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94
093화
관절이 박살 나며 뼈가 제자리에서 탈출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우득-!
“끄아악-!”
“X발! 쏴. 쏴!”
“으아!”
탕! 탕! 탕!
매너티의 다급한 말에 조직원이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총알은 괴한이 방패로 삼은 녀석과 뒤의 벽에만 박힐 뿐, 놈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조준도 안 하고 쏘는데 맞겠냐?”
그렇게 소리친 괴한이 총을 맞아 비명을 지르는 조직원을 발로 뻥 찼다.
후웅-!
“이런 미친!”
부하의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매너티가 욕을 내뱉었다.
발차기한 녀석이,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쏜살같이 날아왔다.
퍽! 우당탕!
“끄윽!”
“썅!”
“스트라이크!”
와해된 갱스터들을 향해 괴한, 라세흠이 몸을 낮추고 팔로 머리를 가린 채 쇄도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던 조직원의 팔꿈치를 주먹으로 쳐 꺾은 뒤, 바닥에서 허우적대던 놈의 다리를 밟고 지나갔다.
“아아악-!”
“악! X발……!”
“막아! 막으라고!”
시끄러운 목소리에 라세흠은 명령을 내리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대머리에 목이 두꺼워 동물을 연상시키는 놈이 다급한 표정으로 총을 드는 게 보였다.
라세흠의 발이 채찍처럼 날아갔다.
“이런 쓸모없는 새…….”
“위험한 거 내려놔라.”
콰작!
비스트 갱의 지부장 매너티는, 자신이 들어 올리던 총이 박살이 난 채 날아가는 걸 바라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보초를 서던 녀석들이 연락을 받지 않아 왠지 불안한 마음에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웬 마스크를 쓴 괴물 하나가 아지트를 휘젓고 있었다.
총도 맞지 않고, 팔다리를 한번 휘두르면 부하들이 우수수 나가떨어졌다.
‘X발! 제이슨이랑 같이 있었다는 놈이 저놈인가?’
매너티는 육수 같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바닥에 떨어진 총이라도 집으려다 움찔했다.
“어?”
오른손이 총과 같이 박살 나 있었다.
“끄에엑-!”
돼지 멱 따는 듯한 비명을 지르는 매너티에게 라세흠이 네이티브한 한국어로 물었다.
“니가 대가리야?”
사실 대답을 들을 생각으로 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냥 형식적으로 물어본 거지.
라세흠은 시뻘게진 매너티의 뒤통수를 발로 찍었다.
쩍-!
“큽.”
철퍼덕.
거의 눈알이 튀어나올 뻔한 매너티가 땅바닥에 개구리처럼 축 늘어졌다.
“앞으로 총 잡긴 힘들 거다.”
싸늘한 미소를 지은 라세흠이 매너티의 반대쪽 손을 망치질하듯이 밟아버렸다.
쾅!
“으, 으아아악-!”
기절했던 매너티가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지르자, 라세흠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머리를 발로 뻥 걷어찼다.
“케겍.”
“하여튼, 약쟁이 새끼들은 다 손모가지를 분질러 놔야 돼.”
라세흠 부장은 복도에 쓰러진 조직원들이 모두 어디 하나 병신이 된 걸 확인한 뒤, 한 곳에 둔 짐을 챙기고 창문을 뛰어넘었다.
탁.
“후.”
그나저나, 주혁이가 우재성이라는 녀석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크게 일을 키울 필요가 있나 싶다.
물론 갱들을 족치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체력 단련을 시킬 때도 어떻게든 덜 구르려고 잔머리를 굴리던 녀석이 그렇게 스카우트해야 할 정도인가 의문이 들었다.
‘쯧. 영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더 굴려야겠어.’
오랜만에 화약 냄새를 맡으니 몸에서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자꾸 솟아났다.
아무래도 오늘 훈련은 어제보다 빡세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라세흠은 무전기를 들었다.
***
그 시각, 새벽의 한국.
휴업 명패를 내건 풍원한정식 담장 바깥에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뒤로 젖혔던 의자를 세우고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오늘도 안 열었군.’
최근 이주혁과 만남이 잦던 풍원한정식의 임유나 사장.
그녀와 대화해 보면 무언가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왔지만, 어디 휴가라도 갔는지 가게 문은 아직도 닫혀 있었다.
