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사생결단 (1)
무너진 건물 한가운데에서 사이온지 케이토가 활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까 들은 바로는 저것은 S급 성좌 ‘순백의 영웅’의 성좌무구다.
이름은 ‘간디바’라고 하며, 본래는 파괴신 시바의 활이다.
전설 속에 나오는 활 중에서 최고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활로, 아르주나는 신화 속에서 이 활로 수많은 적들을 쓰러뜨렸다.
‘아까부터 계속 저걸 쓰고 있다는 건…… 성좌무구의 최대구현을 허락받고 있다는 건가!’
성좌무구는 성좌와의 인연도가 높아질수록 강해진다.
시간이나 능력의 제한 없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최대구현’이 가능한 건 그 성좌가 가장 아끼는 계약자 단 한 명뿐이다.
즉 케이토는 ‘순백의 영웅’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계약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강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전진했다.
그 순간, 또다시 브라흐마스트라가 날아왔다.
‘위력이 약해!’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화천대뢰가 아니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브라흐마스트라지만, 연사력을 높이려면 파괴력을 떨어뜨려야 한다.
지금 케이토는 강유진을 저격하려고 브라흐마스트라를 연사하고 있지만, 그 대신 위력은 한참 떨어진 상태였다.
‘그렇다면!’
화천대뢰를 사용했다. 다만 아까와는 달리 내공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브라흐마스트라를 충분히 파훼할 수 있었다.
“케이토!”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얼굴 표정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까지 접근했다.
“……유진.”
천장이 무너져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건물 안에서, 강유진은 케이토와 대치했다.
케이토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냉정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서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기계처럼 적을 쓰러뜨리려 하는 무기질적 존재…… 케이토에게서는 그런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다시 돌아왔군.”
“기다리고 있었나?”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예감은 하고 있었지.”
그런 대화를 나누다가, 강유진은 문득 구석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
‘……유우키 히나?’
천화 사천왕의 일원으로, 지난번에 강유진과 비 내리는 거리에서 싸운 적도 있는 여자.
검은색 기모노를 입은 유우키 히나가…… 벽에 등을 기대고 정신을 잃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유우키는 조금 늦게 우리들에게 합류했지. 나머지 사천왕들과는 달리 육체 자체의 능력은 떨어지는 편이라, 불길을 뚫고 나에게 오는 게 쉽지 않았던 모양이야.”
케이토의 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 이미 우리는 의견을 통일한 상태였지.”
“……우리들을 여기서 쓰러뜨리고, 한국을 집어삼키겠다고?”
“그래, 하지만 유우키는 반대 의견을 냈어.”
“…….”
“싸움을 멈추라고 했었지. 이대로 가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 버릴 거라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케이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만 해 댔어.”
“그래서, 어떻게 했지?”
“그냥 무시하려고 했지. 그랬더니…….”
케이토는 쓰러져 있는 유우키를 쳐다보면서, 아무런 감흥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억지로라도 막겠다면서 나한테 달려들더군.”
“…….”
“그래서 저렇게 된 거다. 정말로, 어리석은 짓이었지.”
그 말을 듣고, 강유진은 비로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했다.
“어리석은 건 너야, 케이토.”
“뭐라고?”
“유우키가 정말로 억지로라도 막으려고 너를 공격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게 무슨 소리지?”
“유우키는 처음부터 이런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어.”
유우키는 확실히 실력 있는 계약자였지만, 케이토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유우키가 그걸 몰랐을 리가 없다.
“처음부터 너한테 쓰러질 생각으로 덤벼든 거야.”
“이해할 수 없군. 어째서지?”
“그렇게 쓰러지는 자기 모습을 보고, 네가 조금이라도 느끼는 바가 있기를 바랐던 거겠지. 뭐, 전혀 소용없었던 것 같지만.”
강유진은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지난번에 유우키의 부탁을 거절했던 걸 생각해 내고, 더더욱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유우키는 너를 걱정하고 있었어.”
“걱정? 나보다 훨씬 약한 유우키가 왜 나를 걱정해 주는 거지?”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니까 걱정했던 거야, 이 멍청한 자식아.”
