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원정대 (2)
“세상이 정말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안 그래?”
“크르릉!”
석태준은 지금 키메라와 함께 병원 복도를 걷고 있는 중이었다.
“슬슬 판데모니움이 반격해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판데모니움 내부에서 재해가 발생하다니…… 누가 시나리오라도 쓰고 있는 건가?”
이아손에게 자세한 얘기를 듣고, 석태준은 깜짝 놀랐다.
판데모니움을 뒤덮은 나무뿌리가 자칫하면 한국까지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석태준은 다급히 여러 계약자들을 불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석태준이 이 병원에 온 건…… 하민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한동안 이쪽으로는 못 올 것 같고, 감시 상태나 한번 점검해 봐야지.”
“크르렁!”
새벽의 명성 교단의 교주였던 하민아는 최고 등급의 위험인물이다.
그 배후에 있던 ‘예언의 마법사’가 ‘무명의 왕’에게 패배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팔부중에서는 하민아를 특별 관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하민아를 감시하던 달기도 언제부터인가 다른 임무를 받았다고 사라져 버렸고, 이제는 석태준이 꼼꼼히 살펴야 한다.
“……?”
하지만 하민아가 감금되어 있는 병실 앞에서 석태준은 위화감을 느꼈다.
어디선가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석태준은 다급히 병실 문을 열었다.
의식 불명 상태의 하민아가 누워 있어야 할 침대 위는…… 텅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쇠창살로 막혀 있던 창문이 완전히 뚫려 있었다.
“마법적으로 봉쇄된 상태였는데…… 이봐, 어떻게 된 거야!”
항상 옆에서 감시하기로 되어 있던 담당자는 병실 바닥에 쓰러져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석태준이 깨워 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젠장!”
이아손, 아니, 무명의 왕한테 빨리 알려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석태준은 병실을 뛰쳐나갔다.
* * *
이집트.
판데모니움의 세력권인 이 지역도, 급속도로 증식한 뿌리에 침략당한 상태였다.
다만 사막 지대는 악마들도 별로 없어서인지 뿌리의 침략이 활발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 있던 크리스티나에게, 동료인 실비아가 말을 걸어왔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글쎄.”
“성배 탈취도 실패했고…… 이제 지구상에는 우리들이 쓸 수 있는 성유물은 남아 있지 않을 거야.”
지크프리트와 베오울프가 소멸한 뒤, 크리스티나와 실비아는 성좌 없이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이건 그녀들에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성좌들의 추적을 피하려면 성좌와 계약하지 않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은 성좌의 도움 없이도 강해지기 위해 성유물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알로켄과 무르무르, 바퓰라를 잡았지만, 그것도 결국 허탕이었고.”
“…….”
크리스티나와 실비아는 그동안 마신급 악마를 습격해 왔다.
성유물을 모으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인데,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어떻게 할까, 크리스티나.”
실비아는 다시 크리스티나에게 물었다.
“그냥 적당한 성좌하고 다시 계약해서…… 평범한 계약자로 돌아갈까?”
“그런 건 싫어.”
크리스티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 목표 잊어버렸어?”
“……안 잊어버렸어.”
“평범한 계약자? 그런 걸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벽돌이 파인 곳에 발을 대고 균형을 잡으며, 크리스티나는 말했다.
“내 목표는 성좌가 되는 거야.”
성좌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크리스티나의 목표다.
머나먼 우주 너머에서 이 지상을 내려다보는, 그런 초월적 존재가 되고 싶었다.
“현상대계의 영웅이 되어, 그 업적으로 성좌가 되겠어.”
“…….”
“그러니 나는 더 강해져야 해.”
강유진 등과는 달리, 크리스티나는 자진해서 개조 수술을 받았다.
개조 수술의 진짜 목적은 모르고 있었지만, 알고 있어도 별 상관없었을 것이다.
크리스티나는 성좌가 되기 위해 강해지고 싶었으니까.
멀린을 따른 것도 오로지 그 때문이었다.
그저 정석적으로 지원해 줄 뿐인 지크프리트와는 달리, 멀린은 온갖 수법으로 크리스티나를 강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았으니까.
“크리스티나.”
실비아가 크리스티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네가 좋아.”
“……미안, 나는 강유진을 노예로 만들어 영원히 함께한다는 목표가 있어서, 네 마음은 받아들여 줄 수 없어.”
“동성애적인 의미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아, 그래.”
크리스티나가 어깨를 으쓱했고, 실비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별다른 꿈 같은 것도 없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싸우는 것밖에 모르는 여자야. 그렇기 때문에 분명한 목표를 갖고 강해지려 하는 네가 눈부셔 보이고, 응원하고 싶어져.”
“고마워.”
