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7
026화
‘부해양조’의 ‘좋은날’ 출시는 내달 중순으로 정해졌다.
공장 설비를 올리면서, 새잎주 생산을 줄여 먼저 빠르게 추진한 덕분에 가능한 거였다.
빠를수록 내겐 좋다.
무려 400억이나 투자하지 않았던가? 그 결실이 빠를수록 좋은 거지.
내게 주어진 미션은 연예인 섭외와 홍보.
연예인 섭외는 내 말을 기똥차게 잘 듣는 마루엔터테인먼트의 한상준 대표에게 맡겼다.
‘쫄보 새끼라 좋은 것도 있네.’
한상준 대표가 경찰에게 로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기에, 뭐든 시키면 곧잘 한다.
무서워서 내 말을 잘 듣는 거다.
엔터테인먼트사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경찰과의 불법 커넥션이 밝혀지면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게 뻔하니까.
아! 물론, 이거 말고도 몇 가지 약점이 그놈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예인 한다고 찾아오는 여자들 벗겨 먹는 개X끼 짓도 한몫한 것이다.
이래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
약점이 많으면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까.
‘광고는 대형 광고사에 맡겼고…….’
이제, ‘좋은날’이 아이유 노래처럼 대박을 터트려 주기만 하면 된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
.
“응? 너희들 또 다녀왔어?”
“다시 나가 봐야 됩니다. 요즘 전화가 많이 와서 앉아 있을 틈도 없네요.”
직원 중 한 놈이 그렇게 답했다.
SA시큐리티의 전성시대라고 해야 하나?
한 번도 울리지 않던 사무실 전화기가 매일 울려댄다.
내용은 한결같았다.
‘서울광목파 애들이 와서 깽판을 치고 간다. 와서 보호해 달라.’
서울광목파 구역 중에서 대형 업장 위주로 보호 요청이 쏟아졌다.
내용인즉슨, 업장을 부수고 협박을 한다는 거였다.
그러고는 직원 중에 경상도 사투리 쓰는 애들 모으라고 하고, 최근 몇 달 사이 돈 쓴 내역을 가져오라고 했단다.
난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우리를 찾고 있구나.’
서울광목파의 고광목이 단단히 착각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우리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자기 구역에서 관리하는 업주 중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우리를 고용했고, 서울광목파의 뒤통수를 쳤다고 말이다.
제 구역에서 얼마나 많이 빼먹었으면, 이런 오해를 하는지…….
뒤통수를 맞고 내부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건, 내부 관리도 안 되고 평균보다 많은 상납금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녀와. 절대 실력 행사는 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아쉬운 표정 좀 그만 지어. 너희가 실력 행사하는 순간, 우리 정체를 까발리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알아요. 아는데……. 주먹이 우네요.”
울 것도 많다.
요즘 슬픈 드라마 많이 하더라. 그거 보고 울어라.
“수고해라.”
“예이-.”
건성건성 답하고 3명의 직원이 나갔다.
경호업체니까 부르면 달려가긴 하는데, 절대 자기 실력을 보여선 안 된다.
원 펀치로 때려눕히는 격투기를 보였다간 들키기 딱 좋으니까.
지금은 이런 식으로 정체를 숨기고 시간을 질질 끌어야 한다.
‘상훈이가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 올 때까지.’
강남파에 심어둔 배상훈이 확실한 정보를 가져오는 그 순간까지 서울광목파의 발목을 잡아야 한다.
강남파와 서울광목파.
둘이 뭘 꾸미는지 알아야 고춧가루를 들이붓지.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했다.
시간은 벌어 놨으니, 배상훈을 믿고 기다려 보자.
♪띠리링
사무실 전화기가 울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휑하다.
덩치와 돼지는 혹여라도 서울광목파 애들한테 걸릴까 봐 통영에 보내 놨다.
고향 구경하다가 전화하면 올라오라고 한 상태다.
난쟁이는 ‘부해양조’ 서울사무소에 출근해 일 처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고.
다른 직원들은…….
‘전부 출동했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창업주가 움직여야지.
회사를 위하여.
“네. SA시큐리티입니다.”
-여기 풍원요정인데요. 빨리 와주세요.
젊은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나쁜 놈들이 와서 부수고 난리 났어요. 경찰에 신고해도 오지도 않고……. 제발 도와주세요.
그 지역 경찰들이 서울광목파 애들한테 얼마를 받아먹는데.
신고받고도 대충 출동했다고 거짓 보고 하고 돌아갔겠지.
-무서워요. 제발 빨리 와 주세요.
전단지를 보고 우리한테 전화한 소중한 고객이다.
