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2화>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1)
“도련님! 도련님!”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하루가 흘러 있었다.
다급한 어조로 나를 부르는 여성의 목소리에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으, 으윽. ……모네?”
“네, 저예요. 도련님, 왜 바닥에서 주무시고 계세요?”
바닥? 대체 무슨 소리지. 내가 지금 바닥에서 자고 있었나?
머리가 지끈거려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하아. 근데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도련님, 지금 12시예요. 뭔가 잊으신 거 없으세요?”
“12시? 아, 잠깐…… 12시? 12시라고?!”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 12시에 델모어 자작과 만나 그의 일을 돕기로 했기 때문이다.
“모네, 당장 갈아입을 옷을…….”
그때였다.
[등장인물을 확인했습니다.] [설정 확인이 발동됩니다]==
<모네>
나이 : 20세
성별 : 여성
작중 역할 : 반하르트 백작가의 하인(주연)
보유 능력 : 기적과도 같은 행운
특이 사항 : 소설 ‘검의 소리가 들려’의 주연. 파비안이 가장 신뢰하는 여성이며,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낸 오누이 같은 사이. 뛰어난 손재주와 엄청난 행운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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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중에 떠 있는 글자를 멍하니 읽었다.
“도련님 왜 그러세요?”
모네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내 모습이 이상해 보였는지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그제야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아니…… 너 옆에 그거 뭐야?”
“옆이라니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말하는 모네의 모습에 나는 그녀의 어깨를 꽉 붙잡고 외쳤다.
“너 정말 이게 안 보여? 네 옆에 있는 이게 안 보인다고?”
“예? 제, 제 옆에 뭔가 있나요?”
모네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옆을 보았지만, 그건 내 행동에 당황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어딜 봐도 나처럼 ‘문자’를 본 얼굴이 아니었다.
만약 자신의 옆에 떠 있는 글자들을 봤다면 모네가 고작 이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으니까.
마법인가? 아니, 이런 해괴한 마법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
저건 마치…….
‘……소설의 설정?’
문득 떠오른 생각에 어제 정신을 잃기 전에 읽던 편지를 떠올렸다.
추측이지만 지금 모네의 옆에 떠 있는 글자는 사라진 편지와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외에는 짐작 가는 게 아예 없었다.
“도…… 련님?”
멍하니 서 있는 나를 조심스럽게 부르는 모네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버지의 편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모네! 혹시 어제 아버지가 보내셨던 편지 못 봤어?”
“편지요? 아침에 와서 막사를 정리했지만 보지 못했어요.”
“그렇단 말이지…….”
즉, 편지는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다는 뜻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덕분에 지금 이 현상이 더더욱 와닿았다.
“도련님, 서둘러 가셔야 하지 않나요? 델모어 자작님이 기다리실 거예요.”
“아아, 그래. 알겠어.”
여전히 모네의 옆에 둥둥 떠 있는 문자들이 마음에 걸렸지만, 언제까지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갑자기 이상한 게 보이는 건 보이는 거고, 우선 약속시간에 늦지 않는 게 먼저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군.’
볼을 강하게 꼬집어 보니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확실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었다.
‘거기다 주연이라니.’
나는 옷 입는 걸 도와주는 모네의 설정을 흘깃 보았다.
만약 저 설정이 사실이라면 모네는 소설 속 주연 중 하나. 거기에 엄청난 행운을 가진 주요 캐릭터다.
그런 모네가 왜 몰락한 반하르트가에 있는지 알기 힘들었다.
정말 운이 좋다면 몰락하기 전에 가문을 떠나거나, 가문에 행운이 찾아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다 특이 사항에 적혀 있는 ‘주인공 파비안’도 마음에 걸렸다.
내가 아는 건 그가 이 세계의 주인공이라는 것.
그리고 이미 죽은 인물이라는 것뿐이었다.
‘……정보가 부족해, 우선 차근차근 알아봐야겠어.’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키며 막사를 나섰다.
* * *
황급히 달려간 나를 반긴 건 심드렁한 델모어 자작의 얼굴이었다.
그는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너저분한 보급 창고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반하르트 경, 오늘 정리는 자네에게 맡기지.”
“예?”
당연히 나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일을 돕기 위해 온 거지, 혼자서 일을 다 하러 온 게 아니었으니까.
“그게 지금 무슨…….”
“경도 곧 게일 공작 각하께서 준비한 연회가 열린다는 건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내가 그곳의 일을 급히 돕게 되어 바로 가 봐야겠네. 이거 참 미안하게 됐군.”
미안하다는 것치고는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니었다.
‘연회를 돕는다고? 개소리를 참 길게도 하네.’
모든 보급품을 관리하는 델모어 자작이니, 연회 준비에 일이 없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연회까지는 아직 며칠이나 남아 있다.
벌써 그가 분주하게 움직일 일은 없을 테니, 이건 나를 엿 먹이겠다는 의도인 게 분명했다.
‘설마…….’
도리어 비릿한 미소마저 짓고 있는 그 모습에 나는 최악의 가정을 떠올렸다.
‘아직도 우리 가문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가?’
델모어 자작은 말재주 하나만으로 사교계에서 살아남은 인물로, 상당한 인맥을 자랑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가 처음부터 그러한 인맥을 자랑했던 건 아니다.
