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08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08화 –
나는 티타임이 끝난 뒤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야와 남았고, 모든 영애들이 떠난 뒤 마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꽤 오랜 시간을 달려 내린 곳은 수도 남부 외곽에 위치한 작은 골목길 앞이었다.
‘잘 기억해 둬야지.’
그 골목길을 쭉 따라 들어가서 아주 작은 나무문을 열고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제법 깊숙이 내려왔다 싶을 쯤 좁은 통로를 지나 도착한 곳은, 아주 큰 공간이었다.
지하에 이런 커다란 공간이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큰 광장 같은 곳. 그곳에서 세리아는 신이라도 들린 듯 두 손을 치켜들고 방방 뛰고 있었다.
“보세요, 실리아. 세리아 영애의 저 자유로운 모습을. 심신의 고통에서 해방된 모습이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폴짝폴짝 뛰고 있는 세리아 영애의 뒤에서, 미야는 어딘가 황홀한 얼굴로 두 손을 붙잡았다. 마차에 탄 후부터 어딘가 눈빛이 흐릿해진다고 느꼈는데, 이곳에 오니 완전 눈이 흐리멍덩했다. 마치 약이라도 한 사람처럼.
“하.하. 그렇네요.”
나는 미야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고 슬쩍 물었다.
“다들 뭘 하고 있는 건가요?”
광장 중앙에는 검붉은 색의 커다란 돌이 박혀 있었는데, 그 주변에 신도들로 보이는 이들이 둥그렇게 둘러서 제각기 뭔가를 하고 있었다.
두 손을 모아 잡고 기도 비슷한 것을 읊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엉엉 우는 사람도 보였다. 그중 뛰고 있는 이는 세리아였고.
미야가 여전히 흐릿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완전한 해방’ 이후 원하는 바를 파괴 신께 기도드리고 있는 중이에요.”
“……완전한 해방이요?”
“네.”
미야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한 발자국 다가왔다. 그녀를 뒤따라올 때까지만 해도 미야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저 의미심장한 미소와 흐릿한 눈동자를 보니 어쩐지 그녀와의 심적 거리감이 백 미터 정도 멀어지는 기분이다.
뒤로 돌아 나가고 싶은 발을 애써 잡으며 물었다.
“‘완전한 해방’이 뭔데요?”
“그건…… 파괴 신을 모시게 되면 알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러면 어느 순간 스스로 깨닫게 되죠. 그래서 세리아 영애도 저렇게 신실한 태도를 갖게 된 거고요.”
“아하…….”
한마디로, 종교에 입교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렷다.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 전도 방식이군.
그녀가 딱히 답을 들려주진 않았지만, 내 머리만으로도 대충 유추할 수 있긴 했다.
‘완벽한 해방이라는 건, 아마 죽음이지 않을까.’
루벤의 추종자들이니 루벤이 세상을 파괴하기를 바라고 있을 거고…….
비이성적이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결국 그 이야기는 그들 스스로 죽음을 바라고 있다는 말이 된다.
‘어떤 꼬임을 받고 제 죽음들을 바라게 된 건지는 모르겠네.’
어쨌든, 나는 어쩌다 보니 미야를 따라 입교 코스를 밟고 있었다. 그럼 그 ‘완전한 해방’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내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이었다.
미야는 아주 열렬한 영업 사원처럼 나를 이곳저곳 끌고 다니며 안내했는데, 지하에 꽤 많은 공간이 있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있는 듯 잠자는 곳이나 식사와 운동을 할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까지 보고 나니 이 지하가 작은 도시 공동체처럼 느껴졌다.
“저분이 바로 우리 교단의 교주님이세요.”
여러 곳을 돌아다닌 이후, 나는 입교의 마지막 단계까지 도달했다.
다시 처음 도착했던 광장으로 돌아온 미야는 광장 가운데에 놓인 검붉은 돌의 위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까는 보지 못했던 단상 같은 게 마련되어 있었고, 한 사람이 올라가 있었다.
솜털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몸을 꽁꽁 가린 그는 검은 로브 탓인지 음침해 보였다.
“오늘 꽤 많은 분들이 새로운 신도를 데리고 왔군요.”
교주라고 불리는 이의 목소리는 마치 변조된 것처럼 어색하게 들렸다.
이 공간의 이상함을 눈치챈 건 이때부터였다.그가 말을 시작하자, 주변에 아주 흐릿한 검은 안개가 깔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확히는 그의 밑에 위치한 검붉은 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그것을 보지 못하는 듯 오로지 교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안개는 뭐지? 뭔가 이상한데…….’
검은 안개에서는 어쩐지 묘한 향도 났고,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확실히 어떤 작용을 함에 틀림없었다.
이 안개에 닿은 이들의 눈이 인형처럼 텅 비는 걸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으니까.
‘마치…… 이 안개가 이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야와 세리아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마치 인형처럼 멀거니 서서 교주만을 바라보았다.
교주는 다른 이들을 흘리듯 훑다가, 내 쪽에서 우뚝 고개가 멈췄다.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교주는 날 주시하고 있었다.
목뒤가 서늘해지고 솜털이 바짝 서는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 교주가 불현듯 단상에서 내려오더니 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으엑. 왜 이쪽으로 오는 거야?’
