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5
00015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15)
제 6 계층, 악마군주의 대미궁을 벗어난 뒤.
이 기념비적인 순간에 셀레나는 가장 먼저 청소를 시작했다.
박박박!
박박박박박!
내 몸에 오물 한 점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
처음에야 고마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지.
벌써 두 시간 째 살갗이 벗겨지는 고통을 느낀다!
‘꺄아악! 살려줘! 아파, 아프다고!’
“닥치게! 그대는 너무 더럽다! 본녀는 오물 마법사 같은 불명예스러운 호칭을 듣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아 거긴 좋아. 그래 좀 더 아래, 아래, 너무 아래잖아아악!!’
『내구도가 1 하락했습니다.』
어찌나 힘줘서 닦아대는지 껍질이 다 벗겨질 지경이다.
셀레나가 대마법사기는 해도 근본은 악마.
타고난 근력 능력치 덕분에 이류검사는 힘으로 앞선다.
그런 관계로 대청소가 시작되었다.
거품목욕에 표피 벗기기, 먼지 닦기에 왁스칠까지.
완전 신품처럼 뽀득뽀득하게 새 단장을 했다.
애초에 [새것처럼 빛나는 광택]효과도 달렸고.
앞으로 며칠간은 산뜻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지독한 악취만 어떻게든 해결한다면 말이다.
“역시 냄새구려… 대체 뭐가 더 섞인 건지…….”
‘이걸 발라! 이걸 바르라고! 닦는다고 될 게 아니니까!’
『스킬망각제(선택)를 1,000p에 구매했습니다.』
데구루루.
셀레나는 물약을 보더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남의 등에 오일 바르는 것도 아니고 지팡이한테 이런 짓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나도 미녀한테 받고 싶었거든요 빼애애액!’
“하아. 아이템을 잘못 만나서 갖은 고생을 다하는구나.”
말은 그렇게 해도 셀레나는 제법 세심하게 약을 발랐다.
정성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몸이 그냥 살살 녹는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생긴 건 조금 유감이지만 그 외는 전부 최고라니깐.
망각제 마사지를 받자 띠링, 하고 알림이 울렸다.
순간 염력을 제거할지 강한 충동을 느꼈지만.
뭐, 이제는 셀레나가 함께 하니까.
염력보다는 지독한 악취 쪽이 몇 배는 성가시다.
『지독한 악취(中) 스킬을 망각했습니다.』
이걸로 해방이다.
더는 쓰레기취급 받지 않아도 돼.
당당하게 하나의 아이템으로 살아갈 수 있어!
“그래서. 이제부터는 뭘 해주기를 바라는가.”
‘바라는 거? 뭐 적당한 게 하나 있긴 한데…’
왕국 차원의 탐험대가 페르뒬 산으로 진군하고 있고.
일단 걔들하고 만나면 미녀NPC 하나는 있겠지.
인간들은 실력이 좋을수록 외모도 빼어나거든.
무슨 그런 불합리한 법칙이 다 있냐고?
생각해봐라.
게이머는 성장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어차피 조금만 지나면 실력 있는 NPC들과 부대낄 터.
근데 그 전까지는 초보자 파티를 데려왔을 거란 말이지.
가뜩이나 정도 붙었는데 신규 NPC들이 못생기기까지 하면?
파티원 교체를 안 한다.
그럼 성장은 더뎌지고, 재미는 반감된다.
강력한 NPC들의 외모가 실력 못지않은 이유?
망설임 없이 전 파티원들을 걷어차라는 의미인 거다!
인간들은 그리 대단한데 악마는 왜 이러냐고?
악마는 힘을 빨고 인간은 외모를 빠는 종족이다!
서큐버스? 인큐버스?
인간의 정을 빨아먹는 뇌쇄적인 매력?
끔찍한 소리 마라!
걔네 촉수괴물임!
인간 몸에 촉수 꽂고 정기 빨아먹는 벌레라고!
그런 흉측한 건 떠올리지 말자.
자자.
설명 끝! QED! 증명종료!
“하아. 정말이지 귀축이 따로 없구나.”
‘내숭 떨기는. 너도 이왕이면 몸 괜찮고 잘생긴 남자가 좋잖아?’
“그건 사실이다만……. 그대는 정도가 과하지 않는가!”
갤러리 채팅창이 ‘ㅇㅈ’로 도배되기 시작한다.
얘네 진짜 물타기 잘하네.
너네도 실은 예쁜 미소녀가 좋으면서!
우린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가령 이런 가정을 해보자.
전투력 10만의 오크투사랑 전투력 1만의 인간여전사.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으면 어느 걸 선택하겠는가.
카드 게임이 아니고서야 이건 단언컨대 후자다.
하물며 후자는 미소녀이기까지 하다면?
카드 게임만 아니면 100% 후자다.
카드 게임은 왜 제외냐고?
걔넨 일러스트가 작아서 전투력 만능주의거든.
못생긴 카드는 일러스트 확인만 안하면 그만이지.
이쪽은 24시간 내내 같이 여행을 다닌다.
못생긴 얼굴로 “구해줄게!”하면서 달려오고.
