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적혈구 님으로부터 파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Y / N]미리 파티를 생성한 상태였는지, 아지트에 들어온 적혈구가 빠르게 초대를 걸어왔다. 그사이 길드원들은 오랜만의 파티 사냥에 들떠 있었다.
“근데 갑자기 무슨 퀘스트야? 리디, 저번에 퀘 다 끝나지 않았어?”
불쑥 들어온 파파의 질문에 리디안의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러고 보니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이다.
진행 중인 퀘스트에 대해 말하다 보면 미미르와 만난 것도 얘기해야 할 텐데. 분위기상 아직 밝힐 내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충 둘러대기엔 거짓말에 취약해, 리디안은 한동안 어버버 말 못 하고 당황했다.
“비밀.”
불쑥 나온 크라이그가 간단명료하게 대꾸했다. 뻔뻔한 얼굴에 리디안은 황당해 눈을 끔뻑였다. 예상대로 노네임과 파파에게서 어이없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뭐래. 비밀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뭐예요, 형. 좋은 건 좀 공유합시다~”
“요정의 미로면 걍 일반 퀘스트겠지.”
적혈구가 넌지시 끼어들었다. 우물쭈물하는 리디안의 태도에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적혈구의 의도를 알아챈 크라이그도 단순 재료 노동이라고 덧붙였고 노네임과 파파도 ‘그런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어, 근데 미로 지금 시간이면 사람 많은 시간 아닌가?”
“먼저 들어간 애들한테 자리 양보해 달라고 로비 같은 거 하면 안 되려나?”
“와… 형, 인성.”
아주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넘어간 분위기에 적혈구가 눈을 찡긋해 보였다. 리디안은 배시시 웃으며 눈짓으로 감사를 표했다.
“일단 사냥터 현황부터 확인해야 하니까… 백검이한테 연락해야겠네. 아직 예약 담당자 누군지 모르지?”
적혈구가 크라이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마제스티가 아직 타 길드 간부들과 함께 있는 상태라, 크라이그도 자연스레 백검을 떠올렸다.
손 빠른 적혈구가 부길드 마스터인 백검에게 연락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백검의 답변이 왔다.
“오? 괴자 님이 예약 담당이라네?”
뜻밖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리디안은 환경파괴자가 프리피케 길드에 들어가기 전부터 원래 사교적인 사람인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길드 담당자들과 교류하는 괴자의 모습이 마침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괴자 님. 일 처리 빨라. 바로 확인해 주시네. 미로 A―1 비어 있다네.”
“신기하네. 이 시간에 비어 있을 곳이 아닌데.”
괴자의 칼 같은 확인 답장에 적혈구와 노네임이 중얼거렸다. 리디안은 의아해하는 파티원들의 반응에 슬쩍 크라이그를 쳐다봤다. 크라이그 역시 평소 요정의 미로에 친목 길드 매지션들이 자주 가는 걸 알아 고개를 끄덕였다.
“제니스랑 마리타가 벌써 떠벌렸나 보네요. 아직 거리 조용한 걸 보니까 그래도 전부 말한 건 아닌 모양인데…….”
자그마한 크라이그의 목소리에 리디안도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적혈구가 스피드하게 맵 예약을 신청하는 사이, 한참 떠들고 있던 노네임이 무언가 생각난 듯이 크라이그를 돌아봤다.
“야. 근데 요정의 미로 갈 거라면서. 딜러 시우 님 하나로 괜찮겠어?”
“에이, 저번에 테세우스 형 혼자서도 잘 잡던데요. 시우 님이면 뭐, 믿고 보는 딜런데?”
“그랬나? 근데 그러면 넌 필요 없잖아? 뭐 하러 같이 가?”
파파의 대꾸에 머리를 긁적인 노네임이 크라이그를 보며 샐쭉 웃었다. 은근히 리디안을 힐끔거리며 놀리는 뉘앙스며, 완전히 짐짝 취급하는 시선에 크라이그의 안면이 꿈틀거렸다.
“기다려. 나이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줄게. 각자 세팅하고 게이트 앞에서 봐요.”
바람처럼 휙 돌아선 크라이그가 냉큼 아지트를 나섰다. 노네임은 허세 떤다며 낄낄 웃었지만, 파파는 어쩐지 저 형이라면 진짜 할 것 같다며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 * *
20분 후, 파티원들은 다시 요정의 미로 대기실에서 모였다. 노네임이 외형적으로 크게 변화 없어 보이는 크라이그의 모습에 깐족거리며 놀리는 사이, 리디안은 몇 걸음 앞 입구 게이트를 살짝 불안하게 쳐다봤다.
