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in Character’s Little Sister RAW novel - Chapter (27)
11. 막내는 꿈꾸기 시작한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한생의 몸 위로 하얗고 성스러운 빛이 넘실거렸다. 이보배는 심드렁한 눈으로 그걸 지켜봤다. 화르세인지가 집중하겠답시고 저러고 있는 게 12분째였다.
‘가래를 모으는 거야, 힘을 모으는 거야. 그것도 아니면 신들에게 관심을 구걸하는 거야. 뭐야, 저거.’
하지만 세상은 가진 놈이 갑이고 없는 놈이 을이다. 이보배는 신성력이 필요했고 이 세계에서 신성력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화르세인지 드 체키빙 한 명밖에 없었다.
이보배는 망나니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말을 자체 차단했다. 눈빛에서 불손함을 빼고 존경심을 담았다.
“성신이시여, 시스템 신이시여! 선택받은 저에게 힘을!”
장장 15분에 걸친 힘 모으기가 끝나고 망나니가 두 손을 쭉 뻗고 외쳤다.
“정! 화!”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 이귀한의 몸에 빨려 들어갔다.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휴우.”
“수고하셨습니다.”
이보배는 손수건으로 이한생의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 정화 스킬을 쓸 땐 이씨 집안 셋째가 집안의 갑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갑의 비위를 상하게 해선 안 됐다.
“정말 고생했어.”
이보배는 체키빙 공자님께 부채질을 해주면서 미리 준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넸다.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힐러님은 기꺼워하며 받아 마셨다.
“세계를 지킨 후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라……. 나쁘지 않군. 하하하!”
망나니가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꼴값을 떨었다. 화르세인지의 자뻑에 익숙해진 이보배와 이해기는 오염도를 확인했다.
[오염도 : 98.99903]오빠들이 돌아온 날로부터 석 달, 정화를 시작한 후로 두 달이 지났다. 두 달 동안 신성력이 차오를 때마다 꾸준히 정화를 시도한 결과가 저 수치다.
이보배는 물론이고 이해기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귀한의 얼굴만 주름 하나 없이 팽팽했다.
“와아, 쪼금 더 착해졌다.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여. 한…… 0.00003만큼?”
“생각보다 신성력 상승 폭이 작은데.”
“그, 그래도 늘긴 늘었잖아.”
“와, 이거 죽기 전에 되겠나.”
여기서의 죽기 전은 이귀한이 죽기 전이 아니라 이한생이 죽기 전이다. 오염도가 오르진 않으니 계속하다 보면 정화가 되긴 될 것이다. 그 전에 이한생이 수명이 다해 죽을까 봐 걱정되어서 그렇지.
“뭐 그런 재수 없는 소릴 해!”
이보배는 이해기에게 를 내리려다 손을 거뒀다. 이해기가 맞을 준비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묘하게 즐기는 거 같은데.’
더럽게 아프고, 아픈 만큼 사랑받는다는 의미여서일까. 큰오빠와 작은오빠가 를 은근슬쩍 즐기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둘이 서로 더 아프게 맞았다 자랑하는 것만 봐도 그랬다.
“크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다 마신 막내 오빠가 신경 써달라는 듯 헛기침했다. 이보배는 무수리에 빙의해 상전을 모셨다.
* * *
“나 다녀올게.”
“갔다왕.”
출근하는 이보배를 배웅하는 이는 큰오빠가 유일했다. 이해기는 석양에 대고 박마노의 이름을 외친 뒤로 아침에 일어나지 않고 이한생은 원래 귀족이라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이귀한이 이 시간에 일어난 이유도 이보배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핸드폰 게임의 아침 출석 보상을 받기 위해서였다.
“오늘 해가 좋으니까 셋이 같이 공원에라도 가.”
“응응.”
“건성으로 듣지 말고.”
“갈겡.”
“공원에서도 게임만 하고 있지 말고.”
이게 4살 많은 큰오빠와 나누는 대화란 말인가. 신체 나이를 따져 2살 아래 동생이라도 이런 말은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보배는 가족 대화방에도 같은 말을 썼다.
