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98
98화. 시나리오의 후폭풍 (2)
‘새벽의 명성’ 교단.
지난번에 달기의 말로는, 인체 실험 등 각종 악행을 저질러 온 건 문기환 대주교 등의 간부들이라고 한다.
교주인 하민아는 감금되어 약물에 취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일들에는 관여하지 못했다는 것 같았다.
“그곳, 아직도 불분명한 점이 많아. 지난번에 본부에 갔을 때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서 결국 자세한 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지.”
하민아로 둔갑해 있던 달기를 만나서 내부 사정을 듣긴 했지만, 결국 자세한 건 확인할 수 없었다.
“어쨌든 이현제는 교단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어. 하지만 무턱대고 쳐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해명을 요구해 놓은 상태지.”
“아직 답변은 받지 못한 건가요?”
“묵묵부답이야.”
“흠, 순순히 잘못을 인정할 리가 없으니까요.”
하민아가 사망해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교단 본부는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해명을 요구받고 있으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아하, 그러면 여러분들은 이제 하남 지역으로 떠나시겠군요.”
“그렇게 된 거지.”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걸 감안해서 말씀드려야겠군요.”
49호가 고개를 끄덕인 뒤 씨익 웃었다.
“여러분, 제 나름대로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웃는 얼굴이 별로 신용이 안 가는데.”
“아, 진짜. 좀 믿어 주시죠!”
강유진의 쌀쌀맞은 목소리에, 이번에는 49호가 탁자를 치면서 화를 냈다.
* * *
이야기를 마치고 49호는 걸어서 식당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가볍게 날아올라 식당 지붕 위로 올라갔다.
“역시 교단 쪽으로 갈 것 같네요.”
“그렇군요.”
49호의 말에 대답한 건, 지붕 위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던 여자였다.
사람을 현혹시키는 요염함을 지닌 존재…… 달기였다.
“그렇다면 제가 도와줘야겠군요. 그동안 하민아 행세를 하면서 계속 교단 내부에 있었던 게 저니까요.”
“네, ‘무명의 왕’ 님도 그걸 바라고 계세요.”
시나리오가 끝난 뒤, 달기는 본격적으로 무명의 왕 밑에서 일하기로 했다.
원래 달기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기 위해…… 한동안 무명의 왕에게 의탁하기로 했다.
“저기, 달기 님.”
“뭐지요?”
“무명의 왕은 달기 님을 그럭저럭 신뢰하고 계세요. 큰 전력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계시죠.”
“후후. 영광이네요.”
네 번째 짐승에게 일부분을 뜯어 먹히면서 그 힘은 약화되었지만, 달기는 여전히 수천 년을 살아온 요괴다. 평범한 계약자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또한 달기는 계약자가 아니기 때문에, 본래 성좌와 계약자 사이에 존재하는 유형무형의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그렇기 때문에 무명의 왕에게 달기는 매우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데…… 저분들한테 집적대지 말아 주세요.”
“응? 그건 무슨 의미죠?”
“유혹하거나 하지 말라는 얘기예요! 다들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들이니까! 당신 같은 경국지색의 미녀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면 홀라당 넘어갈 수 있다고요!”
49호가 손가락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애초에 왜 여전히 노출도가 높은 의상을 입고 있는 건가요! 남들을 유혹해서 타락시키는 건 이제 그만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이건 그냥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입고 있는 건데요? 여자의 패션에 참견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에요!”
“어머.”
달기가 입가에 손을 대고 미소를 지었다.
“후후. 귀여우셔라. 그런 반응을 보이실 줄은 몰랐네요.”
“귀, 귀엽다고요?!”
49호가 당황해 하고 있는 사이, 달기가 다가와서 49호의 턱을 매만졌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사도는 남성인 건가요, 여성인 건가요? 아니면 양쪽 다?”
“으아아악! 떨어지세요, 이 구미호!”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당황한 49호는 바둥거리면서 달기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귀여운 사도.”
“벌써부터 이러는데 뭘 걱정을 안 해요?!”
“강유진 님이든 누구든, 그런 관계가 될 생각은 없어요. 철저히 협력자로서 행동할 거예요.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요.”
