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197
196화. 무룡대전 (5)
기기묘묘한 궁술로 상대의 몸에 화살을 꽂아 넣은 아린.
그녀는 어느 정도 방심하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그녀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그러했을 거다.
몸에 꽂힌 화살만 총 7대.
그 모두가 목숨에 큰 지장은 없을지언정 당장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급소들이었다.
실제로 아린이 그런 곳만 노렸으니 말이다.
한데, 미셀은 7대의 화살을 꽂고도 일어서고 있었다.
칙–!
미셀이 당장 움직임을 방해하는 화살들을 뽑아내자 그 자리에서 작은 피 분수가 솟구쳤다.
그 모습을 황망하게 지켜보던 아린은 눈을 끔뻑였다.
‘…저러고도 일어난다고?’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아프지도 않나?
그리 혀를 내두르며 아린은 다시 화살을 걸었다.
‘좋아, 더는 못 일어날 때까지 화살을 꽂아 넣으면 그만!’
그리 생각하며 아린은 활시위를 놓았다.
그리고.
푸슉- 푸슉-!
퍽퍽-!
또다시 2대의 화살이 허벅지에 꽂히며 미셀의 몸이 잠시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는 넘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묵묵히 새로이 허벅지에 꽂힌 화살을 내려다보았다.
한데 그 눈빛은 마치 자신의 육신이 아닌 다른 이의 몸에 화살이 꽂힌 것을 보는 듯 무심했다.
훙-.
이제 화살을 뽑기도 귀찮은 것일까?
가볍게 휘둘러진 화살이 화살대를 잘라 냈고.
타다다닥-.
미셀은 그대로 아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를 본 아린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그걸 맞고도… 아직도?’
입술을 질끈 깨문 그녀는 3개의 화살을 뽑은 다음 무어라 작게 중얼거리며 시위에 걸었다.
츠츠츠-.
이후 상아색 빛이 화살에 깃든 순간.
아린이 시위를 놓았다.
슉- 슉- 슉-.
활을 떠난 화살들이 세 갈래로 갈라졌다.
취륵- 취- 취직!
갈라진 화살들은 요사스러운 뱀처럼 움직이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서로 다른 방향에서 미셀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 말도 안 되는… 마법과도 같은 화살의 움직임에 지켜보고 있던 좌중이 기함했다.
“미친?! 저게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궁술이라고?”
“화살이… 어떻게 저리 움직일 수 있는 거지?”
고대 엘프의 피를 이었다는 린족의 궁술이라면 저럴 수 있을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경악성에 유리는 육포를 꿀떡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놀랄 만하지.’
검, 창, 도, 방패 등등.
각종 병장기를 사용하여 성검이나, 마검, 혹은 그 외에도 별의별 특이하고 놀라운 기예를 펼칠 수 있다.
어찌 보면 공중에서 방향을 트는 화살보다 그것들이 더 특이할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기수들이 놀라는 이유는 바로 인식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다루는 병장기를 손, 그리고 육신의 연장선으로 여겼다.
워낙에 많은 마체술이 보편화된 세상.
하여 제아무리 독특한 절기와 기예라고 해도, 육신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병장기로 펼치는 마체술이니 ‘뭐, 저런 것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는 거였다.
하지만 궁술은 다르다.
화살이란 물체를 날려 보내는 행위.
아무리 마체술에 익숙한 이들이라고 해도 화살을 손과 육신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잘려 나간 팔다리가 따로 움직이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물론 궁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마체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극히 드물기는 하나 일반적인 궁술을 뛰어넘는 기예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아린의 궁술은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그건 영감마저 인정할 정도였지.’
아린의 궁술이 가진 비상식적인 변칙성은 수많은 경험을 해 본 요한마저 혀를 내두르게 했다.
[살다 살다 이렇게까지 지랄 맞고 방정맞은 화살은 또 처음 보는군.]화살이란 물체가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움직임을 아득히 상회하는 아린의 궁술.
요한이 지금까지 만나 본 마체술을 다루는 궁사, 심지어 린족의 궁사조차 이러지는 못했단다.
