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200
200 ? 핫산의 비즈니스 #3
삐걱, 삐걱.
나무 바닥을 밟을 때마다 불안한 소리가 여실히 퍼진다.
실제로 나무 바닥 여기저기에는 구멍이 뚫린 것을 판자로 대강 보수해 놓은 듯한 흔적이 가득했다.
목재들의 상태는 습기와 벌레들에 좀먹은 느낌으로 우중충하기 짝이 없고, 이따금씩 열려 있는 문틈으로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
이건 값싼 모텔 수준도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종종 애용하는 님프 날개의 여관과 다르게 이 님프 눈동자여관은 님프라는 이름만 같을 뿐이지, 관리 수준이나 정도 자체가 다른 듯했다.
님프 날개의 여관이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떠드는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마치 그냥 살아가고 있을 뿐인 사람들이 마지못해 도달하는 장소 같아 보인다.
이걸 뭐라고 표현하는 게 좋지.
고시원의 미개한 중세 버전?
그래 딱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여관 안에서 목을 메달아 자살하려고 했던 케롤드라는 녀석의 수준도 대강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
도둑질을 하다, 아이언 티어의 모험가로 막 데뷔한 생계형 하위 모험가-.
“여기 이 방이오.”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등불을 들고 있던 여관 주인이 어느 방문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204 호
2층.
그리고 계단으로부터 4번째에 위치한 방이기 때문인지 204호인가. 닫힌 문은 좀 낡긴 해도 평범해 보인다.
달그락, 달칵.
곧 품속에서 열쇠 꾸러미를 찾아 문을 여는 여관 주인. 곧 덜컥-하고 잠금쇠가 풀리는 소리가 난다. 그와 동시에 어깨를 크게 떤 주인장이 말했다.
“후, 난 여기까지요. 안으로는 도저히 못 들어갈 것 같으니, 알아서 하쇼.”
그는 감히 문을 열어 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열쇠는 나중에 반납해주고. 난, 난 이만 내려가 보겠소. 손님이 올 지도 모르고. 또 밖에서 키우는 고양이들 먹이 주러-.”
심지어는 변명처럼 횡설수설 거리며 자신이 왔던 길로 횡설수설 내려가 버린다.
이 뒤에 뭐가 있기에 이렇게 두려워하는 거지?
나는 순간 소방관들이 꺼려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방치된 자살자에 대한 신고를 받아 출동하는 것이라는 걸 들었던 사실을 떠올려 봤다.
어쩌면 이 뒤에도 스벌 그런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도 조금 망설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사마리안이라고 불리는 야만인, 그리고 제법 이름 높이고 있는 루키를 표방하고 있는 모험가. 이런 것에 겁을 먹는다면 비웃음거리가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열심히 고생하고 있을 루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용기를 북돋기로 했다. 루나는 지금 시간에도 일을 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나도 언제까지고 겁만 낼 수는 없다.
그리하여 결국 문고리에 손을 얹은 나는 그것을 돌리며 벌컥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안쪽에 보이는 것은 대낮임에도 무척이나 어두워서, 사실 뭐 보인다고 할 게 없었다.
커튼이 쳐져 있기 때문일까?
완전한 어둠에 잠긴 방.
한 여름에도 서늘한 냉기가 감돌고 있는 게 꼭 그 남작의 암막 별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렇다. 이런 느낌이 어디서 났지 싶어서 살짝 고민되었는데 꼭 그 별장과 비슷했다.
선뜻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느낌.
물론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구역질나는 장면 같은 것은 없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하면 다행이었다.
그래서 나는 후-하고 숨을 잠깐 고른 뒤에 방 안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나의 손이 향하는 것은 저기 방 깊숙이 쳐져 있는 커튼. 저것을 펼쳐서 방을 좀 밝게 만들면 나아지겠지 싶었으니까.
달그락, 데구르르.
