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50
049화
“그러니까, 주철수한테 현금 10억을 받고 지분으로 5%도 차명으로 받기로 했다? 이거지?”
“그, 그렇습니다.”
옆자리에서 내 눈치를 보던 강남구청, 도시계획과 문천식 과장은 술술 얘기를 풀어나갔다.
“저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주철수 그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놈인데요. 뒷돈을 주면 받아야 됩니다. 억지로라도 허가해 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인간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문천식은 나를 보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주십시오. 당신이 왜 주철수 사업을 막는지 모르겠지만, 패러다이스 호텔 카지노 사업권이 무산되면, 저 죽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무슨 짓을 당할지 모릅니다. 주철수는……. 그런 놈입니다.”
잘 아는구나.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뒷탈이 날 돈을 넙죽넙죽 받아먹었대?
공무원이라면, 공정을 지켜야지.
주철수가 아무한테나 뒷돈을 줄 사람이 아니다.
당신의 구린내가 주철수를 유혹한 걸테고, 주철수는 당연히 구린 너를 이용하려 하는 걸테지.
‘네가 판 무덤이야.’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네가 무덤을 파 놓고 그렇게 보지 마.
“현금 하고 지분이 전부야? 다른 건?”
“예?”
“다른 건 없냐고?”
“…….”
입을 다무는 거 보니까 뭐가 더 있나 보네.
네 얼굴에 욕심이 가득 차 있다.
고작 현금 10억에 지분으로 끝낼 놈이 아니지.
“카지노는……. 그게 전붑니다. 강남구에 나와 있는 카지노 사업권은 패러다이스 호텔 건이 답니다.”
오호. 그렇다는 말은 카지노 말고도 더 있다는 말이네.
난 놈의 눈을 쳐다봤다.
“카지노 말고, 다른 건 뭔데?”
“예? 그, 그건……. 진짜 말씀드리면 안 되는데…….”
뭘, 말하면 안 돼? 이미 말해 놓고는.
이 자식이 사람 애간장을 태우네.
세상에 제일 나쁜 놈이 누군지 아냐?
말하다가 말 끊는 놈이다.
“우리 문천식 과장이 말하기 싫구나. 그래.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예? 정말요?”
난 뒷좌석 문을 여는 척했다.
“내려서 푸닥거리 한 번 하면, 말하고 싶어질 테니까 상관없어. 자. 내려서 몸의 대화 좀 나누자.”
“아! 아닙니다. 말하겠습니다.”
이런 악도 깡도 없는 새끼.
때린 것도 아니고 단순한 협박에도 입이 자동으로 열리네.
“삼성동에 아파트를 재건축할 예정입니다. 오래된 아파트하고 빌라 일대를 싹 밀고 주철수 사장이 시공을 맡아서 아파트를 건설할 겁니다.”
“……?!!”
건설을 벌써 건드린다고?
2005년인데?
내 기억으론 주철수는 2008년 쯤에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손대기 시작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무너진 건설사를 인수하고, 빵빵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만 채의 아파트를 올리며, 부를 쌓았다.
‘회장으로 올라가는 것도 그 무렵이었어.’
아파트로 벌어들인 자금과 각종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바탕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DG그룹을 만드는 게 그때쯤이었다.
그런데, 미래가 바뀌고 있다.
이건 순전히 나라는 변수 때문이다.
주철수의 위험을 감수하고 마약 밀매를 계획을 당긴 것도, 건설업에 빠르게 진출하려 하는 것도, 내가 그의 앞길을 막고 있기에 조급해져서 그런 거다.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이건 좋은 시그널이다.
원래 주철수가 그리고 있던 미래가 막히니, 차선책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에 따른 조급함이 생기는 건 자명한 일.
철두철미한 주철수에게도 빈틈이 생길 거라는 말이다.
“아파트 재건축은 언제 진행할 거지?”
“카지노 사업권을 따내고 몇 달 뒤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시기상으로는 내년 초가 될 거 같습니다. 주철수가 그렇게 지시했거든요.”
놈의 말에 주철수의 계획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카지노 사업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리고 난 후, 아파트 건설업에 뛰어들 거다.