[저건 절대 일반적인 게 아니다. 아무리 마체술이란 게 있다고 해도 시위를 떠난 화살에 저 정도까지 간섭한다? 그건 영역(Zone)을 얻은 것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마나로 물체를 움직일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공인 7단 이상은 되어야 시도해 볼 수 있는 일.
한데 그 어려운 일을 아린은 밥 먹듯이 해내고 있었다.
이는 요한의 평가처럼 절대 일반적인 게 아니리라.
그리고 유리는 아린이 가진 저 특이한 힘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조금이지만 짐작하고 있었다.
아니, 그건 유리뿐만 아니라 아린과 오랜 시간 대련해 온 모두가 대충 예상하는 바였다.
‘저 녀석의 중얼거리는 습관.’
아린은 종종 활을 쏘기 직전에 작게 중얼거리거나 화살촉에 입술을 가져다 대는 습관을 보였다.
근래에 들어서는 입술을 가져다 대는 습관은 줄었지만, 그래도 중얼거리는 습관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그 행위가 끝나면 화살은 어김없이 빛을 머금고 날아왔다.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경로로 말이다.
이러니 어찌 모르겠는가.
‘그게 대체 뭘까? 무슨 힘인 거지?’
유리는 아린을 내려다보았다.
언제나 밝고, 자유분방함의 극치를 보여 주는 그녀.
늘 실없이 자신의 속을 전부 내보여 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유리는 자신의 주변 인물 중 가장 많은 비밀을 품은 게 아린이라 확신했다.
헬가라는 가문은 물론,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궁술과 괴상한 능력까지.
아린에 관해서 알려진 건 딱히 없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숨기는 게 참 많단 말이지.’
그렇게 유리가 아린에 관해 떠올리는 사이.
아린이 쏜 화살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미셀에게 도달했다.
이에 미셀이 쌍도끼를 휘둘러 화살 3대를 모두 쳐 내려는 순간.
취릭-.
마치 이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3대의 화살이 공중에서 다시 방향을 틀었다.
흡사 귀신이라도 들린 듯한 움직임을 보인 화살.
그 경악스러운 상황에도 미셀은 가까스로 2대의 화살을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마지막 하나는 쳐 내는 데 실패하며 등으로 받아 내고 말았다.
푹-.
휘청거리며 또다시 화살에 맞은 미셀.
그럼에도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다시 멈췄던 뜀박질을 이어 나갔다.
순식간에 미셀과의 간격이 가까워지자 아린도 이를 악물고 물러나며 최선을 다해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도 화살을 날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스가- 강-!
푹-!
아린이 화살을 날릴 때마다 대부분이 미셀의 손도끼에 분쇄되었지만, 어김없이 하나는 꼭 미셀의 몸에 꽂혔다.
이후는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다.
거리를 벌리려는 아린과 좁히려는 미셀.
쫓기는 자와 쫓는 자.
화살을 날리는 이와 이를 받아 내는 자.
추격전이 계속되는 동안 둘 사이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으며.
일정한 간격을 두고 화살이 빗발쳤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미셀의 몸에 꽂힌 화살이 하나둘씩 늘어 갔다.
이를 본 좌중은 질겁했다.
아린의 궁술은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몸으로 받아 내며 달려가는 미셀도 절대 정상은 아니었다.
일반인이었다면 움직이지도 못할, 혹은 목숨이 위험한 지경까지 왔음에도 그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태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비정상적인 움직임의 비밀이 괴츠의 입을 빌어 흘러나왔다.
“…블러디 더미.”
혹은 ‘피투성이 인형’이라 불리는 미셀 앙의 비전 마체술.
그건 그를 48기의 공식 서열 3위에 오르게 해 준 절기였다.
그 효능은 간단했다.
육신의 통각을 지우고 생명력을 극도로 증폭시키는 것.
그리하여 찢기고 베여, 육신이 한계에 달해도 끝까지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
언뜻 보면 너무도 유명한 광전사라는 마체술과 비슷해 보이지만, 둘은 명백히 달랐다.
광전사는 이성을 잃는 대신 인체의 한계를 풀어 엄청나게 힘을 증폭시키지만, 블러디 더미에게는 힘의 증폭 따윈 없었다.
