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248)
249화. 데카서스 가(家)의 가주 (1)
상층부의 거대 세력 중 하나인 ‘뱀파이어’.
그들을 구성하는 단단한 기둥이 순혈의 피로 구성된 위대한 여섯 가문이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데카서스 가(家)를 이끄는 진조 ‘아뮬람 드 데카서스’였다.
두 말 하면 입이 아프다.
최강.
그 단어를 수식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적절한 존재는 없으리라.
저릿! 저릿!
피부를 통해 전해지는 마력.
위압감의 근거가 되는 건 억겁의 세월을 통해 축적된 권위 탓이겠지.
기껏해야 중간층의 몬스터들과 대면하던 플레이어로서는 감히 눈도 마주치기 힘들 만큼 격이 다른 적이었다.
‘1:1로 싸우면 승률이 3%도 안 되겠는데…….’
진혁이 혀로 아랫입술을 적셨다.
이런 괴물이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코인과 성유물들을 투자해 시스템의 제약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대가를 지불했을지도.
‘그만큼 반드시 발뭉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진혁이 ‘탐식의 눈’을 통해 대상을 살폈다.
[아뮬람 드 데카서스]종족: 뱀파이어
나이: ????
레벨: ???
힘 ??? 민첩 ??? 체력 ??? 마력 ??? 권위 ???
고유 능력: 혈폭(血爆)
스킬: ‘중독’ Lv???, ‘혈액응고’ Lv??, ‘레드 문’ Lv??, ‘블러드 하운드’ Lv??, ‘???’ Lv??, ‘액체 연금술’ Lv??, ‘쿼드라플 실드’ Lv49
특징: 아뮬람은 6명의 가주 중 가장 잔인하고 차가운 성품을 지니고 있습니다.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으려 하기 때문에 적으로 돌릴 경우 굉장히 골치 아파질 수 있습니다.
상세 설명: 탐식의 눈의 레벨이 부족하여 대상의 자세한 정보를 열람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복사 조건]아뮬람은 스스로가 가장 순수한 피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신의 피를 마신 존재라면 누구든 명령에 복종하는 권속이 되리라 확신하고 있을 터. 그의 피를 마시고 권속의 정신 지배로부터 벗어나십시오. 그럴 수 있다면, 그가 가진 고유 능력과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워낙에 레벨 차이가 극심했기에 모든 정보를 얻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꽤 중요한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복사 조건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터무니없는 조건이 튀어 나왔다.
‘이런 괴물의 정신 지배에서 벗어나라니…….’
완전히 독이든 성배를 입에 갖다 대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소리였다.
상층부의, 그것도 신격에 버금가는 놈의 정신 지배는 ‘견딜 수 있다’라는 레벨이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아뮬람이 마력을 해방한 뒤로 다수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킥킥.”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은 고작 두 명뿐인가?”
“이거 아쉽게 됐군. 몇 모금 마시면 뼈와 가죽만 남겠는걸?”
장난기 섞인 웃음소리가 고막을 찌른다.
데카서스의 혈족들까지 왔다.
‘혼자로도 충분할 텐데…… 아주 작정하고 준비해 왔군.’
진혁이 쓴웃음을 삼켰다.
숫자는 적어도 열 마리 이상.
그것도 7계층에서 만났던 놈들과 마찬가지로 순혈종들만 골라왔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상황을 눈앞에 두고도 진혁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무언가를 골몰히 계산하고 있을 뿐.
“내 진명을 듣고도 별로 당황하질 않는구나.”
“그거야 너희가 올 줄 미리 알고 있었거든.”
“호오. 우리가 올 줄 알고 있었다?”
“성의 환영 행렬에서 네 부하 중 하나가 얼빵하게 이쪽을 노려보고 있더라고. 염탐을 하려 했으면, 좀 똑똑한 놈을 보내지 그랬어?”
아무리 인파 속에 숨어 있으면 뭐 하나?
특유의 음흉한 시선까지 숨길 수 없는데?
“뭐라고!”
