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샤토 디프 (1)
용길공주는 천계에서 가장 고귀한 공주였다.
아버지는 옥황상제, 어머니는 서왕모였다.
그 태생 자체만으로도 용길공주는 모든 존재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선녀였다.
하지만 용길공주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으려 했다. 출신에 걸맞은 능력과 인품을 갖춰, 진정으로 훌륭한 존재가 되기 위해 매일 같이 정진했다.
그러나 용길공주에게는 문제가 있었다.
용길공주는 너무 아름다웠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다른 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용길공주의 모습을 숨겼다. 딸의 미모가 다른 신선들을 망쳐 버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잔치가 벌어졌다.
용길공주는 잔치가 꼭 보고 싶어서 어머니에게 애원했다. 결국 어머니는 깃발로 진을 펼쳐 모습을 숨긴 채 구경한다는 조건으로 허락해 줬다.
하지만, 한 선인의 장난으로 깃발이 뽑혀 용길공주는 본의 아니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마침내 만천하에 드러난 용길공주의 미모에 천계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맑은 마음으로 수련에 집중해야 할 신선들이 용길공주의 얼굴을 보고 온갖 번뇌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용길공주는 천계에서 추방당했다.
남자를 홀리는 음탕한 요녀를 계속 천계에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남자를 홀리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상으로 쫓겨난 용길공주는 청란두궐이라는 곳에 감금되었다.
그곳에서 용길공주는 매일 같이 자책하면서 지냈다.
자신의 존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번뇌에 시달려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한 남자가 청란두궐에 찾아왔다.
“천계에서 추방된 절세의 미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습니다만…….”
침소에 몰래 숨어 들어온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용길공주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정말로 아름답군요.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
아름다운 건 당신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이 아름다웠다. 단정한 이목구비가 아름다웠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표정이 아름다웠다.
천계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무엇이, 죄송하다는 말씀이신지요?”
“솔직히 말해서 흑심이 있었습니다.”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저는 당신이 음탕하기 그지없는 여자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겁니다.”
“그 소문을, 들으셨던 거군요.”
“하지만 착각이었던 것 같군요. 역시 소문은 함부로 믿을 게 못 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첫눈에 보고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맑은 물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분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용길공주는 눈가에서 물방울이 하나 떨어져 내리는 걸 느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면 그가 곤혹스러워할 거라 생각했기에, 눈에 띄기 전에 허공으로 흩어지게 만들었다.
“주무시려고 하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편히 쉬시지요.”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떠나려 했다.
하지만 용길공주는 팔을 뻗어 그 옷자락을 잡았다.
“가지 말아 주세요.”
“네?”
“저는…….”
어떻게 하면 그를 붙잡을 수 있을까.
그의 마음을 얻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긍정해 준 남자가,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저는 음탕하기 그지없는 여자랍니다.”
“…….”
계속 갇혀 지내면서 이성과 교류한 적이 없었던 용길공주의 말주변으로는, 그 정도가 한계였다.
하지만 그 서투른 말로 남자를 붙잡을 수 있었으니, 결국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장래가 유망한 천재 도사…… 양전과의 첫 번째 밤이자 마지막 밤이었다.
그 이후.
용길공주는 자신의 의지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청란두궐을 나와, 은나라와 주나라의 전쟁 속에서 진행되는 선인들의 싸움에 참가했다.
무로건곤망을 사용해 수많은 공을 세웠다. 천계의 잔치에서 깃발을 뽑아간 신선의 제자를 찾아내 복수를 하기도 했다.
양전하고는 동료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서로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예 없었던 일처럼 취급했다.
하지만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 성좌가 된 지금도…….
그 외로운 궁궐 안에 갇혀 있었던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었던 그 만남만큼은, 용길공주의 가슴속에 조금도 퇴색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 * *
“양전! 양전……!”
용길공주는 울면서 이름을 불렀다.
적을 앞에 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저앉아서 양전의 몸을 흔들 뿐이었다.
“정신 차리세요!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이……!”
치명상이었다.
이 정체불명의 공간에 갇혀 있는 이상, 그의 의식은 성령대계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화신이 죽으면 양전이라는 성좌 자체가 소멸하게 된다.
“어째서, 저를 감싼 건가요! 당신 같은 이기주의자가, 야심가가, 왜 저를 위해……!”
용길공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양전 같은 남자가 왜 이런 자기희생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자기 뜻대로 세상을 움직여 보겠다고 산해연합에서도 뛰쳐나갔었잖아요! 지금도 야망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해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걸 닦는 것도 잊은 채, 용길공주는 계속 소리쳤다.
“태공망을 넘어서는 존재가 되려고 했었잖아요! 이번에야말로 세상의 주역이 되려고 했잖아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기회는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 그러니……!”
“정말로…… 시끄럽군요.”
그때,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고귀한 선녀가…… 체통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양전……!”
“부탁이니까…… 울지 마셨으면 합니다.”
창백해진 얼굴로, 양전이 중얼거렸다.
“당신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도 당황스러워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단 말입니다.”
양전이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당신은 그때도…… 저하고 처음 만났을 때도, 제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었지요.”
“눈치채셨던, 건가요?”
“제 눈썰미를 얕보지 마시죠. 저는 천재란 말입니다…….”
울컥 피를 토한 뒤, 양전은 계속해서 말했다.
