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0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30화 –
시아스터 공저는 평화로웠다.
아주아주 평화로워서, 어제 마물들이 이곳을 미친 듯이 헤집고 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짹짹. 귀여운 새소리도 들리고, 쪼르륵, 차를 따르는 소리도 들리고. 아주 여유로웠다 이 말이다.
‘어제 수면 결계도 쳐 뒀으니,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도 잘 잤을 거다.’
다자르의 말대로 칼은 아주 잘 잔 듯했다. 붕어즙을 열 개 먹었을 때보다 혈색이 더 좋았다.
“실리아 님. 악시온 님을 왜 그렇게 뚫어져라 보십니까?”
“으음.”
까르르 웃는 악시온을 무릎에 앉히고 빤히 응시하고 있는 날 보며 칼이 고개를 갸웃했다.
말랑말랑 찰떡 같은 하얀 뺨, 동글동글한 눈. 살짝 내민 작은 혀까지.
악시온은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어제 분명 내가 마물 때문에 위험에 처했을 때, 악시온이 날 부른 듯했다.
이 작은 입으로 직접 말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 악시온, 어제 어떻게 말한 거예요? 응?”
“아부?”
“어제처럼 말해 볼까요? 자, 마마~ 마마 해 봐요, 마마!”
“이잉.”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계속해서 말하자, 악시온이 울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칭얼댔다.
그러자 그런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칼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크흠. 그러고 보니 이제 마마, 정도는 할 때인 것 같긴 합니다만…….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실리아 님은 이보다 더 늦게 말이 트셨는걸요.”
“음, 그래?”
에반로아르 핏줄이 좀 말이 느린가?
아니. 이게 아니라, 분명 어제 말했다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칼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었으므로 나는 끄응, 하며 악시온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수면 결계를 쳤다면, 악시온이 깨었다가 다시 잠든 것도 이해가 갔다.
“이 엄마를 구하려고 억지로 일어났던 거니, 악시온?”
“우웅?”
악시온의 울음소리를 듣고 깨어났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 악시온이 지금보다 쑥쑥 클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을까요?”
“우아!”
악시온은 내 갖은 노력에도 마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늘은 포기하고 악시온과 손장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뒤, 밀짚모자와 작업복을 갖춰 입고 논밭으로 향했다.
“누님, 어서 오십시오!”
어제 시퍼런 칼을 빼 들고 마물을 살육하던 기사들은 어디 갔는지, 아무리 잘 봐 줘도 시골 농부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하하 웃으며 인사해 왔다.
3040들에게 누님 소리를 받자니, 영 적응이…….
“흠흠. 다들 모여 보세요.”
내 부름에 그들이 휘리릭 모여들었다.
그리고 내가 들고 온 바구니를 보고 허억!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입을 움켜쥐었다.
“이…… 이것은……!”
“여유가 좀 생겨서, 가래떡을 했어요.”
“오오!”
지난번에 가래떡을 먹으려거든 날 도우라고 하고, 꽤 오랜 기간 보상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는 산속이니까, 연무장으로 돌아갈까요?”
“예?”
“거기서 꼬치에 끼워서 구워 먹어요.”
그러자 흑매들은 커흑, 하며 퍽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누님!”
그들을 데리고 연무장으로 돌아가 가래떡을 열심히 구웠다.
흑매들은 저마다 가래떡을 꽂은 꼬치를 하나씩 쥐고 꿀에 찍어 먹으며 쩝쩝댔다.
황홀한 얼굴로 온몸을 바르르 떠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과연 이놈들이 어제 그 흑매가 맞나 싶다.
그들에게 이렇게 가래떡을 가져와 바친 것은 단순히 보상만을 생각한 것 때문은 아니었다.
평소엔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녀석들이어도, 무력을 써야 하는 순간이 오면 먼치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강한 녀석들임을 요즈음 깨달아서였다.
한마디로, 뇌물이다.
“자, 여러분. 먹으면서 들으세요. 이제 논을 다 만들었으니 또 할 일이 있답니다.”
흑매들은 가래떡을 해치우며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네, 누님!”
“말씀하십시오! 쩝쩝!”
“야, 이 새끼야. 내 것 뺏어 먹지 말랬지!”
“닥쳐, 새끼들아. 누님 말씀하고 계신 거 안 들리냐?”
대머리와 구릿빛이 또 투덕대며 싸우기 시작하자, 주변에서 그들을 걷어찼다.
왠지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저 대머리와 구릿빛은 만약 내가 빙의한 이곳이 로판이 아니라 다른 장르였다면…….
‘윽.’
순간 스쳐 지나간 두 사람의 수줍은 얼굴을 도리도리 고개를 돌려 흩어 없앴다. 상상만으로 괴로워졌다.
“내일부터 우리는 비료를 구할 거예요.”
나는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하나씩 마주하며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내일은 산을 탈 준비를 하고 와야 한답니다?”
“네에에!”
유치원생이라도 된 것처럼 그들이 일제히 외쳐 답했다. 그런 그들을 조금 부담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휙 고개를 돌렸다.