진혁의 이죽임에, 당사자인 혈족 하나가 발끈했다.
꼬리를 잡힌 게 상당히 수치스러웠는지, 잘생긴 외모가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뚫린 주둥이라고 잘도 지껄여대는군.”
“팔팔한 게 피 맛이 제대로겠어. 저 녀석의 오른팔은 내 꺼다.”
“나는 왼쪽 다리를 맡지.”
주위에 있던 나머지 혈족들도 덩달아 흥분한 채 송곳니를 드러냈다.
바로 그때.
“그만.”
아뮬람이 입을 열었다.
순식간에 주위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약간의 불편한 기색을 비친 것으로도 지하 전체의 공기가 심해와 같이 가라앉았다.
숨이 막히고 혈관이 조여진다.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압박감이다.
“확실히…… 대처가 좀 안일했던 것 같군. 하지만, 그걸 알았다고 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아뮬람이 진혁을 거쳐 페시스와 정령수들을 바라봤다.
제법 뛰어난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기준.
뱀파이어 중에서도 최강으로 평가받는 가주에게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
시선이 고구마에게 향했을 땐 잠시 움찔거렸지만, 정말로 잠시뿐이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한, 고대종이 본신으로 현현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에 하나 고대종이 본신으로 현현한다고 한들 아뮬람과의 승부를 장담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혁은 웃고 있었다.
“잘 이해를 못 했나 본데. 전력이 부족한 것도. 너희가 올 거라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내가 이곳에 왔다는 건…….”
잘 생각해 봐라. 그 잘나신 머리를 굴려 가면서 말이다.
언제나 압도적인 위치에 있어 잘 모르나 본데.
“이건 전부 내가 원하던 상황이라는 거야.”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동시에.
[성물 ‘변절자의 팔찌’가 발동됩니다!]짙은 위화감이 흘러나왔다.
“이건 설마……!”
아뮬람의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변절자의 팔찌는 바로 자신들이 갖고 있던 성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팔찌가 발동된 게 바로 뱀파이어들 속에서였으니까.
***
11층에 존재했던 성물 ‘변절자의 팔찌.’
마왕을 소환하기 위한 저주받은 성물 중 하나였으며, 뱀파이어들이 마인들의 협력을 꾀하기 위해 확보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변절자의 팔찌는 데카서스 가문에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 성물이 갑자기 효과를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꿀렁꿀렁.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지하 내부를 가득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병신 같은 놈이…… 성물을 발동시킨 거냐!”
아뮬람이 고함을 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덜덜덜.
“으으…… 저, 저는.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아니, 나도 모르게.”
후회와 공포로 인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뱀파이어가 있었다.
오필리아.
과거, 7계층에서 데카서스의 사냥개들과 맞붙었을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뱀파이어였다.
뱀파이어들이 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 물론, 그 목적이 발뭉이라는 것까지 전부 그녀가 털어놓은 정보들이었다.
‘염혼의 낙인을 찍은 건 아니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정신을 붕괴시켜 놨지.’
덕분에 착실하게 계획을 세워 둘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발뭉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그리고 뱀파이어 중에서도 최강이라 평가받는 가주를 상대로 조금이라도 승산을 높일 수 있을지.
모두.
그리고 그 사소한 준비들이 지금에 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습득자의 의지에 의해 성물의 소유자가 오필리아에서 강진혁으로 ‘강제 이전’ 됩니다.] [성물의 효과로 인해 ‘변절’과 ‘오염’의 속성 효과가 부여됩니다.] [대상을 선택하십시오.(발동 준비 시간이 약 10분 정도 필요합니다.)]‘변절자’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성물의 소유 방식이나 효과 또한 평범한 아이템들과는 그 궤를 달리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파츠츠츠!
진혁이 손목에 나타난 해골 팔찌를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속성 효과를 어떻게 쓸지는 이미 생각해 두었다.
남은 건 발동 시간 전까지 버티는 것뿐.
바로 그때.
“오필리아! 네년이 감히 나를 배신해? 인간 따위를 선택하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
아뮬람이 가차 없이 손톱을 휘둘렀다.
