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9
048화
“아따, 승질나네! 행님. 이거 진짜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예.”
패러다이스 호텔, 카지노 사업에 입찰하기 위해, 난쟁이를 보냈었다.
난쟁이는 성질을 버럭 내며 말문을 이었다.
“카지노 사업권 입찰할라고 강남구청에 갔거든예. 근데, 임마들이 저를 거들떠도 안 봐예. 투자회사라고 밝히고 입찰에 참여하고 싶다! 이래도 없는 사람 취급하더라고예.”
“그래서?”
“마, 싹다 엎어 뿔라다가 윗사람 데리고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지예. 그랑께나 도시계획과장인가 금마가 나오더라고예. 근데, 임마도 똑같아예. 그냥 일정 알려 주고 입찰하려면 하세요. 이란다 아입니꺼.”
한마디로 찬밥 신세를 당했다는 거다.
카지노 사업 같은 경우, 도시계획과에서 전담할 거고 입찰 허가도 거기서 받아야 한다.
카지노가 보통 사업이던가?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호텔 카지노는 사이즈가 놀랄 정도로 컸다.
월 매출 1,000억에서 2,000억 수준.
영업이익도 30% 수준이다.
알짜 중의 알짜가 카지노 사업이란 말이다.
그런 대규모 사업권에 공무원이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깐깐한 심사를 통해, 카지노를 운영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마땅한데,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이런 식으로 응대했다는 거다.
“강남구청은 한통속이라는 말이네.”
“그렇게 보입니더. 주철수가 이미 손 써 놨나 봐예.”
“그래도 입찰은 가능한 거지?”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슴니더.”
“어? 왜?”
“서류 준비할 것들이 많은데, 여기에 패러다이스 호텔 운영자의 허가하고,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장 도장도 받아야 되거든예. 이걸 해 줄지 모르겠으예.”
강남구청도 손 써 놨으니, 패러다이스 호텔과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도 마찬가지일 거다.
문제는 강남구청은 입찰 서류를 받으면 접수해 주지만, 패러다이스 호텔 운영자의 허가와 관광협회장의 도장은 힘들 수도 있다는 거였다.
우리는 단순 투자회사로 참여한다.
무슨 무슨 인베스트먼트라는 이름으로.
그에 반해, 주철수는 이미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어서 커리어가 쌓여 있다.
운영을 해 본 회사와 아닌 회사.
이 차이는 극명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허가를 안 해 줄 수도 있는 거지.’
경력직만 뽑는 회사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당신들은 카지노를 운영해 본 경력이 없으니, 허가해 줄 수 없다! 라고 선언하면, 우리는 곧장 뒤돌아서야 한다.
반박할 말이 없으니까.
“음……. 상황이 안 좋네.”
“안 좋은 것도 문제지만예. 더 큰 문제가 있으예. 이걸 문제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예.”
“뭔데?”
“주철수 금마. 꼴랑 2,000억에 카지노 사업권을 받아 간다 캅니더.”
“뭐? 뭐라고?”
귀를 의심할 수준이다.
고작 2,000억이라고?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월 매출이 1,000억 이상은 나오는 곳이야. 최소 5,000억 이상은 써내야 입찰을 받을까 말까한 카지노 사업권에 고작 2,000억을 써 낸다고?”
“그라니까예. 이기 말이 안 된다입니꺼.”
2,000억에 입찰하는 거면, 구색만 맞추자는 거였다.
다른 카지노 운영 업체에서 2,000억에 이 거대한 사업권을 가지고 간다고 했으면, 말도 안 된다며 구청에서 캔슬을 시켜 버렸겠지만, 주철수는 가능했다.
강남파라는 이름답게 강남에서 그놈이 가지는 힘은 막강했으니까.
내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자, 난쟁이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말했다.
“행님. 우리가 돈으로 후드려패면 되지 않겠슴니꺼?”
“입찰금을 올려서 제출하자는 말이야?”
“그거지예. 점마가 2,000억을 써 냈으니께, 우리는 3,000억 넘게 써 가지고 확 눌러 뿌는 깁니다. 요즘 부해양조 주가도 팍팍 올라가고 있잖아예. 캐시는 든든하니까 못할 것도 아이다입니꺼?”
난쟁이의 말대로 부해양조의 주가는 살아나고 있다.
주류 유통을 막던 동식이파 제압해서 유통이 급격히 늘었고, 지동식이 가지고 숨겨둔 자금으로 부해양조의 주식을 사면서 주가 부양을 견인했다.
2,000원대에 사 뒀던 2,000만주는 어느새 12,000원이 넘어갔고 자산 평가액도 2,400억을 넘기는 중이었다.
