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원정대 (1)
판데모니움 내부에서 발생한 거대한 재해.
옛 예루살렘에 위치한 판데모니움의 수도인 디스시에서 시작된 이 재해는, 순식간에 판데모니움 각지로 뻗어 나갔다.
하지만 관측기를 통해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성좌들은 상황 파악이 늦어졌다.
“저게 대체 뭐지?”
“저런 건 본 적이 없어. 크기만 보면 세계수(世界樹) 같지만, 저렇게 사악한 기운을 뿜고 있으면…….”
“악마들을 흡수한다는 게 정말인가?”
“인간에게 우호적인 악마들에게서 들어온 정보로는, 이미 판데모니움 세력권의 절반 이상이 저 나무뿌리에 뒤덮였다고 하더군.”
“러시아 지역의 악마들은 북극권으로 피난을 시작했다던데.”
성령기사단의 본거지인 석궁(石宮)에서는 여러 성좌들이 현 상황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현재 다각형 탁자 위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접경지대에 내려간 사도들의 현지 영상이 투영되고 있었다.
영상에서는 동물의 촉수처럼 꿈틀거리는 나무뿌리가 악마들의 도시를 파괴하는 모습이 계속 표시되고 있었다.
“저건 성(聖)과 마(魔)가 뒤섞여서 폭주한 거야.”
“멀린……!”
그때 한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던 멀린이 회의장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요! 그리고 무명의 왕은…….”
“무명의 왕도 왔어.”
멀린의 뒤를 이어 무명의 왕도 나타났다.
그런데 성령기사단 소속이 아닌 성좌도 함께였다.
“당신은…….”
“혹시 삼두육비의 신동 아닌가?”
A급 성좌 ‘삼두육비의 신동’의 모습을 보고 많은 성좌들이 놀랐다.
몇 번 영입 시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실패했던 성좌이기 때문이다.
“다들 자리에 앉지. 지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해.”
무명의 왕의 말을 듣고, 많은 성좌들이 다급히 자리에 앉았다.
* * *
거대한 뿌리가 판데모니움의 도시를 유린하고 있는 걸 확인한 뒤, 나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찰 중이었던 멀린 일행과 합류했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멀린과 합류하면서 나는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제군들도 이제는 알고 있겠지만, 판데모니움 내부에는 예전부터 루시퍼를 부활시키려는 자들이 존재했지.”
성령기사단의 주요 성좌들 앞에서, 멀린이 설명을 시작했다.
“몰렉이나 페넥스 등 소위 주전파(主戰派)라 불리는 마신급 악마들이 그걸 주도했는데, 인간인 하민아가 거기에 협력하고 있었지. 루시퍼의 육체 후보인 ‘소체’를 만들면서 말이야.”
소체 얘기가 나오자 몇몇 성좌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민아에게 소체를 만들게 한 것이 바로 멀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체를 육성시켜도 그 소체들이 루시퍼가 되는 일은 없어. 소체 그 자체로는 어디까지나 인간에 지나지 않으며, 영적인 격(格)을 올리지 못하면 루시퍼가 될 수 없기 때문이지. 하민아나 주전파 악마들은 그걸 모르고 있었지.”
멀린의 설명은 나타가 했던 얘기와 동일했다.
“이 세계에서 영적인 격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신의 아들’의 영성(靈性)이 담긴 성유물을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야. 나는 그걸 알고, 예전부터 성유물을 수집하여 봉인해 두는 것으로 루시퍼 부활 자체를 차단하고 있었지.”
“멀린, 그렇다면 성배는 역시…….”
“내가 숨겨 놓은 상태였지. 제군들을 속여서 미안하군.”
멀린은 최고의 성유물인 성배를 직접 봉인하는 것으로, 자기가 키워 놓은 소체들이 루시퍼가 되는 걸 원천 봉쇄하려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판데모니움에서 성유물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어. 나는 소체를 각성시키려는 시도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더군. 소체와는 별개로 루시퍼의 육체를 만들려는 계획이 판데모니움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던 거야.”
“그렇다면, 저 나무뿌리가…….”
“루시퍼라는 건가?”
“루시퍼는 저런 존재가 아니었을 텐데?”
소란스러운 성좌들 사이에서, 모드레드가 입을 열었다.