그때 유우키는 말했다.
싸우고, 강해지고, 싸우고, 강해지고…… 오직 그것만이 케이토의 인생이었다고.
이런 식으로 계속되다간 케이토가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 버릴 것 같다면서, 그녀는 도움을 요청했었다.
“나도 주위에서 막 나가는 놈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너는 나보다 더 심한 놈이야.”
“…….”
그리고, 강유진은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 그랬던 건가.’
그동안 강유진은 케이토하고 딱히 친하고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토가 자꾸 집적대는 걸 그냥 내버려 뒀다.
냉정하게 내칠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 이유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녀석은 정말로…… 또 다른 나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강유진은 천천히 철퇴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그 모습을 보고 케이토 또한 간디바를 치켜들었다.
서로 무기는 전혀 달랐지만, 어째서인지 강유진은 거울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케이토.”
“뭐지?”
“이 싸움에서…….”
마음을 굳히며, 강유진은 말했다.
“나와 너 사이에 존재하는, 결정적인 차이점을 알려 주도록 하지.”
그리고 강유진은 땅을 박찼다.
* * *
드디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케이토는 간디바를 사용한 공격으로 강유진의 접근을 방해했고, 강유진은 내공을 최대한 사용하면서 그 파상공세를 뚫으려 했다.
그 모습을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면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순백의 영웅, 당신의 생각을 존중합니다.”
“…….”
아르주나가 입을 다문 채 나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느끼며 나는 계속 말했다.
“확실히 케이토는 훌륭한 전사입니다. 냉정하게 모든 적을 쓰러뜨리며 투쟁하는 그 모습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전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은 그런 존재에게서 숭고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닙니까?”
“맞습니다, 무명의 왕.”
“하지만, 순백의 영웅.”
아르주나의 성좌명을 부르며, 나는 다시 말했다.
“저는 케이토를 그릇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뭐라고 말했습니까?”
내 말을 듣고 아르주나가 어이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릇된 존재? 이 아르주나가 인정한 전사가, 그릇된 존재란 말입니까?”
“네.”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는 한층 더 강한 표현을 입에 담았다.
“아주 글러 먹은 존재죠.”
“……하하.”
차분하기만 하던 아르주나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한쪽 입가를 크게 치켜올리면서 쓴웃음을 지은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군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얘기들은 전부 헛수고였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됐습니다. 실망스럽군요.”
“그럼 묻겠습니다, 순백의 영웅.”
아마 아르주나는 내가 ‘그래도 케이토는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다.’ 같은 소리를 할 거라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아르주나를 향해, 나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케이토가 그동안 싸워 오면서…… 행복했을 거라 생각합니까?”
“……네?”
“아니, 굳이 행복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충실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
아르주나가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케이토는 그동안 수많은 적을 쓰러뜨렸습니다. 케이토가 거기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까?”
“그건…….”
“저는 그동안 케이토를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걸 깨달았죠.”
거대한 화면 속에 보이는 케이토의 얼굴에 시선을 향하며, 말했다.
“케이토는 항상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 인생은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더군요.”
“…….”
그렇다.
지금 이 순간도 케이토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기계가 싸우고 있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것이다.
“케이토는 좋아하는 음식조차 없습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고를 때도 메뉴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예를 들자면 가장 위에 있는 걸 시키죠.”
나는 케이토가 종로 호텔에서 아침 식사로 아메리칸 브랙퍼스트를 먹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양식도 잘 먹나 보다 하는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조금 더 살펴본 뒤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케이토는 그냥 그때 룸서비스로 시킬 수 있는 아침 식사 중에서 가장 처음에 있는 걸 시켰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술을 따라 주면 잘 마시지만, 자기 스스로 술을 마시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인간입니다. 별다른 취미도 없고 여자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무엇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
“대체 누가 케이토를 저런 인간으로 만들었습니까?”
나는 아르주나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사이비 교단의 교주였던 그 아버지입니까? 아니면 하민아입니까? 누구에게 책임을 돌려야 합니까?
“그건…….”
“아니요, 아닙니다.”