못생긴 얼굴로 “먹을래?”하면서 수프를 나눠주고.
못생긴 얼굴로 “불침번은 맡겨줘!”하면서 취침인사를 한다.
그냥 화가 난다고.
게임은 즐기려고 하는 건데.
게임에서까지 못생긴 얼굴을 보는 건 억울하잖아!
“하아……. 그대는 심성부터 구제불능이었군.”
-낭자아이 : 저거 3회차 플레이때 아님?
-퐁삽 : 못생겼지만 초 유능한 동료. 아직도 기억나네.
-쓰레기 : 절벽 추락하다가 구출 받았는데 손 놨었던가.
아. 생각났다.
너무 못생겨서 놀란 나머지 힘이 풀렸지.
그때는 모험이고 뭐고 아무 것도 모르는 때였으니까.
완전 민폐처럼 신세만 지다가 데드엔딩 찍었다.
새삼 미안하기는 하네.
지금 파티원이 된다면 내 쪽에서 더 챙겨줄 수 있는데.
물론 못생겨서 파티원으로 안 받아줄 거지만.
“지팡이님.”
‘응?’
“맹세컨대. 한 번만 더 여자를 추녀니 못생김 따위로 지칭했다간 그대를 잿더미로 만들어 주겠네.”
죄송합니다잘못했습니다두번다시안그럴게요…….
뭐, 아무튼 간에.
요는 마법을 알려달라는 거다.
“…전혀 중간과정을 이해를 못하겠다만.”
‘에헷.’
“하아. 알았으니 돼먹잖은 귀여운 척은 그만두게.”
얘, 나에 대한 취급이 상당히 박해졌는데.
뭐 이것도 자업자득이니 할 말은 없다만.
아무튼 간에 중요한 건 마법습득이다.
왜냐고?
이런 저런 일로 새까맣게 잊을 뻔했지만.
나, 아직 [자기개발2]를 못 깼다.
게다가 마법시연으로 습득한 건 고작 두 가지.
랜덤마법 숫자는 아직 일곱 개다.
결과적으로 이벤트만 잔뜩 겪고 나온 셈이다.
-낭자아이 : 우우 여자 끼고 사기 치지 마라 기만자야
-퐁삽 : 죽창 각… 날카롭다…
-쓰레기 : 먹버할 생각으로 여자는 카운트 안하는 거 보소 ㅉㅉ
와 정말 못됐다.
이 사람들 누굴 생양아치로 아나.
그래, 셀레나를 얻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소득이기는 하다.
미녀까지는 아니어도 악마 치고는 봐줄만 하고.
거기에 노력가에다가 상호간에 의지할 수 있기까지.
따지고 보면 악마족에서 얘보다 더한 애는 없을 거다.
“읏… 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이런 파렴치한!”
‘…어째서 거기까지 취급이 박정한 건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성희롱이라도 한 줄 알겠네.’
“되었다! 누가 친 악마족 지팡이 아니랄까봐!”
왠지 모르게 동료 취급 받았다.
아니 매도당한 건가?
진짜 심란하네, 이거.
‘아무튼 간에. 자발적으로 마법을 습득하는 요령이 있을까?’
“배우고 싶은 마법은 있는가?”
‘마비독 생성.’
셀레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 익힐 수 있게 될 거네.”
오오, 대마도사의 비전지식 같은 게 있는 건가?
악마족 고유의 권능이라거나?
뭔지는 몰라도 분명 유용할 거라고 기대를 품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확실히 유용하기는 했다.
다만 방법은 내 상상을 가뿐히 넘어섰다.
셀레나는 바위 위에 의태해있던 골렘을 집어 들었다.
…저거 1톤은 가볍게 넘겠는데.
얼마나 힘이 센 거냐. 이 마법사는.
아무튼 간에. 저걸 바위에 묶어서 뭘 하는 거지?
그리고 나는 왜 바위 위의 나무에 묶어두는 거고?
셀레나는 왜 적당히 자리를 잡고 걸터앉아 날 바라보는데?
“그거. 10분 뒤에 줄이 끊어진다네. 죽기 싫으면 마비독을 계속 쓰고자 염원하도록. 참고로 위력이 부족하면 골렘을 마비시킬 수는 없을 거라네.”
당연하지!!
마비독은 애초에 생체독 같은 거라고!
신경계도 소화기관도 혈관도 없는 골렘을 어떻게 마비시켜!
나는 진심으로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셀레나 역시 진심으로 의아해하였다.
“하면 되잖나. 그대 정도의 지팡이라면 알고 있을 텐데. 별 것도 아닌 걸로 뭐 그리 엄살인가.”
아차.
이 녀석은 날 마왕이라도 봉인된 보물로 알고 있지.
새삼 ‘빼액 나 못해 빼애액’ 거려봤자 들어먹지도 않을 거다.
그럼 정말로 배워야만 된다는 건데.
“구워어어어!”
느긋하게 햇볕이나 내리쬐던 골렘은 단단히 화가 나셨다.
큼지막한 주먹이 당장이라도 마법넝쿨을 찢어발길 기세다.
처음에야 어떻게든 생기겠지, 싶었지만…….
