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백림맹주 (1)
“매, 맹주님…….”
장시원이 당황하는 걸 보면서, 강유진은 눈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이 선비 같은 외모를 지닌 장발의 남자가 백림맹 맹주라는 양위정인 건가.
‘사파에서는 흑룡회 회장을…… 정파에서는 백림맹 맹주를 중국 최강이라 생각한다고 했었지.’
강유진이 가만히 양위정을 쳐다보고 있자, 양위정 또한 강유진에게 시선을 향했다.
“흠, 네가 강유진인가.”
양위정은 강유진을 한눈에 알아봤다.
“여기는 무슨 일로 왔지?”
“매, 맹주님! 강유진 님은 오늘 특별 손님으로…….”
장시원이 다급히 중간에 끼어들었다.
“이번 비무대회를…… 관전하러 온 겁니다. 제가 초대했습니다.”
“흠, 그런가.”
양위정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비무 대회에 끼어들려고 온 줄 알았다.”
“……!”
어째서인지 장시원이 몸을 움찔했다.
“강유진, 혹시 비무대회에 난입해서 난장판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겠지?”
“그럴 리가.”
강유진은 즉답했다.
“그런 비상식적인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당신들 백림맹 내부의 무술대회라며?”
“그렇지.”
“나는 구경하러 온 거야. 여기 장시원이 어렵게 자리를 마련해 줬는데, 내 맘대로 깽판을 치면 장시원한테 미안하지.”
아까 곽운조가 이상한 소리를 해 댔지만, 강유진은 그런 짓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장시원, 안 그래?”
“아…… 네…… 그렇죠.”
어째서인지 장시원은 무척 침울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흠, 그러면 다행이군.”
양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만약 우리 비무대회에 끼어들어 소란을 피운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
“상식이 있는 남자여서 다행이군.”
양위정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장시원!”
“네, 넵!”
“손님을 정중히 모셔라. 나는 대회 준비를 할 테니.”
“알겠습니다……!”
장시원에게 지시를 내린 뒤, 양위정은 마지막으로 강유진에게 말을 건넸다.
“한번 천천히 대화를 나눠 봤으면 좋겠군. 조만간 자리를 만들도록 하지.”
그렇게 말을 남기고, 양위정은 자리를 떴다.
“하아…….”
장시원이 대놓고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부터 대체 뭐가 불만인 걸까.
“맹주님은 이렇게 일 꾸미는 걸 싫어하는 대쪽 같은 분이고…… 이건 완전히 망했네.”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시죠…….”
명백히 의욕이 사라진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장시원은 강유진을 자리로 안내했다.
* * *
비무대회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백림맹 상하이 지부의 계약자들은 전반적으로 실력이 좋은 것 같았다. 특히 상하이 지부장이라는 사람은 한국의 팔부중 수준은 되어 보였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양위정이었다.
‘대단한데.’
양위정은 처음부터 내공이나 스킬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대신 결코 봐주는 일 없이 싸울 테니 염두에 두라고 경고했다.
처음에는 허세처럼 보였지만 결코 그런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싸움…… 1분 안에 끝났어.’
양위정은 결코 봐주지 않았다.
상대방이 실력을 보일 기회조차 주지 않고, 철저하게 효율화된 동작으로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
‘기초 능력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나. 저기에 내공이나 스킬까지 쓰면 어떻게 되는 거지?’
물론 강화 각인으로 육체가 강화된 상태겠지만, 내공과 스킬 없이 저 정도 전투력을 발휘한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이건 눈으로 보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
사실 옛날 같았으면 이렇게 보고 있어도 뭐가 어떻게 대단한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감각적으로 따라 할 수는 있었겠지만, 동작 하나하나의 완벽함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권존의 가르침을 통해 기초 동작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상승한 상태다.
‘며칠 배우지도 않았는데…… 많이 늘었어.’
그 사실을 실감하면서 양위정의 동작을 계속해서 관찰했다.
지금 양위정은 준결승 상대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중이었다.
“끝났군요.”
옆에서 보고 있던 장시원의 목소리와 함께, 양위정의 상대가 힘없이 링 위에 쓰러졌다.
[A급 성좌 ‘꽃 문신의 승려’가 너무 뻔한 거 아니냐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입니다.] [B급 성좌 ‘금색과 은색의 동자’가 누가 이길지 뻔히 보여서 재미가 없었다고 투덜거립니다.]한편 이번 비무대회는 꽤 많은 성좌들도 구경하고 있었는데,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양위정의 실력에 감탄하는 성좌들도 있었지만, 너무 쉽게 싸움이 끝나니 시시하게 느낀 듯했다.
다들 떠났는지 이제는 메시지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음에는 저희 지부장님과 결승전을 치르겠군요.”
“기대되네.”
“하하. 아주 열중해서 보시더군요?”
“맞아. 상당히 유익했어. 초대해 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자 장시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건 다행이군요!”
“마음만 같아서는 나도 올라가서 한판 붙어 보고 싶을 정도야.”
“앗, 그건…….”
“마음이 그렇다는 거야.”
“…….”
그때 링 위에 사람들이 올라왔다.