[가장 명령! 오늘은 제발 나가. 마트라도 좋으니까 나가서 인증샷! 막내 오빠도 오늘은 가족들이랑 어울리기!]다들 자고 있어서 이보배가 적은 문장 앞에 붙은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그나마 깨어 있는 이귀한은 게임에 열중해서 대화방을 보지도 않을 것이다. 이보배는 한숨과 함께 집을 나섰다.
‘욕심이 너무 큰가.’
이보배는 흔들리는 버스 손잡이에 몸을 지탱하고 창밖을 응시했다. 스쳐 지나가는 건물과 사람들. 승객이 꽉 찬 출근 시간 만원 버스. 평소와 같은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
오빠들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걸 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끝이 없기에 더 나은 행복과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
‘큰오빠랑 막내 오빠는 그렇다 쳐. 하지만 작은오빠는 그러지 말아야지.’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시커멓게 곯은 이귀한과 기억이 없어 상식도 없는 이한생은 이해할 수 있다.
이해기가 문제다. 마흔을 넘겨 쉰이 내일모레였던 어른이 어째 하는 짓은 회귀 전보다 철없고 유치했다.
‘미래가 바뀌었다고 본인이 말했잖아. 인간관계가 다 똑같을 수 없는데 왜 그러는 거야. 진짜 큰 배신이었으면 몰라. 그냥 인재 스카우트한 것 가지고. 우리가 박마노 헌터에게 신세 진 게 얼마나 많은데.’
이보배가 이해기에 대한 불만을 떠올리다가 퍼뜩 이러면 안 되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가 작은오빠한테만 야박하긴 해. 작은오빠한테만 기대고. 따지고 보면 작은오빠도 피곤할 텐데. 어떤 미래였는지 모르지만 사람이 많이 죽었댔지.’
아픈 가족과 건강한 가족이 있으면 사람의 기대가 건강한 가족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관심과 배려는 아픈 쪽에 주면서 건강한 가족은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이보배가 이해기에게 바라는 게 많은 만큼 이해기는 서운할 수밖에 없다. 사람 마음이 원래 그랬다.
‘내가 작은오빠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이해기는 십억을 벌었다. 통장에 들어오자마자 집값으로 빠져나가 실감이 안 들었다 뿐이지, 연봉 일억인 사람이 한 푼도 안 쓰고 10년을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거액이었다.
이해기는 그 십억을 이보배에게 넘겼다. 이보배가 준 종잣돈이 없었으면 벌 수 없었던 돈이라며 자신의 몫을 떼가지도 않았다.
뿐인가. 그 십억으로 집을 샀는데 집 명의도 이보배 이름으로 했다. 이해기는 십억을 벌어 제 도리를 다했다. 그와 이귀한이 농담 삼아 말하듯 10년을 놀아도 이보배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보배의 마음 씀씀이가 야박하고 간사해 내가 힘드니까 제일 믿을 만한 오빠에게 기대게 되고, 실망하게 된다.
이보배는 스킬창에 있는 을 보며 의지를 다졌다.
‘오빠에게 의지하지 말자. 내가 좀 더 힘내야지.’
이해기가 아예 한량이 되어버린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몰아 해서 그렇지 집안일을 전담했다. 이보배가 그 일주일을 참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뿐이다.
‘내가 좀 더 잘하자. 스킬 등급이 올랐다고 보고하면 월급도 늘 테니까.’
어쩌면 승진할지도 모른다. 시스템에 인정받은 이씨 집안 가장 이보배는 파이팅을 외쳤다.
* * *
이보배는 회사에 등급 성장을 보고하기에 앞서 팀장에게만 스킬 등급이 오른 사실을 밝혔다.
“와, 이번엔 진짜 팀장 진급하겠네요.”
“잘 모르겠어요. 기본급은 오르겠죠?”
“이보배 씨 기본급이 팀장보다 높단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이다. 이보배는 부정하지 않았다. 이보배가 회사에 공헌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팀장도 딱히 질투하진 않았다.
“사실 이보배 씨 경력이랑 등급에 일반 사원으로 두는 게 이상한 거였죠. 축하해요. 이제 이 팀장님으로 불러야겠네.”
“정해진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자리가 있어야죠.”
이보배는 김칫국을 마시지 않았다. 팀장 말대로 그녀 경력과 등급이면 진즉에 팀장을 달았어야 한다. 어쩌면 이번에도 진급 누락될 가능성이 컸다.