서해결 검사는 피로한 눈을 문지르며 차를 움직였다.
낮에는 검사 업무도 하고 있기에, 이제 슬슬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때, 서해결 검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한결아. 무슨 일이야?”
강남경찰서 형사지원팀 팀장이자 서해결 검사의 동생, 서한결이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말했다.
-어. 말한 사람 찾아봤어. 어후,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잠들어 버렸네. 미안.
“아니야. 피곤할 텐데 고맙다. 뭐 특이사항 같은 거 있어?”
-특이사항……. 일단 부친, 모친 둘 다 사망했고, 학창 시절은 통영에서 보냈어. 그리고 스무 살 때 상경해서 입대했는데, 특수부대 나왔더라고.
“특수부대? 어디 말인데.”
-707.
서해결 검사는 깜짝 놀랐다.
707특수임무대.
과거 사령관 경호를 목적으로 창설된 조직이었지만, 정세가 안정화되며 현재는 대테러나 직접타격 등의 임무를 맡고 있는 부대다.
-이야……. 나도 해병대 나와서 나름 자부심이 있는 편인데 707이라니. 거기가 그렇게 빡세다는 소문이 있던데.
“어쩐지 분위기가 일반인은 아니다 했더니.”
이주혁의 눈빛이나 몸이 보통이 아닌 것은 아마 고도의 훈련과 실전을 겪었기 때문이리라.
-형. 근데 특수부대 출신은 의심할 필요 없지 않을까?
“음.”
물론 특수부대 출신이니만큼 국가에 대한 충성심 같은 게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군인이라고 모두 그런 게 아닐뿐더러, 개인의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건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일단 알겠다. 문서는 내 집으로 보내 줘. 고맙다.”
-나중에 밥이나 사. 비싼 걸로.
그 말에 서해결 검사가 피식 웃었다.
“알았어. 고생해라.”
뚝.
서해결 검사는 전화를 끊고 중앙지검으로 향했다.
오늘은 신계구역 재개발 폭력 사태로 잡혀 들어온 조폭들의 재판이 있는 날이었다.
사무실로 가면 이주혁의 출국 기록을 좀 알아봐야겠다.
국내에 없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다.
서해결 검사가 운전대를 꽉 잡으며 중얼거렸다.
“이주혁, 임유나…….”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
빅 조지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를 밑바닥 마약상에서 거대한 갱의 보스 자리까지 올려준 본능이 계속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우재성을 경호하던 그 동양인 용병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말이다.
‘뭐지? 뭐가 잘못된 거지?’
빅 조지가 있는 곳에도 수십 명의 무장한 부하가 있고, 주변에도 지부를 둬서 탄탄한 카르텔을 만들었다.
그딴 용병 하나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X발! 그런데 이 불안함은 뭐냐고!’
항상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던 본능이지만, 이번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용병들에게 갱이 궤멸당하고 총 맞아 죽기라도 한단 말인가?
달달달.
‘방탄복은 이미 입고 있고, 헬멧이라도 쓰고 다녀야 하나?’
빅 조지가 그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때, 바깥에서 부하 하나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보, 보스! 보스!”
“무슨 일이야?”
“뉴필드 지부가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뭐?”
안 그래도 싱숭생숭한 마음에 짜증이 나고 있었는데, 고작 연락 한번 안 받았다고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 보니 화가 치밀어올랐다.
“새끼야. 매너티 그놈이 자리 비우는 게 한두 번이야? 기다리면 알아서 다시 전화 오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던 빅 조지를 부하가 다시 불렀다.
“보스! 그렇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뭔데 이 새끼야! 답답하지 굴지 말고 제대로 말을 해!”
이런 모자란 놈을 봤나.
별일 아니면 그냥 쏴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빅 조지는 부하의 설명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부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빅 조지의 심장을 철렁하게 했다.
“롱힐 브룩, 러셀 스트리트, 야콥스, 파인, 버클리……. 미들타운 안의 모든 지부가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X발……. 뭐?”
***
유나 씨의 별장.
나는 다 같이 저녁 식사를 마친 팀원들을 아침에 회의를 진행했던 거실에 다시 불러 모았다.
“근데 주혁아. 어차피 이렇게 다 때려 부술 거였으면 굳이 정보를 흘리고 할 필요가 있었던 거냐?”
