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176
175화. 상생 (5)
균열 밖으로 나온 유리는 기겁하고 말았다.
엉망이 된 주변 풍경이 그를 반겨 주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뭐야?!”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나무 벽과 잔해들.
분명 자신이 기억을 잃기 전에는 단 한 군데만 생겼던 벽의 구멍이, 지금은 적어도 10군데는 넘게 생겨나 있었다.
당황한 유리는 사정을 알려 줄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균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부서진 나무 잔해를 모아 모닥불을 피운 이들이 시야에 잡혀 들었다.
옹기종기 모여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고 있는 일꾼 4인방.
유리가 그들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확실해?”
“배고프다?”
“정말?”
“그, 그렇다고 몇 번을…….”
군터를 심문하듯 쏘아붙이던 1~3호.
그들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에 고개를 틀었다가, 그림자의 주인이 유리인 것을 확인하고 화색을 지었다.
“유리! 몸은 괜찮아?”
“너 잘 왔다!”
“배고프다!”
너도 나도 유리를 반겨 주는 이들.
갑작스러운 그들의 환대에 유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쪼르르 달려온 테레시아, 아린, 뽀삐가 유리를 포위하듯 에워쌌고.
곧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 사람… 아니, 그분이 정말로 요한 레드너님 맞아?”
“너, 부절검님 제자였어?! 진짜루?”
“배고프다!”
그들의 질문 세례에 유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전부 들킨 모양이네.’
한참 세경과 내기를 하는 와중에 돈오에 들었고, 그때 요한이 나타나 자신을 도와줬다면, 아마 모두가 지켜보는 와중이었을 거다.
하여 유리도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딱히 좋은 상황은 아니네.’
요람에 외부인이 드나드는 것을 들켜 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심지어 그 외부인이 자신과 관계되어 있다는 건 언제든지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으리라.
하여 지금껏 숨겨 왔던 비밀이 이번 일로 전부 들통이 났다는 사실에 유리는 살짝 찝찝함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비밀을 알아 버린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이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이들이라는 점이었다.
유리의 시선이 멀찍이 떨어져 자신을 바라보는 군터에게 향했다.
‘셋은 그렇다 치고, 바른 생활 소년은…….’
은근슬쩍 유리의 시선을 피하는 군터.
애초부터 자신과 요한의 관계에 관해 알고 있던 군터는 지금껏 그걸 다른 이들에게 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랬던 그가 공연히 이번 일을 떠벌리고 다닐 리는 없어 보였다.
유리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
“대체 부절검님 그분은… 여길 어떻게 들어 오신 거야?”
“아무리 부절검님이라고 해도 막 함부로 외부인이 요람에 들어와도 되는 거야? 아… 부절검님 정도면 괜찮은 건가?”
“배고프다!”
계속해서 자신의 궁금증을 쏟아 내는 1~3호.
그들을 향해 유리는 퉁명스러운 어조로 답했다.
“그 영감탱이가 여길 어떻게 들락거리는지 나도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아마도…….”
유리의 이야기에 좌중의 시선이 쏠렸다.
심지어 관심 없는 척하던 군터마저 유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날아서 왔다 갔다 하는 걸걸?”
“…….”
유리의 답변에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불만 섞인 목소리라 쏟아졌다.
“나빠. 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할 것이지.”
“구라쟁이.”
“배고프다!”
시끌벅적해진 그들을 보며 유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들이 진실을 얘기해 줘도…….’
종종 현실이 허황한 이야기보다 더 허황스러울 때가 있는 법이었다.
한숨을 내쉰 유리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자신의 궁금증을 물었다.
“아니, 그래서 여긴 또 왜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데? 왜 죄 다 부서진 거야?”
그 질문에 표정이 시무룩해진 좌중.
모두를 대표해 아린이 말했다.
“그 폭탄마 할아범이 이랬어…….”
그 말을 이어받은 건 테레시아였다.
“어르신 두 분이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불같이 화를 내면서 부절검님을 향해 폭탄을 쏘더라고. 그 골족 어르신이.”
“배고프다.”
자신도 봤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뽀삐를 보고 유리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라는 얼굴로 말이다.
‘하긴 그 둘이 만났으니 뭐 하나 작살나도 전혀 이상할 건 없지.’
다만 문제는 그 결딴이 난 게 왜 자신들이 열심히 만든 이 요새냔 말이다.
‘이거 이러다 올해 중으로 완공할 수 있긴 하려나 모르겠네.’
이렇게 계속 부서지다가는 완공보다 주변 나무의 씨가 먼저 마를 판이었다.
그리 한숨을 내쉰 유리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래서 그 골족 영감은?”