당시와는 현저히 달라진 자신의 스펙이며, 컨트롤에 능한 시우까지 있으니 요정의 미로쯤이야 어려울 건 없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직후라 그런지. 바로 사냥터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 상황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크라이그를 제외한 파티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리디안은 더 세심하게 파티원들의 HP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며 스스로를 세뇌했다.
“근데 아침에 길드끼리 만나서 얘기한 건 어땠어?”
입장 직전, 장비 점검을 하는 동안 노네임이 크라이그에게 은근하게 물어 왔다. 리디안도 참여한 걸 알기에, 노네임은 슬쩍 리디안을 쳐다보면서도 대답을 기대했다.
그러나 괜히 말을 꺼냈다가 이리저리 퍼지기라도 한다면 난감했다. 평소 노네임의 가볍고 부주의한 성격을 상기한 크라이그는 대충 둘러댔다.
“그냥 뭐. 적당히 잘 타협해서 앞으로 서로 협조할 분위기야.”
“켁. 진짜? 그 핑푸가 그러겠대? 이러다 뒤통수 또 맞는 거 아니고?”
“글쎄. 대장군이 의외로 꽤 협조적이라. 아직은 모르겠어.”
“오, 대장군 다시 봐야겠네? 순 겁쟁인 줄 알았더니…….”
그 뒤로는 대장군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갔다. 자연스레 이어진 태양 연합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파티는 요정의 미로 게이트로 진입했다.
[요정의 미로 A구역에 입장하셨습니다.] [사냥터 내부에서의 이동 마법 및 아이템 사용이 제한됩니다.] [요정의 미로 A구역―1 / 적정 레벨 : 50 이상] [출현 몬스터 : 불나비 요정 / 물나비 요정 / 땅나비 요정 / 바람나비 요정 / 수호 요정 로빈] [출현 보스 몬스터 : 요정 여왕 아렐]버섯에서 나오는 파란빛으로 충만한 던전 내부가 나타났다. 요정의 미로라고 하면 노르드 월드에선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맵이었다.
리디안은 오랜만에 다시 보는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에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나쁜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리디안은 불현듯 떠오른 따거 때문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마찬가지로 그날, 따거에게 악감정이 쌓인 노네임도 불쾌하게 정색했다.
“아, 여기 오니까 따거 새X 생각나네. 그 븅X 잘 지내나 모르겠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는 비하였지만, 그걸 꼬집는 사람은 없었다. 따거는 당연히 그런 취급을 받아도 싸다는 게 평균적인 평판이었다. 너도나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한편, 파파가 킬킬 웃으며 따거의 근황을 말해 줬다.
“그래도 따거, 요즘은 조용한 것 같더라고요? 어디를 가나 꼰대 짓에 폭탄 짓 하느라, 레이드에서도 점점 비중 없어지는 모양이던데.”
그에 확인하듯 파파가 크라이그를 넌지시 쳐다봤다. 크라이그도 대강 태양 연합의 사정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예전보다는 입지가 많이 낮아졌긴 해. 솔직히 레이드를 자기네 길드끼리만 하면 모르겠는데. 타 길드 사람들이랑 계속 부대끼며 진행해야 하니까. 따거 행패도 한계가 있지. 무법자나 슈퍼문 애들도 참는 것도 한계가 있고.”
크라이그의 긍정에 파파는 더 신이나 이것저것 떠들었다.
“맞아요! 암튼 그래서 핑푸랑 대장군도 따거 하나보단 동맹 여럿이 나으니까. 최근엔 그냥 대놓고 무시하는 분위기래요. 그래서 따거 혼자만 부글부글 끓는 느낌? 이러다 언제 한번 폭발할 것 같긴 해요.”
“지가 폭발해 봤자 쌍욕만 고래고래 지르는 거밖에 더하겠냐? 아무튼, 진작 좀 그러지. 그쪽 애들은 따거만 없었어도 길드 이미지 반은 먹고 들어갔을 거다.”
성큼 앞서나간 적혈구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사실 생각도 하기 싫은 사람이지만,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직전이라고 하니 리디안도 내심 속이 다 시원했다.
그래도 길드 이미지 절반은 심했다며 파파가 적혈구에게 태클을 거는 사이, 리디안은 사냥을 위한 버프 작업을 서둘렀다.