당연히 가야지.
정의의 사도가 위험에 처한 여성을 내버려 둘 수 있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어우야. 크네.”
돌담으로 빙 둘러 놓은 풍원요정은 규모가 상당했다.
옛날 대감집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규모였다.
기와로 장식된 대문은 왜 이렇게 큰지.
‘이리 오너라.’를 시전하고 싶은 그런 비주얼이다.
쾅! 빠각!
안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담장 너머까지 들릴 정도다.
깡패놈들이 대놓고 부수고 있네.
급히 안으로 들어가자, 떡대 좋은 시커먼 놈들 다섯 명이 나를 노려봤다.
“넌 뭐야?”
행패를 얼마나 부린 건지, 카운터부터 식탁까지 제대로 부숴 놨네.
이러면, 저녁 장사는 어떻게 하라고 하는 건지…….
정도를 모르는구만. 정도를.
“SA시큐리티에서 나왔습니다.”
“뭐? 거기가 뭐 하는 곳인데?”
“경호업체입니다. 여기서 보호 요청이 들어와서요.”
“하!”
경호복 입고 SA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있으니 만만해 보여?
그 같잖은 웃음은 그만 지었으면 좋겠다.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처럼 입을 찢어 주기 전에.
“꺼져.”
“그럴 순 없네요. 전화하신 분과 만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였다.
카운터 안쪽에서 미모의 여성이 나온다.
연예인 뺨치게 이쁜 얼굴과 후광이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
갸름한 턱선과 오똑한 콧날 그리고 매력적인 눈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이쁜 여자는 오랜만에 보네.
“SA시큐리티?”
“네. 거기서 왔습니다.”
“설마, 혼자 오셨어요?”
“다른 직원들은 다 출동 나가서요.”
그렇게 말하며, 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쪽만 지키면 되는 겁니까?”
“예……. 그렇긴 한데…….”
“알겠습니다.”
이놈들을 쫓아내는 건 어려워도 당신 하나 지키는 건 쉽지.
지금 실력 행사를 할 수 없는 상태라, 때려눕히지를 못하거든.
대신, 당신은 지켜 줄게. 그게 우리 일이니까.
“이 미친 새끼. 우리 안 보이냐?”
“잘 보여. 내가 시력이 좋은 편이라.”
“하!”
또 그 같잖은 웃음 짓네.
너 나중에 한번 봐야겠다.
얼굴 기억해 뒀다. 빡빡머리 새끼야.
“임 사장하고 할 얘기가 있으니까 꺼져라. 응?”
아……. 이 여자가 사장이구나.
엄청 젊어 보이는데, 이렇게 큰 요정을 운영한다고?
의외네.
“너희야말로 꺼져. 남의 가게에서 무슨 행패야. 어휴. 테이블 부서진 거 하고 장식 찢어진 거 복구하려면 며칠은 영업 못 하겠다. 이 정도 했으면, 그냥 가라.”
“이게 미쳤나?!”
주먹이 날아온다.
이거 피할까?
아니야. 피하는 거보다, 좋은 방법이 있지.
난 일부러 주먹이 날아오는 쪽으로 이마를 댔다.
주먹 뼈보다 머리뼈가 단단해.
이 기본적인 상식을 너도 알아야지.
빠각!
“끄악!”
빡빡머리 놈이 주먹을 부여잡았다.
난 잘못한 거 없어.
네가 때린 거지.
“야! 쳐!”
남은 네 명이 동시에 달려든다.
그걸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운동 좀 해라. 이것들아. 느려 터져서 맞아 주지도 못하겠다.
휙. 휙. 휙. 휙.
피하고, 피하고 또 피했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들이라 주먹이 날아갈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요리조리 얼마나 피했을까?
시계를 보니, 한 30분은 지난 거 같은데.
“헉! 헉!”
“후-. 후아…….”
공격하는 너희들이 지치면 어떡하니?
그러니까 평소에 술만 처먹지 말고 운동을 해야지.
“이……. 미꾸라지 같은 새끼.”
미꾸라지도 못 잡는 X신 새끼들.
“가라. 좋은 말로 할 때.”
정중하게 얘기했는데, 상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보다.
나이프를 꺼내고 연장을 챙겨 든다.
“오늘 송장 하나 치른다.”
그건 너희 희망 사항이야.
날아오는 나이프와 몽둥이를 이번에도 몸을 살짝 틀면서 피해 줬다.
내가 아픈 건 질색이라서.
예의상 한 대 맞아 줄 법도 한데, 그게 안 되네.
“허억-! 허억-!”
