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626
외전 – 달과 6쿠퍼 # 1
최근 느끼는 것은,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다는 점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갓난아기가 밤낮 없이 우는 이유를 알아차리는 것은, 초보 아빠인 내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
이제 겨우 삼 개월이 된 다이앤은 생각 이상으로 울음이 많았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울었는데, 그 울음소리를 들을 때면 내 마음은 덜컥 내려앉아서 강으로 떠내려가는 뗏목처럼 당황스러웠다.
“대체 왜 우는 거니-. 내가 다 울고 싶다-.”
물론 나라서 그냥 당황하는 정도였지 님프들은 거의 미쳐있었다.
“기저귀도 깨끗하고 분유도 방금 먹었는데, 어째서 우는 것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어서 빨리 원인을 알아보는 것입니닷…! 아니면, 히폴리테나 컹컹이를 데려오는 것입니닷…!”
“히폴리테는 잠깐 바깥에 나간 것이다-! 그렇지만 컹컹이는 데려올 수 있을 것 같다-!”
도리스는 황급히 컹컹이를 데려왔다.
그러자 컹컹이는 작은 요람에 누워 있는 아기 다이앤에게 다가가서 앞발을 좌우로 번갈아 들었다 내리며 춤을 춰준다.
좌우로 몸을 씰룩거리며 현란하게 춤을 추는 것에서 제법 관록이 묻어 나왔다.
━히오옹-.
“히흐흐.”
그러자 방금까지 큰 소리로 울고 있던 다이앤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냥 컹컹이가 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저 멀리서 분홍 머리에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여자애가 차박차박 다가왔다.
“아기가 울고 있던데? 핫산, 무슨 일이야?”
“나도 몰라. 나도 왜 우는지 알고 싶어.”
“히폴리테는 밖에 나갔구나? 내가 한 번 볼까? 나 아기 보는 거 잘해-!”
루나는 요람에 누운 다이앤의 몸을 높이 들어올렸다.
다이앤을 비행기 태우듯 왼쪽 오른쪽으로 천천히 흔들어주자 다이앤은 기분이 몹시도 좋아진 것처럼 팔 다리를 버둥버둥거렸다.
루나와 엘프리데는 생각했던 것보다 히폴리테의 아기를 잘 돌봐줬다.
언젠가 자신들이 아이를 가졌을 때, 히폴리테 또한 루나와 엘프리데를 도와준다는 품앗이 약속 비슷한 걸 했다나.
“공주님이, 그 사이에 좀 더 무거워졌네-! 우르르르, 까꿍-.”
“히흐흐흐.”
“핫산, 이거 봐-! 다이앤이 날 보고 웃었어-!”
“그러게-. 이제야 좀 살겠다. 대체 왜 울었던거지?”
“그냥 심심해서 울었던 것 같은데-!”
심심해서 운다니. 어디가 아프거나 그런 건 아니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어른들을 놀려먹는 아기인 것입니닷…!”
“그러게 말이야.”
방금까지 아기를 보느라 진이 빠졌던 나와 님프들은 루나와 컹컹이에게 아이를 잠깐 맡긴 채 주변 가구에 기대 바닥으로 늘어졌다.
“힘들구만.”
아기를 보는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힘든 일이구나.
당장 집에서 빈둥거리는 나도 이렇게 많은 정성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아이를 낳고 일까지 해야 하는 부모들은 정말 얼마나 피곤할지 상상도 안 된다.
내 아버지나 어머니도 이런 과정을 겪었을까?
최근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점은, 부모님들이 사실은 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초보 부모인 내가 힘들어하는 점을 그분들 역시 잘 지나갔었겠지.
내 어머니 김춘자 씨가 손녀가 보고 싶다고 은근히 노래를 불렀는데, 언제 한 번 날을 잡아서 가족들과 함께 본가에 다녀오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노하우 같은 걸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 엄마에게 한 번 봐달라고 할까?”
루나가 다이앤을 비행기 태우며 내게 물었다. 아기가 태어난 이후 녹스 님께 이런저런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던가.
“아, 엄마는 아빠랑 같이 외출나간다고 했다. 깜빡했네.”
“그래? 저택 바깥으로 나가셔도 이제 괜찮데?”
“카르마가 제법 많이 회복됐으니까-!”
밤의 여신 녹스와 어둠의 신 에레보르. 두 강대한 존재는 저승이 붕괴될 때 존재가 소멸하다시피 타격을 입었는데.
내 저택의 지하에서 몇 달 요양한 결과 이제는 바깥으로 나들이를 갈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 회복했다.
아기도 무사히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주변 사람들도 활력 넘치게 살아가고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울 정도.
