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99
99화. 불사의 마신 (1)
“다른 동네하고는 달리 하남 쪽은 여전히 평화롭네요.”
“지난번 시나리오에서 전장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천상운도 하남 쪽으로는 아무런 공격을 하지 않았고 말입니다.”
석태준과 주민하의 대화대로, 하남 지역은 지난번에 강유진이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로웠다.
“민간인들 표정도 밝습니다. 이건…… 하민아가 죽었다는 사실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같군요.”
“뭐라고? 그게 말이 돼?”
“이 인근은 교단 본부에서 완전히 통제하고 있을 겁니다. “
“나 원 참…….”
이죽헌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그러면 우리가 다 까발릴까? 하민아는 이미 옛날에 죽었고 교단 간부놈들이 다 해먹고 있었다고?”
“여기서 동네방네 소리 지르고 다니려고요? 관두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석태준 님 말이 맞습니다. 우리들 마음대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안 그렇습니까?”
“……뭐 그렇지.”
주민하가 말을 걸었던 건, 팔부중 중 한 명인 원필소였다.
지난번에 강유진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 원필소는 넙죽 엎드려서 협력적인 태도가 되었다. 제갈금과의 동맹도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사실 원필소는 선택을 아주 잘한 것이었다.
시나리오에서 천상운의 부하들이 남쪽으로 진군해 왔을 때 제갈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천상운이 몰락한 뒤에는 제갈금과 함께 강남 지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쪽 지역에서 교단의 영향력은 매우 커. 섣부른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원필소.”
강유진은 원필소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로는, 교단은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어.”
“…….”
“위대한 인격자였다던 교주는 죽었고, 간부들이 교단을 차지하고 온갖 악행을 진행해 왔어. 그들은 처단해야 하는 대상이야.”
“하지만…… 교단이 이 지역의 안정을 유지시켜 온 건 사실이야.”
“어차피 진실이 밝혀지면 그 역할도 수행할 수 없게 될걸.”
“……그건 그렇지.”
모조리 덮어 버린다면 몰라도, 진실이 알려지면 교단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교단 간부들 얘기부터 들어 보자고. 강경 수단을 취하는 건 그 이후에 해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 원필소가 시선을 앞쪽으로 향했다.
지난번에 강유진이 이현제와 함께 방문했던…… 교단의 본부 건물이 보이고 있었다.
* * *
“흠…….”
강유진 일행이 본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옆에 있던 49호가 고개를 내밀고 말을 걸었다.
“어떨 것 같으세요?”
“어떻긴 뭐가 어때. 지켜봐야지.”
교단 본부는 관측기로 들여다볼 수 없다. 안을 들여다보려면 사도를 보내서 카메라맨 역할을 시키는 수밖에 없다.
“쟤네들 나올 때까지 다른 곳들이나 점검할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허공에 투영된 화면들을 조작했다.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수도권 북부 상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각 화면들의 위치를 조절했다.
“그럼 저는 슬슬 가 볼게요. 해야 할 일도 많으니.”
“바쁜가 보네.”
“거의 다 무명 님이 시키신 일이거든요!”
49호가 투덜댔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잠깐.”
화면을 정리하다가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방금 강유진 일행이 들어간 본부 건물 주위가 뭔가 이상했다.
“49호.”
“네?”
“아까는 사람 꽤 지나다니고 있지 않았어?”
“……네?”
49호가 어리둥절해하면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어?”
“이상하게…… 사람이 없는데.”
본부 주변은 그럭저럭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적 자체가 없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
나는 입술을 깨물며 여기저기 확인해 봤다.
그리고 예전에도 비슷한 광경을 봤던 걸 기억해 냈다.
“49호.”
“네, 무명 님.”
“빨리 지상에 내려가 줘야겠어.”
“뭔가 큰일이 벌어진 거군요.”
49호가 더 이상 까불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바로 본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중계 시작할까요?”
“그래, 하지만 그 전에…….”
여러 개의 창을 동시에 조작하며 현지 상황을 분석하면서, 나는 49호에게 지시를 내렸다.
“달기한테 움직여 달라고 요청해 줘.”
* * *
“뭐야? 왜 아무도 없어?”
“강유진 씨, 원래 이랬었나요?”
“예전에 이현제하고 같이 왔을 때는 꽤 사람이 많았는데.”
본부 건물 안에 발을 들인 일행을 맞이한 것은, 텅텅 비어 있는 로비였다.