“자, 여기서 이번 비무대회의 우승 상품을 공개하겠습니다!”
우승 상품이라.
하긴 무술대회니까 그런 게 있을 법하다.
“이번 비무대회의 우승 상품은 바로…… 최근 우리 상하이 지부에서 입수한 S급 장비!”
“앗…….”
그때 갑자기 장시원이 숨을 삼켰다.
“왜 그래?”
“아니, 사실은 저거…….”
장시원이 말꼬리를 흐리는 사이, 링 위에서 우승 상품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강유진 또한 숨을 삼켰다.
“……!”
그것은 강유진이 많이 보던 물건과 흡사했다.
바로 예전에 유령 열차에서 입수했던 B급 장비…… 신성력 추가 대미지를 부여해 주던 그 글러브와 거의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는데, 강유진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정교하고 신성스러워 보였다.
“이 글러브야말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천사조차 때려눕힐 수 있는 전투력을 지녔다는 선지자의 힘을 재현한 장비…… ‘성자(聖者)의 신권’입니다!”
강유진이 갖고 있는 ‘성자의 철권’에도 같은 설명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성자의 철권은 실패작이라고 되어 있었다. 실패작이기는 해도 상당한 수준의 가호를 부여해 준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설마…… 저건 실패작이 아닌 건가?
“물리 공격에 S랭크의 신성력 대미지를 추가해 주는 이 장비! 만약 신성력 대미지가 유효한 적을 만난다면 큰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오오오!”
회장 안에서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저게 얼마나 대단한 아이템인지 다들 이해한 것이다.
만약 저게 정말로 S랭크의 신성력 추가 대미지를 부여하는 S급 장비라면…… 앞으로 벌어질 판데모니움과의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된다.
“……장시원.”
강유진은 침을 삼켰다.
“저거…… 당신네 맹주님이나 지부장 둘 중 하나가 갖게 되는 거지?”
“네, 그렇죠. 그렇게 되는 거죠…….”
“…….”
조명을 받아 번쩍번쩍 빛나는 글러브를 보면서, 강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저걸…… 이렇게 보고만 있어야 하나?’
원래 성자의 철권은 그동안 강유진이 큰 도움을 받아 온 장비다.
유령 열차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글러브를 입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그 이후 바포메트 등 악마들과의 싸움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요즘 마신급 악마와 싸울 때는 잘 먹히지 않았다.
B랭크의 신성력 대미지로는 마신급 악마의 마성 배리어를 완전히 뚫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성자의 신권이 S랭크의 신성력 대미지를 부여한다면…… 마신급 악마가 상대라도 평타로 충분한 대미지를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격투전을 선호하는 강유진에게, 앞으로 판데모니움과 싸워 나가려면 꼭 필요한 장비였다.
“갖고 싶으냐?”
그때, 등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에 익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두건을 뒤집어쓴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어떻게 여기에…….”
“조용히 하거라, 강유진.”
권존.
흑룡회 삼존의 일원인 그녀가 아까까지만 해도 텅텅 비어 있던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다, 당신은…….”
뒤돌아본 장시원이 그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설마, 흑룡…….”
“쉿.”
권존이 조용히 하라고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비무대회를 망치고 싶으냐? 뭐, 나는 상관없다만.”
“……!”
백림맹과 흑룡회는 적대 관계다.
백림맹 행사에 흑룡회 간부가 몰래 숨어 들어왔다?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조용히 있다가 갈 테니까 소란 피우지 마라, 백림맹의 꼬맹이.”
“아, 아니, 왜…….”
장시원은 당황해서 입을 뻐끔거렸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본녀가 할 얘기다, 꼬맹아.”
권존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오늘 왜 무단으로 자리를 비웠지? 본녀가 데리러 갔더니 그 불여우밖에 없더구나.”
“아니, 딱히 약속은 안 하지 않았습…… 앗.”
“요새 매일 우리 중 한 명이 데리러 가지 않았느냐.”
권존이 강유진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건 놔주십쇼.”
“어쨌든 꼬맹아…… 저 장갑이 갖고 싶으냐?”
“네?”
“저게 갖고 싶으냔 말이다.”
“그야…… 그렇지요.”
비무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솔직하게 그 마음을 밝히자, 권존이 미소를 지었다.
“백림맹의 꼬맹아.”
“네?”
“너, 어차피 이 녀석을 비무대회에 출전시킬 생각이었지?”
“그, 그건 어떻게…….”
“흥, 너희 같은 놈들이 꾸미는 짓이야 다 꿰뚫어 볼 수 있지.”
놀란 표정을 짓는 장시원에게, 권존이 손을 뻗었다.
“앗!”
“조용.”
그리고 권존은 이번에는 장시원의 귀를 끌어당긴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귓속말을 했다.
그 귓속말을 들으며, 장시원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네? 어, 어떻게 그런…….”
“왜 그러지? 이거야말로 네가 원했던 일 아니냐?”
“아니, 하지만 지금은 맹주님이…… 맹주님만 안 계셨어도 어떻게 되겠지만, 하필이면 맹주님이라서…….”
