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140
140 ? 해와 달 그리고 칼 #5
“….”
“….”
나와 히폴리테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2층에서 들려올지 모르는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무척 긴장되기 시작하고 내 심장소리가 너무 커져서 시끄러울 정도로 느껴지는 이 상황.
내가 살면서 이렇게까지 긴장해 본 적이 또 언제였을까.
초등학생 시절, 학원을 빼먹고 아버지 몰래 PC방에 갔다가 들켰을 때?
중학생 시절, 아버지 몰래 집 전화로 소액 결제를 해서 다음 달 전화비가 왕창 나오게 되었을 때?
모르겠다.
그때도 긴장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정말 온몸에서 핏기가 싹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
그렇게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정말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 않고 있기를 몇 분. 다행히 위쪽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소리도 느껴지지 않았다.
“후-.”
그동안 참고 있던 숨을 몰아 내쉰 나. 나쁜 짓을 하려고 하니까 이렇게나 심장이 벌렁거리고 온몸에 식은땀이 난다.
“…감히, 감히 소리를 지르다니. 깨문다고 했을 텐데요.”
그 뒤에는 나를 이러한 함정에 빠트리려고 하는 히폴리테에 대한 분노가 정말 하늘을 찌르는 것처럼 솟아났다. 이 여자는 지금 내가 겨우 얻은 삶을 망가뜨리려고 하고 있다.
비버가 열심히 지은 댐을, 부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어떠한 비버 사육사도 이렇게 대놓고 이뤄 놓은 걸 부수려고 하지는 않겠지.
“그, 그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네, 네가 나를 때리지 않았나. 그, 그게….”
“조용, 조용히 하십쇼.”
나는 횡설수설하는 히폴리테의 앞섬을 위로 치켜 올렸다.
출렁.
그러자 신축성 있는 옷에 가리고 눌려져 있던 풍만한 가슴이 마치 터져 오르는 것처럼 튀어 올랐다. 바닥에 누워있음에도 중력에 거스르지 않는 탄력성이라니.
“으, 흐으으….”
“…깨물 겁니다.”
나는 히폴리테의 몸 위에 포개지듯 엎드린 다음에 그대로 그 말랑한 두 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약간 알싸한 느낌의 땀 내음이 코끝이 화악 퍼지고, 그 음란한 암컷 내음에 취한 나는 의외로 핑크색인 젖꼭지를 입술로 확 물어버린다.
“아앗, 앙…! 읍-.”
그 낯선 자극에 소리를 지를 것처럼 입을 헤 벌린 히폴리테였다만, 그녀는 곧 위층에 있을 루나를 생각한 것인지 입을 다문다.
“으, 으읏-.”
아무리 당당한 히폴리테라고 하더라도 치정극 같은 것으로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진다면, 평판이 깎일지도 모르고 제법 많은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것일 테지.
나는 숨과 소리를 참는 여자의 가슴을 계속해서 입술로 쓰다듬고, 또 이빨로 살살 깨물어봤다.
히폴리테의 젖꼭지는 약간 함몰된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혓바닥과 입술로 굴려서 자극을 주니까 점점 딱딱하게 일어나는 것이 퍽 재미가 있다.
“응, 흐으, 아아, 핫, 하앙, 아….”
그리고 혓바닥으로 이 발딱 선 젖꼭지를 살살 간지럽힐 때마다 움찔움찔한 날 것 그대로의 반응이 느껴져서 정말 더 없이 흥분이 되었다.
가슴.
커다란 가슴이라니.
이렇게나 커다란 가슴은 루나에게는 없는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나 발칙한 가슴이 루나에게 달려 있지 않고, 이 못된 히폴리테에게 붙어 있는 것일까. 깐프 녀석도 가슴은 제법 컸었지.
어쩌면 인성 착함과 가슴의 크기는 반비례하는 게 아닐까?
못된 가슴.
이, 이, 남자를 유혹하는 가슴.
나는 화를 풀기 위해 커다란 가슴을 손바닥으로 꽈악 붙잡아봤다. 여자의 가슴은 여러 신경들이 몰려있어서 상당히 예민한 곳. 그런 곳을 이렇게 우악스럽게 붙잡는다니.
루나에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짓.
하지만 나는 지금 괘씸한 히폴리테에게 벌을 주는 입장이고, 또 히폴리테는 튼튼한 여전사니까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크으, 으읏-!”
그에 히폴리테는 소리를 참음과 동시에 자신의 허리를 허공으로 붕 뛰었다. 곧 파르르, 파르르하고 경련하는 허벅지와 엉덩이.
“히폴리테 님, 혹시 지금, 가버린 겁니까?”
“누, 누가아아, 그, 흐으, 네, 네 손길 따위.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자위쟁이 주제에, 이상한 곳에서 자존심을 다 세우시네요. 혹시 다른 남자들에게도 이렇게 행동하는 겁니까?”
