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4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34화 –
“자, 이제 돌아가 볼까?”
잘 고른 흙으로 실컷 장난한 악시온의 손바닥이 흙 범벅이었다. 작은 손을 가볍게 털어 주고 악시온을 안아 들었다.
“오늘 악시온, 재미있게 놀았어요?”
“우아! 우아!”
악시온은 신난 기색이었다. 살짝 붉어진 뺨이 마치 복숭아 같았다. 혹시 악시온이 추울까 싶어 아까 벗어 둔 아기 코트를 입혀 주고 논밭을 벗어났다.
“우리 악시온이랑 흙장난해서 엄마도 재밌었어요. 우리 이제 돌아가서 같이 낮잠이나 잘까?”
“팔자 좋네. 낮잠도 자고.”
어머. 우리 악시온이 벌써 문장으로 말을?
……그럴 리는 없고.
“뭐야. 그 썩은 얼굴은. 생명의 은인을 반기지는 못할망정.”
“생명의 은인? 어디서 개가 짖지.”
“하.”
난데없이 나타나 시비를 건 다자르가 삐딱한 숨을 뱉었다.
나는 악시온을 고쳐 안고 척척 그를 지나쳐 걸었다.
“우리 악시온, 이제 돌아갈까요?”
“잠깐, 잠깐. 어딜 가?”
“어딜 가긴요. 방에 돌아가는 거죠. 날이 춥다고요. 이런 날 악시온은 오래 밖에 있으면 안 돼요.”
다다다 쏟아 낸 말에 다자르가 입을 다물었다. 악시온을 한 번, 나를 한 번 번갈아 본 그가 팔짱을 끼고 고갯짓을 했다.
대충 저택이 있는 쪽을 향해서였다.
“그럼 데려다 놓고 내 방으로 와.”
“왜요?”
“왜긴. 잊은 거 없어?”
“없는데요?”
“…….”
다자르의 얼굴이 구겨졌다.
아, 나도 이 몸의 원래 주인처럼 진성 사디스트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던 건가?
저 구겨진 얼굴이 왜 이렇게 기분 좋지?
“기분 좋아 보인다?”
“아닌데요?”
“하, ‘균열의 날’ 이후로 성격이 더 이상해진 것 같아, 너.”
“그쪽은 원래 이상했잖아요. 쌤쌤으로 치죠.”
“뭐? 쌤쌤……?”
쌤쌤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다자르가 해괴한 얼굴을 했지만, 나는 사뿐히 무시하고 척척 걸었다.
뒤이어 다자르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한테 약속한 거 있잖아.”
아주 끈질기네, 끈질겨.
“약속이요? 그게 뭐……. 아.”
내가 저 개랑 약속한 게 뭐가 있겠나 싶어 퉁명스레 중얼대다가, 문득 떠올리고 말았다.
그가 내 마음속에서 공식적으로 개가 된 날 나누었던 대화를.
‘저번에 내게서 뺏어 간 그, 간장계란밥 달라고.’
‘알았어요. 알았어.’
맞네, 했었네.
공식적으로 약속이라고 칭한 건 아니긴 했지만.
“뭐예요. 간장계란밥 말하는 거죠? 그럼 그냥 달라고 하면 되지, 거창하게 웬 약속.”
“귀족들이 약속할 때 그렇게 단순하게 ‘와 우리 지금부터 약속이다? 손가락 걸어.’ 이러는 줄 알아?”
“갑자기 뭔 소리예요?”
다자르가 뚱한 얼굴로 다다다 말을 뱉었다.
“그냥 오가는 것처럼 보이는 단순한 대화도 가문 간의 약속이 된다는 뜻입니다, 영애. 사교계와는 담을 쌓은 에반로아르 영애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무슨, 간장계란밥 해 달라는 말에 사교계까지 나와?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귀를 후비고 그를 말끔히 무시했다.
“예이, 예이. 어련하시겠어요. 일단 좀 기다리세요, 그럼. 곧 갈 테니까.”
대충 그를 떨궈 놓고 얼른 방에 돌아가 칼에게 악시온을 건넸다.
“어? 들어오시자마자 바로 나가시는 겁니까?”
입술 주변이 거무죽죽한 것이, 붕어즙을 마신 게 분명했다. 칼이 황급히 입가를 훔치며 눈을 댕그랗게 떴다.
“곧 세드릭 님이 돌아오실 텐데요.”
“으음. 만약 돌아와서 내가 없으면 수고했다고 하고, 대충 잘 보내 줘. 잠깐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오는 동안 또다시 잠이 든 악시온을 칼이 조심스레 받아 안았다.
악시온이 잘 자는 것을 확인한 나는 재빨리 걸어 다자르의 집무실이 아닌, 주방으로 향했다.
이전에 본 적 있는 주방의 시종들이 내게 인사를 해 왔다.
“잠시 써도 되죠?”
“예, 옛!”
아마도 주방장으로 보이는 이가 살짝 긴장한 얼굴로 재빨리 답했다.
그들을 뒤로하고 남은 쌀로 밥을 짓고 있으려니, 뒤에서 소곤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분이 그 유명하신 전설의 주방장이신가?”
“맞네, 맞아! 저분이 주방에 다녀가신 이후로 가주님께서 변하셨다지?”
“그래. 요새 들어 먹는 걸 찾으시는 횟수가 늘었다 들었어.”
뭐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소곤거리고는 있지만 바로 뒤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원치 않아도 내 귀에 꽂혔다.
