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in Character’s Little Sister RAW novel - Chapter (114)
“벌써 일주일이지. 순식간에 처리한댔는데 일주일이 순식간이야?”
이보배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투덜거렸다.
솔직히 그녀는 무서웠다.
‘큰오빠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동생들을 위한단 핑계로 이귀한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금연하다 피운 담배가 꿀맛이듯 끊었다가 다시 시작한 파괴가 너무 재밌어서 동생들을 잊었으면 어쩌나?
이보배는 하루에도 수십 번 불길한 상상을 했다.
순금 제작을 하는 동안엔 괜찮았다. 일에 집중하느라 불안한 마음과 걱정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 오니 잊고 있던 불안과 걱정이 한번에 밀려왔다. 이자까지 붙어서 돌아왔다.
“형은 반드시 돌아올 거야. 약속했잖니.”
이보배는 입술을 삐죽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기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토닥이고는 2층에 대고 외쳤다.
“화르세인지, 보배 왔으니까 내려와!”
망나니가 계단을 쿵쾅거리고 내려왔다.
망나니는 계단을 다 내려오지 않고 중간에서 멈춰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왔느냐, 돼지야.”
“응.”
“금은? 금을 연성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정말 만들었느냐?”
“실패했습니다요.”
“이런 무능한 것!”
망나니의 건방진 소리를 듣고 있자니 고였던 우울한 감정이 감쪽같이 증발했다.
다시 주방에 들어간 이해기가 외쳤다.
“크로플 만들었으니 와서 먹어.”
“우왕, 크로플.”
이보배는 얼른 손을 씻고 주방으로 갔다.
이해기는 갓 구운 크로플을 하나씩 주고 잼을 종류별로 꺼냈다.
“작은오빠, 난 메이플 시럽.”
“그래그래. 화르세인지는 지금 꺼낸 거 말고 따로 원하는 거 있니?”
작은형의 친절에 이한생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사양하진 않았다.
화르세인지 드 체키빙 사전에 사양과 겸양은 존재하지 않았다.
“꿀을 내놓거라.”
이해기는 남동생의 건방진 요구에 화내지 않고 꿀을 꺼내 보기 좋게 종지에 담았다.
그는 동생들에게 한 상 차려준 뒤 싱글벙글 웃었다.
“집에 둘만 남아 적적했는데 너라도 빨리 오니 좋구나.”
이보배는 따뜻한 크로플에 메이플 시럽을 뿌렸다.
오빠들밖에 없으니 눈치 볼 것도 없겠다, 그냥 손으로 들고 먹었다.
한입 베어 무니 한 겹 한 겹 버터가 녹아든 크로플에 메이플 시럽이 섞여 환상의 하모니를 이뤘다.
“완전 맛있어.”
“크흠, 나쁘지 않구나.”
“화르세인지가 TV 보고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 해봤다. 생지 많이 샀으니까 맘껏 먹으렴.”
이귀한은 다른 세계를 완파하러 떠났고 이보배는 순금 제작에 매달렸다.
지난 일주일 동안 집에 남은 둘째와 셋째는 뭐 하고 있었을까?
“둘이서 그동안 뭐 했어?”
“동네 청소하는 거 돕고, 공자님 먹고 싶다는 것도 해주고, 가고 싶다는 곳에도 가보고. 재밌게 놀았단다.”
이해기가 어깨를 으쓱이며 착한 형으로 지냈음을 과시했다.
이에 반박하듯 양아치가 이보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전부 거짓부렁이다. 저 사기꾼 새끼는 가장이 금방 돌아올 것 같지 않으니 집 비우고 나갔다 어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내게 잘해주는 꼴을 보니 돼지에게 고자질할까 봐 저러는 것이 분명하다.”
돈 좀 있느냐 묻더니 직접 벌기로 한 모양이었다.
망나니를 집에 혼자 두고 몰래 외박한 건 마음에 안 들지만.
‘괜찮…… 겠지?’
집값이 떨어져서 그런지 알아서 돈 버는 이해기가 기특하게 여겨졌다.
‘역시 타이밍이 중요해.’
이보배가 화내지 않자 이한생이 미간을 찌푸렸다.
“화내지 않느냐?”
