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605
외전 – 봄과 작은 요정의 우울 # 6
사람의 몸이나 장신구에 소리 울리는 종을 다는 이유.
그 사람이 움직일 때, 주변에 위치를 알려주기 위함일 경우가 있다. 그리고 사람의 위치를 종소리로 미리 알려주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아마 경고가 아닐까.
자동차의 후진 알림음처럼.
━시끄럽게 구는 님프들, 말 안 듣는, 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 간다-! 이놈들-!
낮고 음울하고, 목이 쉰 것처럼 끔찍한 목소리였다. 망태 할아버지라니.
“모, 모두 도망치는 것이야-!”
“붙잡히면 큰일 나-!”
달랑, 달랑-.
문제는 그 종소리를 듣자마자 몰려들었던 님프들이 꼬리에 불 붙은 쥐처럼 와-하고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어린 님프들이 저 망태 할아버지라는 존재를 두려워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도망칠 리도 없고.
“이 몸 도리스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는 것이다-! 예비 꿀물의 님프들이 모두 어디론가 달아난 것이다-!”
“…유감-.”
제법 침착한 느낌으로 상황에 의문을 품는 도리스와 이그노이. 그러나 그 옆의 패러노이는 혼자 공포 영화를 보는 어린애처럼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아앗-! 크, 큰일 난 것입니닷…! 저 패러노이도, 얼른 여기서 빠져나가야 하는 것입니닷…!”
그리고는 자신 또한 몸을 숨겨야 한다며 주변을 둘러보거나 살펴댔다. 그렇게 한참 불안해하던 패러노이가 선택한 것은 어린 님프 375의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것.
버둥, 버둥-. 스윽, 스윽-.
패러노이가 침대 밑으로 온전히 몸을 감췄을 때.
달랑, 달랑-.
종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이 동굴 방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기다란 막대기를 지닌 남자였다.
얼굴은 수염이 길고 그 피부는 꼭 나무뿌리처럼 갈라져서 주름이졌다. 피부라기보다는 껍질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
등에는 어린 님프 하나나 둘 정도는 가볍게 집어넣을 수 있을, 커다란 망태를 가방처럼 짊어졌는데.
거기에 자그마한 방울이 달려있는 것을 보니, 달랑거리는 소리의 정체는 저것인 모양이다.
그를 발견한 도리스가 소리쳤다.
“신기한 정령인 것이다-! 풀뿌리 나무의 정령이라니-! 이 몸, 도리스는 나름대로 꽤 긴 시간을 살아왔지만 저렇게 재미난 정령은 처음 보는 것이다-!”
정령?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키워드에 내가 물었다.
“정령이 뭔데?”
“나무나, 풀, 바위-. 하천이나 꽃 같은 것이 영험한 마력을 오래 품게 되면, 의지와 생각을 지니게 되는데. 그게 바로 정령인 것이다-!”
도리스의 말에 따르면 정령은 요정인 님프와 사촌 비슷한 관계라고 했다. 님프들도 자연에서 태어난 존재고. 정령도 자연에서 태어난 존재니까.
님프들이 소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정령들은 자신들이 비롯된 자연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나.
이를테면 바위 정령은 바위들이 뭉쳐서 만들어진 골렘 같은 형상을 띄고 있고. 나무의 정령은 나무와 비슷한 생김새라고 한다.
그럼 저 할아버지는 무슨 정령인가. 할아버지의 정령인가.
내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자니 노인이 말했다.
“나는 인삼의 정령, 심마니요.”
“아-. 인삼의 정령-.”
이제 보니 얼굴의 저것은 수염이 아니라 인삼의 잔뿌리 비슷한 것이었구나.
루나나 우리 아버지가 봤으면 무척 좋아할 만한 정령 같다. 저렇게 큰 인삼이라니, 달여먹으면 효과가 좋겠지.
인삼의 정령 심마니가 말했다.
“이곳, 님프구호 재단에서는 망태 할아버지라고 불리고도 있지. 말 안 듣는 님프들에게 님권 강의를 이수시키고 있고. 그래서, 댁들은 뉘쇼?”
스르르-.
노인의 눈이 가느다랗게 뜨였다. 우리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를 경계한다기보다는, 나를 경계하는 느낌이다.
그때 도리스가 두 손을 와락 들며 소리쳤다.
“이 몸은 꿀물의 님프 도리스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 이 새까만 남자는, 코레 도둑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신인 것이다-!”
이상한 설명이었다.
“아-. 꿀물의 님프. 무척 훌륭한 님프지. 재단 출신의 님프인 모양인가 보오. 재단에 재방문 해오는 님프는 처음이지만-. 님프와 같이 온 방문자니,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 싶소.”
그러나 망태 할아버지는 나름대로 그 설명을 알아들은 듯하다. 님프와 함께 다니는 사람치고 악인은 없다는 법칙이 여기서도 통용되는 모양이다.