“네가 내 실력을 따라잡았을 때, 나는 질투 같은 건 하지 않았어. 오히려 기뻤으니까.”
처음 만났을 때, 크리스티나는 실비아보다 많이 약했다.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순식간에 실비아를 따라잡았고, 지금 시점에서는 분명히 실비아를 앞선 상태였다
“그러니…… 네가 어떤 길을 택하든 나는 응원할 거야.”
“…….”
크리스티나는 잠시 실비아의 얼굴을 쳐다봤다.
“진심으로 하는 얘기지?”
“그래.”
“……알겠어.”
고개를 끄덕인 뒤, 크리스티나는 저 멀리 보이는 악마들의 도시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에는 꿈틀거리는 뿌리들 외에도…… 강대한 존재가 있었다.
그리고 뭔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면 가자, 실비아.”
“알겠어, 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는 실비아와 함께 피라미드에서 뛰어내렸다.
사막을 향해 몸을 날리며, 크리스티나는 말했다.
“판데모니움으로.”
성좌들은 이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이제는 악마들과 계약을 할 차례다.
* * *
“설마 내 성좌무구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단 말이지.”
바닷바람 속에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이아손이 중얼거렸다.
“내 성좌무구는 은근히 쓸모가 없어서 말이야. 계약자들도 거의 쓰지 않아.”
“최대구현 허가한 계약자 있어?”
“없어. 예전에 한 명 있었는데, 바다로 나갔다가 시 서펜트의 습격을 받아서 죽어 버렸거든.”
“……왠지 불길해지는데.”
“야, 우리가 강유진이냐? 걱정 안 해도 돼.”
그렇게 말하면서 이아손이 배의 난간에 등을 기댔다.
“이 몸이 너를 안전히 예루살렘까지 인도해 줄 테니까 말이야. 이 아르고호로!”
아르고호.
생전에 이아손이 이끌었던 ‘아르고호 원정대’의 그 아르고호다.
이아손은 이 배에 헤라클레스와 오르페우스, 아탈란테 등의 영웅들을 모아 원정을 떠났다.
이 아르고호야말로 이아손의 성좌무구인 것이다.
“예루살렘은 내륙에 있으니까, 이아손이 인도해 줄 수 있는 건 중간까지일 텐데요?”
“그래, 그리고 요즘 시대에 이런 구시대적인 배를 타는 게 의미가 있나? 나도 ‘아무도 아닌 선장’의 잠수함을 타 보고 싶었어.”
그렇게 이아손의 말에 딴지를 걸은 건, 아르고호 원정대의 원조 멤버인 S급 성좌 ‘노래하는 영웅’ 오르페우스와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 아탈란테였다.
오르페우스는 음악을 사용한 서포트 담당으로, 아탈란테는 빠른 속도를 이용한 연락 및 정찰 담당으로 이번 원정에 참가했다.
“너무 그러지들 말라고. 이 배, 온갖 위험이 도사린 바다를 지나갈 때 각종 가호가 주어진다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이아손을 편들어 준 건 다름 아닌 S급 성좌 ‘무적의 영웅’ 아킬레우스였다.
아킬레우스는 그리스 계열 성좌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방패를 성좌무구로 지니고 있는데다가 불사신의 육체를 지니고 있어 탱커로서의 자질이 훌륭하다.
예전부터 지상에 내려가 악마들과 싸우는 걸 원하고 있어서, 이번 원정에 참가하게 되었다.
“오오, 아킬레우스! 말 잘했어! 오늘은 헤라클레스가 없으니 너한테 기대할게!”
“그래도 나도 잠수함을 타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노틸러스호였던가? 솔직히 그게 더 낫지 않겠어?”
“으윽,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다들 물귀신 된다고!”
그리스 계열 성좌들이 만담을 나누는 걸 보고 있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끌벅적하군요.”
S급 성좌 ‘순백의 영웅’ 아르주나였다.
신궁(神弓) 간디바와 아스트라를 사용하는 아르주나는 이번 원정에서 원거리 전투의 중심이 될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와서 정리해 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어쩔 수 없지. 오디세우스는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는 방어 작전을 지휘하기로 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아르주나에게 대꾸한 건, 근처 난간에 등을 기대고 있던 S급 성좌 ‘예언의 마법사’ 멀린이었다.
최고의 마법사인 멀린은 공격, 방어, 회복, 교란 등 모든 방면에서 이 원정을 서포트해 줄 것이다.
“그런데 무명의 왕, 강유진과 헤라클레스 일행은 제시간에 도착할 것 같나?”
“그건 신드바드가 잘 인도해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지.”
강유진과 주민하, 헤라클레스, 알렉산드로스는 신드바드의 성좌무구인 로크를 이용해 예루살렘으로 향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우리하고는 반대 방향에서 예루살렘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마법사 형씨!”