“이제 막내 오빠 혼자서 외출도 하고 상식도 대강 익혔잖아. 제대로 아르바이트하면서 월급도 받는 성인인데 예전보단 조금 풀어줘도 괜찮지 싶어.”
“나도 그리 생각했단다.”
이보배가 긍정적으로 반응하자 이해기가 반색했다.
이해기는 미소를 머금고 남동생에게 말했다.
“형이 비밀이라고 했을 텐데?”
이한생 딴에야 돼지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지만 그래봐야 이해기 귀엔 다 들렸다.
화르세인지가 어깨를 움츠렸으나 곧 당당하게 펼쳤다.
“가문의 일원이 가주 몰래 행동한다면 마땅히 가주에게 고해야지!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보배였으면 혼자 두지 않았을 텐데 나니까 두고 간다고 생각하는 거 뻔히 보인다.”
“유언비어니라! 아니야!”
“형이 널 미워해서 두고 간 게 아니라 위험해서 두고 간 거야.”
“헛소리! 돼지야, 저 사기꾼의 거짓부렁을 믿어선 안 되느니라! 아예 듣지도 말거라!”
이한생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반발하다가 이보배의 귀를 틀어막았다.
이보배는 묵묵히 망나니에게 붙들려 머리를 흔들려 줬다.
“전부 거짓이야! 언제부터 그리 날 위했다는 게냐!”
이해기가 성질부리는 동생이 귀엽다는 듯 하하 웃다 팔짱을 꼈다.
“이 새끼는 잘해주면 꼭 지랄을 해.”
화르세인지가 흔드는 대로 머리를 맡기던 이보배가 결국 입을 열었다.
“차별은 그렇다 치고, 집에 혼자 있어서 무서웠나 봐. 앞으론 너무 오래 집 비우고 그러지 마.”
“으아아악!”
정곡을 찔린 이한생이 괴성을 질렀다. 기차 화통 삶아 먹은 것처럼 컸다.
그가 이보배의 귀를 틀어막고 있지 않았더라면 귀가 먹먹했을 것이다.
“내가 언제 무서워했다고 그러느냐! 악마와 사기꾼이 없어 얼마나 편하고 좋았는지 모른다! 아주 행복했다!”
이해기는 팔짱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도 없으니 행복해서 내 방에 있던 뱀 인형까지 가져갔구나.”
털 달린 동물만 좋아하는 이한생은 평소 이해기의 뱀 인형을 질색했다.
그런 뱀 인형을 가져갔단 이야기에 이보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으건, 그건! 침입자 방지용이었느니! 뱀은 흉측하니 무섭지 않느냐! 도둑이 들기 좋은 출입구에 설치해 도둑을 놀래킬 용도였다!”
“얼씬도 안 하던 형 방에 들어가 강아지 인형을 꺼낸 건?”
“그것은 부적이다! 개는 자고로 집을 지키는 동물 아니냐! 개의 형상을 하였으니 설치해 집을 수호하는 부적 삼은 것이야!”
무슨 말을 해도 물에서 갓 나온 잉어처럼 펄떡펄떡 반응해 주니 지켜보는 입장에선 재밌었다.
‘너무 놀리면 안 되지.’
재밌다고 계속 놀리면 삐져서 식음을 전폐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막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보배는 적당히 끊었다.
“작은오빠, 그만해. 잘해주겠다고 했잖아.”
이해기는 일전의 사건을 겪고 남동생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이전까진 이보배처럼 이한생과 화르세인지 드 체키빙을 동일인 취급했지만 앞으론 구별해 주기로 한 것이다.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아 환생 특전도 잔뜩 얻은 고매한 성자님을 양아치와 똑같이 대우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나 뭐라나.
가족으로 대우하되, 이한생의 부인격이나 부록이 아닌 쌍둥이 형제로 대우하자.
이해기는 그렇게 결정했다.
“잘해주기는! 수시로 나를 조롱하고 있지 않느냐!”
그리고 공자님께선 이해기의 변화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특히 특정 부분이.
“저 비스듬히 올라간 입꼬리와 나를 볼 때마다 갸륵히 여기는 눈빛을 보아라! 감히 나를 갸륵해하고 기특해하고 있다!”
“그래그래. 네가 죽기 전에 갖고 싶다고 소원 빈 형이다.”
