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in Character’s Little Sister RAW novel - Chapter (50)
독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아티팩트는 굉장히 유용하다. 안 그래도 비싸고 귀한 아티팩트 중에서도 유용한 아티팩트를 쉽게 구할 수 있을까?
“그건 제가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내일 자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작은오빠를 설득해 볼까요?”
“이보배 씨가 성장해 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크으, 멋있다.’
이보배는 즉각 대답하는 한현우에게 동경의 눈빛을 보냈다. 역시 게임을 목숨 걸고 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이귀한이나 이해기가 태워준 허술한 버스와는 다르다. 체계적이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 바람직한 버스 운행. 게임 콘텐츠를 바닥까지 파헤쳐 심해를 본 자만이 할 수 있는 뉴비 육성이었다.
* * *
한현우의 배려로 이보배는 회사 차를 타고 편하게 귀가했다. 운전기사가 연봉 올려 복직하냐고 물었고 이보배는 웃으며 얼버무렸다.
“어땠니?”
이해기가 능글맞게 웃으며 이보배를 반겼다. 이보배는 이상한 데서 주책인 이해기의 얼굴을 밀어 치웠다. 그녀의 작은오빠는 회귀한 후 외모를 낭비했다.
“어떻긴, 유익했지. 배운 게 많아.”
“내 말 맞지?”
이보배는 이해기의 말에 반박하거나 화내지 않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쯤 되면 그녀로서도 긴가민가했다.
‘김칫국은 안 마시고 싶은데.’
한현우와 대화하면서 김칫국을 들이부었던 건 가슴 아픈 추억이다. 이보배는 그런 상황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진짜면 수업받는 동안 뭐가 더 있겠지.’
이보배는 일단 이해기의 설레발과 주접을 부정하지 않고 관조하기로 했다. 2주간 매일 한현우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만약 이해기의 주접이 진짜라면 2주 동안 뭔가 벌어질 것이다.
‘지금 그러는 건 솔직히 좀 오버야.’
오버가 세 번이면 아웃이다. 이보배는 한현우의 친절과 호의를 의심하지 말자고 거듭 다짐하고 방을 나왔다.
“큰오빠랑 막내 오빠는 어디 갔어?”
이보배는 거실 소파에 누워 게임을 하거나 자기 방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어야 할 이귀한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 이한생이야 어디 갔을지 뻔하지만 예의상 끼워줬다.
이해기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문밖을 응시했다.
“그게 말이다.”
“왜? 큰오빠한테 무슨 일 있어?”
“형이 한생이를 따라갔다.”
“진짜? 막내 오빠가 그걸 냅뒀어?”
어제 이씨 집안의 첫째와 셋째는 시스템교의 삼겹살 파티에 같이 갔었다. 피곤하고 오늘 있을 수업이 걱정되어 자세히 묻지 않았더니 이귀한이 무려 외출할 줄은 몰랐다.
“큰오빠가 거기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나? 어제 물어보니까 고기 맛있단 얘기만 하던데.”
가족 외의 사람을 꺼리는 이귀한이 이전의 사교성을 되찾진 않을까. 이보배가 얄팍한 기대심을 내비치자 이해기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냥 한생이가 상대해 주니까 좋아서 치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나가는 게 어디야.”
이보배는 이귀한의 외출 소식이 반가운 한편 걱정스러워 안색을 굳혔다. 이해기가 동생의 걱정을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나도 걱정되어서 따라가 봤는데 종교 모임보단 봉사 모임 같더구나. 형의 상태를 설명했더니 자극하지 않겠다고 다짐도 받았고.”
“시스템교만 안 믿으면 착한 사람들 모임이지 뭐. 근데 시스템교가…….”
이보배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신흥 종교인 시스템교의 이미지가 안 좋은 데엔 이유가 있었다.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종교가 득세한다. 그런데 시스템교는 뚜렷한 교리나 종교 지도자가 없다. 그래서 막 나가기 시작하면 말리거나 중재할 사람도 없었다.
기존의 사이비가 시스템교로 이름만 바꿔 활동하는가 하면 세상에 종말이 찾아왔다고 신자들이 단체로 자살하기도 했다.
이한생이 찾아가는 동네 모임처럼 종교 활동보다 봉사에 치중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시스템교가 친 사고가 한두 개여야지.”