“아냐, 팀장 달 거예요. 이번에 새로 신설되는 팀이 많을 거라고 하던데 이보배 씨가 팀장이 되어서 중심을 잡아주면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실…….”
팀장이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이런 말 하면 듣기 좀 그렇겠지만 두 달 전의 이보배 씨면 몰라도 지금의 이보배 씨는 팀장 될 거라고 생각해요. 스킬 등급이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요.”
이보배는 팀장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이보배는 직장 동료와 담쌓고 지냈다. 하루하루 포션 만드는 기계로 자신을 몰아붙이며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무시했다.
팀장은 포션만 잘 만들어선 안 된다. 팀과 팀원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보배는 그 사실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직장 생활 5년 차지만 헛되게 보낸 날이 많아 사회인으로서 부족하고 허술했다.
“이번에 팀 늘리면서 신입과 경력직 모두 뽑고 부길마님 직속으로도 하나 만들 거래요.”
“우와, 엘리트만 뽑겠네요.”
전투 연금술사 한현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금술사다. 본인 재능이 뛰어나고 연금술에 대한 애정도 깊어 업계에 공헌한 게 많다. 연금술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오는 천상계 각성자였다.
“이보배 씨도 엘리트잖아요. 포션 메이커 B급이면 천상계인데. 어쩌면 부길마님 직속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에이, 설마요. 부길마님은 수제 포션만 취급하시잖아요. 저처럼 스킬발로 때우는 사람이 뽑힐 리 없죠.”
“수제 제작이야 배우면 되죠.”
팀장은 퇴근 후나 주말에 수제 포션을 제작하고 연구하는데 죽을 것 같다며 경험담을 말했다.
“팀장님이야말로 저번에 눈도장 찍었으니까 가능성 있지 않을까요.”
“그때 진짜 힘들었어요. 분명히 준비된 재료랑 설비, 레시피로 제작하는데 결과가 사람마다 다른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아, 수제 포션은 정말 재능의 영역이구나. 저는 그냥 포션 1팀에 뼈를 묻으려고요.”
팀장과의 사담을 마친 후 이보배는 회사에 스킬 등급이 오른 사실을 보고했다. 즉시 등급 조정 심사가 이어졌다.
심사는 간단했다. 이보배가 스킬로 B급 포션을 제작하고 심사관이 감정한다. 심사관은 이보배가 속한 포션팀과 장비팀, 기타 생산계 부서를 총괄하는 생산부 부장이었다.
여느 길드가 그러하듯 사계절도 생산계보단 전투계 각성자를 우대한다. 부장급은 전원 헌터였고 생산부 부장도 마찬가지였다.
생산계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인지 생산부 부장은 회식비를 내줄 때 빼곤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부장이라는 직책 자체도 길드에서 그를 중용한다는 감투이고 실제 속한 곳은 공략팀이었다.
이보배가 B급 포션 메이커임을 확인한 부장이 기분 좋게 웃었다.
“앞으로 고등급 균열 공략이 늘어날 겁니다. 고등급 포션 메이커의 등장이라니, 반가운 일이군요.”
부장이 이보배가 제출한 포션과 함께 축하금을 건넸다. 이보배는 축하금 봉투의 두께를 가늠하느라 부장의 덕담과 축하 인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심사실을 나온 이보배는 화장실로 들어가 축하금 액수를 확인했다. 애사심이 치솟았다.
포션 제조실로 돌아간 그녀에게 무수한 축하와 악수 요청이 쏟아졌다. 이한생이 깨어난 뒤 축하받은 때보다 더 친근한 반응이었다.
“보배 씨 정말 축하해요!”
“아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이보배는 그때보다 능숙하게 팀원들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식후 커피를 쏘겠단 제안도 이전보다 매끄럽게 할 수 있었다.
* * *
이보배가 등급 심사를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더는 등급을 숨길 필요가 없기에 이보배는 성과급을 위해 포션을 초과 제작했다. 팀원들은 기계가 업그레이드되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프리랜서 헌터로 활동하던 A급 헌터 김혁 씨가 사계절 길드에 입단했다는 소식입니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던 이보배는 뉴스에서 회사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들었다. 일주일 전부터 사내에 소문이 파다하던 소식이었다. 같이 밥을 먹던 팀원이 부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와, 계약금 얼마 받았을까.”