“왜 마지막에 불안하게 만드는 말을 덧붙이는 건가요…….”
“굳이 말씀드리자면 제가 관심이 가는 건 무명의 왕인데 말이죠. 한번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없을까요?”
“절대로 안 되거든요!”
49호는 고함을 지르면서 달기를 밀쳐 냈고, 달기는 키득키득 웃어 대며 뒤로 물러났다.
“뭐 어쨌든, 교단 문제는 맡겨 주세요. 안 그래도 하민아 행세를 하면서 걸리는 점이 많았고, 한번 들쑤셔 보고 싶었거든요.”
“불안해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49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 * *
– ‘무명의 왕’의 정체는 로빈 후드입니다!
– 로빈 후드는 이미 ‘유쾌한 의적’이라는 성좌명으로 활동 중이라고요? 하하. 여러분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 로빈 후드는 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로빈 후드의 무용담은 여러 이름 없는 영웅들의 활동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죠!
– 영국의 5월 축제에서는 참가자 중에서 왕 역할을 선정하는데, 그 왕을 로빈 후드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 음? 이름 없는 영웅? 왕? 이거, ‘무명의 왕’을 가리키는 말 아닐까요?
“참 헛소리를 한다…….”
성좌 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론을 알아보려고 성좌 튜브를 뒤적이고 있는 중이었는데, 올라오는 영상들이 하나같이 허접했다.
“아무 근거도 없이 너무 막 지르네.”
재생 수는 많은 것 같지만, 댓글 반응은 별로 안 좋았다. 그만큼 내용이 부실하다는 뜻이다.
현재 성좌 튜브에서는 나와 이아손의 채널이 인기 1위와 2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유사한 채널이 등장해서 우리들의 인기를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계속 우려하고 있었지만, 이런 영상들밖에 안 올라오면 한동안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좋은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야 성좌 튜브의 영향력이 더 커질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기지개를 켰다.
좀 어깨가 결리는 것 같았다. 인간의 육체에서 해방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인간 같은 감각을 느낀다는 게 조금 신기했다.
‘심장은 안 뛰는데 상처를 입으면 피가 나오고, 잘 모르겠단 말이지.’
성좌의 몸은 확실히 일반적인 생명체하고는 다르다. 적어도 인간의 내장 기관은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과 똑같다. 숨도 쉴 수 있고 땀도 흘릴 수 있다.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눈을 감았을 때,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명 님, 다녀왔습니다!”
눈을 떠 보니 49호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시킨 일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아, 무명 님. 어떤 것 같으세요?”
“어떻긴.”
이쪽을 쳐다보며 묻는 49호에게,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영양가 있는 영상이 거의 없어. 한동안은 우리들이 인기를 독점할 것 같아.”
“아니, 그거 말고요.”
“뭐 말하는 거야?”
“의자 말입니다, 의자!”
의자에 등을 기대고 늘어져 있는 나를 손가락질하면서 소리쳤다.
“새로 구입한 의자 어떠신 것 같냐고요!”
“귀 아프니까 소리 지르지 마라.”
“아윽!”
둘째손가락으로 머리를 밀치자 49호가 울상을 지었다.
“뭐…… 나쁘지는 않네.”
원래 내가 쓰던 의자는 처음 성좌가 되었을 때 백작이 선물해 준 고급스러운 의자였다.
하지만 지난번에 브라다만테의 습격을 받으면서 박살 나 버렸다. 같은 디자인의 손님용 의자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수리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솔직히 너무 으리으리해서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그냥 새 의자를 사기로 했다.
“앉아 있을 때도 편하고 말이야.”
솔직히 나는 현대적인 의자를 사고 싶었는데, 그런 물건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가구류는 기본적으로 중세 혹은 근대풍만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단 앉기 편하면서 내구성이 강한 의자를 주문했다. 특히 내구성을 중요시했는데, 지난번 의자가 브라다만테의 칼질에 바로 박살 나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래도 좀 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의자를 사시지…….”
“편하고 튼튼하면 됐어.”
“에이, 요즘 유행하고는 거리가 있다고요. 솔직히 요즘 성령대계에서 그런 의자를 근원력 800만 포인트나 주고 사는 성좌가 어디 있어요.”
