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폭로 (2)
– 지금 뭐라고 한 거야?
– 현상대계의 계약자라고? 최하급?
– 성좌가 될 자격이 없어?
– 말도 안 돼!
– 근데 계속 진명 숨기고 있었잖아.
– 그래, 과도할 정도로 자기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어.
– 진실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한 건가?
– 이럴 수가!
* * *
“벨리알의 구성 요소를 적절히 분리하여, 루시퍼 폐하를 위한 소재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나는 벨리알의 기억에 접촉할 수 있었네.”
“그 과정에서 알게 되었지. 벨리알이 그동안…… 인간 남자와 협력하고 있었다는 걸.”
“그는 계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나약한 인간이었지.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벨리알과 만나 의기투합하였으나, 그 이후 불의의 죽음을 당했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는 성좌가 되었지. 그것도 최고 등급인 S급 성좌가 되었더군.”
“그는 자기가 S급 성좌가 되었다는 걸 깨닫고, 그 힘을 이용해 온갖 일을 벌이기 시작했지. 그러면서 지상에 내려와, 자기 정체를 숨기고 벨리알과 접촉해 음모를 꾸미기도 했네.”
“그래, 그는 철저히 자기 정체를 숨기고 있었지. 그리고 세상을 기만한 걸세.”
“우주 최대의 사기꾼…… 그것이 S급 성좌 ‘무명의 왕’의 정체인 거지.”
* * *
바엘의 얘기가 끝나자, 지하 공간에서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
김무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정지해 있었다.
그 얼굴에는 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하민아가 만족스러워하는 미소를 지었다.
“자, 강유진. 이제 알겠죠?”
그러면서 하민아는 강유진에게 말을 걸었다.
“무명의 왕은…… 당신이 믿고 따를 가치가 없는 존재였어요.”
“…….”
“원래대로라면 당신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 이제는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당신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존재였어요.”
입을 다물고 있는 강유진에게, 하민아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당신은 착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니, 속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겠죠.”
그렇게 말하고 하민아는 김무명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저 추악한 사기꾼한테 말이에요.”
추악한 사기꾼.
하민아는 무명의 왕을 그렇게 단정했다.
“자, 그러면 강유진……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하죠.”
“……원점?”
“네, 그동안 꼬였던 우리들 관계를 다시 정립해 보는 거예요. 저 무가치한 존재를 빼고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하민아는 강유진에게 다가왔다.
“무명의 왕을 버리고, 우리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거예요.”
“안 돼요!”
하지만,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구석에서 중계 중이던 49호가 투명화를 풀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강유진 님, 무명 님을 배신하지 마세요!”
“49호……?”
“당신이 무명 님을 따른 건 무엇 때문이었죠? 무명 님이 위대한 영웅이었기 때문이었나요? 아니잖아요!”
49호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무명 님이 당신을 구해 줬기 때문이잖아요!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당신을 구해 줬으니까, 이 세상에 희망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알려 줬으니까, 무명 님을 따랐던 거잖아요!”
“…….”
“이 세상에는 불행한 사람을 구원해 주는 자가 분명히 있다는 걸 깨닫고,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거잖아요! 강유진 님은 그래서 무명 님을 존경하고 따랐던 거라고요!”
계속해서 소리치는 49호를 보고, 하민아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사도, 입 다무세요. 자기 본분을 잊어버리고 이런 식으로 개입하다니, 페널티가 두렵지 않은 건가요?”
“상관없어요! 저는, 저는…….”
49호가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저는, 무명 님이 대단한 영웅이든 아니든 상관없었어요! 무명 님이 벌이는 일, 무명 님이 진행하는 일이 재미있고 흥분되어서 무명 님과 함께 한 거라고요! 무명 님의 과거는 상관없어요! 현재의 무명 님이니까, 제가 좋아하는 무명 님이니까, 함께하고 싶었던 거라고요! 강유진 님, 당신은 아닌가요?!”
“…….”
“그러니까, 무명 님을 배신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이 무명 님을 버린다면, 무명 님은, 무명 님은…….”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면서, 49호는 비통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49호.”
그 모습을 보면서, 강유진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할 말을 다 뺏어 버리면 어쩌라는 거야?
그 말을 듣고, 49호가 퍼뜩 고개를 치켜들었다.
“너 때문에 내가 할 말이 없어졌잖아.”
“가, 강유진 님…….”
“내가 저런 마녀의 이간질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렇다.
하민아도 그렇고, 49호도 그렇고, 너무 강유진을 우습게 봤다.
“지금 여기 있는 당신들…… 아니, 중계를 통해 이곳을 보고 있는 성좌들, 내 말 잘 들어.”
강유진은 49호 쪽을 보면서 손가락질을 했다.
이곳을 지켜보고 있을 성좌들을 향해.
“당신들은 지금까지 무명의 왕의 어떤 부분을 본 거지?”
그리고 강유진은 질문을 던졌다.
“나는 당신들의 세계를 잘 몰라. 그러니 당신들이 무명의 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강유진은 고개를 돌려, 김무명을 쳐다봤다.
그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강유진을 보고 있었다.
“저 남자는, 결코 자기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강유진은 확신하고 있다.