이거 진짜 이러다 골로 가겠다.
부웅!
주먹이 막 발밑을 스쳐지나간다고!
넝쿨은 점점 내려오고.
골렘의 사정거리는 가까워지고.
이제는 몸까지 펄떡거리지 않으면 클린히트 당한다!
정말로 죽어!
죽는다고!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 가슴에서 재차 무언가가 일었다.
마법을 습득할 때에 일어나는 특유의 이펙트였다.
『랜덤 마법(7종/22종)의 여덟 번째 마법이 확정됐습니다!』
『긴박한 위기는 극적인 마법으로 이어지는 법. 당신의 생존본능이 새로운 마법을 습득했습니다.』
『습득한 마법은 [마비독]입니다.』
“네, 거기까지.”
셀레나는 돌멩이를 손가락 사이로 툭 튕겼다.
굉장한 기세로 날아든 돌멩이가 골렘의 핵을 부쉈다.
마법도 아니고 악력만으로 골렘을 작살내다니.
이 여자, 정말로 마법사 맞아?
그보다 뭐야 이게.
수련이고 비전이고 고유능력이고 아무것도 없잖아.
그냥 죽을 뻔했다고!
“인생은 실전이라네.”
‘와. 누가 악마 아니랄까봐.’
“그러면 다음은 무슨 마법을 배우고 싶은가.”
안 배우고 싶습니다.
안 배워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나 그냥 이 퀘스트 안할래. 안 할 거라고!
묶지 마, 망할 여자야!
날 풀어줘!
이런 식으로 마법을 배우고 싶지는 않았다고!!
야 이 나쁜 년아!!
“후. 애먹이기는.”
상쾌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내린다.
만면 가득히 차오른 흐뭇한 미소가 답을 말하고 있네.
이 녀석, 그냥 날 엿 먹이고 싶었던 거였어.
죽기 싫으면 알아서 배우라는 스파르타식 교육은 이틀 뒤에야 끝이 났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도 더는 마법을 익힐 수 없었다.
아무래도 같은 방식으로는 익힐 수 없는 모양이다.
이걸 불행이라 해야 할지 다행이라 해야 할지.
심란한 마음을 추스르며 간신히 평정을 되찾았다.
“이제 두 가지만 더 배우면 된다는 건가?”
‘그래. 여행 좀 다니다보면 알아서 생기겠지.’
“특훈은 더 안하는가?”
아.
그거 특훈이었냐?
난 틀림없이 신종 고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후훗. 좋구나. 이렇게 외출에 나서는 것도.”
‘두 번 더 좋으면 나 죽겠다 이 여자야.’
“단 한 번도.”
세상에서 가장 씁쓸한 미소가 있다면 이러할까.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대미궁을 나서본 적이 없었네.”
‘…그 음습하고 지저분한 돼지소굴에서? 정말?’
“어쩔 수 없었지. 적색군단장은 그대 앞에서는 제법 온순한 척 가식을 떨었네만, 실제로는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인 사이니까. 대미궁을 나섰으면 작정하고 암살단도 보냈겠지.”
꽤나 서글픈 이야기다.
그놈의 화염마법이 뭐 그리 대수라고.
그거 하나 안 배웠다고 평생을 괴롭혔다는 거 아닌가.
어쩐지 빨갱이 녀석 대머리더라니.
머리숱이 없는 녀석은 신용해서는 안 된다.
이건 만국 공용의 진리나 다름없는 격언이니 새겨두도록!
“풋. 그럼 그대도 믿을만한 상대는 아니겠구나.”
‘아나. 아이템한테 이러는 건 반칙이지!’
“아무렴. 그대에게는 감사를 표하네. 덕분에 이렇게 바깥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어.”
‘그런가. 뭐, 얼마든지 고마워하라고. 앞으로도 질리도록 보게 될 테니까.’
“그건 혹시…”
아아, 괜한 착각은 말라고.
이건 그러니까…….
그래, 그런 거다.
어차피 쓸 만한 인재를 찾기 전까지의 이야기니까.
당분간 동행할 때만이라도 맘 편하게 다니라는 거지.
“그대는 참으로 상냥한 건지 심술궂은 건지 모르겠구나.”
서로 피식 웃으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런 걸 교감이라고 하는 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일체감 비슷한 감각이다.
여전히 외모는 아쉽지만.
이제는 그런 게 그리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
다른 게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거든.
“흐음. 본녀의 무엇이 그리 신경 쓰이는가?”
‘평생을 대미궁에 갇혀 있었다며? 그럼 나이가…’
“닥치거라.”
어색한 정적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셀레나는 그리 젊지는 않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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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악마의 연령은 수백에서 수천 사이입니다.
설정2> 22세기의 현대인은 외출이 불가능한 관계로 현실에서의 연애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고로 주인공을 비롯한 갤러리 대다수가 게임으로 연애와 성애를 배우거나 몇몇 분야에서는 무지한 상태입니다.
팁> 작가는 선추코를 좋아합니다.
알림> 피드백의 일환으로 지난 화에 특수보상 ‘칭호’ 관련 지문이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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