그런 내 발 치에 이것저것 걸리며 부딪혀서 조금 거슬리긴 했다만 나는 문제없이 커튼에 손을 뻗을 수가 있었다.
촤아악-.
이윽고 그것을 옆으로 치워내자 밝은 광명이 들어오며 방안을 밝게 만든다.
불안한 암전 속에서 비춰 들어오는 한 줄기 광명이라는 것은 상당히 안정감을 주는 구석이 있었다.
어째서 많은 종교들이 광명과 빛 같은 것을 최상위로 쳐주는 지 확연히 느껴지는 기분.
“오우, 쉣-.”
물론 어두워져 있던 것이 밝게 드러났을 때, 더욱 기이한 것들도 있는 법이긴 했다. 나는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광경에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미간이 좁혀졌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당연하게도 사방을 채우고 있는 나무 벽들이었다.
복도와 마찬가지로 벌레 먹고 습기를 먹어 우중충해진 그 벽들에는 날카로운 것으로 후벼 파낸 것처럼 온갖 글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다만 그것은 내가 알아보기 힘들만큼 악필이었기 때문에 무어라 말하고 있는 지는 이해할 길이 없다.
애초에 온 벽에다 글자들을 파낼 정도의 사람이면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하기 때문이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테지.
어쨌든 몹시도 불쾌해지는 것은 확실했다. 과연, 이렇게 꺼림직한 방이면 종교나 미신 같은 것에 예민한 이 세상 사람들이야 별로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아하겠지.
물론 정말 용담 넘치는 사마리안 전사라면 이런 것쯤이야 신경 쓰지 않겠지?
“별 거 없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 중얼거린 뒤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게 제법 효과가 있던 것인지 불안하게 구겨져 있던 내 미간도 조금은 힘을 풀 수가 있었다.
스윽.
비로소 나는 이 방 안을 한 눈에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내가 발견한 것은, 바로 바닥에 굴러다니던 기이한 목상들이다. 어둠 속에서 내가 발로 찬 것들이 저것인 걸까?
그 크기는 내 손바닥 사이즈보다 살짝 클까 싶을 정도.
그 수는 총 일곱 정도 인데 두 개는 제법 세밀한 묘사가 되어 있고 나머지는 그저 사람의 형태를 띄어가고 있는 상황일 뿐이다.
케롤드라는 녀석이 조각한 것인가? 왜 조각을 하다 말았지?
규칙성 없는 물건들이라 이게 뭘 의미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혹시 더 쓸 만한 것이 있나 찾아보던 나는 침대 밑에서 고양인지 뭔지가 먹다 남긴 것 같은 쥐 뼈만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정말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시벌, 뭐여.”
정보와 단서가 이렇게 없다니. 이래서야 허탕인데. 그래서 나는 어쩌면 좋을지 침대에 앉아 조금 고민하다가, 방금 발견했던 쥐 뼈를 보고는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스윽.
나는 그 말라비틀어진 쥐 뼈를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녀석의 몸이 기이한 움직임으로 달그락거리며 마침내 공허한 머리통에 푸른 안광을 빛낸다.
이렇게 작은 짐승의 사체를 되살리는 것 정도면, 일어나라는 주문도 없이 손짓 하나면 끝이다.
검술 실력은 존나게 늘지 않는데, 이상하게 강령술의 숙련도만 빠르게 성장하는 기분.
무엇이든 성장한다는 것이 좋기는 하다만, 너무 강령술에 빠지면 나도 사교도로 몰려 토벌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달그락, 달각.
아무튼 내 손짓에 일어난 뼈 쥐는 이윽고 내 발을 타고 올라와 내 손바닥 위에 안착했다.
“케롤드라는 남자가 여기 어딘가에 물건을 숨겨놓거나 했을 수가 있는데. 좀 찾아 봐.”
달각.
