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09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09화 –
버럭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은 다자르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루벤의 추종자들의…… 교주를 보고 왔다니? 꿈이라도 꾼 거야?”
“꿈이라뇨. 그건 그쪽이 꾼 거겠죠.”
“…….”
그러자 다자르가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눈을 천천히 깜박였다.
“그래. 꿈을 꾸긴 했지. 두 번째로 그녀가…… 이번에는 좀 더 많은 기억을…… 아. 아니야. 우선은 이것보다.”
아직도 정신이 꿈속을 유영 중인 건지, 웬일로 횡설수설하던 그가 뚝 말을 멈추더니 나를 직시했다.
마주한 황금빛 눈동자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괜찮은 거야?”
“……네?”
목적어 없이 뱉어진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다자르의 황금빛 눈동자가 내 팔과 다리, 얼굴을 살피며 작게 말했다.
“가서 별일 없었냐고. 티타임을 다녀온다던 녀석이 갑자기 루벤의 추종자들의 교주를 만나고 왔다니.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온 거야?”
“어…… 모, 몸은 괜찮아요. 크게 별일은 없었고요.”
그의 걱정이 어색하게 느껴져 뺨을 살짝 긁적이며 답했다. 그러고는 홀먼 백작가의 타운하우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제가 두 번째로 미야를 만나러 갔는데…….”
어쩌다 미야를 따라갔다가, 그들의 소굴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교주를 만났다. 그렇게 설명하고 나서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냈다.
“우리에게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좋은 기회?”
이야기를 다 듣고 미간을 좁히고 있던 다자르가 반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루벤의 추종자는 우리에게 적이나 마찬가지잖아요. 당신도 ‘그녀’를 찾기 전 이 세상이 끝나길 원치 않고. 저도 악시온을 그들에게서 지키고 싶고.”
“그래.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치는 건 어때요? 이왕 그들의 소굴을 알게 된 마당에.”
미야가 내게 함께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을 때 승낙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곳이 루벤의 추종자들의 소굴이 맞는지 확인하고, 맞다면 즉각 움직인다.
비록 그 과정이 다소 위험하긴 했지만,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루벤의 추종자들을 먼저 친다면, 얻을 수 있는 게 많아.’
우선, 잠재적인 위협을 제거할 수 있고.
루벤의 추종자일지도 모르는 인물들, 그러니까 곧 세드릭과 엘스턴…… 이 정말 루벤의 추종자인지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제 본거지가 습격받는다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더불어 분명 조종당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이는 이들을 구할 수 있을 터였다. 미야와 세리아 같은 이들 말이다.
그리고.
“당신이 루벤의 추종자들을 제거해 준다면, 당신에게 쏠린 의심도 거둘 수 있잖아요. 그럼 렛시와도 예전 관계로 돌아갈 수 있어요.”
그래. 이 이유도 있었다.
지금 다자르는 제국의 큰 두 기둥에게 동시에 의심을 받고 있는 처지였다. 소꿉친구였던 황제와 초월자들의 근간인 신전, 두 존재에게 말이다.
“그래서 더 외부 활동을 안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녀’를 찾으려고 움직이다가 혹시 의심을 사서 ‘그녀’에게 무슨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
긍정의 뜻이 담긴 침묵이 이어졌다.
다자르는 제국에서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일정 외에는 거의 밖을 나가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기억이 없어 찾을 수 없다 해도, 뭐라도 단서를 찾고 싶을 텐데.
“혹시 알아요? 지금 이렇게 ‘그녀’에 대한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 중에, 그녀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막상 필요할 때 그들의 압박 때문에 찾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자 다자르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분명 내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게 틀림없었다.
분명 혹하는 제안일 텐데, 왜 이렇게 반응이 뜻뜨미지근 한 거지.
의아한 생각이 드는 찰나, 다자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나는 조금 걱정이 돼.”
“무슨 걱정이요?”
“이전 세계에도 루벤의 추종자들은 있었어. 그리고 그들은 정말 어디에든 존재했지. 비록 내가 초월자로 태어났지만 나 또한 그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 모든 게 베일에 쌓여 있지.”
“음.”
다자르는 퍽 진지한 낯이었다.
“초월자들은 그들의 견제를 피해 루벤을 제거하는 임무만을 지녀. 최대한 얽히지 않으려 하지. 왜냐하면, 그들이 정말 어디에든 존재하기 때문이야.”
“어디에든…….”
“그래. 지금 이 저택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며 툭 팔짱을 낀 다자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저번 ‘안식의 장’이 열렸을 때에도 나는 스칼렛이 그들을 잡아들이는 건을 반대했어. 그 녀석들과 얽히고 좋은 꼴을 본 적이 없거든. 결국 결과적으로 그날 이후 나는 모로카닐이라는 빌어먹을 감시자를 얻었고, 스칼렛과는 의심의 골이 생겼지.”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 녀석들이랑 썩 얽히고 싶지 않다. 이거군. 얽힐 때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니까.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다.
