보비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원한 금액이 20억.
영화에 들어간 총투자금이 60억이라고 했으니, 3분의 1을 내가 투자한 거다.
‘씁. 아쉽네.’
이왕이면, 절반 이상을 투자하고 싶었는데, 시기상 그러진 못했다.
홍보비를 투자하는 걸로 만족해야지.
어차피 수익금은 엔빵이니까.
‘그나저나 대단하네.’
내가 알기론 이 영화로 벌어들이는 금액이 1,200억이 넘는다고 알고 있다.
나중에 DVD로 풀리는 금액까지 합쳐서 말이다.
고작 60억 투자하고 1,200억을 벌어들이는 거면…….
와……. 20배네.
이래서 영화 투자에 목숨 거는 인간들이 있는 거구나.
조폭들도 이래서 달려드는 걸 테고.
누차 언급하지만, 조직폭력배들은 돈 되는 일은 다 한다.
영화 투자도 그중의 하나였다.
터지면 대박. 망하면 쪽박이지만, 한 번만 터져주면 쪽박으로 손해 본 걸 메꿀 수 있다.
그러니까 주철수도 영화판에 기웃거린 거겠지.
“뭐……. 작은 투자는 했고. 이제, 큰 투자를 하러 갈까?”
“어딜 또 갈라꼬예?”
“좀 멀어. 전라남도 목포.”
“예? 거기까지 갈끼라꼬예?”
“응. 당장 출발하면 퇴근 전에는 도착하겠다. 가자. 아! 이번엔 네가 운전해라.”
“아, 알긋심니더.”
이해되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난쟁이.
운전대를 잡고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물었다.
“행님. 제가 진짜 행님 의도를 몰라서 그라는데예. 전라도는 왜 갑니꺼?”
“너, 또 토 달 거잖아?”
“아입니더. 이번에는 경청하겠슴니더.”
그래. 이유도 모르고 가는 것보단 뭘 할지는 알고 가야겠지?
“전라도에 주조회사가 많아.”
“주조라카믄……. 술 만드는 거예?”
“맞아. 정확하게 말하면 소주를 만드는 회사가 많지. 그중에서도 상당한 설비와 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어. ‘부해양조’라고 들어봤어?”
“아니예. 술 이름은 알아도 회사 이름은 처음 들어보네예.”
보통 그렇지. 회사명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까.
“난 내려가서 부해양조 대표와 지분 협약을 맺을 생각이야.”
“지분을 살끼라는 말임니꺼?”
“응. 그것도 대주주 수준으로 많이.”
증권거래소를 통해서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부작용을 가지고 온다.
평소 거래량도 거의 없는 상장 기업에 갑자기 엄청난 매수세가 들어오면,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것도 한 개인이 매입하는 건, 온갖 추측을 만들어 내고 금감원에서 조사를 나올 수도 있다.
난 애초에 그걸 사전 차단할 생각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주주인 대표와 블록딜을 통해서 주식을 사가면 되는 거다.
물론, 가격은 더 쳐 줘야겠지만.
“근데, 소주 만드는 회사는 와 살라꼬예? 그 회사가 비전이 좋슴니꺼?”
“아니.”
“예? 그란데 와예?”
비전은 안 좋아.
히트친 주류가 없어서 명맥만 유지하는 곳이거든.
내가 살던 시대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비전을 내가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을 거다.
내년 중반쯤일 거다. 2006년 중순쯤.
그때부터 소주 회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
20도 수준의 소주의 목 넘김을 힘들어하는 신세대의 요구를 맞춰서 도수를 낮춘 소주를 판매하기 시작한 거다.
소주는 독하게 먹어야지! 라는 흐름이 그때부터 바뀌는 시기였다.
16도, 17도의 저도수 소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히트를 치고, 높은 도수의 소주에서 낮은 도수의 소주로 대세가 바뀐다.
처음처럼, 참이슬 후레쉬, 참소주, 좋은데이 등등.
저도수 소주의 시대가 도래한다.
대세로 떠오르는 저 소주의 대주주가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언급한 브랜드를 만든 기업이 너무 크다.
진로, 롯데칠성, 무학, 대선주조.
이런 회사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회사다.
그래서 난 ‘부해양조’를 택했다.
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그 회사의 대주주가 되어 변화를 일으킬 거다.
‘공장과 설비는 모두 갖춰져 있으니까.’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방대한 양의 소주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내가 저도수 소주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불어 넣으면…….
‘센세이션이 일어나는 거지.’
이게 내가 정해진 미래에 편승하는 방법이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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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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