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428
431 보물 창고 #3
광산의 입구에서 우리는 잠깐 멈춰 섰다.
고오오오-.
마치 거인의 입처럼 뻥 뚫린 입구. 그 안으로 보이는 컴컴한 통로들이 제법 으스스하고 위협적이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히폴리테가 말했다.
“버려진 갱도로군. 소도모라의 주변에는, 이렇게 버려진 광산과 갱도들이 많다. 그 안은 자연스럽게 마물들이나 산적, 야수 따위의 둥지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의 모래를 슥-훑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한줌 쥐어 손가락으로 슥슥 문질러보기까지 했는데. 그러한 행위에서 한 가지 답을 도출한 듯했다.
“역시 이 안 쪽에도 마물이 있는 것 같군.”
조심해서 나쁠 것 없겠지.
슥슥-.
그렇게 진입 전에 멈춰선 일행은 일단 주변을 살폈다.
저물어가는 노을.
산길에 오를 때 까지만 하더라도 평범한 겨울산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기이한 갱도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니, 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꼭 수상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메테리올이 만들어준 창촉의 끝이 이곳을 가리키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이 갱도의 안쪽 어딘가에 플루토 사제들이 만들어 놓은 창고가 있다는 소리겠지.
사실 히폴리테 말대로 소도모라 주변에는 폐광이나 광산 등이 제법 많았다.
애초에 도시 소도모라는 플루토 신앙을 키우며 광석을 캐는 것으로 부를 축적했으니까 당연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활발하게 유지되었던 광산업은 사교도 색출과 함께 저물어, 이렇게 으스스한 폐광만을 남기게 된 것이리라. 소도모라 역시 지저분할 뿐인 도시로 영락해버렸고.
“그럼, 대강 쉬었으면 이제 들어갑시다. 패러노이, 발광석으로 입구부터 가는 길마다 놔서 일정한 간격으로 길 좀 표시해 줘.”
“알겠습니닷…! 폐광 안은 복잡할 수 있으니, 길을 표시하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입니닷…! ”
“그럼 나머지는-.”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맡은 바 역할을 잘 하겠지.
우리 파티는 도합 200에 가까운 레벨이니까, 사실 이런 광산에서 우리를 위협할 만한 새끼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후-.
나는 작은 심호흡을 한 뒤에 폐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우리들의 발소리가 사방의 벽들에 부딪혀 귓가에 생생히 울린다.
“라이트-.”
내가 유일하게 자신 있어 하는 발광 마법을 손에 띄우자, 어두운 갱도가 제법 환하게 밝혀졌다.
주변으로 폐광을 지지하고 있는 나무 기둥이나 못, 철사 따위가 튀어나와 있는 게 보인다.
낡긴 했지만, 그래도 갱도가 무너진다거나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핫산, 저거 봐…!”
내 옆에서 조용히 잘 걷고 있던 루나가 내 팔을 톡톡 두드린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천정 부분을 가리키기까지 했는데, 대체 뭐가 있어서 그런가 싶었더니 까만 것들이 갱도의 천정에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뭐여, 스벌 박쥐잖아.”
“감기 박쥐야…! 깨우지 않게 조심하자…! 물리면, 감기가 걸린 것처럼 열이 오르고 기침이 나다가 심하면 죽을 수도 있거든…!”
“그렇구만.”
이 가이아 대륙에서 감기는 사실 존나 위험한 질병 중에 하나였다.
변변한 의학적 지식이 없는 세상에, 전염도 되고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질병이니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무시무시한 질병을 옮기는 박쥐라니.
아주 십새끼구만.
덕분에 우리는 루나의 말대로 박쥐들이 일어나지 않게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더욱 깊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짐승의 해골과 뼈 무더기 같은 것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 뼈들을 달각 달각 만져본 루나가 말 한다.
“이거 샤벨 호랑이 뼈야-! 여기 봐, 송곳니가 엄청 길잖아. 여기에 이렇게 널브러져 있을 만한 재료가 아닌데. 이 송곳니 하나에 2실버는 넘거든.”
