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15
00115 #6 – 일하면 지는 거다 =========================================================================
#6 – 일하면 지는 거다(2)
이 막장 중2녀가 대체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그래도 일단은 마왕군 중간간부니까 남들 눈을 피해서 조심스레 다니겠지.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꺄하하하하! 외출이다 외추우우울!!”
무슨 외출 십년 만에 처음 하는 것처럼 구는 건 좋다.
대로변에서 꺄꺄거리며 뛰어다녀도 상관없어.
근데 짐짝처럼 바닥에 질질 끌려 다니는 나는 뭐가 되냐!?
‘즐겁지 않아! 나들이지만 전혀 즐겁지 않다고!’
“괜찮아! 게임이라 생각하고 즐겨!”
‘…일단 묻겠다만 무슨 게임?’
“생존게임!”
‘내구도 제로 되면 죽잖아!’
순간 다이스게임 말하는 줄 알고 식겁할 뻔했다.
루세트에 이어서 두 번째 게이머라니.
농담으로도 지나친 소리잖아.
‘그래서 우리, 목적지가 어디냐?’
“일단 가볍게 설원지대의 끝에 있다는 전설의 얼음 섬부터 찾으러 갈까?”
‘가볍게 얼어 죽을 소리 하고 있네!’
이 녀석에게 상식이 부족하다는 건 충분히 자각했다.
선택권을 넘겨줬다간 진짜 죽겠어.
여기선 조금이라도 평범하고 안전한 놀이를 제시하고 싶다.
-폐급페도 : 응? 이거 가만보니 데이트 아냐?
-츳키 : 그러네. 남자랑 여자가 외출하는 거잖아.
-쓰레기 : ㅁㅊ; 발상력 보소
이런 데이트 진심으로 하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발상이 좋다는 점은 동감이다.
데이트라고 생각하면 평범하게 놀 거리가 많잖아.
‘이봐, 발드. 모처럼 나온 김에 노점상이나 갈까.’
“노점상?”
‘요기부터 간단하게 때우고 가자는 거지.’
“너 아이템이잖아.”
‘…그러네?’
간단하게 논리로 격파 당했다.
‘그, 그럼 쇼핑은 어때? 나온 김에 기분전환 삼아서.’
“너 아이템이잖아.”
‘…그러네!?’
간단하게 논리로 격파 당했다.
‘그럼 이건 어떠냐! 유랑극단의 공연이나 관람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거다! 이거라면 아이템도 할 수 있지!!’
“응 재미없어.”
‘…….’
보통의 데이트 따위, 먹힐 리가 없지.
기본적으로 마왕군 중간간부인데.
헌데 생각하고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얘는 여가생활로 뭘 즐기는 거지.
중세시대 배경이라서 딱히 놀고 즐길 거리도 없잖아.
‘너무 멀리 가는 건 부담스럽고. 평소에 가볍게 즐기는 거 없어?’
“가볍게? 고문놀이 할래?”
‘되도록이면 뒷감당이 가능한 놀이로 부탁한다…’
“그럼 놀 수가 없잖아! 뭘 하자는 건데!”
‘여기서 화를 내는 거냐!?’
뒷감당 안 되는 사고가 아니면 놀 수가 없다니.
이 정도면 무섭다 못해 도리어 가여워진다.
“꺅! 살려”
“입 막아!”
“읍읍!”
번화가에서 떨어진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소란이람.
이것도 정석이라면 정석인가.
인적 드문 골목 쪽으로 불량한 남자 둘이 지나가는 여자를 납치하는 광경이 보였다.
『돌발퀘스트 ‘귀찮은 사건’이 발동했습니다.』
『흔한 납치사건입니다. 구해줘도 아무런 메리트도 없습니다. 오히려 관계되지 않는 편이 귀찮은 일에서 벗어나기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감을 주체할 수 없다면 납치범들로부터 여자를 구출하십시오.』
『성공 시 : 여자의 감사(50%). 귀찮은 연계퀘스트.』
『실패 시 : 약간의 죄책감.』
이렇게까지 의욕 안 나는 퀘스트는 처음 보네!
구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감사도 50%확률로 받는 거잖아!
일단은 선 성향 게이머니까 구할 거지만!
오.
지금 거 츤데레 적으로 포인트 높은 것 같아.
‘발드. 가자!’
“응.”
발드는 자연스럽게 골목길을 지나쳐 대로변으로 향했다.
‘잠깐 정지! 어디 가는 거야?’
“뭐야. 시시한 소란에 휘말리고 싶어?”
‘여긴 내 나라라고. 멋대로 설치는 놈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
“그런 건가?”
‘그런 거야.’
다행히도 납득시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골목길에 진입해서 납치범들을 찾는 것도 간단했고.
‘넌 또 뭐야!?’같은 진부한 대사를 듣는 것도 손쉬웠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납치범이 소드마스터라거나 이러면 차라리 좋겠다.