“저 전설의 주방장님께서 가주님의 입맛을 다시 회복시켜 주고 계신 게 틀림없어!”
아니, 이 몸이 어딜 봐서 전설의 주방장처럼 보인다는 말이야?
나는 뚱한 얼굴로 내 몸을 슬쩍 살폈다.
드레스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농사일로 단련된 무쇠 다리를 지나, 악시온을 몇 시간 안고 있어도 끄떡없는 팔뚝에서 잠시 멈췄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연약해 보이지만 속은 근육으로 채워진 팔이다.
‘음. 아주 가냘프기만 한데.’
머리카락도 반짝거리는 블론드 빛이고, 제법 미인의 상이란 말이다.
아무리 좋게 봐 줘도 전설의 주방장 뭐시기처럼은 보이지 않는 외양이었지만, 다자르가 이것저것 챙겨 먹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그 외양을 씹어 먹을 정도로 큰 모양이었다.
“다 됐다.”
한순간에 전설의 주방장이 된 나는 밥이 적당히 지어져 갈 때 타이밍을 맞추어 계란프라이를 만들었다.
자고로 계란프라이를 너무 일찍 하면, 식어서 딱딱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을 갓 지은 밥 위에 얹고 간장 맛이 나는 소스를 살짝 돌려서 뿌렸다.
금세 맛있어 보이는 간장계란밥이 만들어졌다.
“뭐, 해 주기로 하긴 했으니까.”
간장계란밥이 든 그릇을 트레이에 올린 뒤 당당한 걸음으로 척척 걸었다. 내 공인 멍멍이, 다자르의 집무실을 향해서였다.
* * *
“……왔나?”
다자르는 웬일로 창턱이 아닌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었다. 반지르르한 그의 책상은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여,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다자르 또한 조금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그가 의연한 척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대에 들떠 있다는 것이.
“요새는 책을 거꾸로도 읽나 봐요?”
“……!”
그가 들고 있는 책이 거꾸로 들려져 있었던 까닭이다.
다자르는 내 말을 듣자마자 책을 휙 던지듯 내려놓고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한걸음에 내 앞으로 와서 트레이로 손을 뻗었다.
“어머, 어딜.”
“……뭐야?”
“신성한 간장계란밥을 그 더러운 손으로 먹을 순 없죠. 어서 손 씻고 오세요.”
“하, 나 참.”
어이가 없다는 듯 어깨를 턴 다자르가 웬일로 얌전히 내 말을 들었다. 재빨리 집무실 한편에 달린 방에 가서 젖은 손수건을 가져온 그가 내 앞에서 쓱쓱 손을 닦았다.
그러고는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 날 뚫어져라 응시하기 시작했다.
“흠흠.”
평소 시건방짐이 하늘을 뚫을 지경이던 사람이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니 조금 어색했다.
나는 트레이를 그의 앞 테이블에 내려놓고 스푼을 그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토록 원하던 간장계란밥을 가져왔어요. 그때 구해 준 건…….”
크흠!
나도 안 하던 짓을 하려니 조금 민망했다.
검지로 살짝 뺨을 긁으며 말을 이었다.
“고, 고마웠어요. 덕분에 살았으니까.”
물론 죽을 뻔한 이유도 그쪽 때문이긴 하지만.
‘내가 결계가 안 걸리는 체질인 건 몰랐으니.’
그도 고의로 나를 위험에 몬 건 아니었다.
내 말에 그의 표정이 살짝 묘해졌다.
눈썹이 살짝 아래로 내려오고, 입술이 비틀리면서, 코끝이 찡그려졌다.
날 빤히 바라보던 그가 조심히 입술을 뗐다.
“뭐야, 너. 여기에 뭐라도 탔냐?”
“…….”
이 자식이.
그에게 조오오오금 고맙다는 감정이 살짝 생겨났다가, 빠른 속도로 소멸했다.
“정정할게요. 하나도 안 고마워요. 어서 처먹기나 하세요.”
“귀족 영애께서 그런 말투를 쓰시면 안 되는데.”
“그쪽이나 좀 예쁜 말 쓰시죠?”
흥. 그와 내가 동시에 코웃음을 뱉었다.
“어서 먹기나 해요.”
이러다 밥이 다 식겠다.
내 말에 다자르가 정신을 차린 듯 재빨리 스푼을 쥐었다.
“일단 그렇게 드시고, 다음에는 비벼서 먹어 보세요.”
다자르가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푼이 천천히 움직여 그의 입으로 쏘옥 들어갔다.
“……!”
그의 얼굴에 ‘맛있어!’라는 표정이 한껏 깃들었다.
아주 뿌듯한 얼굴이로세.
이렇게 그의 전설의 주방장이 되는 것도 왠지 조금 괜찮다고 느껴질 정도로, 기쁨에 찬 표정이었다.
코끝을 살짝 훔치고 속으로 히죽대고 있는 동안, 그는 재빨리 간장계란밥을 흡입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그릇에는 밥 한 톨도 남지 않았다.
“후우.”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 스푼을 내려놓고는, 냅킨으로 입가를 톡톡 두드렸다.
작은 손짓에도 대귀족다운 기품이 묻어나와 어쩐지 재수 없었다.
“잘 먹었다.”
뭐, 이렇게 맛있게 먹으니 조금 재수 없는 건 이해해 주도록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트레이를 들고 치우려고 하는데. 그가 툭 말했다.
“이제, 나와 함께 신전에 가자.”
네? 마족이고 사람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단이라며 벌한다는 그 신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