카지노에서 들어오는 든든한 밑천을 바탕으로 시행사를 만들 생각이겠지.
‘가만히 놔둘 수야 있나?’
주철수. 당신의 인생은 나로 인해 가로막힐 거다.
카지노든 아파트든, 네 손에 들어갈 콩고물은 아무것도 없다.
“카지노하고 재건축 아파트 허가는 당신 손에 달린 거네?”
“그……. 그렇습니다.”
“오케이. 알겠어.”
그러면서 난 차에서 내리려 했다.
문천식 과장은 다급하게 내 옷깃을 잡았다.
“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저한테 들은 걸로 도대체 뭘 할 생각인지…….”
“아무것도 안 해.”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당신은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돼. 원래대로 카지노 입찰 진행하고, 아파트 재건축 인허가 내주고. 뒷돈 받은 만큼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야.”
“예?”
“하던 대로 하라고. 살던 대로 살고. 대신에 이건 명심해라.”
난 문천식 과장의 눈을 노려보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주철수한테는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에 대해서도. 오늘 했던 대화에 관해서도.”
“아! 예. 물론입니다.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자세 좋네. 자크 채우고 살고 있어. 아! 이걸 깜빡할 뻔했네.”
주머니에서 핸드폰 하나를 꺼내 놈에게 던졌다.
“전화벨 울리면 3번 내로 받아라.”
“예? 아……. 예! 바로 받겠습니다.”
“이제 말이 좀 통하네. 내가 전화할 때까지 당신은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거야. 평소하고 똑같이. 이해했지?”
“예! 이해했습니다.!”
“그럼, 난 간다. 아! 대리운전 불러서 가라. 음주 운전하면, 주철수보다 내가 먼저 널 죽인다.”
“무, 물론입니다!”
.
.
“엥? 행님. 그냥 오셨다고예?”
사무실로 돌아오자, 난쟁이가 나를 보며 의아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왜 그냥 오십니꺼? 한따까리 하고 오셨으야지예.”
“한따까리 할 필요가 없어서.”
“그게 무슨 말입니꺼?”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며, 난쟁이한테 보여줬다.
“이게 뭡니꺼?”
“보면 몰라? 녹음기지.”
“아니. 그게 아니라예. 금마가 진술한 거 녹음해 봐야 아무짝에 쓸모도 없잖습니꺼? 이거 증거 채택도 안 돼예. 뭐라 카드라. 그……. 폭력에 의한 허위 진술이라 카나? 그런 식으로 밀어붙이 뿌면 나가리라예.”
네 말이 맞아.
경찰이나 법원에서 증거용으로는 절대 쓸 수 없어.
그런데, 다른 곳에는 쓸 수 있지.
“난쟁아. 내가 그것도 모르겠냐?”
“……아시는데 녹음하신 겁니꺼?”
“너무 잘 알아서 녹음했지.”
난 미소를 지었다.
“이건 법적으로 쓸 게 아니거든.”
“그라믄예?”
“협박용으로 쓸 거야. 문천식을 협박하는 용도로.”
“……?”
이해를 못 하네.
아! 아직 영화 내부자들이 나오기 전이구나.
친절하게 설명해 줘야겠군.
“이 녹음기에는 문천식 과장이 주철수 사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허가해 준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그뿐만 아니라, 아파트 재건축 허가도 주철수의 지시로 관여할 거란 내용도 담겨 있지.”
“그래서예?”
“이걸, 주철수가 들으면 어떻게 될까?”
“……!!”
“문천식 과장이 주철수의 계획을 전부 불었다. 이 사실이 주철수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주, 죽겠지예. 주철수가 가만히 있을 인간이 아니니까예.”
“그 사실을 문천식 과장도 알고 있어. 자기가 실토했단 걸 들키면, 주철수의 손에 죽을 거란 걸 말이야. 그래서 이게 협박용이란 거다. 실질적인 허가 도장을 찍어 주는 문천식 과장을 옥죌 카드란 거지.”
“!!”
난쟁이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넌 정말 상상도 못 한 방법인가 보구나.
이거, 내가 살던 시대엔 유명했어.