“그렇게 치면 난 너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만.”
이해기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기억하는 미래엔 세계가 멸망할 뻔했으니 시스템교가 친 사고가 더 많을 것이다.
이해기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이보배의 머리를 두드렸다.
“너무 걱정하지 말렴. 아라크네에게 의뢰해 보니 봉사 모임에 가까웠다.”
“조사했어?”
“한생이가 그렇게 드나드는데 당연히 해봐야지.”
이해기는 투자는 방만하게 해도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회귀자였다. 아라크네에게 뒷조사를 의뢰했었다는 말에 이보배는 안심했다.
‘역시 작은오빠야.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언제 한번 기부금 크게 내야겠네.”
이한생도 상대하기 만만치 않을 텐데 거기에 이귀한도 끼었다니. 이귀한이 언제까지 변덕을 부려 이한생을 따라다닐지 미지수다. 하지만 시스템도 무서워하는 방사능 바퀴를 가까이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사람들에게 충분히 위험했다. 사람 된 도리로 성의나 감사를 표해야 했다.
“나 내일도 수업 가.”
“현우가 내일도 오라든?”
“응, 앞으로 2주 동안 특강이야.”
바쁘신 한현우가 2주나 시간을 내준다는 얘기에 이해기의 미소가 다시 음흉해졌다. 이보배는 작은오빠가 괜한 말을 하기 전에 그의 옆구리를 후비고선 슬리퍼를 신었다.
“어디 가게? 형이랑 한생이 보러 가는 거면 같이 가자.”
“아냐, 나 숙제 있어. 숙제해야 해.”
연어 한현우 선생님께선 이보배에게 내일까지 해독제를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등급은 E급이면 되지만 양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이보배는 연어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 그간 발걸음하지 않았던 지하 공방에 갔다.
“…….”
포션 제조 설비는 처음 산 이후 건드리지 않아 깨끗했다. 이보배는 공방에 들르지 않았는데 설비 위에 먼지가 없는 걸 보면 이해기가 와서 청소해 준 듯싶었다.
“그래, 샀으니 써야지. 뽕을 빼자.”
이미 시일이 지나 환불도 못 받는다. 이보배는 숙제를 하기 위해 ‘연금술사의 솥뚜껑’에서 해독제 레시피를 검색했다. 재료는 한현우가 준 걸 쓰면 되었다.
‘공짜 회원 좋아요.’
한현우는 라스트 엘릭서의 존재를 가르쳐 준 보답으로 이보배를 ‘연금술사의 솥뚜껑’ 무료 회원으로 만들어줬다.
엘릭서를 목표로 하는 연금술사로서 서로 상부상조하자는 건데 아직까진 이보배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처지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포션을 제작할 땐 아무도 이보배를 막을 수 없다. 이보배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해독제를 제작했다.
* * *
“나 옴!”
“이리 오너라.”
이귀한과 이한생이 귀가를 알렸다. 이해기는 TV에서 눈을 떼고 형제의 귀가를 반겼다.
“잘 놀다 왔어? 얼른 씻고 밥 먹어.”
“돼지는 아직 안 들어왔느냐?”
망나니가 주인이 왔는데 내려와 인사하지 않는 이보배를 찾았다. 이귀한은 둘째가 대답하기 전에 막내의 위치를 알렸다.
“막내 아래층.”
“어인 일이냐. 꼴도 보기 싫다고 얼씬도 안 하더니.”
“숙제를 받았대. 뭐 만들어 오라고 했나 봐.”
화르세인지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돼지가 쓸데없는 돈 낭비를 하긴 했으되 사놓고 묵히는 것 또한 화르세인지 드 체키빙 보시기에 좋지 않았다.
“돼지는 집중하는데 방해하면 싫어하니 스스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겠구나.”
“응, 아냐. 형, 보배 불러와. 6시 지났어.”
당초에 이보배는 휴식 시간을 준수하고 가족들의 일에 적극 참여하며 주말엔 쉬기로 약속했다. 이보배는 그걸 다 지켜가며 어떻게 엘릭서를 만들겠냐고 하겠지만 이해기가 알 바 아니다.
사실 이해기는 여전히 이보배가 적당히 연구해 가는 욜로 인생을 살길 원했다. 약속한 시간이 지났다면 공방에서 끄집어내 마땅하다. 이해기는 이귀한을 출동시켰다.