『경고! 경고! 치안 확보를 위한 ‘일’을 진행했다간 진행 중이던 메인퀘스트 ‘휴식’에 실패하게 됩니다.』
퀘스트가 꼬였다.
하나는 여자를 구하라고 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일하면 지는 거라고 협박하고 있다.
-ㅇㅇ : 개복치의 딜레마 지리구여
-참피 : 뎃데로게~ 뎃데로게~ 일하면 지는 데수!
-쓰레기 : 뭘 고민해? 평소처럼 인간쓰레기가 되고 퀘스트를 깨야지!
뭘 자연스럽게 남을 쓰레기로 매도하는 거냐.
애초에 내가 안 구하면 되는 거잖아.
마침 내 옆에는 대신해서 여자를 구해줄 녀석도 있다.
가라, 발드 마이저!
너로 정했다!
“싫은데. 나 마왕군 중간간부라 범죄 장려함.”
‘니 고위법무관인데요.’
“파업 중임.”
산뜻할 정도로 시원스레 거절당했다.
‘너 그럼 해고해도 되냐.’
“죽어라, 파렴치한 무뢰배들아!”
대뜸 발드 마이저가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었다.
하긴 둔기대용으로 쓰기도 적합하지.
한쪽 끝에는 바위 달렸으니까.
근데 이거.
내가 죽인 걸로 판정되면 어쩌지?
‘잠깐 스톱!!’
“아 또 왜.”
‘난 지팡이라고. 몸에 피 묻히고 싶지 않아.’
“웃기지 마! 남의 몸에서 피를 흘리게 만드는 놈은 언제든 자기 몸에도 피가 묻을 각오를 해야 해!”
‘근사한 대사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진짜 곤란하거든!?’
이쪽의 절박함이 제대로 전해진 걸까.
벌벌 떠는 납치범들을 앞에 두고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지팡이가 곤란할 만한 일이라.. 그거, 제법 구미가 당기는 말인데. 어떤 사정이 있는지 한 번 들어볼까?”
아차.
초롱초롱한 눈을 앞두고 나서야 자각했다.
당장은 내 밑에 있다지만 얘도 적이잖아.
이런 거 함부로 말했다간 골치 아프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퀘스트가 영구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만 조심하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알려주었다.
‘지금부터 일주일 간, 나는 전력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선행이건 악행이건 절대로 일을 하면 안 돼.’
“하면 어떻게 되는데?”
‘어…’
실패하면 진짜 어떻게 되는 거냐.
이번 퀘스트에는 성공 조건, 실패 조건만 나왔다고.
“흐음. 말 못할 비밀이라는 건가.”
『발드 마이저의 호감도가 1 하락합니다.』
발드는 고운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뻗었다.
“그렇게까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대신 얘들은 내식대로 처리하겠어.”
‘모쪼록 소란이 될 짓만 하지 말아줘.’
“걱정 마. 요렇게 하면 되니까!”
망토자락을 슬쩍 들추는가 싶더니, 그림자가 새어나왔다.
흡사 지옥의 구덩이에서 갓 튀어나온 흉악한 형상이다.
그림자의 원본은 대체 어떻게 되먹은 괴물인 걸까.
그걸 묻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납치범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지도 못하고 붙들렸으니까.
휙, 하고 망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는.
“짜잔. 흔적조차 남김없이 박살냈습니다!”
재차 망토자락을 들추자 경갑옷으로도 감출 수 없는 눈이 즐거워지는 몸매만 부각되었다.
들어올 데 들어오고, 나올 데 나온 몸매는 바람직하다만.
납치범들은?
설마.
아니겠지. 농담일 거야.
『파티원 발드 마이저가 성기사 호크를 사살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1,900p를 습득했습니다.』
『파티원 발드 마이저가 성기사 쟌넨을 사살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2,300p를 습득했습니다.』
필사적인 부정이 역으로 부정당했다.
기어이 사고를 저질러버렸군, 이 년.
근데 뭔가 이상하네.
직업이 납치범이 아니잖아.
어째서 성기사가 나오는 거냐.
“저… 혹시 집회측 사람이신가요?”
“그런데?”
거짓말은 패시브라는 듯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는 발드.
거기에 시선이 팔려버려 만류하는 게 늦어버렸다.
상대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루시]에요. 교단의 추적을 받느라 여러모로 큰일이었거든요. 하필이면 타국에서까지 [마녀사냥]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
“공국에서 마녀사냥을?”
“그러니까요. 웃기는 녀석들이죠? 국교도 없는 나라에서 악신 좀 숭배하는 게 뭐가 어때서 이 지랄인지. 쯧. 선신 쪽 성기사들은 천벌 맞아 죽어도 시원찮을 녀석들이죠.”
간단히 말하자면 상황파악을 안 해서 오인사격을 했다는 거네.
성기사들이 아군이고 마녀가 적이었다.
근데 그걸 도리어 성기사들을 작살내버렸다는 상황이다.