“쓸데없는 잔소리하지 마라.”
그렇게 쏘아붙인 뒤, 나는 손을 뻗어 관측기를 조작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몸을 숙여서 관측기 본체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내가 건드린 건…… 공중에 표시되고 있는 화면이었다.
“흠, 투영형 관측기도 잘 쓰시는 것 같네요?”
“그렇게 어렵지 않던데.”
이번에 나는 관측기도 교체했다.
처음에 내가 쓰던 관측기는 50만 포인트짜리 ‘수성(水星) 1호’였다.
그때는 49호한테 호구 취급당할까 봐 가장 싼 관측기를 구입했던 건데, 나중에 보니 너무 기능이 빈약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성좌 튜브 접속 기능 등이 있는 다기능 관측기 ‘BR-93’으로 교체했다.
가격은 수성 1호의 10배에 달하는 500만 포인트였지만, 사놓고 보니 확실히 돈값은 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큰맘 먹고 최신형 관측기를 구입했다.
‘갤럭티카 S8’이라는 이름의 관측기로…… 가격은 무려 5800만 포인트였다.
“예전 관측기들보다 더 쓰기 편하더라.”
갤럭티카 S8은 소위 ‘투영형 관측기’라고 불리는 기종으로, 공중에 화면을 투영해서 보여 준다.
한번에 여러 개의 화면을 동시에 띄울 수 있는 데다가, 간단한 손짓으로 화면 하나하나의 위치나 크기 등을 바꿀 수 있다.
게다가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달려 있기 때문에, 화면 터치로만 조작했던 예전 관측기들보다 훨씬 조작하기 편했다.
“음, 역시 무명 님은 적응력이 빠르시네요.”
“그래?”
“다른 성좌님들은 너무 쓰기 어렵다고 환불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현상대계 출신의 현대인인 나는 금방 익숙해졌지만……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성좌들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어쨌든 5800만 포인트 값은 하는 것 같아.”
“그렇죠? 비쌀수록 좋은 법이라니까요. 진작 제 말을 들으셨어야죠. 앞으로는 제가 추천해 드리는 거 꼭 사세요! 아셨죠?”
“또또또 까분다.”
“아얏!”
49호가 또 얼굴을 들이대며 잘난 척을 했기 때문에, 또다시 손가락으로 머리를 밀쳤다.
“이제 근원력도 엄청 많으실 텐데 왜 그리 속 좁게 구세요! 통 크게 팍팍 과소비하시라고요!”
“너 지금 과소비라고 네 입으로 말했거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근원력이 많아지긴 했지만…… 과소비할 생각은 없어.”
현재 내 근원력은 60억을 넘어섰다.
이번 시나리오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내 근원력은 15억 정도였다. 즉, 이번 시나리오를 계기로 나는 약 45억 포인트의 근원력을 획득한 것이다.
물론 그중 절반 이상은 성좌 튜브에 헥토르 영상을 올린 효과다. 유명한 성좌인 헥토르에게 나를 잔뜩 치켜세우도록 만들고 내 성좌명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게 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거지.’
내 근원력은 아직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처음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다.
계속 건너 건너 입소문이 퍼지면서 성령대계 구석구석까지 파급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이 추세대로라면 내가 한동안 아무 일도 안 해도 80억까지는 갈 것 같았다.
“필요한 건 바로바로 구입할 테니까, 쓸데없는 거 팔아 치울 생각은 하지 마.”
“쓸데없는 거 아니거든요…… 다 무명 님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
내 말을 듣고 49호가 풀 죽은 표정을 지었다.
“무명 님은 제 충정을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니에요? 저만큼 무명 님에게 헌신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질문 하나 해도 될까?”
“어떤 질문인데요?”
“나한테 물건 팔면 너한테는 얼마가 떨어지냐? 한 10퍼센트나 20퍼센트쯤 되냐?”
“…….”
“야, 왜 갑자기 딴청을 피우는데.”
이 녀석…… 대체 얼마나 남겨 먹고 있는 걸까.
물건을 어디서 들여오는지도 알 수 없고, 사도들의 생태는 여전히 수수께끼투성이다.
