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28
028 ?
“히요옹, 이요옹!”
그렇게 한동안 루나의 괴상한 울음 소리를 듣고 있을 때였다.
“누가 나를 부르는가 했더니, 형제였었구만!”
내 뒤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보니 고깔모자가 보여서, 혹시 뒷담을 들은 마녀가 따라온 건가하고 1초간 정적에 휩싸였다가, 그 밑으로 보이는 커다란 코에 되려 화가 났다.
“시발, 깜빡이 키고 나와 새끼야.”
“깜빡이가 뭔가? 아무튼, 나를 찾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기에 혹시나 했네만. 이거 참 만남의 신인 메르큐리 님께서 우리들을 굽어 살피시는 모양일세!”
딱, 딱-.
악사 말코는 자신의 손에 들린 괴상한 틀니 같은 것을 부딪혀 소리를 냈다.
“아, 이건 저번에 고블린 놈들 때문에 고장 난 리라 대신 들고 있는 카스타뇨라네. 이렇게 두드리면 안쪽에 파인 홈에서 소리가-.”
“안 물어 봤어, 새끼야. 그보다 누가 널 불렀다는 거냐? 여긴 어쩐 일이야.”
“흰둥이를 찾지 않았나? 내 어렸을 적 별명이 바로 흰둥-.”
말코가 무어라 설명을 할 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나가 먼저 선수를 쳐 말을 끊는다.
“흰둥이는 고양이야.”
“고양이? 나는 형제와 자매가 내 지하 공연을 보러 온 줄 알고 있었네만.”
“코쟁이, 네가 지하에서 공연을 한다고?”
“코쟁이가 아니라 말코라네. 나는 매주 노상을 비롯한 지하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네. 그때 술자리에서 말해주지 않았나.”
“그랬나?”
루나가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살짝 미간을 좁혔다. 나에게 기억나는 것이 있냐 물어보는 듯한데, 그날의 기억 자체가 통째로 가물가물해진 지금은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보아하니 기억들 못하고 있군 그래. 혹시 고양이를 찾아 지하도를 내려가려 하는 것인 겐가? 나를 보러 오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그거 참 운명 같은 만남일세!”
몇 번 보지 않았지만, 이 말코 녀석은 뭐만 하면 운명을 갖다 붙이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물론 거리의 악사라는 놈들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악사나 음유시인이라는 것은 운명이니 비극이니, 여기저기 미사여구를 갖다 붙일 만큼 감수성이 풍부한 놈들이 하는 거니까.
좋게 말하면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것보다 예술을 택한 사람들이고.
나쁘게 말하면 현실 감각 부족한 불쌍한 영혼들이라고 해도 좋다.
“코쟁아, 너 여기 지하도에서 공연한다고 했잖아. 그럼 이곳 길도 잘 알고 있겠네?”
“그렇다네, 자매여. 혹시 안내가 필요 한가? 보아하니 고양이를 찾는 의뢰를 하고 있는 모양이지?”
코쟁이 악사 말코는 생각보다 눈치가 좋은 녀석이었다. 험난한 세상을 악기 하나 들고 살아가는 녀석이니 사실 눈치가 없는 게 더 이상할 테지.
이 녀석도 전투에 관해서는 도통 쓸모없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일행 자체의 숫자가 불어난다는 것 자체는 어딘가 나름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전투나 병법 따위가 발달하지 못한 이 세상에서 숫자는 곧 가장 강한 위력이 되니까.
하지만 이 녀석이 무리에 끼게 되면 돈을 이 녀석 몫까지 또 나눠야 할 텐데.
이미 1실버라는 돈을 의뢰의 선자금으로 썼기 때문에 타산적인 생각으로 뒤통수가 근질근질 해진다. 이걸 어쩌면 좋지.
“코쟁이, 네 몫은 없을 텐데 괜찮아?”
“하, 자매여, 이 말코를 겨우 돈에 움직이는 그런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겐가?”
“응.”