내가 조승우 배우 팬이기도 해서, 수십 번도 넘게 봤지.
“행님……. 진짜 대단하십니더.”
“훗. 별것도 아닌데 뭘…….”
“완전 똑띠네예. 행님. 완전 똑쟁이라예. 그 좋은 머리로 판검사 같은 거 해도 잘할 거 같습니더.”
몇 년 맘잡고 공부하면 어떻게 도전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러고 싶진 않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음지다.
이곳에서 주철수 같은 악을 처벌하고 정의를 구현해야지.
양지바른 곳에선 제약이 생겨서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거든.
“그라몬, 이 녹음 카드는 언제 쓸 겁니꺼?”
“중요한 순간에. 뭐든 하이라이트가 중요한 거잖아.”
“……?”
“차근차근 알려 주마. 지금은 그거 말고 다른 거에 힘쓰자.”
“다른 거라몬……?”
“더 돈 되는 일.”
카지노 사업은 외국인을 상대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건 장기적으로 좋은 사업은 아니다.
앞으로 터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사드로 인해 발생하는 한한령, 거기에 팬데믹까지.
카지노는 관광업과 직결되어 있고, 관광업을 가로막고 있는 건 부지기수로 많다.
그것보다 확실하고 장기적이며, 돈이 되는 사업을 해야 하지 않겠나?
도시계획과 문천식 과장이 길까지 터준다고 하는데 말이다.
“우린, 재건축 아파트에 집중할 거야.”
“예? 갑자기예?”
카지노 사업에서 건설 사업으로 노선을 틀어서 그런지, 난쟁이가 화들짝 놀랐다.
“카지노도 많이 남는다면서예? 근데, 건설로 눈을 돌릴라꼬예?”
“원래 관광업을 기반으로 하는 건, 특수가 있어. 잘 될 때는 엄청나게 잘 되고, 안 될 때는 바로 적자로 돌아서지. 그런데, 건설은 아니야. 재건축과 신도시 개발은 항상 진행되고 있고, 공공기관 사업도 1년에 수백 건이야. 그것뿐만이 아니지. 건설은 외국에 진출하는 것도 쉽다. 우리나라 건설사 이미지가 외국에서는 먹히거든. 어지간히 어려운 건물도 우리가 뚝딱 만들어 내니까. 호텔 건설, 플랜트 건설, 도시 개발 등등. 할 수 있는 게 차고 넘치는 사업이 바로 건설 사업이야.”
고(故) 정주영 회장이 건설 사업으로 성장한 이유가 이거다.
건설할 곳이 있으면, 뭐라도 올리고 보는 게 우리나라다.
건설업은 꾸준히 성장하는 사업 중의 하나였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나 원자재 상승 등의 변수로 건설업이 타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건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미래.
그때쯤 일감을 줄이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건설 사업의 비전은 알겠는데예……. 카지노는 우짤 낍니꺼? 이대로 주철수가 가져가게 놔둘 끼라예?”
“에이. 그러면 안 되지. 다른 건 다 봐도 그놈 배때기 불리는 건 못 보는데.”
“우짜실라고예?”
“너 이런 말 아냐?”
“……?”
“가질 수 없으면, 부숴 버려라.”
카지노 사업권은 절대적으로 내가 불리하다.
주철수는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노하우가 있고, 패러다이스 호텔 관계자와 한국관광카지노업협회장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 놨다.
이 말은 곧,
‘공정한 입찰로 가도 힘들어진다는 거지.’
높은 입찰금을 적어서 입찰한다고 해도 최종 심의로 가면 내가 불리해진다.
만약 내가 3,000억을 적어 내고 주철수가 2,500억을 적어 내도 카지노 사업권은 주철수의 손아귀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거다.
저놈들이 경영 노하우와 운영 능력을 핑계 삼아, 사업자 적격성 심사에서 떨어트릴 수 있으니까.
이런저런 변수가 산재해 있는데, 굳이 카지노 사업에 혈안이 될 필요는 없지.
대신, 내가 못 가지면, 주철수도 못 가진다.
가질 수 없으면, 부숴 버리면 그만이다.
한마디로.
‘아사리판을 만드는 거지.’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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