대신 블러디 더미는 ‘이성’이 유지된다.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는 광전사가 되는 것이 아닌, 통각을 억제하고 생명력만 극도로 증폭시켜 흡사, 움직이는 시체가 되는 거였다.
그렇기에 괴츠는 아린이 걱정스러웠다.
‘저걸 사용한 이상… 미셀은 쉽게 쓰러지지 않을 거다.’
블러디 더미를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대가 블러디 더미를 펼치기 전에 제압하는 것.
그런데 만약 상대가 블러디 더미를 펼쳤다면 이를 상대하는 방법은 시전자가 직접 사용을 중단하거나…….
‘…혹은 죽이는 것뿐.’
괴츠는 부디 아린에게 별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 * *
덜그럭-.
화살집 안으로 들어간 손에 휑한 공간이 느껴졌다.
손끝에 걸리는 화살의 개수에 아린의 표정이 굳어졌다.
‘남은 건… 열 개 정도인가.’
오늘 그녀가 챙겨 온 화살은 모두 50개.
다시 말해 무려 40발이 지금까지 쓰였다는 뜻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정말 수두룩한 화살이 미셀의 전신 곳곳에 꽂혀 있었다.
마치 고슴도치로 보일 정도로.
이에 아린은 질려 버렸다.
‘뭐가 어떻게 되어 먹은 몸뚱이인 거야?’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움직이기는커녕 진즉에 죽었을 만한 상처였다.
그런데 그런 몸으로도 미셀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만약 내가 저 사람보다 느렸다면? 그래서 원거리가 아닌, 근접전이 됐다면?’
그때는 아마 아무리 상처입혀도 계속 움직이는 괴물을 상대해야만 했을 거다.
하여 아린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진 운이 좋았어.’
상성상 자신이 완벽하게 우위에 있는 싸움이었다.
상대는 그리 빠르지도, 힘이 강한 것도 아니다.
그저 지치지 않는 체력과 생명력을 가졌을 뿐.
만약 자신이 아닌 다른 근접 무기를 지닌 이들이었다면, 지치지도 않고 쓰러지지도 않는 저자는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제야 어째서 저 미셀 앙이 48기 서열 3위가 되었는지 깨닫게 된 아린.
그녀는 고민했다.
‘대체 저걸 어떻게 해야지 쓰러뜨릴 수 있는 거야? 진짜로 죽지도 않는 거야, 뭐야?’
그리 투덜거리던 아린은 불현듯 그런 의문이 들었다.
‘…죽지 않아? 정말로?’
저렇게 피를 많이 흘렸고.
저렇게 상처를 입었는데?
‘그런데도 정말로… 죽지 않는 거야?’
그게 가능하다고?
그런 의문이 들자 잔뜩 당겨졌던 활시위가 살짝 느슨하게 풀렸다.
그러고는 차마 다시 활을 당기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도망 다녔다.
그런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자, 갑자기 미셀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너…….”
일정 거리를 두고 미셀이 아린을 살기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냐.”
온통 피를 뒤집어쓴 혈인.
시퍼런 안광이 아린을 향하며 낮은 으르렁거림이 흘러나왔다.
그 서슬 퍼런 광경에 아린은 굳은 얼굴로 답했다.
“여기서 더 하면… 선배 죽어요.”
“하?”
“그러니… 그만해요.”
아린은 조용히 타이르는 말투로 그리 말했다.
이에 미셀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으니.
“큭… 크크크큭.”
그가 어이없다는 듯 아린을 바라보았다.
“크크크, 죽는다고? 내가?”
“지금 선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힘, 그거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닐 거잖아요?”
“그런데?”
“예?”
“그걸 왜 네가 걱정하는 거지?”
“왜냐니, 그야 당연히…….”
“멍청한 건지, 아니면 순진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동정하는 거냐?”
“…….”
“아아, 그거구나!”
미셀의 입가에 흉악한 미소가 걸렸다.
“내 몸을 이렇게 걸레짝으로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막상 사람을 죽이려니까… 두려운 건가?”
피 묻은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는 미셀.