거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금을 합치면 충분히 3,000억대를 써 낼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써 낼 수 없을 거야. 패러다이스 호텔하고 카지노 협회장이 승인을 안 해 줄 테니까.”
입찰 자체를 할 수 없게 손을 써 놨을 테다.
안 봐도 비디오다.
주철수는 이미 뒷돈을 먹여 호텔 관계자와 협회장을 자기 사람으로 포섭해뒀을 거다.
“그라면, 우짜면 될까예?”
“어쩌긴. 방법은 하나뿐이지.”
“뭔데예? 기가 막힌 방법이라도 있습니꺼?”
“기가 막힐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방법이지.”
“……?”
“개별 면담.”
“……면담예?”
한 명씩 찾아가서 면담해 봐야지.
난 어렵게 돌아갈 필요 없이 간단한 방법을 택했다.
막힌 길을 뚫는 가장 확실한 방법.
막고 있는 장애물한테 비켜 달라고 하는 거다.
그것도 정중히.
.
.
검은 마스크를 쓰고 한 유흥주점 앞에서 기다렸다.
최고가를 자랑하는 유흥주점. 호텔와 결합된 이곳은 술값으로 천만 원은 그냥 나오는 곳이다.
‘공무원 새끼가 이런 곳을 가.’
첫 면담 상대는 도시계획과장인 문천식.
공무원 연봉이 거기서 거긴데, 이런 유흥주점을 올 수 있을까?
아니. 절대 올 수 없다.
몇 달 치 연봉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유흥주점에 어떻게 오겠어?
당연히 누군가한테 로비를 받고 있는 거겠지.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넘기고 있다.
호텔까지 딸린 유흥주점이라, 뭘 하고 있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나 본데, 그 시간도 이제 끝이다.
“커허허! 잘 놀다 가네.”
호텔 주차장으로 두 사람이 내려왔다.
거나하게 웃어 재끼는 저 인간.
튀어나온 배가 얼마나 처먹었는지 알려 주고 있고, 펑퍼짐한 턱선이 넘치는 욕심을 보여 줬다.
문천식 과장이 손을 흔들자, 정갈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과장님!”
“부탁은 무슨,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개발할 곳이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거길 녹지로 빼 둬서야 되겠나? 내가 도시 개발 쪽으로 잘 처리해 두겠네. 허허.”
“그렇게 해 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하하.”
그러면서 남자가 품 안에 있는 봉투를 꺼내 문천식 과장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자그마한 성의입니다.”
“어허. 이거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구만.”
“깨끗하게 세탁한 겁니다. 저희 회사 성의로 생각하시고 받으시면 됩니다.”
“음……. 공무원이 이러면 안 되는데…….”
지랄하네. 안 되는 걸 아는 놈이 뒷돈 받아 챙기고 있냐?
“도시 개발 건만 처리해주십시오. 그 건만 통과되면, 앞으로도 계속 섭섭지 않게 성의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씨익 웃는 얼굴을 보니, 참……. 낯짝도 두껍다는 생각이 든다.
문천식 도시계획과 과장은 뇌물을 받고, 녹지를 도시 개발이 가능한 지역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게 행정의 큰 구멍 중의 하나다.
녹지로 보호하라고 못 박아 둔 지역도 도시계획과에서 인허가를 내 버리면, 바로 아파트를 올릴 수 있고 상가를 지을 수 있다.
그런 구멍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저 문천식 과장이다.
비리와 뇌물로 얼룩진 부패 공무원.
저 인간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다.
도시 개발이 허가된 곳에 차명으로 상가 같은 걸 분양받거나, 아파트를 분양받아 큰 차익을 남기고 팔아먹을 거다.
그러다가, 목돈 좀 쌓이면 외국으로 이민 가겠지.
자기가 저지른 부정이 들키면, 콩밥 행이 확실하니까 그전에 도망가는 거다.
저런 부패 공무원들은 마치 매뉴얼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런 수순으로 한몫 챙기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근데, 대리운전은 안 불렀나?”
“불렀습니다. 금방 온다고 했는데…….”
이제 내가 나갈 타이밍이다.
대리운전 기사인 척하고 접근하는 거다.
난 곧바로 숨어 있던 기둥에서 몸을 옮기며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대리운전 부르셨죠?”
“야! 왜 이렇게 늦었어?”
정장 차림의 남자가 대뜸 반말부터 한다.
쥐어패 버릴까? 라고 순간 고민했다.
아니다. 대(大)를 위해서 소(小)는 참는다.
“……죄송합니다.”
“여기 차 키. 귀하신 분이다. 조심히 모셔라.”