“정말로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으면 한번 추천해 봐.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테니까.”
“정말요?! 무명 님 최고!”
“앵겨붙지 마!”
49호를 떼어 내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어쨌든, 시킨 일은 잘 했지?”
“네!”
49호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무명 님이 시키신 대로, 강유진 님한테 그거 팔아먹었습니다!”
“팔아먹었다고 말하지 마라…….”
49호의 적나라한 표현에 한숨을 내쉬었다.
“사 줘서 다행이네. 값이 좀 비싸던데.”
“40억 코인이나 하니까요.”
40억 코인.
사람에 따라서는 그냥 은퇴한 뒤 놀고먹고 살아도 되는 금액이다.
“그래도 그 녀석이라면 잘 활용해 줄 거야.”
“……정말로 그렇게 될까요?”
“그렇다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을 담아 말했다.
“강유진이라면 그걸 활용해 새로운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40억은 충분히 투자할 만하지.”
* * *
수도권 하남 지역.
그 중심가에 위치한 ‘새벽의 명성’ 교단의 본부 건물에서는 긴급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체 뭘 어쩌란 말이냐!”
문기환 대주교는 짜증을 내면서 책상을 내려쳤다.
“이 상황,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정말 아무도 아이디어가 없는 건가?!”
“…….”
지금 자리에 있는 건 교단의 주요 간부들뿐이다. 하민아를 감금하고 교단을 가로챈 공범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만 다물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이현제가 병력을 이끌고 하남으로 쳐들어올 거야! 교주님의 죽음이 알려지면 신도들도 우리한테서 등을 돌릴 테고, 그러면 우리는 끝장이야!”
“저기…….”
그때 입을 연 건 김문영 사제였다.
본래 천안에서 백윤호 주교의 보조 역할을 하고 있던 여자다.
“그냥 도망치면 안 되겠습니까? 목숨은 건져야죠.”
“어디로 도망간단 말이냐?!”
“그거는…….”
“어차피 여기를 버릴 수는 없어! 연구 성과를 다 내버려 두고 어딜 간다는 말이냐!”
그렇게 소리치자 간부들 사이에서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천안에서 백윤호의 연구 자료를 빼돌리던 것하고는 다른 문제다. 거기서는 데이터만 가져오면 됐지만, 여기에 있는 연구 ‘성과’들은 함부로 바깥에 가져갈 수 없다.
“대주교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김문영이 손을 치켜들었다.
“그 연구들, 대체 뭣 때문에 하던 겁니까?”
“……뭐?”
“백윤호 주교는 그냥 연구가 좋아서 하던 것 같지만, 대주교님이나 다른 분들은 그런 게 아니지 않습니까?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었던 건지 알고 싶습니다.”
“…….”
김문영의 질문을 듣고, 문기환은 침묵했다.
그런데 그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이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간부들 모두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근에 본부로 복귀한 김문영을 제외하고, 모든 간부들이.
“……?”
김문영이 의아해하고 있었을 때, 또각또각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곳은 간부들만 들어올 수 있는 지하실이다. 여기 올 사람은 다 와 있는데, 대체 누가 오고 있는 걸까.
이윽고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모여 있군요.”
그 모습을 보고 다들 숨을 삼켰다.
문기환도, 다른 간부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들 그렇게 놀라시죠?”
“어떻게…….”
문기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
“그렇군요. 아직도 세뇌가 유지되고 있는 건가요.”
“세, 세뇌?”
“그렇습니다, 여러분.”
그녀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십니까?”
“무, 무엇을…….”
“저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신통력 내지는 통찰력.
본래 인간의 두뇌로는 파악할 수 없는 진실이나 미래 등을 직감적으로 알아맞히는 힘.
“여러분들이 저를 감금하고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하는 걸, 달기가 저를 죽이고 제자리를 차지하려는 걸…… 몰랐을 리가 있을까요?”
“……!”
그 순간.
모든 이들이 눈치챘다.
정신 제어가 해제되어, 지금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이해한 것이다.
“교, 교주님……!”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의 교주입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벽의 명성 교단의 교주, 하민아.
그녀가 냉정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일을 진행하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