“과연, 이데오페의 딸은 사람을 보는 안목이 무척 뛰어나군! 돈이 최고지. 메르큐리님께서 정해주신 법도에 의거하여 길잡이 비용은 의뢰금의 1할만 받도록 하겠네.”
1할? 1할에 인력 한 명 분을 더 늘릴 수 있으면 개이득이 아닐까.
“말코, 이 어중간하게 타락한 예술가 새끼. 좋아, 1할이다. 가자.”
“예술가? 형제여, 지금 이 말코를 예술가라고 칭해준 건가? 딴따라니 광대니 이런 저런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이토록 가슴 떨리는 울림은 처음이라네! 좋아, 함께 갑세!”
그렇게 우리는 지하의 구멍 안으로 천천히 몸을 들이밀었다.
사다리를 다 내려오자 어둡고 축축한 바닥과, 주먹만큼 커다란 쥐새끼들이 붉은 눈동자를 빛내는 게 가장 먼저 보였다.
화르륵-.
횃불을 켰음에도 쥐새끼들은 도망치려하는 내색도 없이 이곳을 빤히 들여다보는 바람에 등 뒤로 소름이 쭉 내달릴 정도였다.
찍-찍찍.
교양 시간에 세계사를 들었던 나는 중세의 쥐새끼들이 온갖 병균을 옮기는 십새끼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경계심이 들게 된다.
제대로 된 의학 약품도 없는 이 세상에서 쥐에게 물렸다간 어떤 꼴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쥐다, 쥐. 귀여워라.”
하지만 루나는 그딴 것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쥐들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자 몇 마리 쥐가 루나의 손바닥 위에 올라와 얼굴을 비비는 게 아닌가?
“야이, 시발! 그거 내려 놔!”
“왜? 귀엽잖아. 쥐들은 녹스님의 사자들이라고 하는데.”
“시발, 아무튼! 좀, 내려 놔! 더럽잖아!”
“흠-.”
내 신경질적인 외침에 루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마지못해 쥐들을 다시 시궁창의 바닥에 풀어주었다.
찍직.
병균이니, 바이러스니 하는 것이 헛소리로 치부되는 이 세상에서 내 행동은 유난 떠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쥐새끼들은 용납할 수 없다.
내가 노예였던 시절 저 새끼들에게 물려 고생했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도 이가 갈릴 만큼 빡치니까.
“흠, 사마리안들은 쥐를 무서워하는구나. 의외네.”
“자매여,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쯤은 하나씩 있기 마련이지. 저 위대한 영웅 아킬레스도 쥐에게 뒤꿈치를 물려 죽지 않았나.”
“하긴 그랬지. 그보다 쥐가 많긴 많다. 이데오페 수렁에서도 이 정도로 쥐가 많지는 않았는데.”
루나는 사방에서 찍찍거리는 쥐떼들을 보며 몹시 들뜬 것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그에 자신의 악기를 딱-하고 부딪히는 악사 말코.
“소도모라의 시궁창 쥐떼에는 재미난 사연이 있지. 오랜 옛날, 피리 부는 악사 한 명이 피리 소리로 쥐떼를 몰아-.”
“아무튼 출발한다.”
“그럼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해줌세.”
나는 쓸데없는 잡담이 길어질 것을 염려하여 일단 발걸음을 옮기도록 했다. 사방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벌써 우의가 젖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온갖 더러운 것이 흐르는 하수도답게 역한 냄새도 나고, 쥐들도 잔뜩 있는 것이 이런 곳에 있다간 건강한 나라도 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쥐가 많으니, 고양이 한 마리쯤 숨어 들어도 이상하진 않겠군 그래. 그래서 묻겠네만, 그 흰둥이라는 고양이는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는 겐가?”
말코의 물음에 나는 마녀로부터 들었던 그 외모를 떠올렸다.
“털이 온통 하얗다는데. 그냥 딱 보면 알 수 있을 거라더라.”