“제 몸이 특이한 거 기억하죠? 결계도, 마법도 통하지 않는 몸이라는 거.”
“당연히 기억하지.”
“그들이 어떻게 신도들을 늘리는지 보고 왔어요. 이상한 돌에서 그들을 조종하는 듯한 안개가 나오고 있었어요.”
“……!”
다자르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 안개에 닿은 이들이 마치 인형처럼 변하는 것도 목격했고요. 추종자들은 어쩌면 제 의지로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게 아닐지도 몰라요. 그 돌의 존재를 알리고 신전으로 넘긴다면, 어떻게든 그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되도록 단단히 말하며 다자르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른 초월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황금빛 눈은 조금 주저하고 있었다. ‘다른 초월자들’이라는 단어를 듣자, 그 주저의 원인을 조금 알 것 같았다.
“혹시 당신, 영웅이 될 자신이 없는 건가요? 이전 생의 죄 때문에?”
“……!”
황금빛 눈이 크게 흔들렸다.
역시. 그런 거였구나.
제 연인을 위해 세계를 루벤에게 넘긴 초월자. 그는 어쩌면 스칼렛이나 신전의 의심을 제 죄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지금 나로서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그 나름의 선택을 했고 그건 세상에게 질타를 받을 만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잠시 멈춰 줬으면 해요.”
나는 다자르가 필요했다.
아무리 그가 이전 생에서 세계를 악에게 넘긴 변절자일지라도. 그 죗값으로 제 연인에 대한 기억을 잃고 세상을 구할 적극적인 행동은 차마 하지 못한 채, 망연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바보 같은 초월자일지라도 말이다.
“내 아들, 악시온을 위해서 말이에요.”
멍한 얼굴이 된 다자르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신 딸, 바닐라를 위해서.”
다자르의 눈이 한 차례 더 흔들렸다.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우리 부모의 책임 아니겠어요? 당신이 죄책감을 갖고 있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바닐라의 양육에 소홀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래.”
잠시 침묵한 다자르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른세수를 한 차례 하고는 굳었던 얼굴을 살짝 폈다.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맺혀 있었다. 어딘가 후련하다는 얼굴이다.
“네 말이 맞아. 내가 바보 같았군. 내 죄는 내가 지더라도, 바닐라를 위한 일에는 소홀해선 안 되지.”
그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모습이 많이 닮았어, 너.”
“……네?”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사실 한 번에 알아들었다. 다자르가 꺼낼 인물이라고는 ‘그녀’ 외에는 없었으니까.
‘그 사람이랑 나랑 어딘가 닮았나?’
그러고 보니 ‘그녀’에 대한 기억이 방금 전의 꿈을 통해 많이 돌아왔다고 했지.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가. 외모가 닮았다는 건 아닌 것 같고, 성격적인 부분을 말하는 듯했다.
내가 눈을 끔벅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다자르가 축객령을 내렸다.
“일단 네 방에 돌아가서 쉬어. 지금 늦은 밤인 거 알지? 너, 지금 눈이 완전 충혈됐다고.”
“아…….”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문득 몸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제까지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걸 지금에야 깨달았다.
그럴 만도 했다.
루벤의 추종자들의 소굴에 가서 교주까지 만나고 오지 않았나.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아직 루벤의 안내자라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했는데.’
그때 교주가 날 보며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시작의 날인가 뭔가 하면서.
하지만 우선 다자르의 조언대로 방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 푹 쉬도록 하자.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알았어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내일 이야기할까요?”
“으음. 네가 위치만 알려 주면,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전 가지 말아요?”
다자르가 검지로 툭, 툭 제 무릎을 두드렸다. 그의 눈이 깊어진 게, 분명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지나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곳을 제압하기 위해선 반드시 무력이 동반되어야 해. 그런데 네가 함께한다면, 오히려 위험하지. 그러니 다음에 그 홀먼 백작가의 영애와 한 번 더 그곳에 가게 되면, 그때 말해 줘. 미리 준비를 해 두도록 하지.”
“음. 알았어요.”
그럼 나는 미야의 서신을 우선 기다리면 되는 건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방을 나오기 위해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섰다.
그러고 보니 다자르를 깨운답시고 그의 침대에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네. 아무리 임자가 있는 남자라지만 너무 긴장감이 없었군.
그만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려던 때.
“……고맙다.”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쑥스러움이 담긴 목소리였다.
탁, 문을 닫고 나오며 괜스레 웃음이 나 혼자 키득댔다.
그리고 내 방에 돌아와 악시온이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고 잠에 든 나는, 다음 날 오전 응접실에서 한 인물을 마주했다.
“저기, 저기 그게 말입니다.”
왠지 오랜만에 마주하는 듯한 엘스턴은 이른 오전에 찾아와 꽤 오랜 시간 동안 주저하는 얼굴로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뭐지, 저 제 발 저리는 듯한 몸짓은.’
어딘가 아주 수상해 보이는 엘스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