털썩 주저앉은 라세흠 부장이 귓가를 긁적거리며 물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시간은 좀 걸려도 어떻게든 무력으로 저지할 수는 있으니까.
다만 그렇게 할 경우 문제가 있다.
“부수기만 하면, 뿌리를 뽑을 수가 없거든요.”
“음?”
아지트에 쳐들어가서 다 족치는 게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러면 ‘비스트 갱’은 사라지지 않고, 또 같은 짓을 반복하겠지.
마약 팔고, 사람 팔고, 여자 팔고.
우재성 같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갱단에 의해 고통에 시달릴 사람들이 나올 게 분명히 나올 거다.
“그냥 지나가다 보이는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수거함에 넣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에서 하던 게 스케일이 좀 커진 거네?”
“그렇죠. 근데 뭐, 지금부터는 크게 위험할 일 없을 겁니다.”
“왜?”
“해결 방법을 하나 생각해놨거든요. 이건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고…….”
나는 축 처져 있는 우재성을 돌아봤다.
“고생하셨습니다. 우재성 씨.”
“아, 예…….”
“체력 키워 놓길 잘했죠?”
우재성이 날 노려봤다.
오늘 내가 고안한 ‘우재성이 나타났다’ 작전 때문인 건지, 아주 눈에 독기가 서려 있네.
“진정하시죠. 그래도 잘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또 할 일은 없겠죠?”
“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하……. 보호해 주신다면서 작전에 투입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그 작전이 무엇이냐.
미국인들이 동양인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걸 이용한 거다.
게다가 말단 놈들은 우재성을 직접 본 적도 없을뿐더러, 우재성이 워낙 자신의 얼굴을 잘 공개하지 않기도 했거든.
그리고 원래 사람은 남들의 말에 쉽게 휩쓸리는 법이다.
‘괜히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지.’
세 명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구라를 치면 다들 속아 넘어가듯, 거짓 정보를 풀어 ‘제이슨이 나타났다!’라고 이야기를 퍼뜨린다.
그럼 워낙 윗선의 압박으로 시달리던 놈들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바로 보고를 때릴 테고, 이내 우르르 몰려나와 아지트를 비우겠지.
튀어나온 놈들은 싹 다 정리하고, 아지트에 몇 남지 않은 것들도 치운 뒤에 연락 수단을 없애 보고를 최대한 늦춘다.
놈들이 훈련된 병력이라면 이런 건 통하지 않았을 거다.
“어차피 그런 애송이들은 다 저희가 통제 가능합니다.”
“그렇지. 총만 가지고 있다고 다가 아니니까.”
구역별로 인원을 나눈 뒤 미리 파악해 놓은 주변의 지리를 이용해 놈들을 유인해 처리했다.
팀원들이 평소에는 가볍고 생각 없어 보이는 녀석들이지만, 실전에는 누구보다 강한 놈들이니까.
애초에 이 정도 재능도 없는 녀석들은 전역까지 버티지도 못하고 떨어져 나갔거든.
“하…….”
피곤한 얼굴의 우재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래서, 이 일은 어떻게 마무리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보스는 처리할 겁니다.”
그 말에 우재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죽인다는 겁니까? 그동안은 안 그랬잖습니까? 일부러 갱들을 불구로만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몇 명 정도면 조용히 처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 많은 조직원 모두를 제거하는 건 자칫하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밑바닥 인생들이라도, 미국인이 한국인인 우리와 엮여서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외교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미간을 좁힌 채 고민하던 우재성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입을 뗐다.
“저도 해결 방법이 하나 떠올랐는데……, 혹시 처음부터 이걸 상정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처음부터는 아니고 중간부터 떠올린 거긴 하다.
어쨌든, 나는 이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놈들을 치워 버릴 생각이다.
미국에서는 보석과 가석방이 한국보다 쉽다.
특히 갱들은 바깥의 갱단원들이 편안한 감방 생활을 도와주기도 하고, 동료를 밀고해 형을 줄이기도 한다.
이런 놈들이 감옥에 갔다 와서도 잘 먹고 잘살게 둘 순 없는 일.
“대신, 처리는 저희가 확실히 할 생각입니다.”
“어떻게 말이죠?”
뭘 당연한 걸 물으시나.
“다시는 나쁜 짓 못 하게 만들어 줘야죠.”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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