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마지막 레이드 준비】
아지트에서의 긴급 모임이 끝난 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리디안은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부랴부랴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 아홉 시부터 길드 성 대관실에서 붉은 태양의 신전 레이드를 위한 브리핑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12월 들어서 진짜 하루하루가 전쟁이네. 뭐 이렇게 매일같이 일정이 잡혀 있냐?”
우연히 분수대 앞에서 만난 백검이 축 처진 어깨로 투덜거렸다. 곁에 있던 이노센트는 그런 백검의 등을 두드리며 응원했다.
그래도 힘들어 죽겠다며 골골거리는 백검을 달래며 길드 성으로 들어서자, 내부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오, 아직 20분 전인데. ONE 길드 분들은 빨리 오셨네요?”
“우린 지각하면 벌금이 많이 세서요…….”
백검의 인사에 매지션 맥스비가 쿨럭거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 외 아는 얼굴들과 인사를 하는 사이에도 주변에서 여러 시선이 닿았다.
레이드 일정에 대해 딱히 입단속을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각 길드원이 불필요하게 입을 놀린 건 아닌 터라 조금 신기하긴 했다.
“뭐야, 뭐야. 쟤네 또 레이드 가? 진짜 저것들은 레이드에 환장했나.”
“레이드 하나 남았다잖아. 그거 깨면 침공 이벤트 시작된다고 다들 난리임.”
“아, 그거. 근데 낚시 아냐? 레이드 깨면 그냥 메시지만 뜬다며? 그리고 애초에 우릴 여기에 가둔 것도 거의 낚시급 아니었나.”
“글쎄. 그거야 모르지.”
진실과 거리가 먼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하기야, 직접 보고 들은 게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긴 했다.
그래도 이번 마지막 레이드를 클리어한다면 일반 플레이어들에게도 크게 와닿는 무언가가 생기진 않을지. 리디안은 작은 기대감을 품으며 대관실로 입장했다.
[미드가르드 길드 성―내빈실 1호 : 대관 중]마제스티와 레온이 거금과 피눈물을 쏟으며 대관한 내빈실에는 이미 많은 플레이어가 도착한 상태였다.
신청 인원 100명에 맞게 드넓은 대관실에서 이제 좀 서로 얼굴이 익고 친해진 사람들이 웃으며 서로를 반겼다.
함께 온 크라이그나 백검, 이노센트가 친한 지인에 의해 여기저기 끌려가는 사이, 리디안도 목적지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때, 규호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닿았다.
“리디안 님! 여기예요, 여기!”
‘죽사막’ 레이드 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세인트 무리만 별도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곳이 나름 상석이라는 걸 떠올린 리디안은 헤헤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무리에는 먼저 온 ONE, 레기온의 세인트들. 그리고 동굴 레이드 이후 다시 보는 낙루와 추장도 있었다.
모두가 웃으며 반겨 주는 가운데, 페페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리디안은 금방이라도 뛰어나와 마중 나올 것 같은 페페의 모습에 서둘러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다들 일찍 오셨네요.”
“잘 지내셨어요, 리디안 님? 레온 님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는데, 그동안 혼자 많이 힘드셨겠어요.”
리디안이 테이블을 한 바퀴 돌아 모두에게 인사한 후. 따라와 옆자리에 앉은 페페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온통 걱정스러운 눈빛에 리디안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페페는 응급실 출신에 모셔온 사람이다 보니, 도도처럼 레온이 특별 대우하는 모양이었다.
“다음에 또 필드 나갈 일 있으면 그땐 저도 동행할 거니까,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안 그래도 혼자 세인트라 부담스러우셨죠? 미리 알았으면 진작 저도 도와드리는 건데…….”
옅게 웃은 페페가 길드 마스터들이 서있는 단상을 가리켰다. 리디안은 그게 마제스티와 레온의 배려라는 걸 눈치챘다.
그의 말대로 앞으로 특수한 상황에서 페페 같은 세인트가 하나 더 있다면 걱정할 일은 없었다.
어제야 보리알이 스스로 남아 도와주겠다고 나섰으니 다행이지. 행여라도 보리알 없이 전투라도 벌어졌다면 혼자 힘에 부쳤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페페는 대단히 든든한 세인트였다. 리디안은 정말 감사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잠시 수다를 떠는 동안, 참가자들이 전부 모여 내빈실을 꽉 채웠다. 신전 레이드 팀에 잡몹 지원 팀까지 모이다 보니 드넓은 내빈실이 비좁아 보일 지경이었다.
리디안은 멀리 떨어져 따로 앉은 잡몹 팀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기다렸다는 듯 헤른, 우래귀, 자토, 행복, 노네임이 반갑게 응답했다.
아직 시간도 덜 됐고 하니, 잠시 저쪽에 다녀올까 했는데. 마제스티가 돌연 목청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아, 아아. 여러분. 아직 5분 전이긴 한데. 다들 오신 것 같으니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작은 수군거림 가운데 마제스티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간부들 전부 분주해 보였다.
브리핑 시작을 알리는 외침에 사방이 고요해지자 레온과 마제스티가 앞으로 나섰다.
발언자는 마제스티였다.