그때 레온이 스윽 옆으로 오더니 속닥대며 물었다.
“누님, 그런데 어제 말입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 손으로 입가를 가린 그는, 어째서인지 은빛 머리칼에 반짝반짝 꿀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의 머리카락에 매달린 노란 꿀을 심드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면 머리카락에 꿀이 묻을 수 있지? 헤드뱅잉이라도 하면서 가래떡을 뜯었나?
“네. 어제요? 왜요?”
“혹시 성안을 뛰어다니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거요.”
흠흠. 어제 날 본 건가.
‘다자르가 결계에 걸리지 않은 걸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나는 그가 매달고 있는 꿀에서 슬쩍 시선을 돌려서, 저 멀리 내다보았다.
아련하게 눈을 흐리고 느릿하게 말했다.
“하아. 보고 말았군요.”
“……크흠. 보, 보면 안 되었던 겁니까?”
“레온 말고, 또 본 사람이 있나요?”
“아뇨. 저만 봤습니다만…….”
레온이 멍한 눈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문제는 그 긁적이는 손에 가래떡이 들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 덕에 가래떡에 묻어 있던 꿀이 치덕치덕 그의 머리에 가서 붙었다.
그의 은빛 머리칼은 이제 뭉친 실타래처럼 떡 져 버렸다.
저건 더는 손 쓸 수 없는 정도였다.
그걸 깨닫지 못한 채, 레온은 제 머리에 문지른 가래떡을 한 입 뜯어먹으며 말했다.
“주군께서 분명 수면 결계도 걸어 뒀을 텐데요. 아주 잘 뛰어다니시더군요. 으음. 게다가 본관에서 주군과 함께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맞아요. 그랬지요.”
분명 다자르가 내가 결계에 걸리지 않는 몸이라는 건 비밀로 하라고 했으니까 그에 충실해야 했다.
“사실 그건…….”
내가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하자, 그가 떡 진 머리를 내게 들이밀었다. 달달한 꿀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그의 귀에 대고 나는 작게 속삭였다.
그저 달밤에 다자르와 산책을 좀 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사실이긴 했다.
그러자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하지만 어제 분명 누님께서 주군께 짖어 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니, 그건 또 어떻게 들었담?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랬죠. 어제가 그쪽 주군이 개가 된 역사적인 날이거든요.”
그러자 내 말을 듣던 레온이 점차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마지막에는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그의 붉은 눈동자만큼이나 화려하게 붉게 변한 얼굴이 신기해 눈을 끔벅였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주군께서…… 합!”
그가 저도 모르게 중얼대다 깜짝 놀라서 주변을 휙휙 살피며 두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나는 그런 그를 보고 아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그쪽 주군이 개가 된 날이지.
“크흠! 두 분께서 늦은 밤 그렇고 그런 걸…….”
“……?”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제껏 균열의 날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시던 주군께서 왜 땀범벅이 되어 계신가 했더니…….”
“…….”
“이 일은 반드시 비밀로 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
아니, 저기.
레온이 지금 엄청난 오해를 한 것 같은데.
늦은 밤 그렇고 그런 거라니. 어머나.
화들짝 놀라 재빨리 말했다.
“레온. 설마 이상한 상상 하는 거 아니죠?”
그러자 레온은 안심하라는 듯 살짝 웃어 보이며 비밀 이야기를 하듯 속삭였다.
“바닐라 아가씨가 멍멍이를 좋아한다는 정보는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두 분께서 아가씨를 위해 그런 역할놀이를 연습하고 계셨다니……. 조금 감동이군요.”
“네? 역할…… 놀이요?”
“네. 두 분이 멍멍이 탈을 쓰고 역할놀이를 준비하신 거 아닙니까?”
……아. 이상한 상상을 한 건 나였구나. 하하.
내가 문제였네. 내가 문제야.
내 머릿속 음란마귀가 제멋대로 날뛰는 바람에, 레온의 뜻을 오해하고 말았네. 하하!
나는 웬일로 멀쩡한 소리를 지껄이는 레온을 뚱하니 바라보았다.
다자르가 개가 되었다고 하니, 얼굴을 붉히며 바닐라를 위한 역할놀이를 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건전한 흑매 단장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떡져 있었다.
전생에 빨간 19금 딱지가 붙은 책을 열심히 정독한 덕분에 붉게 물들어 버린 뇌를 간직한 나는 그 떡진 머리를 바라보며 괜히 짜증이 났다.
흥. 저 말을 듣고 나만 이런 생각한 건 아닐 거야. 그렇지?
“……그렇다고 치죠.”
“저에게까지 비밀로 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흑매의 단장이니까요. 바닐라 아가씨는 미래의 제 주군이시고요. 후후.”
“……예이, 예이.”
“물론, 그 역할놀이에서 저는 빼 주십시오. 저는 주군처럼 개가 되기는 싫거든요.”
단호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는 레온은 순수함으로 가득해 보였다.
뇌 또한 퓨어해 보이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 퓨어함 덕분에 내 붉은 뇌를 직면하고만 나는 입술을 비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