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걱정을 가득 담아 물은 이는 자토였다. 거대한 뱀이 용처럼 브레스를 뿜어 모두를 몰살시켰다니, 상상만 해도 무서운 게 당연했다.
“아무리 커도 몬스터면 잡을 수 있지 않겠어요? 아직 공격해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요.”
손톱을 깨무는 자토의 불안에 괴자가 어깨를 두드리며 나름대로 안심시켰다.
“하긴. 그래 봤자 몬스터겠…지?”
담담히 중얼거리던 이노센트의 끝말에 미묘한 의문이 붙었다. 그에 모두가 대답하지 못할 때, 이터널리스트가 아는 체를 했다.
“그거 신화에 나오는 뱀이에요. 세계를 감싸고도 남는 거대한 뱀. 신화에선 라그나로크 때 신들을 공격하는 편으로 나오는데. 여기선 좀 다르네요. 아까 사람들 말하기로는 X나 큰 뱀이 독 브레스 썼다던데. 내가 생각하는 크기면 진짜 잡기 쉽지 않을걸요?”
요르문간드는 패턴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몹이었다. 아니, 애초에 패턴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 목격된 건 오직 독 브레스 하나. 그것만 생각해도 눈앞이 깜깜한데. 언젠가 상상했던 것처럼 보스에게 자아가 있을까 봐 더 두려웠다.
“근데 다 잡고 난 뒤에도 애매해요. 결계를 작동시키라는데. 대체 어디에 있는 거예요, 그거?”
이터널리스트가 어깨를 들썩이며 갸웃했다. 너무 앞서나간 걱정이긴 했지만 생각해 보자면 그 말도 맞았다.
“진짜 그건 어디에 있는 거래요? 보스 잡으면 그냥 바로 작동하나? 아니면 우리가 뭐 따로 해야 하는 거야? 어디에 있고 어떻게 작동시키는 것인지. 최소한의 정보는 줘야 하는데.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무성의하다 못해, 이거 완전, 잘 모르는 놈이 진행만 하려고 대충 띄우는 느낌인데?”
테세우스가 씩씩거리며 투덜거렸다. 뒤이은 불만이 연이어 터져 나올 때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되었다고 판단한 신사가 주목할 것을 요청했다.
“아직 정보가 더 필요한 만큼, 현재의 정보를 바탕으로 바로 도시 한 곳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목적지는 요툰하임. 미드가르드 성문 밖 필드를 통해 이동할 것이며 하이 랭커들이 선두에 설 예정입니다.”
그 말에 중고레벨 플레이어들이 크게 안도했다.
“요툰하임의 성문 앞에서부터 천천히 진입할 생각이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몹들이 많습니다. 이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신사는 레벨 제한 없이 지원을 받고 싶다고 머리 숙였다. 세인트나 바드 같은 저레벨이 제일 간절했고, 나머지 저레벨 몬스터를 잡아줄 플레이어 또한 간절했다.
되도록 분담하여 협동하자는 취지로 요청했지만, 플레이어들은 소극적이었다. 다들 처음 배치된 도시에서 순식간에 몰살당한 경험이 있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더군다나 직접 자기 눈으로 몬스터의 강함을 확인했으니 재참전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로 머뭇거리는 분위기라 길드 마스터들은 피가 말라 갔다.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1분 1초가 아까운 순간이었다.
그러던 때, 누군가 손을 들어 물었다.
“혹시 아이템도 나오나요?”
뜬금없는 물음이었다.
발표하던 두 명의 길드 마스터는 당황한 눈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건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 신사가 잽싸게 대꾸했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아마 나올 것으로 추측됩니다.”
긍정적인 답변에 가라앉은 분위기가 금세 떠올랐다. 레온은 놀란 눈으로 신사를 다그쳤다. 확실치도 않은 정보를 가지고 멋대로 추측했다며 말이다. 하지만 신사는 뻔뻔했다.
“동기 부여가 돼야 다들 따라오죠.”
“야 잠깐. 너, 그거 사기 아니야? 그러다 템은 안 나오고 애꿎은 사람들 죽어 나가면 어쩌려고…….”
“그래서 추측이라고 그랬잖아요. 템이야 나오면 좋은 거고요. 바깥에서부터 일단 간만 좀 보려는 거니까 최대한 안 죽게 보호할 거예요. 아까 헬하임에선 너무 당황하기도 했고, 갑자기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바람에 제대로 못 했는데. 이번엔 다를 거예요.”