“그, 나, 나를 뭘로 보고…! 그런 적 없다. 스틱스 강에도 맹세할 수 있다.”
다른 남자의 언급에 정말 화가 난 것처럼 발끈한 히폴리테. 방금까지 내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으르렁거림에 나는 이 여자가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임을 다시금 자각하게 됐다. 시바, 깝치다가 죽는 줄 알았다.
“크흠, 으흠, 그렇군요. 그럼 저한테만 그러신다는 건데. 왜, 대체 왜 저를 못살게 구시는 겁니까.”
“뭐, 내가, 너를 못살게 굴어…?”
“자꾸 자는데 만지고. 루나와의 관계에 금이 가도록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나, 남자들은 여자를 범할 생각으로 머릿속이 잔뜩 차 올라있는 거 아닌가…? 여자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히폴리테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남성관은 조금 어긋나 있는 듯하다. 남자를 소문으로만 배운 걸까.
처녀단의 수장으로 여자들하고만 어울려 지내다 보니 그릇된 성편견을 지니게 된 것이 분명하다.
남자라고 해서 여자를 따먹을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닌가?
생각해보니 여자를 따먹을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근데, 그래도 아닐 때는 또 아닌 것이다.
남자도 생물인지라 자신과 관계를 가질 상대 정도는 정할 수 있는 기호가 있고 권리가 있다.
왜냐하면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단순히 성적인 욕구를 발산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와 서로가 가진 삶이 교차한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관계(關係)라고 표현하는 것이겠지.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놈들도 있을 텐데. 나는 적어도 그렇게 여겼다. 한 번 관계를 갖게 된다면, 맺기 전과는 같은 시절로 돌아갈 수가 없다.
“남자라고 아무 여자나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그, 그런….”
내 말에 히폴리테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숨을 들이켰다. 그러더니, 화가 난 사람처럼 잔뜩 인상을 구기고 볼을 부풀리기 시작한다.
사람이 볼을 부풀린다니.
이런 모습은 진짜 태어나서 처음 봤다.
대체 뭐지? 별의 요정 커비인가?
너무 당황해서 헛된 생각까지 마구 머릿속에 번질 즈음.
주르륵.
구겨진 히폴리테의 눈가에서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히폴리테가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왜, 왜 나는 안 돼.”
“뭐, 뭐가요.”
“어째서 이렇게 패배감을 느껴야만 하는 거지? 나, 나는 골드 티어의 모험가야. 내가 원하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그, 그게 갑자기 왜….”
“근데 왜, 그 웃기는 분홍머리 여자애한테는 전사로서도, 여자로서도 다 져야 한다는 거지? 이해가 안 돼. 진짜 이해할 수가 없어.”
평소 딱딱한 말투로 근엄을 유지하는 히폴리테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감정에 얼룩져 있는 목소리였다. 어쩐지 말투도 조금 변한 것 같다.
“하, 진짜. 너무 억울해. 이렇게까지 억울한 싸움은 처음이야. 하물며, 이런 야만인한테. 내가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한다니….”
“저기….”
나는 히폴리테가 내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사실 믿기지가 않았다. 애초에, 내가 이 세상에 와 있는 것도 믿기지 않지만 아무튼 요즘은 놀라운 일들 투성이 뿐이다.
그래서 정말 말도 안 되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묻는다.
“혹시, 저, 그게 저를 좋아 하십니까…?”
으아, 시바. 내가 지금 대체 뭘 묻는 거냐.
순진한 남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여자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기 위해 말을 걸어온다거나.
어쩌다 서로의 몸이 닿게 된다면 ‘이 여자 혹시 나를 좋아하나?’라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그런데, 대학에 다니던 시절 나를 좋아하는 줄로만 알고 있던 여자애가 다른 남자와 사귄다는 걸 알게 된 뒤로 내 착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내게 말을 걸어준다고 호감이 있다는 건 아니구나-라는 걸 절절히 깨달았다. 그 뒤로 그런 오해 같은 건 하지 않게 되었다고 자부할 수가 있었는데.
히폴리테는 단순히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조금 과했다.
그럼 이건 솔직히 조금 의심해 볼 정도는 되지 않나?
그래서 나는 다시금 용기를 내어 물어보기로 했다.
“호, 혹시 제게 마음이 있으십니까…?”
스윽.
그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히폴리테.
“…너는 좀 전까지만 해도 시민권도 없는 야만인. 깊은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브론즈 티어. 나, 나는 영웅 히폴리테야. 내가 널 좋아한다고?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
“…흐, 듣고 보니, 그렇군요.”
역시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히폴리테의 말대로 나와 히폴리테라는 사람에게는 격이라고 불러야 할지 계급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것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나는 뒷골목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
그녀는 밀림을 호령하는 호랑이.
그 정도 느낌이겠지. 애초에 종족 자체가 다르다.
역시 이번에도 내 착각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던 때에.
