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in Character’s Little Sister RAW novel - Chapter (126)
반야 길드의 사람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검성의 유마리가 문자로 나머지 이야기를 이었다.
대한민국 공식 1호 귀환자 가족과 그들을 담당한 공무원의 가슴 훈훈해지는 교류는 검성이 박마노의 뒤통수를 정말 아프지만 머리가 박살 나지 않을 강도로 후려치면서 끝났다.
이후 검성님이 이룩하신 위업이야 말하기 입 아프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두 가지를 꼽는데 하나가 ‘검성님, 산 가르신다’이고 다른 하나가 ‘검성님, 수박 깨신다’ 되겠다.
전자는 말 그대로 대형 몬스터 잡다가 산을 반으로 가른 사건이고 후자는 조금 복잡하다.
일단 세간엔 검성이 자신을 암살하려던 흉수들을 처단한 가슴 통쾌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실은 검성을 회유하려던 이웃 나라와 귀찮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초장에 버릇을 잡으려 한 검성의 과잉 대응이다.
목격자 증언에 의하면 사람들의 머리가 수박 떨어뜨린 것처럼 퍽퍽 깨지고 피와 뇌수가 하늘에서 촤르르르 쏟아졌다나 어쨌다나.
게다가 상기한 두 사건이 대표적일 뿐 그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사건 사고가 많았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한정으로 검성이 이룬 가장 위대한 업적이 각성자 특별법 도입이라고 하겠는가.
“고진아 씨에겐 검성이 오빠니까, 사이가 벌어진 것도 어쩔 수 없겠지.”
“그러게요. 나쁜 오빠도 아니고 좋은 오빠니까요.”
동생 꿈을 이뤄주겠다고 몇천억을 들여 영화를 제작해 주는 오빠다.
고진아 입장에선 검성이 저지른 죄목을 알아도 미워하거나 멀리할 수 없을 것이다.
이보배만 하더라도 그랬다.
큰오빠가 다른 세계를 파괴하고 왔어도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해기가 미신고 균열을 공략하고 다닐뿐더러 마석을 아라크네에게 판매하는 건 어떻고? 용돈은 알아서 번다며 흐뭇해하지 않았나.
인류에 큰 도움이 될 힐러의 존재를 숨기는 건.
‘이건 인간적으로 막내 오빠 안전을 위해서니까 빼자.’
어쨌든 사실이 밝혀지면 이보배도 박마노와의 관계가 박살 날 것이다.
이보배는 순진한 공무원을 속이는 희열을 느끼고 싶지 않느냐던 아라크네의 제안을 떠올렸다.
굳이 포션 암거래를 하지 않아도 이미 속이고 있었다.
양심이 아파서 그런지 포도 주스의 씁쓸한 맛이 강하게 풍겼다.
이보배는 반쯤 마신 유리잔을 근처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치워 드릴까요?”
내려놓기 무섭게 상냥한 목소리가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이보배는 잠깐 내려둔 것이기 때문에 거절했다.
갑자기 유마리가 경계하더니 기민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보배도 얼결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이상한 건 없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갑자기 피 냄새 같은 게 나서.”
유마리는 코를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분석했다.
“헌터도 많고 반야 길드 관계자도 많아서 그런가 피 냄새가 나네. 평소 같으면 바로 알겠는데 진정제를 마셔서 그런지 잘 모르겠어. 그냥 잠깐 냄새가 났다 안 났다 하는 정도인데.”
연신 냄새를 맡던 유마리가 큰일이 아니라며 이보배를 안심시켰다.
“지금 코가 살짝 둔해서 내가 잘못 맡은 걸 수도 있어. 매일 피 냄새만 맡으니까 괜히 냄새가 난다 싶으면 피부터 떠올리거든. 실은 이귀한 씨랑 이해기 씨에게도 피 냄새랑 비린내 같은 게 짙게 나는데.”
“요즘 오빠들이 곤달걀에 꽂혔거든요. 큰오빠는 수십 판 먹어서 닭 비린내가 몸에 배었을 거예요.”
“그런가? 그런데 이상하게 이한생 씨한테는 굉장히 기분 좋은 냄새가 나더라.”
“막내 오빠 향수 모아요.”
“무슨 향수인지 알아? 굉장히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지던데.”
“저도 향수는 잘 몰라서요. 막내 오빠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누가 개코 아니랄까 봐 유마리는 대마왕, 복수귀, 성자님을 정확히 분간했다.
이보배는 내친김에 이한생을 가리켰다.
“가서 춤 가르쳐 달라고 하면서 물어보세요.”
“날 무서워하는데 괜찮을까?”
“춤바람 나서 괜찮을 거예요.”