자주 쓰는 주력 버프부터, 여유가 있지 않은 한 사용을 자제하는 비주류 버프까지. 사망에 대한 걱정이 잔뜩 쌓인 리디안은 세심하게 파티원들에게 버프를 도배했다.
초반부터 너무 힘쓰는 거 아니냐는 노네임의 장난이 이어졌지만, 리디안은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몹 나온다~ 다들 준비.”
파파의 버프까지 완료된 후. 입구에서부터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니 속성 전담 요정들이 출현했다.
전방을 확인한 적혈구가 모두에게 알린 후,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그러곤 용기의 외침을 시전했다.
빛의 구체에서 벗어나 세세하게 나비 인간의 모습을 갖춘 요정들은 적혈구의 어그로에 사악하게 달려들었다. 반사적으로 고목나무 왕을 떠올린 리디안은 착잡한 표정으로 여신의 손길을 외웠다.
그에 반해 크라이그는 거리낌 없어 보였다. 적혈구가 요정 몹들을 깔끔하게 몰이하기가 무섭게 크라이그가 냅다 돌진해 ‘섬멸검기’를 날렸다. 가로 열 요정 몬스터의 HP가 쭉 닳자, 리디안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와, 뭐여. 뭘 했길래 물리 딜러가 요정한테 저렇게 댐지를 뽑아?”
노네임도 어이없다는 듯 콧바람을 뿜었다. 다른 사람에게서도 대체로 비슷한 반응이 나오자, 여태 조용히 따라만 오던 시우가 소곤소곤 언질 줬다.
“며칠 전에 저한테 학살 권능 사셨거든요.”
노네임은 그럼 그렇지, 라며 한숨 쉬었다. 리디안도 그 아이템을 알아 혀를 내둘렀다.
학살 권능, 혹은 학권. ‘학살자의 권능’이라는 팔찌 아이템의 줄임말인데. 유니크 중 세트 기능이 없는 단일 아이템으로, 일반 몬스터 상대로만 방어 무시 대미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
속성 요정이 즐비한 요정의 미로에도 적용될뿐더러. 갓 70이 된 딜러들에겐 ‘무생숲’ 사냥에 크게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라, 한때 파티 사냥의 정석 아이템이기도 했다.
다행히 공급도 원만했고 시세도 정상적이었는데, 주 파밍 장소인 ‘뷜란트 숲’의 하향 패치와 더불어 드롭률이 극적으로 감소했다.
동시에 누군가의 대대적인 사재기 작업과 시세 조작이라는 환상적인 콜라보로 지금은 웬만해선 구경도 힘든 희귀 아이템이었다.
재력 있는 하이 랭커들이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아이템인지라, 적혈구는 오랜만에 듣는 아이템 이름에 반가운 웃음을 머금었다.
“이야, 그거 물량이 아직 있었어? 완전 멸종된 아이템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그 많던 학권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사재기한 사람이 불운의 사고로 죽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지.”
“운영자 개새X. 내가 그때 템 더 풀어 달라고 건의 메일을 몇십 개나 보냈는데. 뷜란트 숲에서 드롭된다고 매크로 답변만 오더라. 그렇다고 비슷한 성능 아이템 내놓는 것도 아니고. 하여튼, 답답한 새X들.”
한때, 부캐로 딜러를 키워 보려 했던 노네임은 그거 때문에 부캐 육성을 포기했다며 한탄했다. 파파도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을 말했다.
“왜, 그런 얘기도 있잖아요. 학권이 생각보다 플레이어들 사냥 속도에 영향을 크게 줘서 생태계 파괴했다고. 애들 갑자기 레벨 업 빨라지니까 운영자들이 안 되겠다, 싶어서 개입했다는 소문도 있었죠?”
“하긴. 방어 무시가 진짜 매력적이고 치명적인 성능인데. 여태 학권 말곤 그 성능 달린 아이템이 없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거 처음 나왔을 때 진짜 딜러들 눈 돌아갔었잖아.”
“맞아요. 헬하임 상급 맵들 나오기 전까진 진짜 효자 템이었죠. 그리고 보스 몹이랑 사람 상대로 방어 무시 대미지 주는 아이템도 아마 따로 존재할 거라고 추측도 있었죠? 근데 먹은 사람 아무도 없고요~”
리디안은 신기한 눈으로 시우를 쳐다봤다.
학권은 이제 전설 같은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시우가 그 학권을 갖고 있었다고 하니 조금 놀랍긴 했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 시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하게 웃었다.