“안녕하세요, 레기온의 길드 마스터 마제스티입니다. 먼저, 갑작스러운 레이드 일정에도 기꺼이 참석에 응해 주시고, 이른 아침부터 일찌감치 모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죽사막’ 때와 비슷한 모습이긴 했으나 이번 레이드의 경우, 하루 사이에 급박하게 정해진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간부들의 표정에 죄스러움이 가득해 보였다.
“이번 레이드는 보스 담당 열 개 파티. 잡몹 담당 이동형 다섯 개 파티로 움직입니다. 잡몹 담당의 경우, 보스의 동선을 따라 공격 범위 밖에서 활동하셔야 하므로 각 파티장의 지시를 잘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파티 편성 안내에 앞서 신사의 패턴 설명이 이어졌다. 가본 지 오래되어 패턴이 가물가물한 사람도 있었고 리디안처럼 레이드가 생소한 사람도 있어 모두가 집중했다.
“참고로 신전은 기존 패턴 외에 따로 밝혀진 게 없으니 미리 참고 부탁드립니다. 우선 기존 패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보스 ‘타락의 사제’는 마법형에 인간형인 보스 몬스터입니다. 총 여섯 개의 패턴을 선보이며 유일 공격기인 메테오를 비롯해 심판, 저주, 축복, 회복, 보호로 나뉩니다.”
어제 크라이그의 설명으로 대강 이해는 했으나, 참 알기 쉬운 패턴명이었다.
뭐, 그중에 메테오는 보스의 일반 공격 패턴으로 엄밀히 말해 정식으로 정해진 패턴명은 아니었다. 그저 매지션의 메테오 스펠과 비슷해 플레이어들이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것뿐이다.
“메테오는 그렇다 쳐도. 나머지 패턴은 변수가 충분히 예상되네요.”
무니가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그간 여러 레이드의 보스들을 경험해 본바, 대충 변수 패턴이 예상됐다.
“특히 심판. 그거 기존에 랜덤하게 한 명 정해서 벼락 날리던 거잖아요. 맞으면 HP 거의 8~90% 이상 닳았고. 그럼 답 나오네. 공격 대상 증가, 맞는 순간 즉사.”
크라이그도 지나가듯 그 얘길 했던 터라 리디안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지하 도시 오브젝트 패턴도 그랬지만, 즉사 패턴은 참 여러모로 억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플레이어한테 거는 저주랑 몹한테 주는 축복도 범위 증가에 시간 증가겠네요.”
“아, 수치 증가 폭도 높아질 수도 있어요. 저주는 지능 신축 해야 할 수도 있고.”
“잡몹 회복도 기존 50%에서 더 늘어나겠죠? 아니면 스카디처럼 100% 회복시키거나.”
“회복이야 범위 정해져 있잖아요. 잡몹들만 범위 밖으로 좀 멀리 떼 놓으면 되겠죠. 나는 보호가 좀 걱정인데.”
“에이. 그것도 그래 봤자 지속 시간 증가겠죠.”
하도 변수에 당해 봐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다들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설명하는 신사도 예상되는 패턴이 뻔할 거라는 말투였다.
딜러들이 크게 신선하지 않아 하는 반면, 세인트 무리 측에선 벌써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아, 정말 귀찮다. 나 디버프 팀이던데. 신축 오지게 넣어야 할 텐데……. 내 MP가 버티려나?”
힐끔 자신의 정보를 바라본 규호가 한탄했다. 미리 자신의 포지션을 확인한 규호는 혹시 모를 지능 신축을 위해 장비를 지능 위주로 세팅한 상태였다. 덕분에 삼 분의 일 가까이 떨어진 MP가 영 불안한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규호 님. 규호 님은 딴 거 신경 쓸 필요 없이 신축만 돌리면 돼요. MP야 파피루스 님 덕분에 쭉쭉 차오를 텐데. 뭐가 걱정이에요? 오히려 힐만 때려 박아야 할 우리가 걱정이지…….”
메인 힐 팀에 배정된 드림드림이 침울하게 대꾸했다.
“보스가 메테오를 진짜 수시로 써서… 우리도 리디안 님 힐 타이밍에 잘 맞춰야 최대한 낭비 없이 활용할 것 같네요.”
이모탈도 걱정스럽게 말했다. 메인 힐의 주체가 된 리디안은 왠지 모르게 무거워진 어깨에 긴장을 삼켰다.
본인이야 스카디 힐이라 눈치 볼 필요 없이 쓰면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자신의 속도에 맞춰 힐을 넣어야 하는 나머지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도 디버프가 다템처럼 필드 형태라 보스 주변 딜러 위주로만 걸리는 게 다행이네요.”
“왜들 그래요, 하수처럼. 장판 범위 늘어나거나, 움직이는 것도 가정해야죠?”
“와, 뭐라고요? 움직이는 거요……? 그건 개사기다.”
“아무튼, 혹시 모르니까. 다들 지능 무기 하나씩 챙기는 게 낫겠어요.”
세인트 팀이 잠시 삼천포로 빠졌을 즈음, 패턴 설명을 마친 신사가 물러나고 백검이 나와 파티 편성을 안내했다.
당연히 리디안은 메인 힐을 담당할 1파티였다.
함께 힐을 도맡을 사람은 캐티스, 이모탈, 그레이스, 무니, 드림드림이었다. 리디안은 이들과 함께 탱커와 딜러들이 있을 중앙에서 여신의 손길을 외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