“무슨 소리냐! 나는 형이 갖고 싶다고 한 적 없다! 나는 체키빙 공작가의 유일무이한 후계자니라! 형제는 경쟁자일 뿐이야!”
“형이 화르세인지 마음 다 안다. 얼마나 형이 갖고 싶었으면 죽기 전에 성신에게 소원으로 빌었을까. 형님이 잘해주마.”
이해기는 화르세인지의 접시에 새로 구운 크로플을 추가했다. 망나니 주장에 따르면 갸륵하고 기특히 여기는 눈빛을 꿀 대신 크로플에 얹었다.
이한생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생리적인 거부 반응을 견디지 못하고 떨었다.
“이걸 보아라. 미친 게 틀림없느니라.”
“쫌! 막내 오빠 괴롭히지 말라고!”
이보배는 가장으로서 짓궂은 작은오빠를 질책했다.
인격이 다르니 뭐니 핑계는 좋지만 결론은 동생 괴롭히기의 연장이었다.
“형의 의무란다.”
이해기는 뻔뻔한 낯짝으로 어깨를 으쓱이고 히죽 웃었다.
“알은 잘 데리고 다녔니?”
“현우가 환계 어쩌고 환수 어쩌고 하던데. 작은오빠도 알고 있었어?”
“들어본 것 같긴 한데 나는 잘 모른다. 소환술사들은 수가 적어서 그런지 좀 폐쇄적이었거든.”
이해기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가 만나본 소환술사들을 회상했다.
“소환수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자기들끼리도 정보 공유가 잘 되지 않았단다. 본인의 능력보단 소환수의 능력에 좌우되는 직업이라 그런지 몰라도 초반엔 유리한데 진짜 강자로 성장한 사람이 드물었어. 그래서 그런지 소환사 중엔 생존자가 드물었지.”
아는 것 없는 회귀자는 이번에도 질문과 다른 말만 늘어놓았다. 이쯤 되면 무지를 아는 것이 앎의 시작이라던 그리스 철학자도 너는 아는 게 뭐냐고 핀잔 줄 수준이다.
“판다가 되라고 잘 말해주었느냐?”
“어허, 판다보단 뱀이 귀엽지.”
“사기꾼이 눈을 장식으로 달고 사는구나. 어찌 이 귀여운 동물을 뱀과 비교한단 말이냐! 판다에게 사과하여라!”
망나니는 파충류만은 안 된다고 부르르 떨더니 귀여운 동물 영상 모음을 알에게 보여줬다.
‘사운드가 하나 비니까 너무 아쉽다.’
큰오빠가 있었다면 어떤 동물이 좋다고 했을까?
개를 좋아하니까 역시 개나 늑대?
이보배는 각자 선호하는 동물 영상을 틀어 알에게 보여주는 오빠들 틈에 끼었다.
마침 화르세인지가 튼 귀여운 동물 모음 영상에 새끼 돼지가 나왔다.
“돼지도 귀엽지 않아?”
만약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면 소나 코끼리, 기린 말고 돼지도 괜찮았다.
이보배가 새끼 돼지의 귀여움을 강조하자 두 오빠는 사이좋게 고개를 저었다.
“돼지는 이미 집에 하나 있느니라.”
“맞아, 보배야. 돼지는 이미 있으니까 다른 동물 하자.”
이보배는 이씨 집안의 유일한 돼지 지위를 지킨 것이 기뻐 새끼 돼지 우는 소리를 흉내 냈다.
“꿀꿀.”
그러자 체키빙 공자님이 정색했다.
“장난하느냐? 돼지 소리 잘 내더니 갑자기 왜 그 모양인 게냐.”
“보배야, 혹시 목 아프니?”
‘에라이.’
이래서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
이보배는 우렁차게 외쳤다.
“꾸이이익!”
* * *
이보배는 한현우의 영입이 오래 걸리리라 예상했다.
고위 화염계 마법사나 화염계 정령술사의 수가 드물뿐더러 한 가지 조건이 더 붙기 때문이다.
지속력이다.
화염계 마법과 스킬은 순간 화력에 치중된 경우가 많아 장시간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자는 더욱 희귀했다.
‘사계절에도 없으니까. 반야에는 있으려나.’
무려 대한민국 넘버원을 노리는(반야는 지구 넘버원이기 때문에 순위에서 뺀다) 사계절 길드에도 없다.