순간 땀이 삐질 흘러내렸다.
그가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혹시 내가 저 이상한 안개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걸 들킬까 싶어서였다.
나에게는 어떠한 결계나 마법도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괜찮은 듯했지만, 여기서 내가 조종당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지면 꽤나 난감해질 터였다.
나는 매의 눈으로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이럴 땐 연기력이 생명이다. 최대한 눈을 흐리멍덩하게 하고 실이 풀린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온몸에서 힘을 쭉 빼고 섰다.
이 정도면 대충 옆에 미야와 비슷한 것 같은데.
“…….”
그 연기가 먹혔는지 순식간에 성큼성큼 내 앞에 도착한 교주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중얼대듯 말했다.
“드디어 우리에게 왔는가……. 루벤의 안내자. 이제껏 기다렸노라.”
루벤의 안내자? 그건 또 뭐야?
저절로 얼굴이 구겨지려는 걸 애써 폈다.
교주는 감격스럽다는 듯 이어서 혼잣말을 했다. 미야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들을 리가 없다는 투였다.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만이 진정 루벤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 오래도록 이곳에 그대가 나타나 주길 기다렸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군.”
“…….”
날 보자마자 저러는 걸 보면 이미 내가 루벤의 안내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그럼 이 사람은 나와 안면이 있는 사람인가?
내가 머리를 팽팽 돌리는 동안, 교주는 휙 돌아 단상으로 올랐다.
그리고 두 손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파괴 신 루벤께서 우리에게 곧 ‘시작의 날’이 다가옴을 알리시는군요!”
“오오. 파괴 신이시여!”
교주의 말이 끝나자 이곳에 모인 신도들이 각자 파괴 신을 외쳤다. 그 소리가 너무 커 고막이 아플 정도였다.
반사적으로 귀를 감쌀 뻔했지만 가까스로 멈췄다. 지금 나는 이 안개에 의해 세뇌당한 상태니까. 마음대로 움직여서는 안 되겠지.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멍하니 서 있는 것도 힘들어질 쯤, 드디어 모든 의식이 끝이 난 듯했다.
교주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이제 ‘시작의 날’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동안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 주십시오. 다음 모임은 ‘시작의 날’이 될 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광장에 있던 이들은 마치 개미가 순식간에 제집으로 흩어지듯 재빨리 사라졌다. 눈 깜빡할 사이에 광장에는 미야와 나, 세리아만이 남았다.
“이만 돌아갈까요, 실리아?”
멍하니 서 있던 미야는 문득 정신을 차린 것처럼 눈을 여러 번 끔벅이다가, 날 보고 빙긋 웃고는 우리를 다시 저택으로 안내했다.
홀먼 백작가의 타운하우스에서 나는 재빨리 나와 시아스터가로 향했다.
‘루벤의 안내자가 대체 뭐지? 내가 나타나니까 시작의 날이 다가온다고 했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아니, 그 전에.’
대체 그 교주는 누구지? 날 이미 알고 있던 그 사람 말이야.
나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다자르의 방으로 돌진했다.
“다자르! 다자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는 오늘도 ‘그녀’를 보기 위해 잠에 든 모양인 듯했다. 내가 문을 벌컥 열었을 때, 그는 침대에서 눈을 감고 죽은 것처럼 잠에 빠져 있었다.
허겁지겁 그의 침대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귀족의 예의고 뭐고,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 지금 루벤의 추종자의 교주를 보고 왔다고!
게다가 그 녀석, 날 아는 듯했어!
“으음…….”
“좀 일어나 봐요! 빨리!”
다자르의 검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조금씩 황금빛 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깜빡, 깜빡, 느릿하게 뜨였다 감기던 눈에 점차 초점이 잡혔다.
그리고 이내 황금빛 눈동자가 완전히 보인다고 느낀 순간.
“희아……?”
“네?”
콱, 그의 어깨를 붙들고 있던 손이 순식간에 잡히고 뺨에 기다란 손가락이 닿았다. 마치 내 얼굴을 손의 감각으로 확인하듯 살짝 닿았다 떨어져 나가기를 반복했다.
‘어? 방금…….’
다자르가 이런 행동을 보인 것보다, 방금 전 그가 꺼낸 ‘희아’라는 말에 당황했다. 내게는 아주 익숙한 단어였던 까닭이다. 전생에 말이다.
“뭐야……? 실리아? 너야?”
그때 이제야 정신이 든 것처럼, 다자르가 퍼뜩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얼굴을 쓰다듬던 손가락도, 내 손을 붙잡고 있던 손도 덩달아서.
아니 내가 무슨 바퀴벌레라도 되나.
황급히 떨어져 나간 다자르를 보니, 매우 괘씸해졌다. 방금 전 익숙한 단어가 들렸던 것도 잊고 툭 말했다.
“정신 좀 차리시죠? 내가 루벤의 추종자 교주를 만나는 동안 질펀하게 잠이나 주무신 초월자 씨?”
“……뭐?”
다자르가 조금 전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듯 눈 사이를 좁혔다.
“방금 뭐라고 했지?”
“루벤의 추종자 교주를 만나고 왔다니까요.”
다시 한번 되풀이해 주고 나서야 다자르의 눈이 쟁반처럼 동그랗게 뜨였다.
그가 버럭 외쳤다.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