이제 내가 신경 쓸 것은 이제 내 의붓누나인 멜리노이의 행방 정도밖에 없다. 그것도 추격의 달인인 안티오페와 글로리아가 남부를 수소문 중이니 머지않아 곧 만나게 될 테지.
━맴, 맴, 맴-, 맴-.
━지즈즈즈즤즈즈즈-.
그때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소리에 나는 생각하는 것에서 빠져나왔다. 창문 바깥에는 작열하는 뙤약볕과 더위에 고생하고 있는 님프 정원사들이 보인다.
━호에에에-! 그쪽 나뭇가지는 투블럭으로 잘라주는 것이에요-!
━이몸 오노노이 생각에, 요즘은 뒤쪽을 상고머리로 잘라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아무튼, 이것만 자르고 그늘로 가서 조금 쉬는 것이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정원을 보고 있으면 눈앞이 조금 아찔했다. 이런 날씨에 바깥을 돌아다니면 자칫 열사병에 걸릴 지도 모를 만큼의 무더위다.
물론 우리들의 저택은 내가 미리 설치해둔 냉방 시설 덕분에 쾌적하기 짝이 없었다. 실내온도 23도. 과격하게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서늘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한 여름에 에어컨 틀어져 있는 방에서 쉰다니.
이런 사치가 또 있을까. 작년 이맘때만 해도 루나 그리고 컹컹이와 함께 푹푹 찌는 오두막에서 더위에 헥헥거렸는데.
그땐 참 힘들었지.
그렇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추억이 됐던 시간이다.
내가 서늘한 방에서 오랜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을 때, 아기를 요람에 재운 루나가 내게 얼음이 담긴 유리잔을 하나 내밀었다.
“레모네이드-. 마셔-. 멘테향 살짝 섞어서 모히또처럼 만든 거야-! 피로 할 때는 신게 몸에 좋다니까-.”
“고마워.”
얼음잔을 받아 든 나는 내용물을 벌컥벌컥 마시다 못해 그 얼음까지 아드득 깨부숴 먹었다. 얼음을 깨물어 먹는 것은 치아에 무리를 주는 행위지만, 나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루나가 말했다.
“비싼 얼음을 막 깨물어 먹는다니. 옛날 생각난다. 작년 이 맘 때에는, 비도 안오고 엄청 더워서 고생했는데 말이야. 기억 나?”
“당연히 기억나지. 안 그래도 나도 작년에 오두막에서 지냈던 거 생각하고 있었거든. 무지하게 더웠지. 소도모라에서도 일사병으로 많이 쓰러졌었다잖아.”
“그랬지-! 그때, 얼음 한 바가지 큰 맘 먹고 사와서 양동이에 물채워 집어넣고, 서로 한 번씩 번갈아서 껴안고 그랬잖아.”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일거리가 별로 없어서 주머니가 비어가던 뙤약볕의 여름. 6쿠퍼나 되는 얼음을 한 바가지 사다가 에어컨처럼 이용했었지.
지금은, 이렇게 음료에 넣어서 심심풀이로 깨물어 먹을 정도로 흔해진 얼음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 굵은 얼음들 하나하나가 소중했었다.
“세상 살기 좋아졌네-.”
내가 격세지감을 느끼며 스쳐나가듯 중얼거리자, 루나가 물어온다.
“그래서 핫산-. 요즘은 어때-.”
“어떠냐니?”
“그냥, 이것저것 말이야. 사는 건 행복해?”
루나의 눈동자는 또랑또랑하다. 아무래도 진지하게 물어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도 진지하게 답해주는 게 좋겠지.
“당연하지. 내 삶에서 지금처럼 행복했던 적이 또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럼 다행이고.”
“근데 그건 왜? 내가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았나?”
최근 익숙하지 않은 아기 돌보기 덕에 정신이 없긴 했지만, 불평하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내가 스스로 행실을 돌아보고 있자니 루나가 설명해주었다.
“아니, 핫산. 원래는 밖에서 마물들도 잡고, 이것저것 큰일을 처리하면서 다녔잖아. 지금은 너무 평화로우니까. 혹시 지루하진 않을까 해서.”
“아, 뭐야, 그런 거구나. 전혀 그렇지 않아.”
사실 나는 솔직하게 말해서 게으른 편이다.
마당에서 얌전히 개미들 기어 다니는 것만 봐도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루나는 내가 계속 집에만 있으니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하긴, 최근 너무 집에만 틀어박혀있긴 했지. 바깥은 덥고 집은 시원하고, 집에는 먹을 것부터 시작해서 부족한 게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살짝 뱃살이 나오려는 기미가 보인다.
세상에.
노예시절을 겪었던 내게 뱃살이라니. 나도 아저씨가 되어가려는 건가? 물론 살 빼는 것이야 쉬운 일이지만 아무튼….
“…….”
