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01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01화 –
“오. 오오. 저 손놀림을 봐! 정말 빠르군!”
“그것만이 아니야. 국자가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는데도 스튜가 어쩜 저렇게 미동도 없이 얌전하지? 바닥에 흘러내리는 게 한 방울도 없군!”
“방금 아이가 놓친 그릇을 발로 받아 내는 것 보았나? 묘기를 보는 줄 알았네!”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난감하게도 바로 나였다.
나는 렛시에게 빌린 빨간 보자기를 추스르며 더욱더 배식에 속도를 냈다.
내가 스튜를 나눠 주기 전 렛시가 억지로 내게 쓰도록 한 빨간 보자기. 처음에는 불편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배식을 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황궁의 병사들도 헤- 입을 벌린 채 나를 보고 있는 상황이 되자 덕분에 이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혹시라도 날 알아보면 곤란하니까.’
지금이야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다지만, 날 아는 사람들은 대개 좋지 않게 생각하지 않나. 하물며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영지민들도 나에 대한 평이 그리 좋지 않았다.
아무리 이곳이 수도라고 해도, 호오오옥시라도 배식을 하는 이가 나라는 걸 알고 스튜의 성분에 대해 의심하며 피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바로 유명인의 애환인가.
“저, 정말 빠르구나. 실리아. 혹시 이전에 농사 말고도 다른 일을 했던 게냐?”
“아니요. 딱히……. 농사밖에 안 했는데요.”
“몸놀림이 웬만한 기사보다 훨씬 날렵하신데요. 정말 놀랍습니다.”
렛시와 하엘 경마저 옆에서 감탄을 늘어놓았다. 덕분에 나는 조금 쑥스러워졌다. 빨간 보자기에 감춰진 두 뺨이 살짝 발그레해졌다. 보자기를 덮어쓰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열심히 배식을 한 덕분인지, 줄은 이제 거의 다 줄어들어 있었다. 마지막 어린아이에게까지 배식을 마치고 다들 지친 기색으로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정말 고생했다. 실리아. 덕분에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빨리 끝났구나. 어린아이가 오래 배를 곯지 않게 되었어.”
“고생은요. 렛시가 더 고생했죠. 그나저나 여관 주인이 참 마음씨가 좋으시네요.”
“그,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 하.”
렛시가 어색하게 웃으며 황급히 국자를 모아 치웠다. 황제가 직접 이렇게 나서서 노동을 하는 모습이라니. 거참 너무 새롭군.
보통 내가 읽은 로판 소설에서 황제는 매일 황궁의 커다란 황좌에 앉아서 오만하게 명령만 내리곤 했는데.
‘렛시는 원작의 캐릭터 그대로인 것 같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제국의 성군인 그녀가 이렇게 성군으로 있어 줘서.
그녀가 원작과 달리 폭군이기라도 했다면, 자작가 소속인 나 또한 조금 고달팠을 수도 있으니까.
“고마워요, 렛시.”
“으응? 고마운 건 난데, 왜 실리아가 고맙다는 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제가 혼돈의 도가니탕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게 해 줘서요.”
“……호, 혼돈의 뭐라고?”
“있어요. 아무튼, 그럼 이제 좀 쉴까요?”
눈치 빠른 하엘 경이 재빨리 나와 렛시가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 덕분에, 우리는 천막 아래에서 마치 티타임을 갖듯 마주 보고 앉았다.
제국의 황제인 그녀를 원래라면 이렇게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할 수 없을 텐데. 그녀가 황제인 걸 영원히 모른 척하며 지낼 수는 없을까.
“오랜만에 봤는데, 잘 지냈어요, 렛시?”
이제야 그녀에게 제대로 인사를 건넨다. 내 미소에 렛시가 노란 보자기를 살짝 긁적이며 답했다.
“잘 지냈노라. 실리아는 어땠지? 그, 다자르와는 잘 지냈느냐?”
렛시의 목소리가 어째 조심스러웠다.
……아. 이걸 잊고 있었다니! 렛시는 다자르가 혹시 루벤의 추종자는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지. 그래서 모로카닐도 보낸 것이었고.
‘겉은 안 그래 보여도 마음이 좋지 않겠는걸.’
다자르가 전생의 기억을 지닌 채 태어났다고 해도, 나름 소꿉친구인 듯했는데. 그를 의심한다는 건 렛시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제 고용주시니, 받들어 모시고 있죠. 싸우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렇구나. 다자르와 요새 사이가 좋은 모양이야.”
“으음. 사이가 좋다기보다는…….”
나는 요새 마주한 다자르를 떠올렸다.
여전히 재수 없긴 하지만, 조오오오금 친해지긴 했지. 어쩌다 서로의 비밀도 공유하게 되었고. 나름…… 같은 배를 탄 사이?
“뭐, 조금 친해지긴 했죠.”
“신기하구나.”
“네?”
렛시가 동그란 안경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감탄이 담겨 있었다.
“다자르 같은 인간과 친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니. 크게 놀라고 말았다.”
“…….”