“아까까지 저기 계셨어.”
테레시아가 손가락을 뻗어 가리킨 방향.
거기엔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은 용광로가 있었다.
이에 유리는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런 유리의 뒷모습을 보고 아린이 놀란 목소리로 속닥였다.
“딱히 부정하지 않는 걸 보면… 그분이 부절검님이 맞다는 거겠죠?”
“정말 그런가 본데.”
“배고프다.”
그리 중얼거린 세 사람의 시선이 군터에게 쪼르르 돌아갔다.
마치 ‘진짜였어?!’라는 듯한 그들의 시선에 군터에게서 진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러니까, 내가 맞다고 대체 몇 번이나 얘기를……!”
* * *
어둠 속을 걸어간 유리.
저벅저벅-.
용광로의 뒤편에서 앞으로 나아간 그는 주황빛 불빛을 받으며 앉아 있는 세경 워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뭐 해?”
유리가 일부러 목소리 높여 인기척을 냈음에도 세경은 여전히 용광로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용광로 속 화염만을 빤히 응시할 뿐이었다.
그의 곁에 선 유리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하냐니까? 내기나 마저 이어서 합시다!”
이어진 재촉에 그제야 세경이 입을 열었다.
“아름답지 않으냐?”
자신이 원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답변에 유리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세경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갈 뿐이었다.
“용광로의 불꽃은 밤에 더욱 아름답게 피는 법이지. 수십 년을 지켜보았지만, 이 아름다움에 비할 꽃은 보지 못했다.”
그가 약간 우수에 찬 눈빛으로 유리를 돌아보았다.
“…내가 펼친 광성극화술에서 무얼 보았느냐?”
이에 유리는 자신이 느낀 것을 그대로 전해 주었다.
“지독한 집념으로 피워 낸 기술의 정화.”
“그렇군…….”
유리의 답변에 세경이 다시금 용광로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잠깐 다시 불꽃을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걸 깨달았다니 다행이다. 그러니 이 내기는… 내가 진 거로 하자. 내기에서 내가 졌으니, 약속대로 너에게 야금술과 연금술을 가르쳐 주마.”
“……?”
“그 말을 전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난 이만 가 볼 터이니 나중에 보자.”
그렇게 말을 끝낸 세경이 엉덩이를 털며 일어섰다.
그의 옆 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유리가 뚱한 목소리를 냈다.
“에이, 영감이 진 거로 하는 게 어딨어? 난 그런 찝찝한 건 싫다고. 그냥 마저 결판내. 좀만 기다려봐, 내가 그 광성극화술인가 뭔가 당장 해 보일 테니까.”
“…됐다. 그냥 내가 진 거로 할 테니…….”
거듭되는 거절에 유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곧이어 입꼬리가 씰룩이며 웃음기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꽁술 영감… 쫄았어?”
“…….”
“이번 내기도 내가 이길 거 같으니까 이제 와서 선심 쓰는 척하는 거잖아?”
“…….”
“와, 나는 한껏 분위기 잡기에 뭐 하나 싶었더니… 고작 이런 수작질이라니? 푸흡.”
유리의 놀림이 계속되자 세경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려 왔다.
‘옘병할 새끼, 눈치는!’이라고 입을 뻥긋거린 세경.
그가 이를 바득 갈았다.
“…넌 운 좋은 줄 알아라.”
“왱?”
“만약 내가 네 옘병할 스승한테 가져온 폭탄을 전부 쓰지 않았다면… 당장 네놈 주둥이에 전부 쑤셔 넣었을 테니까.”
“예이예이, 그러시겠죠. 아무튼, 내기 계속하자니까? 내가 유리표 광성극화술 보여 줄게!”
“되었다…….”
“왜?”
“아, 됐대도! 그냥 네놈이 이긴 거로 해!”
버럭 소리친 세경의 볼이 푸들거렸다.
그가 울분에 찬 얼굴로 유리를 노려보았다.
‘천재란 것들은 전부 나가 죽었으면!’
저 자신감 넘치는 얄미운 낯짝과 자신의 불안한 감이 말해 주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로 유리 녀석이 광성극화술을 정말로 펼쳐 낼지 모른다고.
아니, 그럴 확률이 높다고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보기 싫은 거였다.
만약 정말로 저 빌어먹을 녀석이 단 한 번 본 거로 광성극화술을 펼쳐 낸다면…….
‘그걸 익히려고 뭐 빠지게 고생한 내 수십 년이 뭐가 되겠냐!’
자신의 세월을 부정당할 바에야 그냥 내기에서 지는 게 백배 천배 나았다.