“……예.”
나도 귀한 사람이다.
차 키를 받아들고 주차된 차로 향했다.
벤츠. 그것도 S클래스다.
공무원이 탈 수 있는 수준의 차가 아니다.
차 값만 억이 넘으니까.
‘출퇴근용 한 대, 외출용 한 대 있나 보네.’
이것도 로비 받은 걸 테다.
출퇴근은 국산차로 하고, 외출할 때는 벤츠를 끌겠지.
아마, 이놈 차고에 가면 더 많은 차가 있을 수도 있다.
여행용으로 SUV나 카라반이 있을 가능성도 다분했다.
털썩.
뒷자리에 앉은 문천식 과장이 몸을 기대며 말했다.
“내비게이션 보면, 집이라고 있어. 거기로 가.”
“…….”
“안 들려?”
“……알겠습니다.”
이것들이 왜 이렇게 혀가 짧지?
직접 혀를 뽑아서 확인해 봐야 하나?
‘출발부터 하자.’
우선, 여기서 멀어지고 생각하자.
진짜 대리운전 기사가 오면, 개별 면담이 무산될 수도 있으니까.
부웅-.
곧장, 차를 출발시키자, 헐레벌떡 뛰어오는 남자가 보였다.
타이밍이 예술이다.
조금만 늦었다면, 이번 면담은 파토 날 뻔했다.
.
.
“응? 여기가 어디야?”
곤히 자다가 깬 문천식이 밖을 보고는 인상을 구겼다.
“길을 잘못 든 거야?”
“아니. 제대로 든 거야.”
한적한 공터.
조용한 이곳이야말로 개별 면담하기에 딱인 곳이지.
난 뒷좌석에 문을 열고 문천식 과장 옆에 앉았다.
“문 과장.”
“……?!”
“강남구청 도시계획과 문천식 과장.”
“너……. 나 알아?”
“잘 몰라. 이제부터 알아가려고.”
“뭐? 이 개새끼가 무슨 헛소리를……. 엌!”
가볍게 옆구리를 쳐 버렸다.
잽으로 친 건데, 많이 아픈가 보네.
그렇게 옆구리를 부여잡고 있으면, 내가 미안하잖아.
“혀가 너무 짧네. 말 좀 길게 하자. 응?”
“이 새끼가……. 으윽! 으악! 으아악!”
손을 들길래, 옆구리를 잡고 꼬집어 버렸다.
꼬집기가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극강의 아픔을 선사한다.
옆구리는 특히나.
“말은 길게. 비속어는 금지. 오케이?”
“으윽…….”
“오케이?!”
“오, 오케이.”
이제야 개별 면담이 가능할 거 같네.
“너 누구……. 아니, 당신은 누굽니까?”
“그건 알 거 없고. 넌 묻는 말에만 답해.”
“…….”
“패러다이스 호텔 카지노 사업 알지?”
“…….”
대답을 안 하네. 또 꼬집혀 봐야 말하려나?
내가 다시 손을 그의 옆구리에 가지고 가자, 놈이 화들짝 놀란다.
“네! 네! 알고 있습니다.”
“네가 허가한 거지?”
“그, 그렇습니다.”
역시, 이놈이 주체네.
“주철수한테 얼마나 받았냐?”
“……?!”
“뭘 놀라고 그래? 주철수한테 뒷돈 받았으니까 허가해 줬겠지. 2,000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입찰금도 승인해 준 걸 테고. 얼마나 받았어? 돈으로 받았어? 아니면, 지분으로?”
문천식 과장이 고개를 틀고 눈치를 본다.
주철수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놈 중의 하나다.
여기서 실토하면, 후에 얼마나 큰 앙금이 뒤따라올지 모른다.
“대답 안 할 거네. 음……. 알겠어.”
그래. 한 번에 말하면 재미없지.
좀 개겨 주라.
나도 오랜만에 스트레스 좀 풀게.
“내리자.”
“……예?”
“내리자고.”
“왜? 왜요?”
“네가 대화할 생각이 없잖아? 대화할 생각 좀 가지게 해 주려고.”
“!!”
누가 봐도 협박이다.
검은 모자에 검은 마스크를 쓴 인간이 한적한 공터에서 내리자는데, 뒤에 펼쳐질 일이 뭔지 모를 사람이 있을까?
문을 열며 놈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리려 할 때였다.
“말……. 말할게요. 뭐든지 전부 말하겠습니다.”
진작 이러지.
“좋아. 이제부터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보자.”
문짝을 닫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챙겨 놓은 녹음기의 레코드 버튼을 지그시 눌렀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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