배신자를 단숨에 찢어 버리기 위해서.
그러나, 손톱이 가른 건 뼈와 살로 이루어진 육신이 아니었다.
파각!
오필리아의 외형을 한 얼음 조각이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빙하 조형으로 만든 더미.
5성급 결계로 적절하게 눈속임 효과까지 줬으니, 한 번 정도의 눈속임으로서는 훌륭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바꿔치기……라고? 대체 어느새?”
“고개를 잠깐 돌렸을 때야. 원래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당황한 탓에 미묘하게 마력에 빈틈이 나타났거든. 팔찌와 오필리아가 꽤나 충격적이긴 했나 봐? 무려 가주께서 틈을 보일 정도면.”
“고작 그 틈을 찔렀다는 거냐?”
“그 정도면 나한테는 충분한 틈이야.”
대단한 곡예까지라고 할 것도 없다.
절대자급에 해당하는 몬스터들을 처음 상대해 보는 게 아니었으니까.
“……강아지 새끼인 줄 알았는데, 이빨 정도는 가졌다는 건가.”
진혁을 보는 아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주 조금은 적으로서 인정해 주는 그런 눈빛이었다.
“하지만 아쉽구나. 그 틈을 이용해 날 공격하거나 혈족들을 제거했으면 확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갔을 것을. 어째서 오필리아를 구한 거지? 변절자의 팔찌를 손에 넣은 이상 죽든 말든 상관없을 텐데?”
“그래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 내부 정보자인데, 네가 죽이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예……?”
이번엔 오필리아까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적이었던 자신을 그렇게까지 생각해 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얼굴이다.
“시답잖게 정이 많은 성격인가. 뭐 좋다. 그런 배신자야 얼마든지 데리고 가라. 어차피 모조리 쓸어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아뮬람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것이 신호다.
툭!
탓!
지면을 박차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데카서스의 사냥개들이 움직였다.
빠르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뱀파이어들이 검붉은 빛이 도는 냉병기를 꺼냈다.
대응하지 않으면, 몰살당할 거라는 확신이 든 순간.
“모기!”
고구마가 소환수들을 통제했다.
“알겠어.”
“응!”
“달그락!”
정령수들과 티본이 움직였다.
벌레 미궁에서 시간 낭비를 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잡는 모습에선 숙련미까지 느껴졌다.
[운디네 & 실피드가 ‘엘리멘탈 실드’를 발동합니다!]물과 바람이 어우러지며, 오각형 형태의 방패가 나타났다.
퍼퍽!
꿀렁!
손톱과 칼날이 방패에 가로막혔다.
“빌어먹을, 바람이 눈을. 크윽!”
“이, 이게 뭐냐! 젠장할!”
“쿨럭! 컥!”
칼과 손톱이 연신 방패를 가로질렀지만, 애꿎은 물과 바람만 가로지를 뿐이었다.
원소 마법 앞에선 물리적 공격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뱀파이어들이 잠시 주춤한 순간.
이번엔 지면에서 균열이 일어나며, 바위로 만든 거대한 손이 뱀파이어들을 집어삼켰다.
[노움이 ‘랜드 피스트’를 사용합니다!]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뿜어졌다.
하지만,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화르륵!
쿠쿠쿠쿠쿠!
살라맨더의 불꽃과 고구마의 브레스가 하나로 합쳐졌다.
서로 다른 두 개 속성의 빛이 한 자리에 어우러지며, 입술이 바짝 마를 정도로 실내가 건조해졌다.
마치, 이 앞에 벌어질 일을 예고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런 좁은 곳에서 브레스를 쓰게 하겠다고? 진심이냐?”
“우리 애들이 원래 앞뒤 가리는 성격이 아니거든.”
진혁이 생긋 웃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누구 몸이 더 튼튼한지 시험해 보지 뭐.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콰콰콰콰콰콰!
응축된 빛이 무덤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엄청난 열기와 섬광으로 인해 모두의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