“천재인 저는,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몰래 감춘 눈물방울도, 당신의 서투른 거짓말도, 그 이후에 있었던 일들도…… 수천 년 동안, 계속 기억하고 있었지요.”
“그, 그런 말을 이제 와서……!”
눈치채지 못했다.
자아도취에 빠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신만만하던 이 남자가, 설마 그런 걸 일일이 기억에 담아 두고 있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당신에게, 저는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제가 할 얘기입니다. 당신이야말로…….”
만약에.
만약에, 좀 더 일찍 깨달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가 아니었어도, 성좌가 된 이후에라도, 깨달을 수 있었다면…… 대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을까.
“용길공주, 그동안 말하지 않았지만, 저는, 당신을…….”
용길공주는 양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남기는 말을 한 글자도 남김없이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양전에게서는 더 이상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양전?”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양전, 양전, 눈을 떠요.”
그 몸을 흔들었다.
이성을 잃고 흔들었다.
“양전, 양전……!”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소용없었다.
S급 성좌 ‘변화의 도사’ 양전은…… 지금 이곳에서 화신의 몸으로 숨을 거두었다.
* * *
양전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부짖는 용길공주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렉세이.”
내 뒤에 서 있는 알렉세이 시베도프를 향해 말했다.
“그 여자를 데리고 도망쳐.”
“이 공간에서 탈출할 수는 없어.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한, 아무리 도망쳐도…….”
“나도 알아.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얘기야.”
“……알겠어.”
알렉세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한테 복수의 기회를 준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나는 알렉세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너로서는 이 싸움에 끼어들 수 없어.”
“……어쩔 수 없지.”
순순히 납득하고 알렉세이는 용길공주에게 다가갔다.
망연자실한 용길공주를 강제로 끌어당기며, 알렉세이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나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펴봤다.
복잡한 구조의 서양식 건물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건물은 아니다.
‘요새…… 아니, 감옥.’
[화신 강림]을 해제하여 성령대계로 돌아갈 수 없다.정말로 이 공간은 감옥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이 공간을 만들어 우리들을 가둬 버린 자는 대체 누구인가.
“약 200년 전,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체포된 남자가 있었다.”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마르세유 앞바다에 있는 이프 섬에 가게 되었지. 그곳에는 외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건설된 요새가 있었지만, 그 시대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당당한 발걸음과 함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감옥의 이름은 샤토 디프…… 결코 탈출할 수 없다고 알려진, 바다로 둘러싸인 악몽의 감옥.”
근대 유럽풍의 복장을 걸친, 흡혈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창백한 피부를 지닌 미남.
그 수려한 얼굴을 쳐다보면서, 나는 천천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그래, 네 후원자인 S급 성좌 ‘복수자의 왕’이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명, 너는 나하고 처음 만났을 때 네 성좌 스킬을 3개 모두 가르쳐 줬었지.”
“…….”
“그렇다면 내 성좌 스킬도 가르쳐 줘야 공평하겠지. 많이 늦어졌지만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우아한 동작으로 한쪽 손을 치켜들었다.
“이것이 내 첫 번째 성좌 스킬, [성채 감옥(城砦監獄)].”
주위에 펼쳐진 감옥을 가리키며, 그는 말했다.
“이 감옥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샤토 디프를 모방하여 구현한 것이다. 이벤트나 퀘스트를 개최할 때 이 감옥을 무대로 사용하면 매우 분위기가 좋았지. 성령대계에서 직접 관측할 수 없어 중계 담당 사도도 같이 들여보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말이다.”
나와 용길공주, 양전이 [화신 강림]을 해제하여 탈출할 수 없었던 이유.
그것은 이 남자가 자신의 성좌 스킬 [성채 감옥]으로 우리들을 완전히 가둬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내 두 번째 성좌 스킬, [결투 유의(決鬪流儀)].”
백작은 품 안에서 권총을 하나 꺼냈다.
골동품 같아 보이는 그 구식 권총에서는 정체불명의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생전에 나는 수많은 결투에서 승리했지. 총이든 칼이든 제비뽑기든 뭐든지 종목에 상관없이 말이다. 그렇기에 이 성좌 스킬은 일대일 대결에 임하는 자에게 막강한 가호를 부여하지.”
그는 허리에 칼도 한 자루 차고 있었다.
소설에서 그는 파리의 유명한 검술 사범들을 줄줄이 꺾어 버리는 달인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이 성좌 스킬은 계약자뿐만 아니라 성좌에게도 사용할 수 있지. 나 자신한테도.”
백작은 딱히 괴물을 퇴치하거나 전쟁에서 활약한 영웅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1조 이상의 근원력을 지닌 S급 성좌다.
성좌의 스펙은 근원력에 따라 상승하기 때문에, 일대일 대결에서 가호를 부여하는 성좌 스킬을 활용하면 쟁쟁한 성좌들이 상대여도 얼마든지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성좌 스킬은 뭐지?”
“재촉하지 마라, 무명.”
내 질문에 백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효과도 직접 눈으로 보게 될 테니까.”
“그래, 알겠어.”
백작에게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서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건…… 싸우면서 하면 된다.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 스타일대로 해 주지.”
눈앞에 있는 남자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내 후원자가 아니라…… 내가 쓰러뜨려야 하는 적이었다.
“결투를 신청하지, 백작.”
“기다리고 있었다, 무명.”
결투라는 이름의 문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