“막내야, 밥 먹자.”
공방으로 내려온 이귀한이 이보배를 불렀다. 이보배는 눈을 부릅뜨고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해독제 용액을 지켜보고 있었다.
“막내야.”
“계량은 정확했는데 왜 레시피에 나온 거랑 점도가 다르지 어쨌든 등급은 맞췄지만……온도 문제인가?”
“막내야아.”
이귀한이 몇 번을 불러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이보배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귀한은 어쩔 수 없이 이보배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이보배가 해독제를 노려보던 눈빛 그대로 뒤를 돌아봤다.
“뭐야?”
어지간한 건달도 기선 제압 가능한 패기였지만 이귀한은 동생의 짜증과 패기를 무시했다.
“막내야, 밥 먹엉.”
“몇 신데?”
“6시.”
이보배는 망설이다가 혀를 차고 일어섰다. 완성한 E급 해독제는 모두 다섯 병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혀를 내두를 제작 속도였다.
하지만 이보배가 누군가. 사계절 길드 포션팀의 에이스, 포션 기계 이보배다. 이보배 마음엔 차지 않았다.
‘수제니까 더 많이 만들 수 있는데 너무 조심조심 만들었어. 밥 먹고 더 만들어야지.’
물론 이보배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녁을 먹은 이보배에게 이해기가 다시 들어갈 생각 말라 엄포를 놓았다.
“숙젠데…….”
이보배가 입술을 쭉 내밀어도 소용없었다. 이해기는 가족들과 한 약속을 지키라고 말했다.
“수박 화채 만들게 수박 속이나 파주렴.”
“예이.”
‘막내 오빠랑 큰오빠한테 어제 일이나 자세히 물어봐야지.’
이보배는 수박 반 통을 들고 거실로 나가 속을 팠다. 이한생이 소파에 거만하게 드러누웠고 이귀한은 소파에 기대앉아 게임을 했다.
“오빠들, 어제 어땠어?”
“말도 말거라. 이 악마 새끼가 고기를 다 먹었다.”
“셋째 건 남겼는데.”
“나를 위한 만찬에 고기를 거덜내다니. 내 수치스러워 오늘 고기를 주고 왔지.”
“셋째 돈 많더라?”
심상치 않은 소리에 수박을 파던 이보배의 손이 멈췄다. 이귀한이 핸드폰을 손에서 놓고 두 손으로 큰 원을 그렸다.
“고기를 이만큼 샀어!”
“무슨 소리야? 막내 오빠가 돈이 어딨어? 내가 주는 용돈은 다 옷이랑 장신구 사는 데 쓰잖아.”
일부는 기부한다. 이한생은 이씨 사남매 중에서 유일하게 기부하는 사람이었다.
“설마 균열 공략 보상으로 받은 금 판 건 아니지? 그건 거래해야 하는 지점이 정해져 있다니까.”
“보자 보자 하니까 무엄하구나, 돼지! 내가 그런 것도 모를 성싶으냐! 시스템께서 주신 은혜를 시스템교 신도에게 베풀었을 뿐이니라!”
알고 보니 이한생은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현금을 꼬박꼬박 모아두고 있었다. 퀘스트마다 현금 보상이 붙는다고 하니 모아둔 금액이 상당할 터였다.
설거지를 마치고 사이다를 들고 온 이해기가 혀를 내둘렀다.
“편애 쩌네.”
“원래 돈 안 주는 거야?”
“돈 받았단 사람 본 적 없는데……. 시스템이 주는 돈의 출처는 어딜까.”
“스킬로 제작할 때 재료로 현금 요구하는 경우가 있대. 그걸로 조달하는 거 아닐까?”
“하긴 금도 주는데 현금이야.”
금을 판 게 아니라 받은 현금을 썼다면 괜찮다. 이한생이 번 돈이니 이보배는 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보배는 사이다와 얼음, 수박이 든 화채에 복숭아 통조림을 까 넣었다.
화채가 완성되자 남매는 숟가락을 무장했다. 이보배가 캔에 남은 복숭아 국물을 마시는데 화채를 열심히 먹던 이귀한이 물었다.
“막내야, 아까 만들던 건 뭐야?”
“그건 해독제야.”
“해독제는 무슨 맛이야?”
“미안, 큰오빠. 이건 숙제라서 줄 수 없어.”