그렇게 무턱대고 휘두르니까 지치지.
빡빡머리는 여전히 손목을 잡고 있고, 다른 놈들은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제 그만 가지?”
정말 갔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가 진짜 너희를 죽일 거 같거든.
“X바알! 너 여기서 딱 기다려. 금방 모가지 따러 와 줄 테니까.”
다섯 놈이 집기를 발로 차며 밖으로 나갔다.
내가 바보야? 기다리라고 기다리는 놈이 어딨어?
놈들이 나가자, 임 사장이라고 불린 여자가 털썩! 하고 자리에 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괜찮으세요?”
“아, 아니요.”
이 상황에 괜찮은 게 이상한 거지.
내 질문이 잘못됐네.
“우선, 문 잠그고 같이 나가시죠. 여기 있으면, 깡패들이 다시 찾아올 겁니다.”
“아……. 예…….”
휘청거리는 다리가 걷지도 못할 수준이다.
난 그녀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왔다.
차에 태우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말했다.
“댁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이번 경호에 대한 정산은 안정을 찾으시면, 그때 받겠습니다.”
“……네.”
“어디로 가면 될까요?”
“한남동 쪽으로 가 주시면 돼요.”
부촌에 사시네.
이태원 쪽이니 데려다주고 이태원 클럽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와야겠다.
그렇게 생각할 때, 여자가 물었다.
“계속……. 경호 가능한 거죠?”
“물론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거니까요.”
이런 미인은 내가 직접 경호해야지.
“그나저나, 나쁜 놈들이네요. 그쪽도 최근 입출금 내역서와 사투리 쓰는 직원들을 찾았습니까?”
“네? 아니요. 그런 말 없었는데요.”
“……?”
응? 아니라고?
깡패놈들은 왜 간 거야?
“그럼, 왜?”
“저한테 가게 넘기라고 협박하는 거예요. 아버지가 40년간 운영하던 가게거든요. 제가 한정식집으로 바꾸려고 하니까 못하게 막고, 가게를 인수해 가겠다고…….”
“예?!”
뭐야? 그럼, 서울광목파 애들 짓이 아니잖아?
단순히 가게 이권을 뺏어가려는 양아치 새끼들이었어?
순간, 화가 난다.
서울광목파가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야지.
씁……. 아니지. 생각해 보니, 통성명할 시간이 없었구나.
쟤네는 한 대라도 때리려고 하고, 난 피하기에 바빴으니까.
“강북에서 유명한 조폭이라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부터 호시탐탐 우리 가게를 노리고 있어요.”
“조폭요?”
“네. 그 사람들이 하는 말로는 자기들이 강북도끼파라고 하더라고요. 무서운 사람들이니까 조용히 가게 넘기라고…….”
‘강북도끼파’ 애들이었어?
이거 더 화나네.
애써 주먹을 피해 줬던 순간들이 기억난다.
그냥 쥐어패면 될 일이었는데 말이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꾹 눌러 담고 물었다.
“조폭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가게는 왜 안 넘기시는 겁니까?”
“미우나 고우나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거니까요. 전 가게를 팔아도 한정식집으로 바꾸고 팔 거예요. 절대 요정으로는 팔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히스토리가 그려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강북에 유명한 요정을 운영하던 사람이었을 거다.
요정이란 게, 말이 좋아 요정이지 접대하는 장소다.
예전에는 밀실정치의 터전이었고, 여자들이 웃음과 몸을 파는 곳이었다.
이 여자는 그런 과거가 싫은 거다.
요정을 한정식집으로 탈바꿈시켜 운영하거나, 아니면 팔아 버릴 생각이다.
유흥주점 같은 형태로 조폭들한테 넘겨 주면, 아버지가 남긴 추악한 유산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 여잔 그게 죽을 만큼 싫다는 거였다.
“한남동 다 와 가네요.”
“아! 저거 오르막길 위로 올라가 주시면 돼요.”
그녀의 안내를 따라 운전하다, 으리으리한 저택 앞에 차를 세웠다.
임 사장이 차에서 내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건, 제 명함이에요. 연락 주세요.”
“네.”
임유나. 얼굴만큼 이름도 이쁘네.
그녀가 집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저기 임유나 씨.”
“네?”
“가게 문은 어떻게 열죠?”
“예? 그건 왜……?”
“가서 부서진 집기들 수리 맡기려고요. 저희 ‘SA시큐리티’만 해 드리는 특별한 서비스입니다. 하하하.”
특별한 서비스지.
그놈들, 다시 온다고 했거든.
내가 가서 맞이해 줘야지.
아까 못한 통성명도 마저 하고.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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