그러자 어딘가로 분주히 움직이는 뼈 쥐. 녀석은 곧 침대 위,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포와 짚단을 적당하게 말아 만든 베개에 몸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그 틈새 같은 것에 몸을 비집고는 바둥바둥 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녀석이 힘들어 하는 것 같기에 꼬리뼈 부분을 잡고 쭉 잡아당기니, 이윽고 녀석의 입에 넓적한 무언가가 물려 나왔다.
수첩?
그것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수첩 같았다.
“이것 말고는 더 없냐?”
달각, 달각.
“그래, 그럼 상을 주마.”
포상으로 녀석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은 뒤에.
“이제 자라.”
달그락-.
강령술을 해제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녀석이 무척 편하게 영면에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뼈 쥐가 아니라 이 수첩이다.
어쩌면 고블린들의 왕과 이 자가 발견했다는 비밀 던전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그것을 펼쳐 본 나는, 일단 삐뚤빼뚤한 글씨에 학을 뗄 수밖에 없었다.
글씨 진짜 너무 못쓰네.
그런데, 이렇게 깔끔한 목상을 조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악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아마 정신이 없을 때 작성한 문서라 보면 되겠지.
그것을 겨우 어떻게 해독하게 된 나는 천천히 그 내용물을 읽어봤다.
그러나 군데군데 찢어진 부분도 있고 알아볼 수 없는 부분도 많아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페이지는 몇 없었다.
서쪽의 버려진 성소 터는 사실 돈 될 만한 게 없다. 잡초와 무더기 뿐. 그런 곳에서 대체 돈 벌이를 어떻게 찾으라는 건지. 잡화점을 터는 게 더 돈이 될 텐데.
이 십새끼, 거기에 얼마나 많은 약초와 바퀴벌들이 날아다니는 데. 남의 돈 훔쳐서 편하게 먹고 살았던 새끼라 그런가, 돈 벌 줄을 모른다.
어느 날, 바위 틈새에서 구멍을 발견했다. 토끼굴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공간과 깊이는 제법 넓어 보인다. 나는 오랜 도둑 생활의 감으로, 이 안에 나름 보물이 될 만한 것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가 있었다.
바위 틈새에 구멍? 토끼굴?
나는 빠르게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펄럭-.
내가 그 안에서 본 것은 고블린이었다. 고블린. 정말 많은 수의 고블린. 어디서 튀어나오는 지 모를 그들은, 지옥의 문이라도 열린 것처럼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온다.
오, 고블린.
드디어 쓸만한 정보가 나왔다.
물론 고블린들의 눈을 속이고 깊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수가 많기는 해도, 지옥의 끄나풀들은 대체로 머리가 나쁘니까. 그리하여 계속해서 깊은 안으로 들어가던 내가 발견한 것은 뼈로 만들어진 웅대한 의자. 그리고 그 위에 앉은 거대한. 거대한 고블린.
거대한 고블린-!
시발, 역시 내 예상대로 고블린 킹은 거다이맥스 고블린이 맞는 모양이다.
거대한 고블린이라니. 그럼 그놈의 머리통도 존나 크겠지. 그런 걸 들고 가면 나는 단박에 명성치를 높일 수가 있을 거다.
그래서 다음 장에 뭐라 적혀 있는지 페이지를 넘겨봤는데. 이미 찢어져서 그 다음 이야기는 유실 된 것 같았다.
겨우 읽을 수 있을 부분을 찾아냈을 때에는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봤다. 일곱의 재앙이 기어 올라오는 미래. 지옥에서 나고 자란 그들은 악마다. 그들은 나라는 인간이 쌓아 놓은 모든 것을 비웃고, 조소했다. 아직도 내 귓가에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전능하신 메르큐리여, 이 고난을 내게서 거두어 가시기를-.
뭔지는 몰라도 남자가 확연히 겁에 질려 있다는 건 알 수가 있다.
일곱의 재앙이 기어 올라오는 미래에, 뭐 어쩌구 악마라니. 혹시 저 바닥에 놓여 있는 목상과 관련이 있는 걸까. 지금 내게 주어진 정보로는 그것 외에 상상할 길이 없다.