타오르는 신사의 눈빛에 레온은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확실히 그 말대로라면 조금 전 헬하임과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문제는 따라온 이들이 얼마나 말을 잘 따라 주느냐였다.
끙, 신음한 레온은 머리를 벅벅 긁다가 일단은 알겠다고 대꾸했다.
그동안 인파 속에서는 지원자가 상당히 나온 상태였다.
“저희 대장이들 길드. 이번에도 같이 갈게요!”
“저희도요! 세인트랑 바드 많아요!”
“보이는 저레벨 몹만 잡으면 되죠?”
“하긴. 그래도 요툰하임인데. 다른 곳보다 그나마 낫지 않을까?”
생각보다 많은 참여에 레온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무래도 메인 퀘스트 순서상, 미드가르드 다음이 요툰하임이라 난이도에 대한 한 줌 희망을 품는 듯했다.
물론 시작부터 뒤통수를 맞고 전멸한 탓에 처음보다 전의를 상실하고 물러난 사람도 많았다.
당장 마음을 돌리긴 힘들겠지만, 요툰하임부터 차근차근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면 그들도 결국 합류할 것이다.
신사는 강한 믿음을 가진 채, 첫 번째 진군 준비를 시작했다.
* * *
플레이어들은 대략 십오 분이 지나서야 이동을 시작했다.
전투 길드원들을 선두로 미드가르드 4~50번대의 스트리트를 지나 성문을 통과한 순간. 넓게 보이는 광활한 초록빛 초원에 리디안은 작게 감탄했다.
“진짜 몹들이 하나도 없네요?”
“그러게요. 침공전 시작하면서부터 다 사라진 모양이에요. 생각해 보니 아까 헬하임 바깥 필드도 그랬고.”
누군가의 제보대로였다. ‘미드가르드 초원’에 출몰하는 ‘비단 색 사다새’와 그 알을 탐내던 난쟁이인 ‘알 사냥꾼’이 하나도 없었다.
[미드가르드 초원 C구역―1 / 적정 레벨 : 10이상]리디안은 고요한 초원을 바라봤다. 그러곤 고개를 올려 허공에 뜬 정보 메시지를 빤히 쳐다봤다. 잠깐이나마 기묘하게도 저게 정말 맞는 정보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흠. 어쩌면 맵 자체가 진짜 노르드 월드의 구역으로 바뀐 것일 수도 있겠네요.”
공교롭게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박회장이 섬뜩하게 중얼거렸다. 작은 목소리라 부외자에겐 들리지 않았지만, 사정을 아는 자들에겐 확인 사살이나 다름없었다.
마침 옆에 있어 그 말을 들은 대장군은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쳐다봤다.
“그럼 맵만 바뀐 것이겠죠?”
대장군은 슬쩍 리디안을 쳐다봤다. 얼마 전 리디안의 불길한 추측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뜻을 이해한 박회장은 복잡한 표정이 되어 신음했다.
“가능한 한 그러길 바라야죠. 뭐, 일단 육안으로 보이는 몹 정보는 그대로라 현재로선 뭐라 딱히 말을 못 하겠네요. 아까 헬하임도 죽는 건 못 봤어도 잡는 과정은 정상이었고. 바나헤임에 있던 뱀도 요르문간드라고 이름은 제대로 떴다고 하니까. 일단 두고 봐야…….”
“와 씨! 대박! 진짜 맵 텅텅이네? 이 정도면 여기서 드러누워 자도 아무 일 없겠다.”
중얼거리던 박회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지막으로 따라오던 일반 플레이어들이 성문을 지나자마자, 바뀐 맵 분위기에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한 것이다.
목소리는 눈치 없이 점점 커졌고, 박회장의 목소리는 완벽히 묻히고 말았다. 덩달아 빼앗긴 사람들의 시선에 박회장은 얼굴을 찡그렸다.
“여기서부터 요툰하임까지 쭉 걸어간다고? X나 힘들겠네.”
“오. 이거 뭔가 하이킹하는 기분. 신선한데?”
자연의 초록빛이 주는 안정감 때문인지. 아니면 몬스터 하나 없는 평화로움 때문인지. 긴장을 푼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애들처럼 떠들어 대니 진지했던 분위기도 사라졌다.
선두에 있던 하이 랭커들은 뒤편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에 미간을 좁혔다.
“이건 뭐, 애들 소풍 나온 것도 아니고. 갑자기 텐션 왜 이래?”