“멀린, 우리는 지난번에 아스타로트가 거대한 괴물이 된 걸 목격한 적이 있어. 설마 그것하고 비슷한 건가?”
“그렇지. 성과 마…… 서로 상반되면서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두 성질이 충돌하면서 폭주한 걸로 보여.”
아스타로트가 거대한 괴물이 된 건, 성유물인 성정의 힘을 사용하려다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아마 판데모니움에서도 저렇게 무분별한 파괴를 일삼는 괴물을 만들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저건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영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격을 지닌 것 같더군. 루시퍼 수준에 도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악마들보다는 훨씬 높아.”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판데모니움에서 성유물을 그렇게 많이 입수한 건가?”
“지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판데모니움의 마신급 악마들을 흡수한 거야.”
“……!”
“루시퍼를 비롯한 마신급 악마들은 상당수가 ‘천사’였지. 그들을 집어삼켜 영적 에너지를 흡수한 게 아닐까 추측 중이야.”
“잠깐만. 그러면 저 나무뿌리는 이미 루시퍼 수준의 영적 에너지를 지니게 된 건가? 마신급 악마를 여럿 잡아먹었으면…….”
“인간이 동물을 먹는다고 해서 그 동물의 구성 요소를 전부 흡수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저 나무뿌리가 마신급 악마를 얼마나 집어삼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소화 효율은 그다지 좋지 않겠지. 아직 루시퍼 수준으로 높은 격을 획득하지는 못했을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멀린은 허공에 표시되고 있는 화면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뿌리가 악마들과 기타 종족들을 집어삼키는 영상이 표시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저 나무뿌리는 상당한 굶주림을 느끼고 있는 걸로 보여. 생명 에너지를 원하는 건지, 아니면 영적 에너지를 원하는 건지 모르지만…… 저런 식으로 악마들을 집어삼키다 보면, 판데모니움 바깥에도 뻗어 나가 인간들을 잡아먹으려 하겠지.”
“……!”
“또한 충분한 에너지를 획득하면, 보다 높은 존재로 승화할 가능성도 존재해. 저 나무에서 루시퍼가 부활하여 전 우주를 지배한다고 해도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던 성좌들의 얼굴에 위기감이 가득 찼다.
그런 성좌들 앞에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옛날 같았으면, 우리는 이런 사태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냥 멍하니 관측기만 들여다보고 있었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성좌들의 얼굴을 쭉 훑어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우리한테는 성령기사단이라는 조직이 있지.”
중동의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이 재해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집어삼키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좌들도 이런 재해에 대처할 능력이 없었다. 지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성좌들도 이런 국제적 재해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성령대계의 정점에 군림하는 조직인 성령기사단이 있다.
“그렇군요.”
내 옆에 앉은 아르주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명의 왕이라는 믿을 수 있는 리더도 존재하지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나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령기사단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지상을 구원해야지.”
이것이야말로, 우리 성좌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일이다.
“이아손, 석태준에게 연락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중국과 일본 쪽도 맡겨도 되겠지?
“그래, 그쪽 성좌들한테도 내가 연락하지.”
“브라다만테는 서유럽 계약자들의 총책임자를 맡아 줘. 가능하겠지?”
“맡겨 주십시오, 무명의 왕!”
“그리고 페르세우스와 테세우스는…….”
나는 각 지역을 담당할 만한 성좌들에게 하나하나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책임자를 지정한 뒤, 고개를 돌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49호를 불렀다.
“49호.”
“네, 무명 님!”
“오디세우스와 의논해서 영상을 제작해. 성령대계의 모든 성좌들에게 협력을 요청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이건 전 세계적인 싸움이다.
성령기사단뿐만 아니라 다른 성좌들도 협력해 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판데모니움의 악마들하고도 손을 잡을 것이다.
“이렇게 전 세계적인 체제를 구축하여, 이 미증유의 재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막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맡겨 주라고!”
내 지시를 듣고 수많은 성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악마들을 통해 흘러나온 정보로는, 이건 판데모니움의 수도인 디스시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 이 재해의 원인은 그곳에 있어.”
예전에 벨리알은 그곳이 판데모니움의 최고 회의인 마신총회가 열리는 곳이라고 했었다.