제아무리 전투 연금이라 해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현우가 누군가. 세계에선 사계절보다 위상 높은 대한민국 헌터계의 자랑 아니겠는가.
한현우는 하루 만에 화염계 마법사 한 명을 영입했다고 연락했다.
“벌써?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마침 나한테 빚진 형이 하나 있거든.
목숨 빚이라도 진 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갑작스러운 초대에 바로 응할 리 없다.
이보배는 전투 연금의 위엄에 새삼 감탄한 후 움직였다.
화염계 마법사도 바쁜 몸이라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돼지가 또 나가느냐?”
“현우네. 어쩌면 늦을 수도 있어.”
만약 진척이 있다면 그대로 순금 제작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보배는 급히 짐을 꾸려 벌떡 일어났다.
외부인을 만날 예정이기 때문에 환수의 알은 두고 가기로 했다.
“잘 놀다 오렴.”
이해기는 자연스럽게 알을 품에 안고 말했다.
저 알이 조카였으면 참으로 보기 좋았을 것이다.
‘놀러 가는 거 아닌데.’
이보배는 아직도 김칫국을 포기하지 않은 작은오빠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이해기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화르세인지가 형 옆에서 투덜거렸다.
“또 포션 팔이를 보러 가는 것이냐? 다른 사람도 만나고 그러거라. 여장 취미 정보 팔이도 보고 그래야지.”
본인이 지지하는 매제 후보가 밀린다고 여겼는지 이한생이 초조하게 말했다.
‘김칫국 마시는 인간이 둘이나…….’
이보배는 김칫국 드링킹 마스터 오빠들을 한심하게 쏘아보고는 집을 나섰다.
이보배의 목적지는 서울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사계절 길드 건물이었다. 실험만 할 것이기 때문에 본사에 있는 설비로도 가능하단다.
엘리베이터에 탄 이보배는 6년 가까이 근속하면서 한 번도 내린 적 없는 층을 눌렀다.
같은 생산부지만 연금술사와 대장장이는 사이가 데면데면했다.
대부분의 대장장이가 경기도에 있는 대장간에서 근무하며 본사 건물엔 당번제로 출근해서이기도 하고 더 큰 이유는.
‘연봉 차이가 심하잖아.’
대장장이는 생산계 각성자 중에서 최강 직업이다.
전투 스킬이 없는 건 똑같지만 근력 능력치가 높고 무기를 만들기 때문에 무기 다루는 데 익숙하다.
물론 작정하고 덤비는 전투계 각성자를 상대하면 당연히 패배한다.
하지만 사람들 인식이 오묘해서 말이다.
사람들은 수제품이 공산품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헌터도 사람이기에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헌터들은 대장장이를 가두거나 협박해 얻는 장비보다 돈과 재료를 바쳐 얻은 장비를 더 좋아했다.
후자에 정성이 깃들었다고 여겼다.
인신매매와 범죄 조직에게서 생산계 각성자를 보호하면서 시작된 임금 후려치기 관행은 대장장이에겐 통하지 않았다.
‘대장장이 제작 템은 가격도 자기 마음대로고. 불공평해.’
연금술사가 제작하는 포션은 국가에서 가격을 정해버리는데 대장장이가 제작하는 장비는 가격도 자기 마음대로다.
같은 생산계 입장에서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연금술사가 제일 불쌍해!’
이보배는 소속 집단에 애정을 불태우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토요일이지만 주말 출근인 사람과 개인 수련을 위해 나온 사람도 있을 텐데 층 전체가 조용했다.
‘뭐지? 일부러 비웠나?’
이보배는 약속 장소인 회의실에 들어간 뒤 이유를 알았다.
굴곡 없이 밋밋한 검은색 가면은 보복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국 헌터들의 트레이드 마크.
대한민국 헌터들의 살아 있는 공포, 관리국 헌터가 등장했다!
“죄송합니다, 잘못 들어왔나 봐요.”
이보배는 반사적으로 사과하고 문을 닫았다.
놀란 심장이 펄떡펄떡 뛰었다.
‘어째 조용하다 싶더라니.’
다들 관리국 헌터의 등장에 깜짝 놀라 숨었거나 쥐 죽은 듯 눈치 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여기서 보기로 한 거 맞는데?’