『돌발퀘스트 ‘귀찮은 사건’을 완료했습니다.』
『앞뒤 사정도 헤아리지 않고 기어이 일을 저질러버린 발드 마이저. 덕분에 당신은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불의 교단에서는 이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마녀 루시의 호감도가 5 상승합니다.』
이거 또 뒷골 당기는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겠다.
“호크! 쟌넨! 그쪽의 계집, 내 부하들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벽력처럼 터져 나오는 불호령.
골목길의 입구에 판금갑옷에 대검을 든 성기사들이 다섯이나 진입했다.
압권은 선두에서 불처럼 이글거리는 시선을 겨누는 자.
피처럼 붉은 머리칼과 한쪽 눈가에 칼자국이 난 얼굴이 영락없이 유명 NPC를 연상토록 하였다.
무려 다섯 가지나 되는 직업을 보유한 강력한 NPC.
적으로 돌리면 두고두고 후회할 불귀신 바크 노덤이다.
“강해보이는 남자네.”
‘발드. 뭘 해야 할지는 알고 있겠지?’
“물론.”
발드 마이저는 고아하게 망토자락을 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빨간 친구들?”
“인사를 나눌 시간은 없다. 말해라. 호크와 쟌넨은 어디에 있지?”
“죽였는데?”
“뭐라고!!”
대체 뭘 알았다고 대답한 거냐, 이 멍청이는!
여기선 당연히 시치미 떼고 여자의 신원을 건네줘야지!
아아, 도저히 글러먹었다.
얘한테 믿고 맡기느니 그냥 내가 나서는 게 낫겠어.
‘이쪽도 알고서 저지른 일은 아니다. 마녀의 신원을 양도받는 걸로 사태를 일단락 시키겠다고 약속해라.’
“암살자인가. 기척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자. 때와 장소, 어느 하나도 따라주지 않다니.”
‘지금이라면 원만하게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다.’
바크 노덤은 이를 빠득 갈며 대검을 겨눈 자세를 풀었다.
“여자를 넘겨라. 그렇다면 약속은 지키겠다.”
『연계퀘스트 ‘신원 양도’가 발동했습니다.』
『불의 교단은 대륙 도처의 오지로 숨어든 마녀들을 적발해 제거하는 [마녀사냥]을 진행 중입니다. 교단의 적을 비호하는 당신의 행동은 교단의 분노를 유발합니다. 그러나 아직 모든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순순히 마녀의 신원을 양도한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수락 시 : 불의 교단과의 관계가 중립으로 변화. 마녀집회와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화.』
『거절 시 : 불의 교단과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화. 마녀집회와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화.』
휴우.
대형사고 터지려던 게 겨우 수습이 됐다.
산뜻한 마음으로 퀘스트를 수락하려는데 대뜸 경고음이 울렸다.
『경고! 경고! 외교 관계를 위한 ‘일’을 진행했다간 진행 중이던 메인퀘스트 ‘휴식’에 실패하게 됩니다.』
…….시발.
애초에 궁궐에서 나오지를 말았어야 했어.
괜히 맘 놓고 논다는 게 재수 없는 사태에 처했잖아.
“제발 절 보내지 말아주세요.. 놈들에게 잡히면 에로한 일을 잔뜩 당할 거라구요!”
“하지 않는다! 역병의 마녀 따위, 품을까보냐! 네년은 소각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잿더미로 만들어줄 것이다!”
“흐윽… 죽고 싶지 않아.. 제발 도와주세요..”
멋대로 떠들어대도 별 수 없다고.
나한텐 메인퀘스트가 훨씬 더 중요한 걸.
이왕이면 싸움 없이 끝내고 싶었지만, 퀘스트가 신원 양도를 원치 않는다는 데 어쩌겠어.
여기선 별 수 없이 거절해야지.
퀘스트를 거절하려는데 웬걸 경고음이 울렸다.
『경고! 경고! 외교 관계를 위한 ‘일’을 진행했다간 진행 중이던 메인퀘스트 ‘휴식’에 실패하게 됩니다.』
…………….시발?
-퐁삽 : 어쩌라는 건뎈ㅋㅋㅋㅋ
-츳키 : 퀘스트 두 번 연속으로 꼬임ㅋㅋㅋㅋ
-줌벽 : 사스가 쿠소게임!
-사이언스킬러 : 넌 이미 죽어있다! 사망플래그 달성이야!
-구아악 : 갸아악 구아아악
아니 이건 수락할 수도 없고 거절할 수도 없잖아.
진짜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아, 암걸린다!
인간적으로 고를 수 없는 선택지는 주지 말아야 되는 거 아니냐!?
망할 쓰레기 게임 같으니!
============================ 작품 후기 ============================
이제 개복치가 눈 뒤집히고 랜덤마법을 쓴 뒤, 스토리가 산으로 가면 삽질이 완성되겠지요!(…)
오늘도 선추코 및 쿠폰, 많은 성원과 애정에 감사드리며
후기는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