“아, 내가 광성극화술 보여 준대도! 나 진짜 제대로 펼칠 수 있다니까? 응? 한 번 봐 봐!”
“…….”
유들유들 도발하는 유리 때문에 부들부들 떨어 대는 세경.
그는 별이 떠오른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일생일대의 고민을 했다.
‘야금술… 때려칠까?’
* * *
그날 세경은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물론 매우 다시 오기 싫은 얼굴로 말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유리가 일꾼 1~4호를 모두 불러 놓고 그 앞에 섰다.
“후우…….”
심호흡을 한 유리.
비장한 표정의 그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마치 사생결단을 내려는 듯.
매서운 눈으로 검 끝을 노려보는 유리.
그와 동시에 애검 흰둥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강검, 연검, 화검.
그 빠르고 자연스러운 변화를 지켜보는 군터는 작은 감탄을 흘렸다.
그사이 가뿐하게 3단 변신을 마친 흰둥이가 곧장 황금빛 옷을 입어 나갔다.
마치 황금색 꿀을 바른 듯, 반투명한 막에 휩싸인 흰둥이.
바로 마검이었다.
파츠측-.
푸른 뇌전까지 두른 유리의 마검은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었다.
1, 2, 3초.
과거의 기록을 가뿐하게 넘어섰음에도 유리의 표정은 너무도 여유로워 보였다.
그렇게 무려 1분이 흘러.
스륵-.
유리가 마검을 거둬들였다.
‘마검을 1분이나 유지했는데… 아직도 여유가 있어!’
아니, 이건 여유가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 정도 양과 밀도, 그리고 순도의 마나라면 마검을 족히 30분 넘게 운용할 수 있을 듯싶었다.
그 사실에 흥분했는지 유리의 얼굴에 작은 홍조가 피어올랐다.
‘이 젖꼭지… 굉장하잖아?!’
빈 수박이 되어 버린 마나 핵에 달랑달랑 붙어 있는 작은 마나 혹덩이.
그간 그걸 달랑거리는 젖꼭지라고 부르며 무시하는 감이 없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실체를 깨달은 지금에 와서는 결코 그리 부를 수 없었다.
‘이게 고작… 영감탱이의 2% 남짓이었다고?’
그런데 그 2% 남짓이 그동안 자신이 요람에서 아득바득 모아온 마나의 수십 배를 상회했다.
이 작은 마나 덩어리가 말이다.
그럼…….
‘만약 내가 빈 공간을 전부 채워 이 마나 핵의 능력을 온전히 끌어낸다면?’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질문을 던진 유리의 뇌리로 과거 절벽 하나를 날려 버렸던 요한의 무시무시한 무위가 스치듯 흘렀다.
그와 함께 즐거운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흐흐흐흐.”
유리가 뽀삐를 바라보며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봤냐! 나 이제 조루 아니다!’라는 속내가 듬뿍 묻어나는 눈빛,
이를 마주한 뽀삐가 팔짱을 꼈다.
“배고프다.”
“그래서 다음 거는? …이라는데?”
“다음 거?”
“응.”
“…기다려 봐.”
아린의 통역에 유리가 치켜들었던 턱을 내렸다.
뽀삐가 말하는 ‘다음 거’가 무엇인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유리가 검을 들고 다시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 마나양이라면…….’
이를 악문 유리.
그는 자신을 무시하는 저 빡빡이에게 본때를 보여 주기 위해 마나 핵을 쭉쭉 짜냈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마검으로까지 변신한 흰둥이.
그 변신은 곧장 다음 단계로 이어졌다.
반투명한 황금빛 막 너머로 어렴풋이 비치던 검날이 완전히 황금빛에 잡아먹히고.
이내 완벽히 투명한 황금빛 결정만 자리하게 되었다.
정말로 보석처럼 변한 검신.
이를 본 테레시아와 군터는 속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아름답다…….’
‘정말… 성검이다!’
지난번같이 무의식에서가 아니라, 이번에 유리는 정말로 자신의 의지로 성검을 만들어 낸 거다.
이는 그가 정말 공인 6단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을 증명하는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감탄하는 사이.
1초.
푸른 뇌전을 머금은 성검의 찬란한 빛이 사그라들고.
2초.
푸른 뇌전이 사라졌으며.
3초.
기어코 황금빛 결정마저 사라지며 흰둥이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파직 파지직-.
이후 작은 뇌전만이 검신에 남아 살짝 몸부림을 쳤지만.
피르르르-.
이내 그마저도 힘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
“에게?”
“…끝?”
“배고프다.”
정확히 3초 만에 사라진 성검에 일꾼 1~4호가 눈을 끔뻑였다.