이보배는 한현우가 보낸 문자를 확인하고 입을 앙다물었다.
한현우가 초빙한 화염계 마법사가 관리국 헌터인 듯했다.
‘그럼 그렇다고 미리 말해줬어야지! 갑자기 봐서 놀랐잖아!’
무려 관리국 박 과장과 친하게 지내며 최요한을 장난삼아 때릴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유마리와도 연령대가 비슷하고 비밀을 알고 있는 처지라 언니 동생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관리국 헌터는 무서웠다.
어쩔 수 없었다.
이보배가 진정하고 회의실 문을 두드리려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예고 없이 열린 문에 이보배는 도끼로 문을 찍고 등장한 살인마라도 본 사람처럼 놀랐다.
“끼악!”
“어, 역시.”
관리국 헌터는 이보배를 회의실 안으로 잡아끈 뒤 가면을 벗었다.
약간 눈치 없게 웃는 얼굴이 낯이 익었다.
“아, 저희 가게에도 마리 언니랑 오신 적 있죠. 성함이 그러니까…….”
“마르스. 코드 네임 마르스입니다. 푸하하하, 반가워요.”
자칭 코드 네임 마르스는 이보배의 등을 두드리며 반가워했다.
“이야, 과장님 친한 연금술사라고만 생각했더니 후배님이셨구나. 이 바닥이 좁긴 좁아.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고, 그지?”
“후배요?”
“나도 사계절 출신이거든.”
마르스가 대답하는 것과 비슷하게 회의실 문이 열리고 한현우가 들어왔다.
마르스가 한 말을 들은 한현우는 냉정하게 반박했다.
“어떻게 배신자가 그런 말을.”
“사람이 여기 갔다 저기 갈 수도 있는 거지 배신까지 찾고 그래.”
“엔딩 같이 보자 해놓고 길드 나갔으면 배신자 맞잖아요.”
“엔딩 공략만 답은 아니잖아. 공략팀이 있으면 치안 유지팀도 있어야지.”
마르스가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관리국이 더 뽀대 나잖아.”
‘아, 이 사람이구나.’
이보배는 마르스의 한마디로 그간의 사정을 대강 짐작했다.
인재 좋아하는 관리국 박 과장이 스카우트한 사계절 길드원이 마르스였나 보다.
‘전사 계열이라고 생각했는데.’
피부가 볕에 그을리고 체격이 좋은 데다 성격이 호탕해서 전사 계열로 여겼는데 마법사였던 모양이다.
이보배는 외모와 직업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본인을 반성했다.
“본명 염화성, 관리국 코드 네임 피닉스인 형이야. 가면 없을 땐 편하게 짭스라고 부르면 돼. 화염계 마법사고.”
길드를 나가긴 했지만 사이가 나빠진 건 아닌지 한현우가 마르스를 편하게 대했다.
염화성이 한 말과 달라서 이보배는 당황했다.
“마르스라고 하셨는데.”
“관리국이 코드 네임을 게임 닉 짓듯 대충 붙이긴 하는데 본명 그대로 쓰진 않지. 이 형 혼자 주장하는 거니까 짭스라고 불러.”
듣고 보니 한현우의 말이 맞다.
화성의 한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마르스는 너무 성의 없는 코드 네임이었다.
“마르스가 더 가오가 사는데.”
“짭새보다 짭스가 낫잖아.”
한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염화성의 게임 닉이 ‘잡새’였음을 밝혔다.
그 사실을 안 박마노가 ‘짭새’나 ‘참새’로 붙이자고 주장한 것을 간신히 말려 ‘피닉스’가 되었단다.
셋은 실험실로 장소를 옮겼다.
이보배와 한현우가 설비와 재료를 세팅하는 동안 염화성은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근데 금 만든다는 거 진짜야? 연어가 재벌에서 초재벌로 진화하는 거냐? 크으, 형이 더 설렌다. 성공하면 나한테도 좀 줄 거지?”
“재료비가 금보다 비싸. 이번에 성공하면 형 인건비도 따로 계산해야 하니 적자야.”
“그래? 아쉽네, 과장님도 금 만든단 얘기 듣고 엄청 궁금해했는데. 그럼 왜 만드는 거야?”
“만들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