비웃음 담긴 그의 시선에 아린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이에 미셀의 조소가 더욱 짙어졌다.
“병신 같은 년, 이 검주의 시대에, 그것도 그 중심지인 요람에 들어와 놓고… 이제 와서 사람을 죽이는 걸 머뭇거리고 있다니.”
비난이 가득 담긴 날 선 말이 아린을 난도질했다.
“그 정도 각오도 없는 년이 내 상대였다는 게 수치스럽기 짝이 없군.”
“…….”
“난 이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너를 죽일 각오로 이리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말이지!”
그리 외친 미셀의 도끼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쾅-!
대지를 터뜨리는 커다란 폭음과 함께 미셀의 신형이 아린을 향해 돌진해 들었다.
기습적인 미셀의 쇄도.
반면 아린의 반응은 살짝 늦고 말았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도 그녀와 미셀의 간격은 고작 한 번의 도약으로 좁혀질 거리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진즉에 미셀이 아린을 따라잡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미셀 역시 한 번의 도약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란 걸 알고 다음 수를 준비해 둔 상태였다.
애초에 이번 도약은 이 수를 위한 준비 과정일 뿐.
촤악-.
핏줄기가 흩날리며 여러 대의 화살이 뽑혀 나왔다.
미셀은 그간 자신이 몸에 꽂고 있던 그것들을 아린을 향해 날렸다.
쉐엑-!
암기처럼 날아드는 화살.
원래 주인의 것처럼 기기묘묘한 움직임은 없기에 큰 위협은 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린의 진로를 방해하는 용도는 되었다.
그리고 미셀이 던진 화살은 고작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몸으로 수집한 수십 개의 화살을 재빨리 뽑아 가며 아린을 향해 뿌려 댔다.
쉑 쉑-.
날아드는 화살을 피하는 아린의 표정이 다급해진 건 당연지사.
이를 본 미셀은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이거지… 이거야!”
아린이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 움직일 때마다 그녀와 미셀 사이의 간격은 점차 줄어들어 갔다.
이에 아린은 깨달았다.
‘아, 이 사람… 애초부터 이럴 작정으로 내 화살을 모은 거였구나!’
자신을 방심시키기 위해.
그리고 이 한 수를 위해.
미셀은 꿋꿋이 지금까지를 감내하며 저 많은 화살을 몸으로 받아 낸 것이다.
그 끔찍한 몰골이 되어 가면서.
‘시합인데… 고작 시합인데 어째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아린은 서서히 가까워져 오는 미셀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금방 갈 테니 거기서 딱 기다려라! 크하하하!”
빠르게 날아드는 위협적인 화살.
자신을 향한 서슬 퍼런 살기.
사방에서 몰려드는 축축한 혈 향.
그 모든 것이 아우러진 순간, 과거의 목소리들이 깨어나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밝고 따듯해, 포근한 목소리.
[아린아, 작고 귀여운 우리 공주님… 뭐든 잘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렴. 너는 그냥… 그냥 즐겁고 재밌게…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단다. 늘 행복하게…….]어둡고 차가운, 무미건조한 목소리.
차갑고 따듯한… 따듯하지만 차가운, 습기를 머금은 목소리.
[가… 떠나.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애써 억눌러 왔던 과거의 목소리들이 부상하여 아린 뇌리에 어지럽게 둥둥 떠다녔고.
그녀의 맑았던 눈이 혼탁하게 물들었다.
‘그냥… 그냥 좀 대충대충 자유롭게 살면 안 되는 거야? 왜 꼭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데?’
그사이 미셀은 어느새 아린으로부터 다섯 걸음 떨어진 곳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걸리니.
“적을 죽일 각오가 없다면!”
간격이 네 걸음으로 줄어들고.
아린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왜?’
세 걸음, 도끼를 높이 치켜든 미셀.
“네가 죽으면 되는 거다!”
두 걸음, 아린의 의문은 분노로 바뀌며 시위를 당긴 팔에 힘이 들어갔다.
‘…왜 내가 죽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 한 걸음.
미셀의 도끼가 X자 형태로 아린을 향해 쇄도하는 순간.
쉭-.
백색의 활시위가 가볍게 퉁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