아르주나의 말을 가로막으며, 나는 계속 말했다.
“그들은 한낱 악인이고 한낱 광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리고 나는 아르주나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책임이 있는 건 당신입니다, 순백의 영웅.”
“제가, 책임이 있다고 하였습니까?”
“네.”
놀란 표정을 짓는 아르주나를 향해, 나는 단언했다.
“당신은 지켜보기만 하였을 뿐, 이끌어 주지 않았습니다.”
“……!”
아르주나가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성좌가 모든 인간을 이끌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을 이끌어 주는 게 성좌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건 교만한 일입니다.”
예전에 문중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나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케이토 같은 인간에게는 이끌어 주는 존재가 필요했습니다. 주위의 어른들에게 희생당해 온 고독한 아이가 세상에 홀로 내던져졌을 때, 지침이 되어 주는 별빛이 필요했습니다. 그걸 수행할 수 있는 존재는 우주에서 당신뿐이었습니다.”
“그건…….”
“순백의 영웅, 아니, 아르주나…… 당신이 고뇌하고 있었을 때는 크리슈나라는 현자가 당신에게 가르침을 주고 이끌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케이토에게는 누가 있었습니까?”
“…….”
“인간들 사이에 그런 존재가 없었다면, 당신이 그런 역할을 해 줘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이온지 케이토라는 축복받지 못한 영혼이 지금까지 만나 온 존재 중에서, 가장 선량하고 정의로운 존재가 바로 당신 아르주나였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을 하면 할수록, 아르주나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물론 객관적으로 말해서 아르주나가 아주 큰 잘못을 한 건 아니다. 대부분의 성좌들은 자기 계약자를 일일이 챙기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르주나가 대미지를 받고 있다고 확신했다.
“아르주나, 당신은 케이토를 가엽게 여겨서 그와 계약한 거겠죠?”
“……어째서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것 말고는 케이토가 당신 같은 대단한 성좌와 계약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케이토의 아버지는 케이토가 아르주나 같은 성좌와 계약하는 걸 원했다.
그래서 각지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아르주나를 불러내는 의식을 진행했다.
“본래 억만금을 투자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성좌와 계약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무런 효과도 없지요.”
“맞습니다.”
“하지만 어떤 인간이 한 성좌의 이름을 부르면서 엄청난 규모로 온갖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궁금해서라도 한번 들여다볼 수는 있겠지요.”
“…….”
“그때 지상을 들여다본 당신은, 사이온지 케이토라는 고독한 영혼을 발견한 겁니다.”
그렇다.
이것이 사이온지 케이토가 아르주나와 계약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아르주나는 사이비 교단 교주의 부름에 응해 그 아들과 계약한 게 아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어른들에게 이용만 당하며 살아온 아이가 가슴 아파서…… 손을 뻗어 품어 준 것이다.
“아르주나, 당신은 케이토에게 거친 세상을 싸워 나갈 힘을 부여해 줬습니다. 당신 나름대로의 자비였겠죠.”
아마 케이토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자기가 아르주나라는 S급 성좌와 계약할 수 있었던 것이…… 동정심을 갖고 내민 구원의 손길이었다는 걸.
“하지만 당신은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이끌어 주지를 않았습니다.”
다른 성좌들과는 달리, 아르주나에게는 내 지적이 아프게 다가온다.
아르주나는 그냥 마음에 드는 계약자를 대충 골라서 계약한 게 아니다. 상처 입은 영혼을 구원해 주고 싶다는 동정심으로 손을 내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주나는 내 지적에 대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마 우주에서 유일하게 나만큼은 아르주나를 비난할 자격이 있다.
“아르주나, 저는 다릅니다.”
“…….”
“세상의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에게, 그 고독한 영혼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성좌가 되려고 합니다.”
이건 그냥 겉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다.
강유진과 계약했을 때부터 나는 계속 그렇게 행동해 왔다.
석태준과 계약했던 것도 존경하던 천무혁의 공격으로 죽어 가고 있었을 때였다. 이죽헌과 계약했던 것도 강유진에게 패배한 뒤 동맹한테 배신당해 좌절하고 있었을 때였다.