“짐승이나 마물이 먹다 버린 뼈인 모양입니닷…!”
루나의 말에 따르면 샤벨 호랑이의 토벌 등급은 동 등급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녀석을 일방적으로 포식할 만한 괴물이 이 안에 있다는 뜻은, 우리 또한 예상치 못했던 위험에 맞딱드릴 수 있다는 소리.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무기를 발도하고 자세를 낮춘 채 걸음의 속도를 천천히 낮췄다.
스륵-. 스륵-.
우우우웅-.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갈 때마다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창촉의 진동은 더욱 커진다. 여기에 플루토 사제들의 비밀 창고가 있는 것은 확실.
그렇게 갱도의 끝 부분을 향해 한참 다가가고 있을 때.
“이게 뭐냐-.”
나는 입에서 제법 얼빠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보이 것은 거대한 철판의 문이었다. 마치 핵전쟁의 벙커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두껍고 튼튼한 철판.
문제는 그것이 날카롭고 강렬한 무언가에 공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다섯줄의 흉터를 선명히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흉터를 슬쩍 매만져 본 히폴리테가 말했다.
“이게 창고의 문인 모양이지. 하지만, 찢어졌군. 발톱에 긁힌 것 같은데 말이야. 아주 처참히 찢어졌다.”
“누가 안으로 먼저 들어간 모양입니닷…!”
우우웅-.
창촉을 연결한 목걸이가 이 찢겨나간 쇠문에 달라붙을 것처럼 공명하는 걸 보니, 히폴리테의 말대로 이 문이야 말로 창고의 문인 것 같았다.
내 생각이지만, 아마 다른 누군가에게 발각되어 강압적인 침입을 허용했던 모양이다.
하긴 뭐, 스벌 만들어진 지 20년도 더 됐으니 유능한 트레져 헌터들이 이것을 발견해 뚫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겠지. 어쩌면 보물들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나는 내가 했던 걱정이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와, 스벌 굉장하네.”
철문의 안쪽에 있는 것은 많은 선반들.
그리고 그 위에 놓여 있는 것은 낡은 골동품과 같은 물건들이었다. 그것을 슬쩍 만져 본 히폴리테가 말 했다.
“신전에서 사용했던 유물이로군. 제사 도구나 성수를 담는 그릇 같은 것들이지. 과연, 신전에서 쓰였던 물건들을 옮겨 놓은 창고구나.”
그에 몹시도 신이 난 것처럼 루나가 묻는다.
“그럼 비싼가? 비싸게 팔 수 있겠지?”
“플루토 신도들의 물건이니, 팔기는 힘들 거다. 사교의 물건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죄가 될 수 있으니까.”
그렇구만.
이 많은 유물들을 팔지 못한다는 건 좀 아쉬웠다.
“앗…! 핫산 님, 여기 금화 상자가 있는 것입니닷…!”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패러노이의 목소리에 금방 들뜬 흥분으로 대체되었다.
패러노이의 말대로 바닥에는 금화가 잔뜩 들어 있는 상자가 있었다.
세상에, 박스에 잔뜩 쌓여 있는 금화들이라니, 스벌 너무 대단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기 때문에 나는 거의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시발, 나는 부자다-!”
금화를 들어올려 잘랑, 잘랑-하고 흔들어보는 나.
황금의 신을 자청하고 있는 나인만큼, 그 흔들리는 소리만으로 궤짝에 들려 있는 금화가 몇 개 인지 알 수 있었다.
“뭐야, 시부럴. 금화가 아니잖어 이거.”
“핫산, 그게 무슨 소리야? 금화가 아니라니-!”
“봐봐.”
루나의 말에 나는 위쪽을 가린 금화를 스륵 치워봤는데. 상자의 윗부분만 금화 몇 장으로 덮여있을 뿐, 그 아래는 전부 쿠퍼짜리 동화였다.