그는 자기가 대단한 영웅이었다는 듯이 허세를 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엄청난 위업을 달성한 영웅인 척하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신들이 무명의 왕을 지지했다면, 그건 무명의 왕이 하는 행동 때문이었겠지. 그의 배경 같은 게 아니라.”
계속해서 김무명을 쳐다보며, 강유진은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가 자기 정체를 감추고 있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하지는 않아. 나는 계속해서 무명의 왕을 지지하고 따를 거니까.”
“…….”
김무명이 말없이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서 고개를 돌리고, 강유진은 다시금 49호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이곳을 보고 있을 성좌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은 어떻지? 당신들은 무명의 왕이 대단한 영웅 출신이어서 지지한 건가? 아니면 무명의 왕이 이룩해 낸 것을 보고 지지한 건가? 어느 쪽이지?”
“……정말로 꼴사납군요.”
강유진을 보면서, 하민아가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필사적으로 옹호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무명의 왕의 정체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이미 많은 성좌들이 충격을…….”
“하민아, 조금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때 용길공주가 입을 열었다.
“이미 상당수의 성좌들은 무명의 왕이 현상대계의 근대 인물일 가능성을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네?”
“안 그런가요, 멀린?”
“……그렇지.”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영의 왕이 움직이는 방식은 현상대계의 근대 문명에 익숙한 사람의 것이었으니까. 게다가 그는 ‘복수자의 왕’이 쓰던 권총을 이어받아 잘만 쓰고 다녔지. 근대 이전의 성좌들은 총기류를 매우 어색해하는데 말이야.”
쓴웃음을 지으며 멀린은 계속 말했다.
“특히 나는 상당히 이른 단계에서 눈치챈 상태였어. 내가 무명의 왕과 적대하면서도 그것을 공표하지 않은 것은, 상황에 따라서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야.”
“역풍…… 이라고요?”
“하민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성령대계는 복잡하거든. 여론을 컨트롤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야. 분위기를 타면 오히려 무명의 왕에게 동정 여론이 생길 수도 있지.”
그렇게 말하며 멀린은 49호를 쳐다봤다.
“49호, 지금 상황은 어떻지?”
“앗, 자, 잠시만요?”
49호가 눈을 깜박이면서 정신을 집중하는 표정을 지었다.
* * *
–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 결국 무명의 왕이 현상대계 출신일 거라고 주장하던 놈들이 맞았던 건가.
– 그래도 아무런 업적이 없는 계약자였다는 건 좀 충격적인데.
– 그래, 대체 어떻게 성좌가 된 거야?
– 아무 업적도 없는 현상대계 출신의 계약자는 성좌 되면 안 돼?
– 그럼 뭔가 이상하잖아. 아무나 성좌가 될 수 있다는 거니까.
– 애초에 성좌 시스템 자체가 이상하다고.
– 무명의 왕이 성좌가 된 이유도 언젠가는 풀리겠지?
– 판데모니움 멸망시키면 그걸로 콘텐츠 만들어 줘.
– 그건 좀 재밌을 듯.
– 이봐, 무명의 왕! 이런 걸로 잠수 타면 절대로 용서 안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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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100퍼센트 호의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비판적이지는 않아요! 오히려 흥미를 느끼면서, 재미있다는 듯한……? 다들 흥미진진해하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흠, 그 정도로군.”
멀린이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멀린, 아까 다급히 49호에게 중계를 중지하라고 소리쳤던 것 같은데요.”
“하하…… 사실 나도 살짝 당황했거든. 너무 갑작스러워서.”
옆에서 용길공주가 한마디 하자 멀린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까 말했듯이, 성령대계는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기 힘들어. 그 점을 생각하면 무명의 왕은 정말로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었지…….”
“그건 그렇군요. 아마 그것도 현대의 현상대계 출신이어서 가능했을 거예요.”
“용길공주, 너는 무명의 왕의 정체를 알고 어떤 생각을 했지?”
“딱히 별생각 없네요. 그냥 ‘그랬구나.’ 하는 정도죠.”
“그래, 우리들 입장에서는 그냥 그 정도 수준의 감상이지.”
멀린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무명의 왕.”
그렇게 말하며…… 멀린은 내 얼굴을 쳐다봤다.
“마음 편히 갖고, 네가 할 일을 해.”
“…….”
나는 멀린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어서 용길공주의 얼굴을 쳐다봤고, 알렉세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49호의 얼굴을, 강유진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래.”
나는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루시퍼의 새 육체에 다가갔다.
이제 더 이상 내 앞길을 가로막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는 안 돼……!”
바로 그때, 지하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마른 체형의 소녀…… 강유진에 근접한 힘을 지닌 소체, 크리스티나.
“이런……!”
멀린이 다급히 마법을 전개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다른 사람들도 바엘과 하민아를 견제하느라 움직임이 한발 늦어졌다.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검으로 검기를 날리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하지만, 크리스티나의 뒤를 이어 뛰어 들어온 남자가 그녀를 깔아뭉갰다.
피투성이가 된 B급 성좌 ‘두 자루 도끼의 살인귀’…… 이규였다.
“왜 이리 시간을 오래 끌어! 빨리 처리하라고, 형씨!”
크리스티나의 움직임을 방해하면서, 이규가 걸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래……!”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 주는 이규의 목소리에 대답하면서, 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검을 휘둘렀다.
나를 믿어 주는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