“신기하니까 그렇죠, 뭐. 거기다 몹도 없으니 당장 무서울 것도 없을 거고.”
“내버려 둬요. 어차피 요툰하임 근처 가서 몹 보이면 바로 겁먹고 숨을 테니까.”
풍월주가 작게 혀를 차며 외면했다. 하긴, 웃을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일 거라고. 함께 걷던 하이 랭커들도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개 돌렸다.
* * *
필드로 몰려나온 플레이어들은 꽤 오랫동안 걸었다. 멀리서 보자면 전투 길드를 선두로 한 ‘군대’ 같았다. 정확히 각을 맞춘 진열은 아니어도, 길드별로 모여 차례차례 진군하는 모습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다소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도 시간이 흐르니 가라앉았다.
장시간 걷는 것도 피로도를 소모하는 일이라, 금세 지친 몇몇은 그대로 멈춰 음식을 섭취하기도 했다. 초반 풍경의 신선함에 홀려 떠들던 사람들도 입 다문 지 오래였다.
미드가르드 초원을 지난 플레이어들은 금세 ‘에리네스 평야’에 도착했다. 그 후 강줄기를 따라 ‘요정의 숲’까지 계속해서 이동했다.
요정의 숲은 ‘요정의 미로’ 던전이 있는 곳인데, 이 숲만 지나면 요툰하임 도시와 맞닿은 ‘글라디 평원’이 나온다.
뭐, 이름만 다를 뿐 사실 미드가르드 초원과 별반 다를 것 하나 없는 맵이었다. 그러나 몬스터를 상대함에 있어 널따란 평원만큼 편리한 곳도 없었다.
특히나 상대가 하늘을 나는 조류 형태인 데다, 대인원을 이끌고 있어 더욱 그랬다.
선두가 먼저 녹음 진 요정의 숲을 지날 무렵, 신사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곧 글라디 평원입니다! 요툰하임 도시 바로 앞이라 몹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주의하길 바랍니다!”
신사의 예고대로였다.
요정의 숲을 나와 글라디 평원에 들어선 순간. 기존 평원에는 있어선 안 될 것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헉. 저기, 저거! 신속의 독수리 아니에요?!”
ONE 길드의 아쳐, 스타일리쉬가 놀라 화살을 들어 올렸다. 그가 가리킨 상공으로는 ‘신속의 독수리’가 유유히 비행하고 있었다.
뒤따라 비행체를 확인한 테세우스가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켁. 저거 붉은 산맥 몹이잖아요? 와, 저게 요툰하임에?”
“요툰하임은 대부분 새 형태랬어요. 보스가 흐레스벨그라서.”
“아니, 근데 아직 평야 외곽인데 벌써 몹이 나와 있다고? 그것도 하필 독수리가?”
“이동 제한 없나 봐요. 무섭게…….”
“혹시 새라서 이동이 더 빠른 건가?”
사전에 듣지 못한 몹의 등장이었다. 심지어 헬하임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상대라, 분위기는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모두 당황하지 말고 그대로 멈춰 공격 준비하세요! 근거리 분들은 몹 떨어져도, 더 나아가지 말고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공격하는 겁니다! 나머지 후방 분들은 그대로 대기하세요!”
신사의 외침에 선두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아직 후열에 있는 중고레벨들을 최대한 보호해야 했기에, 하이 랭커들이 맨 앞에서 진을 치며 공격 태세에 돌입했다.
마침 사정권 내였는지, 가장 가까이 있던 신속의 독수리가 반응하는 것이 보였다. 독수리는 특유의 날카로운 울음을 내지르며 상공을 질주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새 몬스터가 근처에 더 있었기에 원거리 딜러들은 긴장한 눈으로 주시했다.
사위에서 바드의 버프 세례가 이어지는 동안, 거진 선두에 자리 잡은 리디안도 점점 가까워지는 독수리를 바라보며 스펠을 준비했다.
헬하임에서도 충분히 느꼈지만, 침공전 몬스터는 기존보다 더 강화되어 있었다. 체력, 방어력, 공격력 전부 체감상 두세 배 이상이라 힐러로서도 부담이었다.
거기다 레이드처럼 ‘60인 맥스 1개 파티’ 끝―이 아니다. 위급 상황 발생 시엔 타 파티에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했다.
평소보다 더 넓은 시야로 바라봐야 했기에 리디안은 식은땀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