유마리는 아주 싫지 않은지 못 이기는 척 화르세인지에게 다가가 순번을 기다리는 무리에 합류했다.
이보배는 내면에서 솟구치는 김치 국물을 억눌렀다.
‘전생에 성자님이라 동물이 따르는 걸 수도 있어. 김칫국은 안 돼, 보배야.’
모 회사 애니메이션 속 공주님들은 고운 성품과 아름다운 노래로 동물을 부린다.
세계를 구한 성자님도 비범한 성품과 현란한 춤사위로 동물을 꼬실 법했다.
이보배는 목이 타서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유리잔을 찾았다. 그새 치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괜찮다고 했는데. 아깝다.’
고급 호텔이라 그런지 직원의 서비스 정신이 투철했다.
이보배는 다시 음료 코너로 가 다양한 주스 중에서 무엇을 마실까 고민했다.
“포도 주스가 마음에 안 드셨으면 딸기 주스는 어떠세요?”
유리잔을 치워주겠다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보배는 얼굴을 보고 고맙다고 말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호텔 직원 복장을 하고 안경 쓴 최요한이 방긋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요!”
이보배는 최요한의 이름을 말할 뻔하다가 입을 꾹 다물고 눈만 크게 떴다.
최요한이 고개를 끄덕이고 고마워했다.
“주스를 흘리셨군요. 파우더 룸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이보배는 주스를 흘리지 않았지만 최요한을 따라갔다.
대연회장을 나와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 최요한이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보배 씨. 잘 지내셨어요?”
“저야 잘 지냈죠. 이렇게 뵐 줄 몰라서 깜짝 놀랐어요.”
“저야말로 들키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어요. 마리 씨 코는 못 속이겠네요.”
최요한이 엄살을 부렸다.
그는 유마리가 피 냄새가 난다고 말한 것 때문에 들키는 줄 알았다고 했다.
“소취제를 써도 늑대 코는 이길 수 없나 봐요.”
“에이 설마요. 요한 씨 때문에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원래 후각이 둔해지면 별거 아닌 냄새도 비리게 느껴지고 그렇잖아요.”
피 냄새 맡을 일이 잦아 후각이 둔감해져 무슨 냄새가 잡히면 혈향부터 의심한다고 유마리가 직접 말하지 않았던가.
“하하하, 그러면 다행이죠.”
“마노 선배가 요한 씨는 안 온다고 했는데, 놀러 못 오고 일하러 오는 거였군요.”
이보배는 최요한이 입은 호텔 직원 복장을 보았다.
세련된 의상이 잘 어울렸다.
최요한이 상큼하게 웃었다.
“아뇨, 과장님은 모르세요.”
“네? 그럼 어쩐 일로…….”
“일의 연장이라고 해야 할까, 취미라고 해야 할까요. 복잡하네요.”
최요한은 두리뭉실하게 대답했다.
이보배는 자세히 캐묻지 않고 대강 납득했다.
‘마커 달러 왔구나.’
“일하러 오신 것치고 변장이 너무 허술한 거 아닐까요?”
“의외로 괜찮아요. 사람들은 제복 입은 직원에겐 방심하거든요. 특히나 이런 고급 호텔은 직원 고용에 신중하고 보안을 철저히 할 거라고 생각해서 더 쉬워요.”
최요한은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사실은 이런 연회가 있을 때마다 사람을 수시로 채용하고 해고해서 잠입하기 쉽지만요.”
전직 암살자가 하는 말이라 그런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최요한이 다른 보험도 들어두었을 것 같아 이보배는 안심했다.
‘하긴, 나도 요한 씨가 말 걸기 전까진 몰랐으니까.’
“약한 예방도 해두었죠.”
최요한이 안경을 고쳐 썼다.
이보배는 솔직하게 평했다.
“안경도 잘 어울리세요.”
“감사합니다.”
튜닝의 끝이 순정이듯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깔끔하게 올린 머리와 안경 모두 최요한과 잘 어울렸다.
“기왕 보배 씨를 뵌 김에 살짝 부탁드릴 게 있는데, 도와주실래요?”
“당연하죠.”
“사람이 제일 많은 각성 귀환자 모임 보셨어요?”
“네.”
귀환자의 밤.
귀환자가 주인공인 파티였으나 슬프게도 귀환자마다 급이 나뉘었다.
각성해 헌터로 활약하는 귀환자가 1등급이고 아무 능력도 없이 고생만 하다가 돌아와 사회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귀환자가 최하층이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1등급 귀환자에게 몰렸다.
누가 일부러 편을 가르지 않았음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거기에 잠시 껴주시겠어요?”
“그거면 될까요?”
“네.”