“하얀 털의 고양이. 확실히 이 소도모라에서는 보기 힘든 종이지. 이 말코만 믿으시게. 금방 찾을 수 있을 걸세.”
*
그렇게 말코와 우리는 축축하고 음습한 지하도를 계속해서 해맸다. 하지만 하얀 터럭의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아서 작업은 영 진행이 되질 않는다.
애초에 넓은 도시에서 고양이를 찾으라니.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을 넘겨 내일이, 혹은 내일 모레부터 그 다음 날까지 일이 계속 이어질지 모른다.
그래도 일이 길어지면 추가 의뢰금을 준다고 했었으니까-.
추가금을 믿고 그저 묵묵하게 다리를 옮길 뿐.
맡은 의뢰를 실패하거나 포기했다간 실버 티어까지 모험가 등급을 올리려는 내 의지에 반한다.
“히오옹.”
“자매여, 고양이 소리를 내는 것에 탁월한 재주가 있군, 그래.”
“당연하지. 이데오페 부두술사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동물 흉내거든. 만물과 교감을 해야하니까. 서로의 울음소리로 영혼의 대화를 나누는 거야.”
내 심각한 상황을 알고 있긴 하는 것인지 잡담을 나누는 루나와 말코.
이는 흡사 대학 교양 시간의 조별과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때도 급한 것은 조장 한 명뿐으로 나머지는 다 이런 식으로 껄렁껄렁이었지.
“아무튼 계속 해보세나.”
“이요오옹-.”
시발.
그렇게 괴상한 고양이 소리를 들으며 한참 걷고 있을 때였다.
카르르륵-.
“시발 뭐여? 너희도 들었냐?”
하수가 막힌 것인지 부패한 쓰레기와 쥐들의 사체가 떠올라 있는 저 안쪽 구석에서, 루나가 내는 것과 비슷할 정도의 괴상한 소리가 들려와 나는 걸음을 멈춰 섰다.
“너희도 들었어? 뭐라고 해야하나.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지는 소리가 났는데.”
“못 들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루나.
그 옆에 서 있는 말코도 “형제여, 환청을 들은 겐가? 그때 만졌던 석상으로 저주를 받은 게 아닌가?”하고 내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듯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
이상하다, 분명 들은 것 같은데.
“핫산, 혹시 내가 낸 소리 착각한 거 아냐?”
“아냐, 느낌이 달라. 날 것의 소리였어.”
카르륵!
“지, 진짜네? 뭐, 뭔가 저기서 소리를 냈어!”
다시금 명확하게 들려온 소리에 나를 의심하고 있던 루나도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른다.
“와, 진짜 고양이가 내 말을 알아 들었나 봐! 내 부두술의 경지가 오른 것 같아!”
시발, 저딴 괴상한 흉내에 진짜 고양이가 반응하다니. 나는 이 세상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잘못된 것인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꼬이는 듯했다.
하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일에 힌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 그래서 소리가 들려온 그 안쪽을 향해 걸음을 뗄 때였다.
“형제여, 저 안쪽은…. 아무래도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네만.”
지금까지 떠들고 자기 혼자 흥에 취해 노래까지 불러재끼던 말코가 본 적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붙들고 만류해왔다.
“왜? 그게 무슨 소리냐?”
“호, 혹시 괴물이라도 있어?”
“아니, 그냥 더럽지 않은가. 저 안쪽은 부랑자들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냄새가 역해서 말이네.”
아, 난 또 뭐라고. 새끼, 겨우 그거 말하는데 폼은 존나게 잡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무척 옳은 말이다. 말코 놈은 생각보다 위생적이고 똑똑한 걸까. 내 마음속 말코의 위생도를 올려주도록 한다.
그 옆에서 코를 킁킁거리는 루나.
“난 별 냄새 안 나는 것 같은데.”
당장 코가 비뚤어질 만큼 역한 냄새가 나고 있었는데, 루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였다. 미각 뿐만 아니라 후각도 맛이 갔는지 모르겠다, 불쌍한 녀석.