지난번에 강유진이 왔을 때는 평범한 신도들도 많이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신도들은커녕 직원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음…… 이거 설마 야반도주한 건가?”
원필소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교단 간부들은 죄를 지은 게 많으니까 말이야. 우리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일치감치 도망쳤을 가능성…… 충분히 있지 않을까?
“…….”
원필소의 말을 듣고, 강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이 정도로 무책임하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쪽을 살펴봐야겠어.”
강유진은 성큼성큼 안쪽으로 걸어갔다.
지난번에 안내를 받았던 길로 걸어가 봤지만, 역시 그쪽에도 아무도 없었다.
“여기는 어딘가요?”
“교주가 감금되어 있던 방이야.”
하민아로 둔갑한 달기를 만났던 방도 텅텅 비어 있었다.
“창문 밖으로 나가서 몇 번 꺾어 주면…… 지하로 가는 계단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가, 강유진 씨! 잠깐만요!”
강유진이 불쑥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지자 동료들이 다급히 따라왔다.
탈출했던 루트를 되새기면서 전진하자, 기억 속에 있던 계단이 나타났다.
그때는 밑으로 내려가 보지 않았지만, 딱 보기에 뭔가 수상해 보이는 계단이었다.
“강유진 님, 이곳에 뭔가 있는 겁니까?”
“냄새가 나.”
“……냄새 말입니까?”
“약품 냄새.”
강유진의 말을 듣고, 다른 사람들은 코를 킁킁거렸다.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저도 딱히…….”
“나는 느껴져.”
강유진은 바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다급히 그 뒤를 따랐다.
“강유진 님, 설마…….”
“미약한 냄새지만, 나는 알 수 있어.”
틀림없었다.
이 지하에는…… 강유진이 감금되어 있던 곳이나 천안 중앙 성전처럼 교단의 연구 시설이 있다.
“여긴가?”
막혀 있는 문을 몇 개씩 부수면서 전진하다 보니, ‘폐기물 저장고’라는 팻말이 달려 있는 철문이 나타났다.
미약한 냄새는 그 안에서 나는 것 같았다.
“들어가 보자고.”
“이봐, 강유진……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뒤에서 원필소가 중얼거렸지만, 강유진은 무시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눈에 보인 것은…… 천안의 중앙 성전 지하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뭐야 이건? 무슨 연구실들인가?”
“……중앙 성전하고 비슷하게, 각종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실들이 늘어서 있군요.”
주민하가 연구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말했다.
“다만 중앙 성전 때하고는 달리 실험 대상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군요.”
예를 들어 중앙 성전에서는 많은 몬스터들이 유리통에 갇혀 체액인지 뭔지를 추출당하고 있었는데, 여기는 유리통만 있고 내용물은 없었다.
“전부 다 폐기한 건지, 아니면…….”
“…….”
주민하의 말을 들으며, 강유진은 복도를 계속 걸었다.
복도 끝에 커다란 철문이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가 진짜인 것 같은데.”
“이봐, 강유진.”
원필소가 강유진의 어깨를 잡았다.
“이거…… 아주 위험한 느낌이 들어. 일단 물러서고, 사람들을 더 불러서 다시 오는 게 좋을 것 같아.”
“…….”
그 표정은 진지했다.
원필소는 팔부중의 일원인 S급 계약자이다. 그런 그가 위기감을 느낄 정도이니…… 이 너머에는 확실히 평범하지 않은 게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당신 먼저 돌아가.”
“뭐?”
“나는 확인해 봐야겠어.”
“야, 강유진!”
만약 이 너머에서 엄청나게 위험한 괴물 같은 게 눈뜨려 하고 있다면 어떨까.
물러섰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이 그놈이 눈을 떠서 주위의 민간인들을 해칠지도 모른다.
“여기서 겁먹고 물러서고 싶지 않아.”
“야! 너희들도 좀 말려 봐!”
원필소가 다른 사람들한테 소리쳤지만, 다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냅두세요. 어떻게든 되겠죠.”
“저놈은 말을 들어 처먹는 놈이 아니라고.”
“위험한 상황이면 더욱 좋습니다.”
원필소는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며 등에 지고 있던 방패를 팔에 장착했다.
“……방어력은 내가 가장 뛰어나니까, 내가 앞장선다. 알겠냐?”