“창고에 하나 남았더라고요. 근데 모르는 사람한테 팔기 좀 그래서 여태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저야 뭐, 자주 사냥하는 것도 아니고. 매지션이라 스펠로도 충분하니까요.”
그래서 크라이그한테 싸게 팔았다는 말에 적혈구가 잘했다며 칭찬했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귀한 아이템이니만큼, 활용할 수 있는 사람한테 비싸게 파는 게 현명했다.
한편 리디안은 학권이 최소 2억을 호가한다는 걸 얼핏 들어 경악한 눈으로 크라이그를 바라봤다.
심지어 그것도 작년 거래 시세였다.
뭐, 아직까지는 집값을 제외하면 사실 이곳의 골드 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긴 한데. 그래도 이곳의 미래가 기약 없는 상황인지라. 많은 자산에서 비롯되는 안정과 여유로움이 부러운 건 당연했다.
리디안을 비롯한 파티원들이 부럽게 쳐다보는 사이에도 크라이그는 요정 몹을 상대로 큼지막한 대미지를 박아 넣었다. 아이템의 위력도 역시 괴물이 쓰니 다르다며, 적혈구가 감탄하기도 했다.
리디안은 적혈구 주변을 훨훨 날아다니는 크라이그를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평소보다 잡는 속도가 좀 느리긴 해도, 혼자 충분히 잡는 듯했다. 저러면서 대체 누구한테 키워 달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리디안이 몰래 투덜거렸다.
“파이어 스톰. 메테오.”
새로 몰려든 요정 몹들 주변으로 불꽃 바람이 휘몰아쳤다. 조용히 있던 시우까지 작정하고 참전하자 사냥 속도에 더 불이 붙었다.
내심 리디안의 영역 스펠 효과를 기대했던 파파는 머쓱하게 시선을 돌렸다. 저 정도로 몹이 녹고 있으니 영역을 쓸 기회조차 없겠다며 말이다.
“역시 시우 님이 테세우스보다 훨씬 낫네.”
근처에서 디버프 필드를 깔던 노네임이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테세우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 말대로였다.
시우는 매지션 중에서 MP 사용량 계산까지 철저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회복 시간까지 별도로 체크하며 스펠을 사용하니, 즉흥적으로 컨트롤하는 테세우스보다 당연히 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적혈구와 파파도 노네임의 말에 동의했고 이어 칭찬이 빗발치자 시우의 얼굴이 빨개졌다.
평소 시우가 말수가 적은 성격임을 알아, 노네임은 이때다, 하며 달려들어 짓궂은 장난을 쳤다.
덕분에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러갔고 양껏 웃던 파파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헤헤 웃었다.
“역시 다 같이 모여서 이렇게 사냥하고 노는 게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마음 같아선 새로운 사냥터도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아쉽다는 중얼거림에 노네임이 은근슬쩍 파파의 팔을 툭툭 찔렀다.
“신스펠, 신스킬 잠수 패치 같던데. 이 정도면 신맵도 기대해도 되지 않겠어?”
“이미 있잖아. 80레벨 전용으로.”
새로이 요정 몹을 끌어오던 적혈구가 끼어들었다. 그에 노네임의 표정이 단박에 찌푸려졌다.
“아, 거기 말고! 우리 같은 저레벨을 위한 사냥터 말이야. 뭐, 내가 열렙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내가 미쳐서 열렙 하면 뭐 하냐? 지금 80인 랭커들도 사냥 불가한 곳인데.”
그 투덜거림에 잠시 뒤로 물러난 크라이그가 흠, 하고 중얼거렸다.
“솔직히 태양 애들이랑 파티 섞어서 가면 잠깐 가능은 할 것 같은데. 아니면 힐러를 여럿 데려가던가.”
“근데 그러기엔 80 될 힐러가 너무 없지. 아니면 리디안 님이라도 끼면 모를까.”
적혈구가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가만 생각하던 노네임은 어라, 하며 되물었다.
“뭐야. 학권 그거 끼고 하면 안 돼? 방어 무시 대미지라며? 80레벨 맵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거 아냐?”
“여기 미로는 윤재한테 하위 맵이고. 그쪽은 상위 맵이잖아. 애초에 헬하임 상위 맵도 학권으로는 크게 효과 없었고. 그리고 학권 하나 끼고 잃는 세트 효과도 생각해야지.”
“아, 그것도 그러네. 암튼 그놈의 렙제가 문제구먼.”
노네임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현재로선 레벨 제한이 풀리지 않는 이상, 80레벨 플레이어끼리의 신맵 정복은 힘들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