이 시벌, 어떤 새끼가 이런 장난질을.
누군지는 몰라도 날 갖고 놀다니, 만나면 죽인다, 십새끼.
내가 그런 분노를 다짐하고 있을 때, 금화에서 시선을 돌린 엘프리데나 히폴리테는 먼지가 가득 쌓인 골동품들을 보며 자신들 나름대로의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이것 봐. 적사자들의 모피로 만들어진 망토로군. 적사자들은 모두 남획당해 멸종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물건이 여기 있을 줄이야-.”
자신의 어깨에 망토를 슬쩍 가져다 대 보는 히폴리테.
“질기고 튼튼하고, 불이 붙질 않아서 마법사들을 상대하는 데에 유용한 방어구가 된다고 하지. 멋지군.”
그런 히폴리테의 옆으로는 엘프리데 또한 장신구 상자 같은 것을 열어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 따위를 끼어보고 있었다.
“오팔 반지네. 오팔은 루비의 불꽃, 자수정의 어둠, 에메랄드의 바다가 합쳐져 있다는데. 마력을 좀 더 세밀하게 조정 할 수 있어지려나-.”
다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하나씩 주머니에 챙기는 듯했다. 그때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 금화 궤짝의 슬픔에 주저앉아 있다간 급식 시간에 너무 늦게 가서, 맛있는 반찬이 이미 다 동나버린 슬픔만이 내 가슴에 남을지도 모른다.
“쉣…! 보물창고 탐방이다-!”
우리는 파밍을 시작했다.
여기저기 선반 위에 올려져 있는 물건을 줍고 이리저리 대보기만 하면 될 뿐이라서 이보다 더 쉬운 파밍이 존재할 수가 없다.
스벌.
해골 열쇠를 얻기 위해 왕도에서 이런저런 고생을 하고, 또 그 열쇠의 쓰임새를 알아보기 위해 메테리올을 잘 구슬려냈던 것이 보답 받는 기분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 파밍을 계속했다.
루나가 마음에 들어한 것은 붉은 빛의 돌 단검.
“멋지다-. 밤의 주술이 서려 있어-! 나는, 이거 하나면 충분할 거 같아. 이게 최고야. 이거 말고는 볼 것도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돌 단검에 새겨져 있는 기이한 글자 같은 것이 루나의 마음을 아주 쏙 빼앗은 듯했다.
그렇게 루나는 붉은 적석 단검을.
히폴리테는 처음에 봤었던 적사자의 망토를.
엘프리데는 오팔의 반지를 비롯한 각양의 보석을 담은 반지들을 손에 넣었다.
그녀들은 또 다른 물건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는데, 나는 무언가 하나 잊고 있는 게 아닌가 기시감이 들었다.
“지금 이런 걸 뒤적이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여기서 플루토의 미궁으로 향할 수 있는 보물 같은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것을 깨달은 나는 금화나 보석 같은 것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온갖 잡동사니처럼 보이는 유물과 그릇들을 뒤적이며 열쇠 혹은 나침반 혹은 지도 비슷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딱히 그럴 듯 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조금 더 여유를 들여서 찾아야 하나?
그렇게 미간을 살짝 좁히고 있던 그때.
르르르르르-.
무언가 거대한 덩치를 가진 것이 갱도를 쿵쿵 울리며 우리가 있는 이 텅빈 보물 창고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쿵, 쿵-.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동이라고 할 만한 것은 더욱 가까워졌는데. 마침내 우리는 등불의 아래, 부서진 철문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짐승을 한 마리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저거-.”
그것을 보고 가장 먼저 소리친 것은 루나.
“저거 곰이야-!”
그런데 루나가 굳이 소리치지 않아도, 저것이 곰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척 봐도 흉포하게 생긴 검붉은 터럭의 짐승이었으니까.
저 녀석이 샤벨 호랑이인지 뭔지를 잔뜩 포식한 이 갱도의 주인인 것이겠지. 이 무수한 유물들 사이에 간간히 섞인 터럭들도 저 녀석의 것일 게 분명했다.