“아르주나, 강유진을 보십시오.”
“…….”
내 말을 듣고 아르주나가 화면 속의 강유진을 쳐다봤다.
강유진은 강한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케이토의 파상 공세를 돌파하고 있었다.
“강유진은 항상 충실감을 느끼면서 싸웁니다.”
“…….”
“강유진도 케이토와 마찬가지로 싸우는 것밖에 모르는 놈입니다. 적을 쓰러뜨리는 것 말고는 재주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전혀 다릅니다.”
아르주나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생기 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케이토와 비교하면…… 강유진은 정말로 인간으로서 생명력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제가 강유진에게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지시한 건 아닙니다.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조금 전달했을 뿐입니다.”
“…….”
“단지 그것만으로도 강유진은 자신의 길을 찾았습니다. 자신이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싸움에 임하고 있습니다. ……케이토에게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있었던 겁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아르주나에게,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아르주나, 케이토는 분명히 훌륭한 전사일지도 모릅니다. 무념무상으로 싸우면서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하는 게 그가 해탈에 이르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
“하지만 저는 단언하겠습니다. 그는 그릇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문득 백작에게 시선을 향했다.
백작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손가락을 깍지 끼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화면에서 펼쳐지는 전투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오로지 내가 아르주나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만 관심이 있다는 듯이.
“……아르주나.”
나는 다시금 아르주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저도 이번 싸움에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
“하지만 이 싸움에서 케이토가 강유진을 꺾는다고 해도, 그 승리는 결코 그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할 겁니다.”
아르주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침통한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 성좌가 정말로 선량한 심성의 소유자라는 걸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강유진의 승리를 바랍니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용서 없는 말을 입에 담는다.
“오히려 그쪽이 더…… 사이온지 케이토라는 인간을 구원하는 길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을 들은 아르주나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 * *
케이토의 다채로운 공격을 하나씩 파훼하면서, 강유진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조금만 다른 길을 걸었다면, 이 녀석처럼 되었겠지.’
교단의 연구 시설에서 탈출하지 못했더라도, 결국 하민아는 강유진을 바깥으로 풀어놓았을 것이다. 케이토처럼 전투 경험을 쌓아 더 성장하게 만들고 싶었을 테니까.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강유진도 케이토 같은 인간성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추구하는 이상이나 목표 같은 것도 없이, 그저 투쟁 본능이 이끄는 대로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쓰러뜨리며 살아갔을 것이다.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여성도 자기 앞길을 방해한다면 주저 없이 처단할 수 있는, 그런 인간성을 지닌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강유진이 그렇게 되지 않았던 이유는 명백하다.
‘그분이 손을 내밀어 줬으니까.’
이 세상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는 모든 이들의 수호자.
그 이름 없는 왕이 강유진을 구원해 줬다.
그 기적은 이 세상에 선(善)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강유진에게 알려 줬다.
‘그걸 확신할 수 있는 이상, 나는 계속해서 싸울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강유진은 승리해야 한다.
자신과 케이토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걸, 증명해야 하니까.
“유진……!”
케이토의 공격이 끝없이 쏟아진다.
이미 강유진은 철퇴를 손에서 놓친 상태다. 호신강기로도 완벽히 방어할 수 없어 온몸 곳곳에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결국, 강유진은 거리를 좁히는 것에 성공했다.
케이토가 간디바를 당기며 공격 자세를 취하는 것보다, 강유진이 몸을 날리며 주먹을 뻗는 것이 더 빠른 거리.
이제야 겨우, 케이토가 유리한 거리에서 벗어났다.
“이 악물어라, 케이토.”
어째서인지 이런 격전을 펼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좌의 가호는 내려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강유진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분도 케이토와 일대일로 순수하게 자웅을 가리는 걸 바랄 거라고 자기 맘대로 결론을 내렸다.
“이 거리부터는 내가 유리하니까.”
아마 케이토는 여기서부터는 대등한 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번에 서울에서 싸웠을 때는 서로 호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결코 그렇지 않다.
내공을 담은,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담은 강유진의 주먹이 작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