“나는 이곳의 으뜸 간부이올시다.”
이 망태 할아버지는 재단의 간부 비슷한 것이라고 했다.
구호재단의 경비 겸 교수 및 약초꾼을 겸하고 있다나. 이제보니 등 뒤의 망태에는 꽃과 각종 약재들이 가득했다.
제법 강하고 똑똑해 보인다. 어지간한 맹수나 곰 따위라면 저 막대기로 후려치는 것으로 쉽사리 제압이 가능하겠지.
군기반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 어린 님프들이 무서워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내가 홀로 납득하고 있을 때, 망태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보다, 요상한 도랑물의 님프 목소리가 들렸는데. 패러노이 목소리가-. 혹시, 여기서 패러노이라는 님프를 보지 못했수?”
“패러노이요?”
“그렇수다-. 몇 년 째, 도랑물의 님프에서 진화하지 못하고 있는 낙오자 님프, 패러노이. 그 녀석이, 예전에 여기 구호재단의 교육을 받던 도중에 도망쳤었는데-.”
망태 할아버지는 주변에서 패러노이의 흔적을 찾으려는 것처럼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저 침대 밑에 패러노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다.
그보다 패러노이가 낙오자 님프라니.
처음 듣는 소리다.
패러노이가 구호재단에 막 가입했을 때의 이야기인가?
내가 물었다.
“그 패러노이라는 님프에 대해 더 이야기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혹시, 저희가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 패러노이-. 유일하게 놓친 우리의 오점이지-. 본디, 도랑물의 님프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이라는 거 아시오?”
“그렇다고는 하죠.”
어린 님프들은 보통 도랑물의 님프다.
도랑물의 님프는 도리스처럼 꿀물의 님프로 진화할 수도 있고, 이그노이처럼 눈물의 님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개울물의 님프도 있고, 먹물의 님프도 있고, 아무튼 존나 많은 님프들의 종류가 있는데. 그들은 모두 본디 도랑물의 님프였다.
도랑물의 님프란 말 그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원석과도 같은 것이다.
망태 할아버지가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재단의 규칙상, 도랑물의 님프로 지내는 기간이 일정 시간을 넘어서면. 재단에서 재사회화를 거쳐서 알맞은 승급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고 있소.”
“재사회화요?”
“적성을 찾게 만들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언제까지고 도랑물의 님프로 남아있을 수는 없으니까.”
“아하.”
“그래서 그 패러노이는 도랑물의 님프로 지낼 수 있는 기간을 초과한 친구인데. 재사회화를 받던 도중 도망가버렸소-!”
그렇구만.
나는 어째서 패러노이가 구호재단과 얽히고 싶지 않아하는 지 이유를 좀 알 것 같았다.
그때 패러노이가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나타났던 것은 재단을 탈주하다가 생체기가 난 것이었구나.
이곳은 어린 님프들의 훈련소 및 보육원 겸 동시에 나이를 먹고도 올바르게 1인분을 하지 못하는 님프들의 재교육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굳이 도랑물의 님프를 억지로 승급시킬 필요가 있을까? 그냥 도랑물의 님프로 살면 안 되는 걸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리한 진화요구는 그릇된 암흑진화를 향하는 가장 큰 걸음이니까.
그런 내 의문에 답하듯 망태 할아버지가 말했다.
“물이 오랜 시간 고이면 썩고 만다오. 도랑물의 님프도 마찬가지요. 보통 도랑물의 님프가 되는 것은 15살. 님프마다 다르긴 하지만, 도랑물의 님프가 된 이후 5년 이상 지나게 되면….”
“지나게 되면-?”
“고인물의 님프가 된다오. 집에서 나가려고 하지도 않고. 보호자들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려는 백수 같은 님프지. 일도 안하고. 놀기만 하는 님프.”
고인물의 님프라니. 이름을 들으면 나무막대 하나로 엔딩을 볼 것 같은 빠요엔이었지만 그 설명은 방구석 여포였다.
“날이 갈수록 성격도 예민해지고, 자신감도 없어지고, 그래서 더욱 동굴과 방 안으로만 파고들어가게 될 것이오. 그럼,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지겠지.”
고인물의 님프는 구정물의 님프로, 구정물의 님프는 썩은물의 님프로 최종진화 한다나. 존나 끔찍한 일이다.
패러노이의 나이는 스물이 넘었을 텐데. 그럼 이미 고인물의 님프가 되었어야 할 조건이 충족된 거 아닐까?
패러노이가 고인물의 님프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내가 걱정스럽게 묻자 노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언제 갑자기 고인물의 님프가 될지는 모른다오. 그렇기 때문에, 못써먹을 님프가 되기 전에 얼른 구제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군요.”