이 창고는 이 녀석의 집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루아아아-!
그리고 당연하게도 녀석은 자신의 집을 침입해온 우리가 맘에 안 드는 듯했다.
녀석은 네 개나 되는 앞발을 높이 들어 올리며 우리를 향해 쇄도해오듯 덤벼왔는데.
그것이 꼭 화물 트럭이 비좁은 직선의 길을 덤벼오는 것처럼 위압감이 있었다.
“고로나 베어야-! 저, 저 녀석은 은 등급 마수인데!”
루나의 말에 따르면 저 녀석의 토벌 레벨은 은 등급. 과연, 어지간한 모험가 따위야 저 네 개의 앞발에 뜯겨지고 박살나 흩어지겠지.
물론 글로리아와 싸웠던 내게 녀석의 돌진은 그다지 위협적이질 못했다.
“어딜 새끼야-!”
나는 그대로 곰의 몸통을 향해 역으로 덤벼들었다. 파밍을 방해당한 분노를 담은 나의 몸통 박치기. 마침내 나의 지옥 철산고가 곰의 몸통을 들이받고-.
콰아앙-!
그오오옹-!
그것을 맞은 곰은 제법 끔찍하고 커다란 비명소리를 냄과 동시에 벽에 박혀 축 늘어지고 만다.
단박에 절명한 것이다. 내 어깨와 충돌해 갈비뼈가 아작 나는 느낌이 생생했으니, 살아있는 것이 더 이상하겠지.
구우우우우우-.
문제는 나의 몸통 박치기가 너무 강했던 것인지 갱도의 천정에서 먼지들이 풀썩 떨어져 내렸다는 것.
우르르르-.
“이거 전부 무너지는 거 아니겠지?”
금방이라도 천장과 벽들이 무너질 것처럼 불안한 소리를 냈는데, 나에게는 곰보다 갱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사실 쪽이 더욱 두려웠다.
구우우우우-.
다만 몇 번의 불안한 흔들림 끝에 폐광의 안은 다시금 정적에 잠겼다. 그때서야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고로나 베어의 시체도 얻었네…! 님프들 입을 가죽 모자랑, 가죽 목도리로 만들면 좋겠다-.”
스릉-.
단검을 꺼내들고 방금 내가 막 죽인 곰의 시체를 갈무리하려는 루나. 바로 그때 비걱-비걱하고 흔들리며 불안한 소리를 내고 있던 천정의 등불이 툭 끊어져 떨어졌다.
“으익-!”
그리고 그것을 머리에 맞은 패러노이가 비명을 지른다.
“감히 물건 주제에, 저 패러노이의 머리를 때리다니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닷…! 아주 님프 혐오적인 등불인 것입니닷…!”
패러노이는 화풀이를 하려는 것처럼 등불을 텅-하고 발로 찼는데. 그것이 패러노이의 발에 맞아 빙글빙글 돌다 꺼져버린 그 순간.
나는 기묘한 점 하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잠깐, 방금 뭔가 이상하지 않았어?”
[작품후기]검은달곰 님!!! 길재핀 님!!! 카이라오스 님!!! Ceta 님!!! 옆집김씨 님!!! 또 왕 후원쿠폰을 보내주신 Gaiuz 님!!! 후원쿠폰 정말 감사합니닷…!!!
원고료 쿠폰을 보내주신 분들도 많이 계십니닷…!!!
많은 분들이 추천과 응원을 보내주신 덕에, 추위에 약한 님프들을 비롯해 이데오페의 소녀들이 무사히 겨울을 날 잠자리와 뗄감을 손에 넣은 것입니닷…!!!
따뜻한 몸과 마음을 갖게 된 소녀들이, 그 따뜻한 열기를 세상에 베풀어 지구 온난화에 일조를 하게 될 것입니닷…!!!
8-10 minutes
집결하는 강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