원필소는 A급 성좌 ‘무거운 방패의 영웅’과 계약하고 있으며, 방어력만큼은 팔부중 최강이다.
특히 성좌무구를 구현한 상태에서의 방어력은 천상운이나 이현제도 뚫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으이구,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들.”
원필소가 거친 목소리로 툴툴대며 먼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방패를 치켜든 채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강유진은 그 뒤를 따랐고, 나머지 세 사람도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수영장…… 같기도 한데.”
얼핏 보기에는 정말로 수영장 같았다.
네모난 구조물에 물이 가득 차 있었고, 수영장처럼 소독약 냄새 같은 것도 났다.
하지만, 고개를 내밀어 그 안을 들여다보니…….
“흐억!”
앞장섰던 원필소가 숨을 삼키며 뒷걸음질 쳤다.
“이게 대체 뭐야!”
“…….”
강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물속에 있는 건…… 무수히 많은 시체들이었다.
그것도 다양한 몬스터들과 인간들이 뒤섞여 있었다.
“……원필소 님, 저쪽 좀 보시죠.”
“뭐, 뭔데?”
주민하가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저기 구석에 있는 시체…… 문기환 대주교 아닙니까?”
“아…… 맞는 것 같아.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다들 당황스러워했다.
“이게 대체 뭐죠? 집단 자살이라도 한 건가요? 교주가 죽었다고?”
“그럼 몬스터 시체는 왜 들어가 있는 건데?”
“인간의 시체만 있다면 몰라도, 몬스터의 시체들도 있다는 건…….”
동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유진은 주위를 살폈다.
아까부터 계속 희미한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기운, 예전에 느낀 적이 있어.’
기억을 되새겨봤다.
대체 언제 이런 기운을 느꼈을까.
‘그래, 분명…….’
어디서 느꼈는지 기억해 낸 강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허공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뒤랑달 레플리카를 꺼냈다.
“아, 강유진 씨. 인벤토리 쓰시는 거군요.”
예전에 소문광이 쓰는 걸 보고 탐났던 ‘수납 공간’.
49호하고 새로 구입할 장비를 의논했을 때, 강유진은 지난 시나리오에서 벌어들인 후원금으로 이 인벤토리라는 걸 구매하기로 했다.
가격이 무려 40억 코인이나 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지만, 앞으로 다양한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필수일 거라는 생각에 큰맘 먹고 결제했다.
“뒤랑달 레플리카는 왜 꺼내는 거죠?”
“여기 뭔가 있어.”
“네?”
“다들 전투 준비해.”
창으로 개조한 뒤랑달 레플리카를 꽉 잡고, 앞쪽을 노려봤다.
“바포메트하고 싸웠을 때하고 비슷한 느낌이야.”
“……!”
원필소가 다급히 방패를 치켜드는 것과 동시에, 창을 투척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유리가 깨졌다’.
“뭐야?!”
“뭔가 감춰져 있었던 건가!”
수영장 같은 곳 한가운데에 원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원기둥 위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는데, 여자 쪽은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저건……!”
다들 경악했다.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하민아……?”
원필소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달기에게 살해당했다고 알려져 있던 하민아가 멀쩡히 살아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참으로 유감스럽군.”
강유진이 투척했던 뒤랑달 레플리카를 한 손으로 붙잡은 채, 우아한 외모를 지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추출을 마치고 잠시 한숨 돌릴 생각이었는데, 휴식을 취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건가.”
뒤랑달 레플리카를 붙잡은 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그는 딱히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냉정한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너는 누구지?”
“그런가. 내 이름을 모르는가. 그 옆의 중년 남자는 알고 있는 것 같다만.”
고개를 돌려보니, 원필소가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이래서 일단 후퇴했다가 다시 오자고 했던 거라고…….”
공포.
팔부중이자 S급 계약자로서 산전수전을 겪어 온 원필소의 얼굴이, 명백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20개의 군단을 지휘하는 후작으로서, 이름을 페넥스라고 한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기품이 있었다.
“판데모니움 72악마의 37번이자, 극동 제2지역 사령관으로서…… 현지 협력자와의 사전 작업을 마무리 지으려 이곳에 와 있었다.”
판데모니움 72악마.
극동 제2지역 사령관.
현지 협력자와의 사전 작업.
그 말의 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가 손을 치켜들었다.
“그럼 작별이다, 인간 계약자들이여.”
그 직후.
격렬한 섬광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