“그런데, 그런데 나도 어째서 네게만 이렇게 구차해지는지 모르겠어. 알게 된지 한 달 채 안 됐는데. 대체 뭐지? 왜 날 못살게 구는 거지?”
히폴리테가 나를 향해 오히려 질문을 해온다.
“제, 제가 못살게 군다는 겁니까?”
“그래, 어서 내게 사과해라.”
“그….”
갑자기 뭘 사과 하라는 겨. 근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가슴 큰 미녀를 앞에 두고 있으니, 왠지 내가 엄청 큰 잘못을 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죄송합니다….”
“…됐어. 빈정 상했다. …그냥 갈래. 이제 나와 아는 척 하지 마라. 나도 너를 기억에서 지울 테니까, 너도 나를 모르는 척 해.”
히폴리테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1층의 출입문을 잡기 위해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까지 한다. 근데, 그녀의 바지고 상의고 모두 벗겨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인데.
이대로 바깥에 나가면 그건 그것대로 더 커다란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닐까? 물론 그녀는 강하니까, 부랑자들에게 덮쳐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소문이 퍼져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무척 심각한 눈으로 바라보며 우물쭈물 거릴 때였다.
스윽.
문고리에 잡았던 손을 땐 히폴리테.
그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잔뜩 화가 난 것처럼 표정도 굳어 있다.
뭐지? 갑자기 생각해보니 화가 치솟은 건가? 뺨이라도 얻어맞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스르륵.
그녀가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는 두 손바닥을 앞으로 공손히 모은 채 고개를 숙여 절까지 하는 게 아닌가? 시바 뭐지!? 나는 진심으로 존나 당황스러웠다.
히폴리테가 말한다.
“…그게, 바, 방금 한 말은 잊어줘. 역시 안 되겠어…. 내 실수다. 나랑 아는 척 해줘….”
이랬다저랬다 하는 히폴리테라니. 나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추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너, 너희 사마리안들은 부탁을 할 때 이렇게 엎드린다고 하지. 나도, 나도 부탁을 할게….”
이게 그 망가에서나 보던 알몸 도게자인가 뭔가인가. 그걸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 정말 굉장하다. 여러모로 웅장해진다.
나는 자존심도 무엇도 다 버린 채 엎드린 이 여자로부터 과연 무슨 부탁이 나올지 긴장이 됐다.
“부탁이라면, 무엇을…?”
“너와, 녹스도티의 사이가 돈독한 건 알겠어. 둘 사이에 내가 끼어들기가 힘들다는 것도. 그러니까, 많은 걸 바라지는 않을게. 하룻밤, 하룻밤이라도 좋으니, 내가 승리자로 남을 수 있게 해줘….”
“하룻밤 말씀이십니까…?”
“그, 그래. 녹스도티는 순결 서약을 맺었으니까. 아직, 너와 그, 서, 성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겠지. 녀석보다 먼저, 먼저 너와 한다면…. 내 승리가 아닐까…?”
그런 의미로 따져 봐도 여러모로 패배가 확정되어 진 것 같은데. 히폴리테가 워낙 진지해 보였기 때문에 나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저, 그게….”
“오늘만…. 도, 돈이 필요하다면 너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
히폴리테가 내게 전 재산을 준다고? 골드 티어 모험가의 전 재산이라니. 나는 그 말도 안 되는 금액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전 재산 말입니까?”
“그, 그래. 주식을 하느라 날려서, 얼마 없긴 하다만. 5골드, 5골드는 큰돈이야…. 빚을 갚아야 해서, 그것 이상의 돈은 없어….”
“아니, 주식을…, 빚이….”
방금 여러모로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들은 기분이었다.
나는 어째서 히폴리테의 집이 상급 모험가 치고는 상당히 비좁은 것인지, 그녀가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어떻게, 안 될까…? 보, 보증과 담보를 잡으면 5골드 정도는 더 해서 10골드 정도까지는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후-.”
“도, 돈은 좀 그렇지? 네가 불법 매음굴의 매춘부도 아니고. 그, 그럼 다른 건 어때. 내가 네 검술의 지도를 해준다거나…. 오러를 사용할 수 있게 옆에서 맞춤 지도를….”
히폴리테의 횡설수설함이 더욱 커져만 간다.
원래 이 여자가 이런 사람이었나?
아니, 오늘의 히폴리테는 평소보다 조금 들뜬 구석이 있다.
나는 혹시나 싶은 심정으로 히폴리테에게 다가가 그 손목을 붙들었다. 그러자 디링-하는 효과음과 함께 여러 글자들이 떠오르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글자들은 전에 보았던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름 : 히폴리테 헤븐싱어 Lv. 44 3
완력 : 15 1
민첩 : 15 1
체력 : 14 1
기벽 : 불운한 금전운》 표리부동》 불행한 애정전선》
상태 : 피의 저주》 달빛 알러지》 민감한 피부》 대공황》』
141회
*해와 달 그리고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