그들의 황당한 시선에 누구보다 당황한 유리가 얼굴이 시뻘게져 소리쳤다.
“이, 이건… 그… 아까 마검 보여 주느라 힘 빼서 그런 거야! 맞아, 그런 거다!”
“…고작 그거 얼마나 했다고.”
“그것만 해도 꽤 차이가 크거든! 그러니 기다려 봐. 내가 마나 다시 차면 제대로 보여 줄 테니까!”
유리의 그런 구차한 변명은 오히려 그가 성검을 만드는 데 전력을 쏟아부었다는 사실만 부각시킬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유리를 본 뽀삐의 한쪽 입꼬리가 씰룩거리니.
“배고프다.”
“마검 조루 탈출을 축하한다, 성검 조루야… 라는데?”
어김없이 이어진 아린의 통역에 유리가 발작하여 뽀삐에게 달려들었다.
“캬악! 아니라고! 나 조루 아니라고 이 빡빡이 새꺄!”
진실을 부정하며, 성난 유리가 뽀삐의 정수리를 오물오물 물어뜯었다.
바로 그때.
“쯧, 무작정 마나만 때려 부어 성검을 만들려고 했으니 조루 소리를 들어도 싸지, 에라이 무식한 놈.”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좌중의 시선이 돌아갔다.
다각 다각-.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요한을 본 일꾼 4인방이 일제히 놀라 경직됐다.
‘…그분이시다.’
‘부절검님!’
‘요한… 레드너.’
‘배고프다!’
부러지지 않는 검(不折劍)이란 요한의 칭호.
그 속에 담긴 업적은 검주가 건재하는 한 영원히 나란히 빛날 신화였다.
그러니 무의 길을 걷는 후배들이 요한을 어려워하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하지만 어디든 예외는 있는 법이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요한을 어려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유리.
자신이 왔음에도 여전히 뽀삐의 정수리를 물어뜯고 있는 그를 보고 요한의 미간이 절로 찌푸렸다.
“뻘짓거리 그만하고 내려와라. 마검과 성검 다루는 요령을 알려 줄 테니까.”
“…정말?”
요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리가 쪼르르 달려왔다.
그의 눈이 기대로 가득 차올랐다.
“그 요령을 배우면 나도… 3초짜리 탈출할 수 있어?”
“네놈 하기 따라서 달라지겠지.”
“그럼 문제없는 거네, 난 뭐든 잘하니까! 그런데 영감… 안 가? 원래는 하루도 안 있다가 갔잖아?”
“네놈 꼬라지를 보니 한 며칠 잔소리를 좀 해야겠다. 그러니…….”
그리 말한 요한의 시선이 일꾼 4인방을 향했다.
“너희도 준비해라, 내가 여기 있는 동안 네놈들도 적당히 봐줄 테니까.”
“……?!”
난데없는 요한의 이야기에 일꾼 4인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시에 다급해졌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부절검이 지도해 준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이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저도요!”
“배고프다!”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혼비백산, 4명의 일꾼은 부리나케 자신들의 무기를 챙기러 움직였다.
그러는 사이 유리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 요한을 바라보았다.
“뭔 꿍꿍이야? 알아서 자원봉사를 다 한다고 하고?”
“쯧, 자원봉사는 무슨, 다 내가 편하려고 이러는 게지.”
“……?”
“앞으로도 종종 네놈을 만나러 올 텐데, 내가 이 나이에 언제까지 저 어린 것들 눈치 보면서 좀도둑처럼 숨어들어야겠냐?”
“아?”
“차라리 이참에 저것들한테 조언이랍시고 몇 마디 던져 주고…….”
“공범으로 만드시겠다?”
“그런 거지. 킬킬킬.”
아마 요한에게 몇 수 지도를 받는다면 저들도 어디 가서 요한에 관한 이야기를 함부로 꺼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건 요람에 외부인이 드나든 것을 그들이 알면서도 방조했다는 뜻이 될 테니까.
이에 유리가 눈을 반짝였다.
“하긴 강압적으로 족쇄를 채우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입을 다물게 하는 쪽이 훨씬 관리하기 쉽지.”
“애새끼, 네가 뭘 좀 아는구나. 프흐흐.”
“그럼! 내가 이쪽으로는 또 빠삭하거든, 후후후.”
노인과 소년.
묘하게 닮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후후후후.
프흐흐흐.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섞여 공터에 묘하게 즐거운 울림을 가져왔다.
그렇게 길게 끌어 왔던 세경과의 내기가 마무리되고.
거기에 유리가 성의 경지에 든, 봄날의 끝자락.
그로부터 시간은 빠르게 흘러…….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