과거 아직 델모어 자작이 사교계에서 입지를 다지기 전, 그는 아버지에게 접근해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의 일에 반하르트 백작가의 힘을 이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아버지는 그의 속물적인 모습을 꿰뚫어 보셨는지, 냉랭한 태도를 취하시며 그를 멀리하셨다.
‘역시 일이 쉽게 풀릴 리가 없지.’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번엔 내가 델모어 자작의 인맥을 이용하고자 그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이래서야 시작부터 그른 것 같았다.
델모어 자작의 태도를 보아하니 아직 그때의 일을 잊지 않고 있는 게 분명했다.
‘델모어 자작은 포기해야 하나…….’
고위 귀족과 연줄이 많은 델모어 자작을 포기하는 건 아깝지만, 가능성이 없는 일에 시간을 쏟을 만큼 어리석진 않았다.
‘쓸데없이 청소만 하게 생겼네.’
하지만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좋든 싫든 오늘은 무의미하게 창고 정리를 하게 생겼다.
떠나는 델모어 자작의 뒤통수를 째려보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이던 그때였다.
‘응?’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순간, 그의 옆으로 아까 보았던 문자들이 이번에도 떠올랐다.
‘이건……?’
그 설정을 확인한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너무나도 재밌는 문구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저 내용이 사실이라면…….’
잠시 델모어 자작의 옆에 떠올랐던 내용을 곱씹던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거리를 남겨 둔 채 생각을 정리하려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빨리 정리부터 끝내자.’
한숨을 내쉬고는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하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 그럼 보급품을 점검할 테니 그쪽의 하인들은 물건을 나르도록.”
왕실에서 보내온 보급품만이 아니라, 각 귀족 가문에서 보내온 물건들이 뒤섞여 있어서 창고 안은 상당히 어수선했다.
직접 몸을 움직이는 건 하인이라지만, 이 모든 걸 분류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 델모어 자작도 그걸 알기에 이 일을 내게 맡긴 것이리라.
“그 물건은 미올 남작가의 물건이다. 이쪽으로 옮겨 두도록.”
“예? 옙.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마세린 경의 가문에서 온 물건인 모양이군. 저쪽으로 옮겨라.”
출처를 알기 힘든 물건들도 나는 척척 분류해 냈다.
하인들은 미심쩍은 얼굴이었지만, 후에 제대로 정리된 걸 확인하자 귀신에라도 홀린 얼굴이었다.
그들의 눈은 하나같이 내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일일이 확인도 하지 않고 대체 어떻게 한눈에 아는 거지?’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정확히 분류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내게 정리에 특출한 재능이 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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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의복>
이센 남작가에서 보낸 고급 의복이다.
탈루아 왕국의 수도에서 유명한 디자이너인 마담 생듀르의 작품이며, 아스크탈린 제국에서 공수해 온 원단을 사용하여 만들었다.
==
‘물건에도 보이네?’
그냥 어디서 보낸 물건인지 눈에 보였을 뿐이다.
덕분에 족히 몇 시간은 공들여야 할 창고 정리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끝날 것 같았다.
‘간단하군.’
순조롭게 정리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한 하인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나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튼 후작가에서 보내진 물건인가?’
딱히 설정을 볼 필요도 없이, 상자 뚜껑에 이튼 후작가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가문에서 보낸 물건이니 오늘내일 안에 이튼 경의 막사로 전달되겠…….
“잠깐!”
“헉?! 가,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상자를 들고 가던 하인을 급히 불러 세웠다.
“그거 당장 내려놔.”
“예? 가, 갑자기 왜…….”
하인이 당황하며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자, 나는 곧바로 밀봉된 상자를 거칠게 뜯었다.
당연히 주변의 하인들은 크게 경악했다.
“이, 이건 이튼 후작가에서 보내온 물건입니다. 아무리 반하르트 경이라도 함부로…….”
“정말 이튼 후작가에서 보낸 물건이라면 말이지.”
“……예?”
어리벙벙한 하인들의 의문에 일일이 답해 줄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문제다.
“미친…….”
상자 안에 들어있는 건 수십 병의 잉크통이었다.
전쟁터에서도 펜은 사용되니 이상할 건 없었다.
이게 평범한 잉크통이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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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잉크통>
바이안 데올릭이 테드릭 이튼을 모함하기 위해 준비한 물건. 지효성 독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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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쿵쾅거렸다.
모함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죄를 덮어씌울 만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탈루아 왕국에서 이름난 가문인 데올릭가와 이튼가가 얽혀 있다면, 왕국군 자체를 뒤흔들 만한 거대한 사건일 게 분명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이 사실을 알려야 될까?
아니, 나조차 확신할 수 없는 이야기를 떠들고 다녀 봤자 좋은 건 하나도 없겠지.
오히려 화가 나를 향할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그냥 입 다물고 있자니, 정말 사건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잠깐만.’
고민에 잠기는 것도 잠시,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건, 기회다.’
만약 여기에 적힌 ‘설정’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내가 가진 능력이 환상이나 거짓이 아닌 진짜라면.
이건 내게 있어 천재일우의 기회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