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0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10화 –
입을 우물거리기만 하고 제대로 된 문장을 뱉지 못하는 엘스턴을 바라보며 들고 있던 찻잔을 탁 내려놓았다.
원목 테이블에 부딪힌 찻잔에서 다소 큰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놀란 듯 엘스턴이 어깨를 움츠렸다.
“히익. 왜, 왜 그러십니까, 영애?”
“뭐가요. 찻잔을 내려놓은 것뿐인데.”
뭐야. 왜 저렇게 놀라고 그러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더더욱 수상쩍어진다. 눈을 가늘게 뜨고 팔짱을 척 꼈다.
“저한테 뭐 잘못했어요?”
“예에?”
절대 아니라는 듯 엘스턴이 두 손을 휙휙 저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매우 부자연스러워, 오히려 더 이상하기만 했다.
분명 뭔가 있네.
안 그래도 최근 세드릭과 함께 경계 대상으로 등극한 그였기에, 요새 엘스턴과의 마주침을 최소화해 오고 있었는데.
이렇게 먼저 만남을 요청해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아닙니다. 그냥 요새 드래곤 하트의 정기 검진을 신청하시지 않길래…….”
“으음. 아아, 맞아요. 깜박하고 있었네요.”
맞아. 정기 검진을 받고 있긴 했지. 사실 그때마다 별 이상은 없어 엘스턴과 악시온의 놀이 시간으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나는 내 발치에 철푸덕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악시온을 흘깃 내려다보았다. 아까부터 엘스턴의 눈길이 힐끗힐끗 악시온을 향하는 걸 보니, 아이와 놀고 싶은 듯했다.
물론 나는 그에게 악시온을 건네줄 생각이 없었고.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이제 따로 검진을 하진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네에? 어, 어째서 말입니까? 분명 예전에 평생 아이를 책임지기로…….”
“마음이 바뀌었어요.”
어억. 엘스턴이 충격을 받은 듯 입을 쩍 벌렸다. 나는 여유롭게 홍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단호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니, 마탑에 너무 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어차피 다자르가 결계를 통해 아이를 살펴 주고 있으니 이제 딱히 마탑의 지원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폐, 폐라니요. 전혀 아닙니다.”
“일개 마법사인 엘스턴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마탑의 주인인 마탑주님께서는 생각이 조금 다르지 않으실까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이런 인력 낭비라니.”
엘스턴이 입을 뻐금댔다. 무척 억울하다는 얼굴이었다. 자기가 마탑주인데, 어떻게 그런 오해를 하냐는 표정인데. 맞나.
나는 그가 마탑주인 걸 모르는 입장이므로 뻔뻔스레 말했다.
“어쨌든, 그러니까 이제 이렇게 찾아오지 않으셔도 돼요. 식량 문제는 다자르를 통해 마탑에 요청드릴 것 같고요.”
“……!”
엘스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얼굴에서 왠지 ‘나 상처받음’이라는 메시지가 떠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그, 그럼 앞으로 아기님을 보지 못한다는…….”
“네? 그럴 리가요. 엘스턴도 바닐라의 교육을 맡고 있으니 저택에 올 거 아니에요. 우연히 마주칠 수는 있겠죠. 우. 연. 히.”
“…….”
엘스턴의 눈동자가 사시나무 떨리듯 바르르 떨리더니, 그가 꿀꺽 침을 삼켰다.
아까처럼 입이 벙긋벙긋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분명 뭔가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 말이지.
나는 끈기 있게 그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고, 결국 마침내 그의 입술이 열렸다.
“……조심하십시오.”
“……네?”
조심하라니? 뭘 조심하라는 거지?
그러자 엘스턴이 머리를 북북 긁더니 재빨리 말했다.
“그, 아닙니다. 그냥, 요새 문득 제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의문이 들어서. 생각이 복잡했나 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고는 황급히 일어나서 방을 후다닥 나가는 엘스턴이었다.
“우웅?”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빨랐던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던 악시온의 앞머리가 바람에 흔들릴 정도였다.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장난감을 두 손으로 쾅쾅 내리치고 있던 악시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나는 소파에 앉은 채 두 손을 마주 잡고 눈을 깊게 했다.
“……뭐지?”
엘스턴이 분명 내게 조심하라고 했다. 게다가 제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들고 있다고 했고.
“으음. 내부 분열인가?”
엘스턴과 세드릭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그런 건가.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넘어갈 만한 발언은 아니었다.
시기가 시기였던 까닭이다.
“아무래도 호위를 요청해야겠어.”