“해독제가 있으면 독 먹어도 되는 거네?”
이귀한은 이보배가 스킬로 마비 독을 제작했을 때부터 독 맛을 궁금해했다. 자신은 독이 통하지 않으니 먹어도 된다고 떼를 썼으나 이보배는 당연히 주지 않았다.
사랑이랍시고 때리는 게 싫어서 포션을 주기로 한 이보배다. 먹어도 괜찮다고 하더라도 오빠에게 독을 주고 싶겠는가?
‘가끔 먹이고 싶긴 해.’
오빠에겐 독을 주기 싫으나 오빠 새끼에겐 독을 주고 싶다. 이보배는 독처럼 달콤한 복숭아 국물을 홀짝였다. 달착지근하게 입에 착착 붙는 것이 너무 맛있었다.
“막내야, 다음 2주 거 미리 땡겨 주면 안 돼?”
“차라리 4천을 땡겨달라고 해.”
4천을 땡겨 주면 땡겨 줬지 독을 줄 순 없었다. 이보배는 이해기에게 눈짓을 보냈다. 큰오빠 좀 말려보란 의미였다. 이해기는 급히 얼음을 씹어 삼켰다.
“형이 이렇게 말하니까 나도 궁금하네.”
‘이 인간은 또 왜 이래.’
이보배가 질색하고 이한생은 혀를 찼다.
“무료 급식으로 한 끼를 때우는 자들이 줄 섰거늘 독을 처먹고 싶다고 하다니. 배가 불러 뒈졌구나.”
아주 공감되는 발언이었다. 막내와 셋째가 혀를 차든 미간을 찌푸리든 큰놈과 둘째 놈은 독의 맛을 궁금해했다.
“난 독 안 통해. 해독제도 있잖아.”
“나도 사실 직업 특성 때문에 상태 이상 전반에 내성이 있다.”
“너한테 내 오염된 마력 안 통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야?”
“응.”
“직업 좋네.”
이해기는 자신의 직업을 뭉뚱그려 검사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듣고 있자니 굉장히 특수한 직업 같아서 이보배는 묻어서 물어봤다.
“직업이 뭔데?”
“용사.”
“농담하지 말고.”
“진짜란다.”
시스템이 각성자의 재능에 맞춰 직업과 스킬을 준다는 가정에 적용해 보면 이해기에게 용사가 될 자질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세계를 구했으니 맞는 말이긴 한데 본인 입으로 용사라고 말하는 걸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울 때 능력치 버프를 받고, 정의로운 일을 행할 때 버프를 받고, 삿된 기운을 비롯한 상태 이상에 높은 확률로 저항하며…….”
“나랑 싸울 때 좋았겠네.”
“아냐, 형이랑 싸울 땐 직업이 바뀌어서 버프 못 받았어.”
듣기만 해도 엄청 좋을 것 같은 직업을 바꾸었단 얘기에 이보배는 의아해했다.
“왜 바꿨어? 용사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었어?”
“용사가 좋긴 한데 단점도 있단다. 정의롭지 않은 일을 하면 페널티가 있거든.”
이해기가 수줍게 웃었다.
“복수 좀 했다고 직업이 바뀌더구나.”
‘복수를 어떻게 했길래.’
수줍게 웃으면서 할 말은 아니었다. 이해기가 했다는 복수야 뻔하기 때문에 이보배는 더 묻지 않았다.
“그럼 지금 직업도 용사야?”
“용사였는데 바뀌었다. 은퇴 용사다.”
“은퇴?”
“앞에 은퇴만 붙었지 직업 특성은 똑같다. 형 정화 퀘스트가 뜬 날 귀신같이 바뀌었지.”
이해기가 진중하게 뇌까렸다.
“시스템이 무슨 꿍꿍이인지는 두고 봐야겠지.”
그런 이해기에게 화르세인지가 경고했다.
“신을 의심하지 말지어다.”
“한생이 말대로 무작정 시스템을 의심해선 안 되겠지. 그런 의미에서 보배가 만든 독이나 먹어보자.”
“와아! 독 먹어!”
이야기의 결론이 이상했다. 어차피 독은 이보배의 인벤토리에 고이 수납되어 있어서 그녀가 내주지 않는 한 독 시음은 불가능하다.
“안 돼, 안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