“그러게요, 부럽다.”
전투계는 생산계와 받는 액수가 다르다. 이보배는 부러운 마음에 지그시 TV를 보았다.
똑같은 귀환자지만 누구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대형 길드에 입사하고 누구는 집에서 뒹굴며 핸드폰을 연타한다.
‘비교하면 안 되는데.’
이귀한은 재활 치료 중이다. 힐링이 필요하다. 이보배는 자꾸 무시하고 싶어지는 사실을 상기하고 국을 떠먹었다.
“이보배 씨 오빠분도 귀환자였죠?”
“네.”
“오빠분은 좀 어떠세요?”
“늘 똑같죠.”
효과를 볼까 싶어서 이보배는 자신이 소녀 가장임을 어필하고 다녔다. 정작 스킬이 통하는지 시험해 볼 기회는 얻지 못하고 동정표만 잔뜩 얻었다.
‘멀쩡한 타인을 무릎 꿇릴 순 없잖아.’
게다가 겉으로 봤을 때 이보배는 동정받아 마땅하다. B급 포션 메이커로 천상계에 진입했지만 그러면 뭐 하나.
큰오빠는 실종되었다가 귀환한 후 마음의 문제로 집에서 요양. 막내 오빠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났지만 부작용으로 집에서 요양. 작은오빠는 그런 둘을 보살피기 위해 집에서 간병.
소녀 가장도 이런 소녀 가장이 없었다. 심지어 속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했다.
귀환자, 회귀자, 환생 또는 빙의. 어디 가서 주인공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집에 박혀 있는 식충이들이다.
오빠들을 떠올린 주인공의 여동생 이보배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가 팀원을 슬프게 만들었나 보다. 팀원이 주위에 전투계 각성자가 없는 걸 확인하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독립해서 개인 공방 차릴 생각은 없어요? 생산계가 B급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공방부터 차리라던데. 그쪽이 경제적으론 더 나을 거예요.”
“모아둔 돈도 없고 집에 일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까요. 자영업은 조금 그래요.”
“그렇구나. 안정적인 게 좋긴 하죠.”
이보배가 소녀 가장임을 어필하자 팀원은 안쓰럽단 눈빛만 보냈다. 이보배는 너무 동정받는다 싶어 말을 꺼냈다.
“그래도 저 기본급 꽤 되는데.”
월급을 까는 건 동료 간 불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상세한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이보배의 기본급은 굉장히 높다. 거기에 성과급까지 받으니 돈 먹는 하마가 사라진 이상 옛날처럼 먹고살기 팍팍하진 않았다.
“B급인데 당연히 그만큼 줘야죠. B급 포션 가격이 얼만데.”
“B급 포션 제작 안 하니까요.”
“그건 좀 이상해요. 저는 보배 씨가 등급 심사 받고 난 뒤에 바로 B급 포션 제작하게 될 줄 알았거든요. 서류상으론 포션 1팀이어도 포션 제작은 미리 할 줄 알았는데.”
“거래하는 공방이랑 계약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여기랑 계약한 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 B급 포션 수급 금지 조항 같은 거.”
“일주일이면 최소 B급 포션 하나는 나오잖아요. 이보배 씨가 D급 물량을 책임진다고 해도……. 하긴 휴식 기간일 수도 있겠다. 마력이랑 정신력 비축하라고 일부러 배려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마력이랑 정신력 좀 아껴두세요.”
팀원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싸했다. 스킬만으로 B급 포션 하나를 제작하면 이틀은 두통에 시달린다. 등급 심사를 받기 위해 포션을 제작했으니 소모한 능력치 보충을 위해 휴식 기간을 주는 걸 수도 있었다.
‘진짜 승진하거나 부길마님 직속팀으로 가는 걸까. 돈만 잘 나오면 되는데.’
돈만 잘 나오면 승진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보배는 은근히 승진을 바랐다.
‘솔직히 5년 다녔는데 사원 말고 다른 거 달 때 됐지. 막 팀장보다 더 좋은 직책 주면? 아냐, 그건 좀 오번가.’
이보배는 사계절 길드의 조직도를 보며 승진의 꿈을 무럭무럭 키웠다. 꿈을 불어넣은 풍선이 나날이 부풀어 그녀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