생각보다 쉬운 부탁이었기 때문에 이보배는 흔쾌히 승낙했다.
‘하긴, 나 같은 초짜가 의식하고 뭔가 하면 그게 더 튈 거야.’
게다가 이보배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최요한과 헤어져 연회장으로 돌아온 이보배는 보무도 당당하게 1등급 귀환자 무리에게 다가갔다.
1등급 귀환자 무리의 정중앙에서 쾌활하게 떠들며 대화를 주도하는 남자, 김혁이 이보배를 알아보았다.
“어! 아는 사람!”
김혁은 이보배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지 버벅이다가 이내 답을 찾았다.
“포션 기계!”
“넵, 포션 기계 이보배입니다. 안녕하세요, 김혁 씨.”
“오빠 입원했다는 얘기 들었는데 괜찮아요?”
“네, 크게 다친 건 아니었어요.”
“큰오빠는요? 같이 왔겠네요. 이귀한 씨!”
이보배가 잠깐 최요한을 만난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귀한은 동생 없이 혼자 디저트를 아작 내고 있었다.
이귀한은 김혁이 알은척하자 무시했다.
본래 이귀한은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고 기억하지도 않는다.
김혁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건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고 결정해서였다.
‘얘 죽이면 맹약자인 용이 복수한다고 찾아올 테니까 꿩 먹고 알 먹기.’
이귀한의 꿍꿍이를 모르는 김혁이 활짝 웃으면서 어깨를 쳤다.
‘지금 죽여 버릴까?’
다른 세계에서 운이 좋았던 김혁은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
‘오빠! 봐주기로 했잖아.’
막냇동생이 필사적으로 입을 벙긋거리면서 손으로 X 자를 긋자 이귀한은 봐주기로 했다.
“너…… 몇 번 봐주기로 했더라.”
“하하하, 아직 프프프! 하세요?”
“무슨 상관?”
“저 추첨 이벤트 당첨되었는데 필요 없거든요. 드릴까요?”
“일단 한 번 봐주기로 함.”
무리의 중심인 김혁 덕분에 이보배와 이귀한은 자연스레 중앙에 자리했다.
이귀한도 귀환자라는 소개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귀한 씨는 이세계에서 어떤 능력을 얻으셨습니까?”
“개고생만 했는데.”
“동생이랑 네 살 차이 난다고 하는데 또래처럼 보이는 걸 보면 거기서 지낸 시간이 짧은가 봐요.”
“응, 아냐. 존나 오래 있었어.”
이보배는 순순히 대답하는 이귀한 때문에 깜짝 놀랐다.
그래도 같은 귀환자라고 봐주고 참는 모습이 대견했다.
하지만 그건 사정을 아는 이보배의 시선이다.
이귀한의 비사교적인 대응 덕분에 관심은 금방 시들었다.
“스킬로 마법 쓰려니 불편해서 미치겠습니다. 세계마다 마법 체계가 다를 수 있으니 아예 못 쓰면 이해하겠는데 스킬이 뭡니까. 게임도 아니고.”
다른 세계에서 마법을 체계적으로 배웠다는 마법사가 열변을 토했다.
“전 스킬로 바뀌어서 더 편한데요. 오러 연공 너무 어려워서 머리에 쥐 나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정말 불편합니다. 이해도 안 되고. 시스템이 정말 각성자를 성장시키고 싶다면 이런 이상한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마력도 각성해서 바로 감지할 수 있는 현 방식보다 수련을 통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야죠.”
귀환자 중엔 다른 세계에서 수련해 무공이나 마법을 배운 사람이 있다.
이들은 귀환하면서 본래 지니고 있던 능력 일부를 잃었다.
시스템이 강제로 각성시켜 시스템창으로 능력을 묶어둔 것이다.
자유롭게 쓰던 마법이 스킬로 바뀌어 쿨 타임이 추가되고 자유롭게 가르치던 무공에 시스템이 제약을 둬 제자를 몇 명 이상 들일 수 없는 식이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보통 세계가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알고 수용했다.
“와, 다들 적응력 좋네요. 전 용마법이 시스템 때문에 약화되어서 미치겠던데.”
가뜩이나 용의 계약자기 때문에 용이 없으면 힘이 약해지는데 용에게 직접 배운 마법의 위력까지 떨어진 김혁이 투덜거렸다.
“김혁 씨는 자력으로 귀환하셨다던데, 사실입니까?”
“자력은 아니고 제 맹약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용과 맹약인지 계약인지 맺었다고 하셨죠? 구국의 영웅에 용과 계약했으면 정말 성공한 인생인데 돌아오다니. 큰 결심 하셨습니다.”
“그러게요. 사랑하는 애인이랑도 헤어지셨다죠?”