“자매의 후각은 아주 경이로울 정도의 수준일세.”
“어렸을 적부터 단련했거든! 어지간한 냄새는 신경도 안 써. 아, 그보다 좋은 게 있는데.”
루나는 별안간 우의 안쪽으로 자신의 손을 집어넣는 가 싶더니 자그마한 조개껍데기 하나를 꺼냈다.
“멘테 기름인데, 코 밑에 찍어두면 어지간한 냄새는 못 느낄 거야.”
그리고는 조개껍데기 안에 들은 하얗고 걸죽한 액체 같은 것을 손가락에 찍어 나와 말코의 인중 사이에 잔뜩 발라주기까지 한다.
싸아아-.
무척 시원하다고 해야 할지, 따갑고 맵다고 해야 할지 모를 감각이 콧속을 통해 뇌를 후벼파는 듯했다.
급식을 먹던 시절, 벌칙 게임으로 코 밑에 치약을 발라야 했던 것이 떠오른다고 해야 하나. 실제로 그것과 딱 똑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괴롭긴 하지만, 역한 하수구 냄새를 맡는 것보다야 이게 낫다.
“그어에엑, 주, 죽을 것 같네! 멘테 향이라니!”
“새끼, 엄살 좀 피우지 마라. 아무튼, 저 안으로 가본다.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다들 조심하고-.”
파티장으로서 간략한 주의를 준 뒤 나도 언제든 검을 뽑아들 마음을 다잡았을 그 때.
찌직, 찌지직.
저 안쪽으로부터 검은 파도 같은 것이 밀려오는 것이 보여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했다. 그것은 쥐떼였다. 그야말로 쥐들이 뭉쳐 살아 움직이는 파도처럼 보일 정도의 쥐떼.
“이런, 시발! 뭐야!”
“이곳 쥐들은 멘테향을 좋아한단 말일세! 지상에서 파는 멘테향 맥주 찌꺼기가 이곳으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지!”
“야, 시발 그런 건 일찍 말해줬어야지!”
쥐들은 순식간에 나와 루나, 그리고 말코를 둘러쌌다.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바 버튼을 마구 연타하는 것처럼 사방에서 풀쩍풀쩍 뛰어 올라 우리들의 몸 위에 올라타 발톱과 이빨을 박아 넣기 시작한다.
“이런 시발! 좆같은 쥐새끼들!”
나는 횃불과 칼을 한 손에 각각 쥐고 사방으로 뒤흔들며 쥐들을 위협했다. 삼도류의 핫산, 그 위용을 보여줄 차례가 온 것이다.
“도깨비 참수다 이 새끼야!”
스겅-.
“하세기!”
찍찍!
하지만 이 자그마한 악마의 피조물새끼들은 인간의 날붙이 따위야 무섭지도 않다는 것처럼 내 몸을 잔뜩 뒤엎어 그 자그마한 이빨로 내 우의를 갉아먹어댔다.
시발, 방금 산 10쿠퍼짜리 우의가 쥐들의 한 끼 식사로 날아가 버린다고?
“내, 내가 처리해 볼게! 찍 찍찍! 찍찍!”
“야, 뭐해!”
“쥐소리! 내, 내가 영혼 교감의 부두술로 쥐들을 설득해 볼거야! 악, 아악! 얘, 얘들아 우리는 친구야! 찌, 찍!”
“지랄하지 말고 빨리 뭐든 휘둘러!”
하지만 검은 파도는 그야말로 무자비한 강도 떼 그 자체였다. 이대로 가다간 옷뿐만 아니라 상처를 입고 2실버 이상의 치료비가 들지 모르는 일.
때문에 “안 되겠다, 도망치자!”라는 말이 목구멍 언저리에서 아른아른 거리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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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들려온 나긋한 음률에 쥐들의 움직임이 정지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일제히 멈췄다.
[작품후기]엑스트라누렁이 님, Vurgil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외에 원고료 쿠폰을 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드려오옹29회
네메아의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