그때 뒤에서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유진이 없어도, 여기 무명의 왕은 이 흑선풍 이규가 지킬 테니까 말이야!”
B급 성좌 ‘두 자루 도끼의 살인귀’ 이규가 술통을 쌓아 두고 벌써부터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근접 전투에 능한 이규는 내 호위 역할로 이번 원정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규, 벌써부터 그렇게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술을 마시면 어떻게 해?”
“형씨, 내 얼굴은 원래 이런 색이야!”
“아, 그런가.”
이규는 지난번 인도 전투에서 빠졌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한번 제대로 날뛰어 보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태였다.
“시끌벅적하군. 이렇게 많은 이들과 함께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구석에 주저앉아 있던 A급 성좌 ‘삼두육비의 신동’ 나타가 중얼거렸다.
그는 A급 성좌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S급 성좌를 상회하는 전투력을 지녔다. 이번 싸움에서는 최전방에서 싸우는 메인 어태커가 될 것이다.
“그런데 무명의 왕, 크리스티나와 실비아가 판데모니움 쪽으로 갔다는 건 확실한 거지?”
“……그래.”
지난번에 충돌했을 때, 멀린이 크리스티나에게 추적 마법을 걸어 놨다고 한다.
지금은 신호가 끊겼지만 판데모니움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간 건 확실하다고 한다.
“디스시로 가서 루시퍼의 힘을 가로채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결국 나도 거기로 가는 수밖에 없겠군…….”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것 참…… 보면 볼수록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네.”
여기서 유일한 계약자인 알렉세이 시베도프였다.
예전에는 B급 성좌 ‘적과 흑의 청년’의 계약자였지만, 지금은 나하고 계약한 상태다.
“알렉세이, 너는 중요한 전력이야. 필요해서 데려온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
“그래, 알겠어.”
알렉세이는 [상태 열람(狀態閱覽)]이라는 각성 스킬을 갖고 있다.
이것은 상대방의 상태창을 자유자재로 확인할 수 있는 치트 스킬이다.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 사용할 수도 있어, 처음 만났을 때 알렉세이는 내가 성좌라는 걸 한눈에 꿰뚫어 봤다.
“임금님! 일단 이 주변 바다에는 별다른 위협이 없는 것 같아요!”
그때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포그리프를 이용한 공중 정찰 담당인 A급 성좌 ‘최고로 잘생긴 기사’ 아스톨포가 주위를 살펴보고 돌아온 것이다.
“좋아. 이아손, 그러면 출발하자.”
“알겠어!”
“그러면 용길공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남들에게서 떨어져 대기하고 있던 A급 성좌 ‘물을 다스리는 선녀’ 용길공주가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물이 아르고호를 뒤덮어 선체를 감추기 시작했다.
“배가 나아가는 걸 방해하면 안 되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들킬 때는 들킨다고 생각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신(新) 아르고호 원정대 출발이다!”
“멋대로 이름 붙이지 마, 이아손!”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는 이아손에게 아탈란테가 잔소리를 했다.
‘설마 정말로 아르고호하고 비슷한 위치에서 출발하게 될 줄이야.’
지금 우리는 그리스 서남부에서 출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신화에서 아르고호 원정대가 출발했던 이올코스 근처다.
물론 황금 양털을 찾으러 갔던 아르고호처럼 터키 북쪽으로 가는 항로는 아니다.
에게해를 지나 터키 남쪽으로 이동, 이스라엘 서해안에 도착한 뒤 예루살렘으로 향할 것이다.
판데모니움의 세력권 안에 게이트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고, 육로로 이동하려면 뿌리의 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게 최선의 루트였다.
물론 강유진 일행처럼 공중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비행 중에 저격당하거나 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결국 해상으로 이동하는 걸 택했다.
‘걔네들은 공중에서 추락해도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단 말이지.’
그렇게 우리는 동서 양쪽에서 예루살렘에 접근하여, 판데모니움의 수도인 디스시에 진입할 것이다.
‘디스시에 도달하면…… 모든 의문이 풀리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아름다운 에게해에 시선을 향했다.
== 아르고호 측 멤버==
멀린(S급 성좌)
아르주나(S급 성좌)
아킬레우스(S급 성좌)
오르페우스(S급 성좌)
나타(A급 성좌)
용길공주(A급 성좌)
아스톨포(A급 성좌)
이아손(B급 성좌)
아탈란테(B급 성좌)
이규(B급 성좌)
알렉세이(계약자)
== 로크 측 멤버 ==
헤라클레스(S급 성좌)
신드바드(A급 성좌)
강유진(계약자)
주민하(계약자)
알렉산드로스(계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