“아닌데요.”
김혁은 자신을 안쓰러워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적 없다고 대답했다.
“부모님 돌아가신 뒤에 제가 신호 보내면 프람이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 으하하, 어차피 저야 프람이 죽기 전까진 늙어 죽지 않으니까요.”
1등급 귀환자 대부분은 다른 세계에서도 상류층이었다.
개중엔 다른 세계를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김혁은 사랑하는 용이 자기를 데리러 올 것이라 실컷 자랑했다.
솔로 가슴에 염장 지르는 애룡(?) 자랑은 덤이었다.
“제가 프람과 저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 말했던가요? 아, 프람은 제 맹약자의 애칭인데요. 저만 그렇게 부를 수 있으니까 주의해 주시고요.”
솔로보단 커플이 파괴하는 재미가 있는 법.
봐주기로 했지만 파괴 충동이 일어나는지 이귀한이 이보배에게 간절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죽여도 돼?’
이보배는 고개를 젓고 핸드폰을 가리켰다.
게임 뽑기권을 받았으니 좀 더 참으라는 뜻이었다.
견물생심이라, 보고 있으면 더 죽이고 싶어질 것 같아 이귀한은 아예 간식 먹던 테이블로 돌아갔다.
“이보배 씨라고 했나요? 혹시 연단술사이십니까?”
이보배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무협풍 옷을 입은 소년이 이보배에게 포권했다.
고등학생쯤 되었을까, 이마가 반듯하여 훤칠했다.
“네, 맞아요.”
“역시! 사부님이 언급하신 적 있습니다.”
“반야 길드원이신가 봐요.”
“소개가 늦었습니다. 반야문의 호법 강햇빛입니다.”
“안녕하세요, 보배 공방 이보배입니다.”
이보배는 어설프게 포권을 따라 해 인사했다.
사람이 몰려 있어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부딪혔는데 강햇빛은 기묘한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피했다.
“사부님께서 기특한 연단술사라 평하신 적 있습니다. 연이 닿아 직접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부님이라면 혹시 검성 님이신가요?”
“네, 구배지례는 올리지 못했으나 과분하게도 스승과 제자의 연을 이었습니다.”
“와, 대단하세요!”
이보배가 감탄하자 강햇빛의 얼굴에 자부심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강햇빛의 뒤에서 호텔 직원이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말씀하신 딸기 주스 가져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요한은 강햇빛을 스치듯 지나쳐 이보배에게 딸기 주스를 건넸다.
그는 미련 없이 몸을 돌리고 떠났다.
음료를 건네는 직원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김혁이나 강햇빛을 주시했다.
심지어 강햇빛은 주위 사람들과 닿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스치고 지나간 최요한을 의식하지 않았다.
‘나 없어도 되었겠는데.’
“세 번째 제자분이신 거죠?”
“넷째입니다. 곧 정식 공표가 있을 예정입니다.”
최요한은 아직 공식 발표도 나지 않은 제자에게 마커를 찍기 위해 휴일을 바친 것이다.
최요한은 과거 박마노가 워커 홀릭이라 쉴 수 없다고 투덜거렸으나 이보배가 보기엔 그도 워커 홀릭이었다.
“와, 네 번째! 정말 대단하세요!”
목적은 달성했지만 바로 자리를 뜨면 수상하기 때문에 이보배는 강햇빛과 담소를 나눴다.
무협지 말투를 억지로 따라 하는 것만 빼면 착하고 좋은 아이였다.
“와, 그럼 검성님이 보자마자 제자 삼으신 거예요?”
“네,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제가 사부님의 진전을 잇기 좋은 오성과 체질이라고 합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을 우연히 마주친 검성이 제자로 거뒀으니 신데렐라 스토리가 따로 없었다.
이보배는 로또 중에서도 10회 이월된 로또에 당첨된 소년을 축하했다.
강햇빛은 머쓱해하면서 즐겼다.
와아아아.
갑자기 대연회장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눈보다 귀가 빨랐다.
“고진아다!”
“검성 동생이야!”
“천만 배우 고진아다!”
“카메라가 실물을 못 잡네. 진짜 여신이다, 여신.”
뉴스 기사로 연회장 사람들을 설레게 한 고진아가 마침내 당도했다. 고진아는 혼자가 아니었다. 반야 길드원 다섯이 고진아를 밀착 경호했다.
“박마노다!”
“아예 간 게 아니라 고진아 만나러 나간 거였구나!”
박마노는 그런 고진아와 약간 거리를 두고 대화를 나누며 동시 입장했다.
박마노도 혼자가 아니었다. 목표를 달성한 최요한이 박마노를 찾아갔느냐? 그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