다음 페이지를 넘겨도.
다음 페이지를 넘겨도 전능하신 메르큐리여, 이 일을 내게서 거두어 가시기를-.이라는 문구만이 반복될 뿐.
뒤쪽으로 넘길수록 점점 글씨라고 부를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도통 알아볼 수가 없다.
나는 순간, 이 방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저 흉터 자국 또한 메르큐리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신의 이름을 방 안에 가득 채워 넣다니. 부적 같은 것이라도 삼고 싶었던 걸까?
두려움과 패닉에 떨며 신의 이름을 벽에 새겨 넣는 남자의 모습이 재생되는 것처럼 눈앞에 그려진다. 다만, 썩 좋은 장면은 아닌 듯했다.
“수첩은 내가 잘 쓰겠수다.”
이제 이곳에 볼일이 없다고 나는 수첩과 완성되어 있는 목상 두 개를 챙겨 허리춤에 멘 파우치에 잘 집어넣었다.
토끼굴처럼 생긴 입구라.
바위 틈새에 토끼굴.
한나절 정도 돌아다니다 보면 찾지 못할 것도 없을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바깥으로 나온 뒤에 주저 없이 소도모라의 서쪽 문을 향했다. 고블린들이 가득가득 밀려 나온다는 던전을 혼자서 공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는데.
그렇다고 다른 모험가들의 손을 빌렸다간 오롯이 나에게 집중되어야 할 인식이 분산될 수 있다.
만약 히폴리테같은 거물 모험가에 도와 달라 손을 뻗는다면, 명성을 쌓는 것은 히폴리테가 될 것이고 나는 이몽룡 옆에 방자 정도밖에 안 되는 취급을 받겠지.
그렇다면 당연히 선택해야하는 것은 솔로잉이다.
물론, 내가 하려는 것을 딱히 솔로잉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지만.
케겍-!
크엑-!
나는 어김없이 나를 반기는 고블린 새끼들 두 마리의 머리통을 건틀릿으로 붙잡아 으스러뜨린 다음에, 놈들을 나의 부하인 푸른 안광의 망자들로 되살려 냈다.
“너희들, 혹시 고블린들의 왕에 대해 아냐?”
달각, 달각.
혹시나 해서 물어 봤는데, 녀석들은 아는 게 없다는 것처럼 턱만을 달싹였다. 살짝 기대하긴 했는데, 역시 스벌 본 판이 고블린이라 멍청한 모양이다.
“그럼 바위 틈새에 토끼굴을 찾아. 샅샅이 뒤져라. 도중에 만난 고블린들의 사체는 내게 가져오고, 사람들이 보이면 숨어. 그럼 가라-.”
파스스슥.
내 명령이 끝남과 동시에 두 마리의 언데드가 자세를 낮추고는 빠른 속도로 모습을 감췄다.
이것이-.
이것이 나의 솔플 방식.
그리하여 얼마 뒤에 정찰을 나갔던 녀석들이 돌아 왔을 때.
달칵, 달각.
“발견했다고?”
달칵.
“씁, 좋아, 잘했다.”
나는 내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쾌재를 부를 수가 있었다.
내가 이렇게나 일처리를 잘할 수가 있었다니?
신문 새끼, 딱 대고 있어라.
기사 들어간다-!
[작품후기]어느덧 200편을 달성햇습니닷…!!! 오늘 2연참을 하면 199편에서 끝이 나서 애매하니까 ㅠㅠ..
결국…제 피와 같은 세이브 원고를 떼어냈습니닷…
살을 깎은… 3연참…!!!!
돌봐주시는 성좌…아니 독좌님들께서 글도비 미츄리에게 쿠폰과 추천, 댓글이라는 힘을 좀 넣어 주시는 겁니닷 ㅠㅠ….
201회
핫산의 비즈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