“실제로 많은 도랑물의 님프들이 이곳에서 적성을 찾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향했소. 아무튼, 녀석을 보면 꼭 재단으로 와서 교육을 이수하라고 하시오.”
망태 할아버지는 그 말을 끝으로 달랑-달랑-하고 종을 울리며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뒤 한참 뒤에서야 패러노이가 침대 밑에서 버둥버둥 기어나온다.
“들키지 않은 것입니닷…!”
그리고는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내는데, 그런 패러노이를 바라보는 도리스와 이그노이의 표정이 좋질 않다.
“어째서 저 패러노이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입니까…?”
“패러노이야-! 이대로 있다간 고인물의 님프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어서 강의를 이수하고, 알맞은 적성을 찾아보는 것이다-!”
도리스는 마치 집에서 오래 놀고 있는 동생을 다그치는 언니 같았다.
그러나 패러노이는 고개를 젓는다.
“저 패러노이는 언젠가 가장 위대한 님프가 된다는 꿈이 있는 것입니닷…! 하지만, 재단에서는 저 패러노이를 그저 평범한 개울물의 님프로 진화시키려고 한단 말입니닷…!”
님프에게 있어서 진화는 몇 번 없는 기회이자 변화의 경험이다. 님프들이 승급하는 것은 대체로 평생에 한 번. 그래서 승급은 신중해야 한다나.
재단은 고인물의 님프가 될지 모르는 패러노이를 개울물의 님프로 진화시키려고 했고, 패러노이는 그것이 맘에 들지 않아서 도망쳤다-. 그쯤 이해하면 되는 일이겠지.
“저 패러노이는, 겨우 개울물의 님프가 되고자 고생한 것이 아닌 것입니닷…! 개울물의 님프는, 기껏해야 차분한 성격을 지니게 되는 이점밖에 없는 것입니닷…!”
“그치만, 나중가면, 개울물의 님프도 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서 기회가 있을 때 붙잡는 것이다-!”
“개울물의 님프는 싫은 것입니닷…!”
“그럼, 하다못해, 이 몸 도리스와 같은 꿀물의 님프라도 되는 것이다-! 이 몸 도리스가 꿀물의 님프로 진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꿀물의 님프도 싫은 것입니닷…!”
이 둘의 대화에서 떠오르는 것은 일찍이 내가 고등학생 시절 들었던 옆집의 대화였다. 옆집에는 취직을 못하고 나이를 꽤 먹은 이웃 삼촌이 살았는데.
━너 이렇게 집에서 놀고 있다간, 힘든 일에도 안 써줘-!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얼른 일 구해야지-! 이웃집 택배 하는 아저씨가 일손 부족하다던데! 거기라도 가보는 건 어때?
밖에서 나가서 무슨 일이든 하라고 닦달하는 아주머니를 향해 그 삼촌이 꼭 저것과 비슷한 말을 했었다.
━엄마는 택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라서 그래. 그렇게 힘든 일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좋은 일자리 구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야.
━야-. 너, 이렇게 나이만 먹다간 힘든 일도 못해-! 그 아저씨한테 일자리 알아봐달라고, 겨우 부탁해서 알아온 건데-!
━엄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내가 다 계획이 있다니까. 이미 몇 군데 이력서도 넣었어.
문제는 그 삼촌의 나이가 30대를 이미 훌쩍 지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좋은 일자리를 구한다는 핑계로 3년 가까이 집에서 놀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삼촌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쓰거나 교차로를 뒤져보거나, 면접을 보러가는 행위를 하는 걸 단 한 번도 본적 없었다.
당시에는 내 가족의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만 들었는데.
지금 패러노이가 꼭 그 아저씨와 같은 꼴이었다.
“저 패러노이는, 좀 더 위대한 님프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닷…!”
이대로 패러노이를 방치한다면 정말 고인물의 님프가 되어서, 못써먹을 만큼 성격이 변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 또한 조바심이 들었다.
그래서 패러노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심각히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이놈-! 패러노이-! 역시 다시 재단으로 찾아왔구나-!”
휘리릭-.
어디선가 날아온 올가미 같은 것이 패러노이의 허리춤을 휘감았다.
곧 공중에 붕 떠올려지는 패러노이. 그런 녀석의 올가미 끝에는 기다란 낚시대 같은 막대가 있다.
망태 할아버지였다.
“네가 숨어있다고는 이미 전부 파악했지-! 폼으로 님프들을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니니까-!”
과연, 그는 님프들의 습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프로 교육자였다. 그는 올가미로 사로잡은 패러노이를 끌고 가기 위해 팔에 힘을 줬다.
그에 반항하는 패러노이. 물론 탈출은 요원해 보인다.
“히에엑…! 이거 놓는 것입니닷…!”
“재단장님이, 널 기다린다 패러노이-! 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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