다자르. 당신 대체 렛시에게 어떤 존재인 거야.
나는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답을 얼버무렸다.
“그래요? 역시 다자르는 다자르네요.”
“으음. 그래도 다행이구나. 그가 마음을 터놓는 상대가 생겼다니.”
마음을 터놓는?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우리 사이가 제법 아름다워 보여서 기분이 꾸리꾸리하군.
“다자르는 소꿉친구인 내게도 마음을 잘 터놓지 않거든. 가끔 보면 그는 일부러 나와 거리를 두는 듯해.”
“음…….”
아마 그건 신분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아직도 나는 렛시의 신분을 모르는 상태니 아는 척할 수도 없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아. 내가 너무 내 얘기를 했구나. 미안하다. 실리아는 오늘 어디를 다녀오는 길인 게냐? 드레스가 어여쁘구나.”
렛시가 곧 살짝 말을 돌렸다. 어쩐지 목소리가 조금 침울해진 것 같은데. 나는 그녀의 기분을 애써 모른 척하며 답했다.
“오늘 홀먼 백작가의 타운하우스에 다녀왔어요. 홀먼 백작 영애가 티타임에 초대해 주었거든요.”
“오……! 티타임 말이냐? 홀먼 백작 영애라면, 미야 홀먼을 말하는 게로군. 요새 영애들과 사교 모임을 자주 갖는다던데. 그곳에 다녀온 모양이구나. 좋은 생각이다. 홀먼 백작가라면 사교계에서 꽤 영향력이 있는 가문이지.”
“어…… 네. 역시 황제 폐하의 그림자 기사라서 그런지, 잘 알고 계시네요. 렛시.”
“앗……. 흠흠! 그렇지. 내 이렇게 보여도 폐하의 그림자 기사니까.”
아무리 그림자 기사라고 해도 이런 사교계 영향력 같은 건 알기 어려울 것 같은데. 아니, 애초에 그림자 기사가 존재하지를 않잖아.
그녀의 빈틈을 애써 콕콕 막아 주면서 싱긋 웃었다.
“그래서 이렇게 구제 활동도 하는 거군요. 대단해요. 렛시.”
“흠흠. 이건 다 황제 폐하의 명…… 아, 아니. 이건 비밀이다. 실리아. 황궁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 말이야.”
“알았어요. 그나저나, 미야…… 영애가 요새 사교 모임을 자주 갖나 봐요?”
나를 두 번이나 초대했길래, 정말 나와 찐친이 되고 싶나보다 기대했는데. 알고 보니 여기저기 초대장을 돌리고 있었던 거야? 훌쩍.
“그래. 요새 사교계에서 이제 막 데뷔탕트를 치른 영애들을 기반으로 세를 불려 나가고 있는 것 같더구나.”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티타임에 어린 영애들이 많았군.
그때 렛시가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툭 말했다.
“다만, 조금 조심하는 게 좋겠구나. 이건 내가 그림자 기사라서 우.연.히 알게 된 건데 말이다.”
비밀 이야기를 하듯 살짝 고개를 수그린 렛시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루벤의 추종자들이 ‘안식의 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모양이야. 귀족들도 상당수 포섭되었다고 하니, 혹여 사교 모임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거든 조심해야 한다.”
그러면서 약간 침울한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아주 가까운, 마음을 터놓는 사이라도 말이다.”
한마디로 다자르를 조심하라는 소리인가.
나는 다자르가 루벤의 추종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렛시는 아직도 의심 중일 터였다.
“알았어요, 렛시.”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듯 고개를 크게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 적절한 시간에 그녀와 헤어졌다.
마부에게 금방 돌아온다고 해 놓고 너무 늦었더니 그새 잠들어 버린 마부를 톡톡 두드려 깨우고 시아스터가로 향했다.
렛시가 의심을 지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생각하면서.
제 친구를 의심하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일 것 같았다.
“왜 이제 와……?”
“……?”
하지만 정작 시아스터가에 도착한 나는 버려진 강아지처럼 축 늘어진 다자르를 마주하고 말았다.
“뭐, 뭐예요? 갑자기.”
마차에서 내리다 말고 내 앞을 가로막은 다자르의 얼굴을 마주한 나는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저 처연하게 내려간 눈꼬리와 어딘가 우수가 서린 눈빛은 뭐람?
“네가 오기를 기다렸어.”
“뭐 잘못 먹었어요?”
그가 먹은 거라고는, 내가 두고 간 간장계란밥 정도일 텐데. 그게 뭐 문제라도 있었나?
살짝 걱정이 든 나는 악시온에게 하듯 엉겁결에 그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열은 없는데?
엇. 그의 입술에 붙었던 밥풀을 떼어 줬던 그때처럼, 또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너무 늦게 왔잖아.”
분명 내 행동에 당황해야 정상일 텐데. 다자르는 오히려 고양이가 주인에게 뺨을 비비듯 내 손등에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엄마야.
이 사람 미쳤나 봐.
말 그대로, 나는 동상처럼 쩡하니 굳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