“일인자인 바엘을 비롯한 마신급 악마들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지. 그들이 이 사태를 주도한 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 사태를 해결할 열쇠는 그곳에 있을 거야.”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재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정예 부대를 디스시에 투입하겠어.”
판데모니움의 수도에 쳐들어간다.
그동안 아무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일을…… 지금 해야만 했다.
* * *
“뭐야 저게?”
강유진은 동쪽 하늘이 노랗게 물들어 있는 걸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황사인가?”
“뭔가 이상하군요. 제 [천리안] 스킬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함께 트레이닝을 하고 있던 알렉산드로스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뭔가 거대한 나무뿌리 같은 게 땅에서 솟구치고 있군요. 황야를 뒤집어엎으면서 그 모래가 하늘로 날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무뿌리?”
“저쪽은 판데모니움의 세력권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군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때, 숙소 쪽에서 헤라클레스가 주민하를 대동하고 걸어왔다.
“너희들, 수련은 오늘로 끝이다.”
“헤라클레스…….”
“성령대계에서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큰 재해가 발생한 것 같군.”
“재해?”
“흠, 여기서도 조금 보이는군.”
헤라클레스도 인상을 찌푸리며 동쪽을 쳐다봤다.
“강유진, 판데모니움에 쳐들어가라는 게 네 성좌의 명령이다.”
“……!”
인도에서의 결전 이후, 무명의 왕이 지시를 내린 건 처음이었다.
“아마 판데모니움의 최고위층과 결전이 벌어지겠지. 어쩌면…… 부활한 루시퍼와 싸우게 될지도 몰라.”
“루시퍼…… 라고?”
“그래, 악마들하고 결판을 낼 때가 온 거지.”
악마들하고 결판을 낸다.
그것은 판데모니움과의 악연을 끝낼 때가 왔다는 걸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헤라클레스 님, 질문이 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뭐가 궁금하지?”
“여기서 예루살렘까지 가려면 너무 멀지 않습니까?”
“그렇지, 다른 성좌들은 그리스 방면에서 쳐들어간다고 하더군.”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를 데려다줄 성좌를 구했어.”
“네?”
바로 그때, 하늘이 어두워졌다.
구름이 낀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새’가 나타나 태양을 가린 것이다.
“몬스터?!”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어림짐작해도 1킬로미터 이상의 몸길이를 지닌 것 같았다.
강유진은 바로 전투태세를 취하려 했지만, 헤라클레스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저걸 타고 갈 거야.”
“뭐?”
그때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나서 반가워, 강유진!”
중동풍의 두건을 쓴 남자가 새 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A급 성좌 ‘모험하는 뱃사람’! 진명은 신드바드라고 해!”
“신드바드……!”
강유진도 그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엄청난 모험가 아닌가.
“내 성좌명 기억하지? 그동안 많이 후원해 줬으니까!”
“그야…… 기억하지.”
‘모험하는 뱃사람’은 초기부터 강유진한테 많은 후원금을 던져 줬던 성좌다.
평소 후원금 액수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아낌없이 퍼 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100만 코인 단위로 후원해 준 건 당신이 처음이었어.”
“오오, 기억해 줬군!”
기뻐하는 목소리로 신드바드가 말했다.
“오늘은 행복한 날인 것 같아! 책임지고 너를 예루살렘까지 데려다줄게!”
“설마 그 커다란 새로……?”
“이 녀석은 로크! 코끼리를 잡아먹는 괴물 새지! 나는 생전에 이 새를 탄 적이 있었어!”
설마 이 커다란 새가 신드바드의 성좌무구인 건가.
“아스톨포의 히포그리프처럼 세세한 컨트롤은 못 하기 때문에 공중전은 어렵지만, 이동 수단으로는 쓸 만해!”
신드바드가 웃으면서 소리쳤다.
“가자고! 너희들을 데려다줄 테니까!”
신드바드는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강유진이 자신을 기억해 줬다는 것, 그리고 강유진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정말로…… 좋아해 주고 있구나.’
그 기대에 보답해 주려면 최선을 다해서 싸워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강유진은 목소리를 낮추고 주민하에게 속삭였다.
“주민하, 이건 괜찮겠지? 기차나 잠수함하고는 달리 생명체니까.”
“……글쎄요.”
장거리 교통수단에 불안감이 아직 남아 있는 강유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