흑매든, 다자르 본인이든. 루벤의 추종자들에게 안내할 때 내 곁을 지킬 이가 필요할 것 같았다.
* * *
분명 다자르에게 내 호위를 요청하긴 했지만. 그 결과로 따라온 이가 예상외였다.
“좀 놀랍네요. 모로카닐이 제 호위로 올 줄은 몰랐는데.”
“……저도 놀란 참입니다. 다자르가 제게 그런 부탁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든요.”
마침 미야가 또다시 초대장을 보냈고, 냉큼 그녀의 티타임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의 타운하우스로 가는 마차에는 모로카닐이 함께였다.
‘호위로는…… 그 녀석이 제격이야. 그냥 호위가 아니라, 비밀스러운 호위가 필요한 거니까.’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둘이었기에, 아주 의외의 행동이었다.
‘네 몸을 지키는 일이니, 아무리 싫은 녀석이라도 최고의 호위를 붙여야 해. 그 녀석 실력은 인정하니까.’
어쩐지 닭살 돋는 말이 이어졌지만,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는 매개로 내가 필요한 그였기에. 대충 그런 맥락이려니 이해했다.
그때 얌전히 앉은 채 제 지팡이를 검지로 천천히 쓰다듬고 있던 모로카닐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루벤의 추종자들의 소굴을 홀로 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어…… 네. 괜찮아요.”
나와 함께 마차에 오른 모로카닐은 아까부터 ‘나 정말 당신이 걱정돼요’ 모드였다.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보랏빛 눈이 어찌나 다정한지, 온몸이 간지러울 정도였다.
다자르야 ‘그녀’를 위해 내 걱정을 하는 것이라지만. 모로카닐은 정말 부담스럽다.
나는 슬쩍 시선을 회피하며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저 때문에 모로카닐이 이렇게 시간을 내게 되어서 미안하네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당신의 일이라면, 그게 어떤 일이든 몸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오히려 기쁩니다. 지난날 저 때문에 몸이 상해 신경이 쓰이던 차에, 이렇게 도울 수 있어서요.”
“…….”
그냥 말을 걸지 말아야 할까.
어쩐지 목덜미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 같다. 아직 날이 더워지기에는 멀었는데.
그때 모로카닐이 말을 이었다.
“그들을 추적하는 건 본래 제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위험한 일에 말려들게 하여 송구할 뿐입니다. 제가 먼저 루벤의 추종자들을 적극 찾아 나섰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모로카닐이 분한 듯 입술을 살짝 물고 지팡이를 꾹 쥐었다.
그러고 보니, 모로카닐은 그 ‘3초만 주면 독살시켜 드림’ 가게에서 이상한 돌을 만들고 있었지. 예전에 초월자들이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꽤 독특한 일들에 빠져 있었다는 것 같았다. 그럼 모로카닐의 말대로 초월자로서의 일에는 조금 소홀했을 수도 있겠군.
‘왠지 다자르와 비슷하네.’
그도 초월자지만, ‘그녀’를 찾기 위해 다소 몸을 사리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제 소꿉친구인 황제와 신전의 의심도 샀고.
“그러니 이번 작전에서 당신에게 어떤 위해도 없도록, 지키겠습니다.”
“어…… 그, 그래요.”
그의 목소리에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제 주군을 앞에 두고 충성의 맹세를 하는 기사의 목소리가 이러했을까, 싶었다.
내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마차는 홀먼 백작가의 타운하우스 앞에 멈춰 섰다.
“그럼, 갈까요?”
그의 결연함이 생각보다 더욱 부담스러웠는지, 살짝 목소리가 삐끗했다. 그 삐끗함을 모로카닐은 내가 긴장했다고 여겼는지, 마치 안심하라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
그를 보며 에인젤을 떠올렸던 천사 같은 미소였지만, 지금 내 눈엔 부담스럽기만 했다.
“네. 가시죠. 안심하세요. 제가 당신을 지킬 테니까. 이번에는 반드시.”
……이번에는 반드시?
마치 예전에는 나를 지키려 했다가 실패했다는 뉘앙스였다. 모로카닐에게 딱히 호위를 받았던 기억은 없는데. 뭘 말하는 거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스르륵- 모로카닐이 순식간에 내 그림자로 녹아 사라졌으니까.
“어……!”
사람이 그림자로 녹아 사라지다니. 아무리 마법과 결계가 판을 치는 세계라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마부가 마차 문을 열었다.
“어서 와요, 실리아!”
미야의 환영 인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