“쫑알대지 말고 가서 빨리 얘기해보고 오거라.”
권존이 장시원을 손바닥으로 밀었다.
“나하고 강유진이 이 회장에서 소란을 피우고 저 장갑을 강제로 뺏어가기 전에 말이다.”
“흐읍?! 그것만큼은 안 됩니다!!”
장시원이 다급히 일어나서 어디론가 달려갔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강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저 장갑은 아마 장시원이 너한테 넘겨주려고 준비한 물건일 게다.”
“아니,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되죠. 왜 저한테 저런 보물을 줍니까?”
“너를 영입하려고 모조리 다 퍼 줄 생각인가 보지.”
“아무리 그래도…….”
“솔직히 저건 백림맹 상하이 지부장 따위가 착용하기에는 분에 넘치는 물건이다. 그걸 비무대회 우승 상품으로 내걸었다는 건, 처음부터 지부장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생각이었다는 거겠지.”
“백림맹 맹주가 가져가려던 게 아닐까요?”
“백림맹주가 오늘 여기 나타난 건 주최 측도 예상치 못했던 사태야. 원래 너를 토너먼트에 끼워 넣을 생각이었겠지만, 백림맹주가 나타나면서 일이 꼬인 거지.”
그렇게 말하면서, 권존은 저 멀리서 간부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시원에게 시선을 향했다.
“어쨌든, 정말로 너를 영입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이구나. 저런 보물까지 준비하다니.”
“……어차피 저는 하민아를 잡게 해 준 쪽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도 네 호감을 얻어서 나쁠 건 없지. 안 그런가?”
링 위에서는 마침 양위정과 상하이 지부장의 결승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권존이 천천히 말했다.
“강유진, 양위정은 강한 남자다.”
“……그런 것 같더군요.”
“정파의 우두머리를 맡기에 손색이 없는 실력을 지니고 있지. 무술인으로서도, 계약자로서도 말이다.”
그동안 링에 올라온 잔챙이들하고는 달리, 상하이 지부장은 양위정을 상대로 꽤 잘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양위정이 시종일관 우세인 건 마찬가지였다.
“양위정이 계약한 성좌가 누구인지 아느냐?”
“누굽니까?”
“S급 성좌 ‘등불의 선인’…… 『봉신연의』에서 천교의 선인들을 통솔하며 문중, 조공명 등을 쓰러뜨린 연등도인(燃燈道人)이지.”
“문중을…….”
이현제의 성좌인 ‘금편의 태사’가 바로 그 문중이었을 것이다.
“인간 세상에 별로 개입하지 않는 성좌이기 때문에 백림맹 운영에 참견하는 일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양위정에게는 아주 많은 지원을 해 주고 있지…… 성좌무구의 최대구현도 허락해 줬다고 하더구나.”
“어떤 성좌무구죠?”
“건곤척이라고 하는 무기지. 쉽게 치료할 수 없는 심각한 내상을 입히는 법보(法寶)인데…… 뭐 이런 자리에서 쓸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그렇군요.”
“양위정이 가장 무서운 건 그 우수한 기초 실력, 그리고 가공할 만한 내공이지.”
지부장이 결사의 공격을 날렸지만, 양위정은 어려움 없이 그 공격을 공중에서 받아쳤다.
그리고 가벼운 움직임으로 카운터를 날렸고, 지부장은 그걸 맞고 쓰러졌다.
“원래 양위정은 남소림사(南小林寺)의 제자로, 어렸을 때부터 무술의 영재 교육을 받았다고 하더구나. 환상대계의 강림 이후로는 몇 가지 기연을 얻어 엄청난 내공을 손에 넣었다고 하지.”
“…….”
“어떠냐, 저 양위정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느냐?”
권존의 질문에, 강유진은 잠시 생각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냐?”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기겠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권존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런 마음가짐이지.”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강유진. 그럼 이렇게 하자꾸나.”
“네?”
“지금까지 양위정은 내공도 쓰지 않고 스킬도 쓰지 않았지?”
“네, 그랬죠.”
“너도 그렇게 해라.”
“……네?”
링 위에서는 승리한 양위정이 박수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뻔한 승부였는지 양위정은 별다른 감흥이 없는 표정이었다.
사실 주위 분위기도 그랬다.
그런데 바로 그때 링 위로 장시원이 올라오더니 양위정에게 쪽지 하나를 건넸다.
양위정은 그 쪽지를 단숨에 훑어본 뒤 장시원을 힐끔 쳐다봤다.
장시원은 송구스럽다는 듯이 몸을 움츠렸지만, 양위정이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자, 여러분!”
갑자기 장시원이 앞으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자, 다들 그 모습을 주목했다.
“토너먼트는 우리들의 맹주님의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너무 섭섭하죠!”
뜬금없는 얘기에 회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의아해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장시원이 사회자처럼 소리쳤다.
“그래서 준비한 특별 이벤트! 비무대회 우승자인 우리들의 맹주님과…… 얼마 전 상하이를 습격하려던 거대한 거북 섬을 파괴한 것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온 강유진 님의 특별 매치……! 오늘 여기서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