그때 내 눈에 몹시도 우물쭈물하는 루나가 보였다. 루나가 저렇게 샌들 안의 발가락을 꼼지락 댈 때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망설일 때뿐이다.
“루나야, 무슨 할 말 있어?”
나는 용기를 내서 물었다. 혹시 루나도 내게 “이제 슬슬 나도 아기 갖고 싶어-.”이런 말을 해올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엘프리데는 요즘 은근히 보채고 있고.
엘프리데는 장녀를 히폴리테에게 빼앗겼으니 장남은 자신이 낳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눈치였다. 루나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루나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이번에, 동문 멀리 숲에서 약초랑, 바퀴벌이랑, 멘테 풀 좀 채집할까 생각하는데. 핫산, 같이 가지 않을래-?”
“채집?”
“응응.”
이 무더운 날에 채집이라니. 약초 같은 것은 이미 루나의 하청으로 일하는 수많은 이데오페 소녀들에게 맡겨버리면 그만일 텐데 말이다.
나는 뙤약볕이 이글거리는 창문 바깥을 가느다란 눈으로 천천히 바라봤다.
채집하기는 좋지 않은 날씨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런 날에 바깥에 나가면 무척 더울 거다.
“그래, 좋아.”
그렇지만 내게 루나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이란 없다.
루나도 내가 하는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루나의 부탁을 잘 들어준다.
이것은 둘 사이의 불문율이다. 그때서야 루나는 몹시도 밝은 표정으로 짝-박수를 쳤다.
“진짜? 그럼, 같이 가자-!”
루나가 몹시도 기뻐했다. 예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루나는 별 것 아닌 것들에도 환하게 기뻐할 줄 안다.
덕분에 연애의 초보였던 나도 스스로가 대단한 남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럼, 바깥에 나갈 준비 끝내고 올게-! 밖은 더울지도 모르니까, 얼음 넣은 소금물하고, 이것저것 챙겨야겠다.”
“도리스는 같이 안 데려가?”
분주히 움직이는 루나의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루나는 “흠-.”하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젓는다.
“도리스는 날 너무 챙기려고 하니까, 오늘은 두고 가야지-!”
“그건 그래.”
꿀물의 님프 도리스는 오지랖이 넓다. 원래 내 어머니의 반려 및 동료 님프였지만, 내 어머니는 이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루나의 옆에 붙어있기로 했다나.
━분홍 코레는 아직 이몸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는 모양이다.
아무튼 루나는 밀짚모자에 잠자리 채, 곤충채집 통과 이런저런 바구니가 엮인 가방을 맨 채 정원 앞으로 나왔다. 잘 어울린다.
루나가 말했다.
“오랜만에 길드카드 갱신도 할 겸, 의뢰로 발주 해놨거든. 아마 초보 모험가들이 파티에 낄 지도 몰라.”
“아, 그랬어? 난 상관없어.”
모험가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의뢰를 발주하거나 수주해서 기록을 갱신 한다. 나도 슬슬 갱신 차례가 되긴 했었는데. 루나가 센스가 있구만.
그리하여 우리는 의뢰 만남의 장터인 동문을 향해 힘내서 걸었다. 뙤약볕 아래 씩씩하게 걷는 루나의 분홍빛 머리칼이 제법 눈부시다.
문득-.
나는 루나가 내게 질문했던 것이 떠올랐다. 지금의 내가 행복하냐고 했던 물음 말이다. 당시에는 가볍게 대답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 역시 루나를 향해 반대로 물어봐도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루나야, 너는 지금 행복하니?
물론 대답은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 하지만 연인, 가족들 간에는 때로 대답이 뻔 한 질문이라도 한 번쯤 물어봐주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서 힘차게 앞서 걷고 있는 루나를 향해 내가 입술을 열 때였다.
“루나야-.”
“오-. 이게 누구신가-. 아주 귀하신 몸들이 누추한 의뢰에 또 찾아왔군. 거북이를 타는 길한 꿈을 꿨는데. 그 덕인가.”
제법 익숙한 미성이 들려왔다.
발성 좋은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고깔모자에 치렁치렁한 붉은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매부리코의 남자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와, 말코 아냐. 존나 오랜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5개월 하고도 12일 쯤 됐지. 내가 좀 바빴거든. 아무튼 형제자매여, 무척 오랜만일세.”
슥-하고 손을 내밀어오는 말코에 나 역시 손을 내밀었다.
“결혼 생활은 즐거운가-?”
“뭐,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문제지. 아무튼, 뭐야. 약초 채집 파티 인원이 너냐?”
“그렇다네. 이야, 이것 참, 기가 막힌 인연-. 메르큐리 님께 감사할 만한 일이군. 그래서, 나머지 한 명은 어디에 있는 거지? 4인 의뢰라고 들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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