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90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90화 –
그 문양을 마주하자 심장이 콩닥콩닥 뛰며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악시온이 루벤이라고 온몸으로 탑이 주장하고 있는 것 같잖아.
쿵! 쿠웅!
멍하게 있던 것도 잠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밖에서부터 들려왔다. 탑 밖에서 마주친 그 마물임에 틀림없었다.
혹시 문이 부서지지는 않겠지?
“걱정 마라, 인간. 이곳은 루벤의 탑. 절대 저 마물 따위에게 문이 부서질 일은 없으니까.”
조금 전까지 부리가 잡혀 꽥꽥거렸던 주제에, 붉은 새가 왠지 모르겠지만 자부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나를 위로했다.
중이병에 걸린 새의 위로라니. 썩 믿음직스럽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긴장했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그래도 나름, 수호자가 키우는 새가 아니던가. 거기다 말도 하니까. 어쨌거나 신묘한 새일 테니 일단 믿어 보도록 할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탑 안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악시온의 문양이 벽에 온통 새겨져 있었지만, 이것만으로 아직 악시온이 루벤이라 확신할 수는 없었다.
우선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탑은 건축에 대해 무지한 내가 봐도 정말 신기한 양식으로 건축되어 있었다.
이상한 방식으로 꼬아진 기둥이 천장을 받치고 있었고 용도를 알 수 없는 구조물들이 곳곳에 있었다.
“되게…… 기묘한 곳이네.”
뭐랄까. 탑에 들어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 몸 속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이 탑이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뭔가 오묘한 느낌.
“당연하다. 이곳은 루벤의 탑이니까.”
“……아까부터 느꼈는데. 너 루벤의 탑에 대해 아는 게 많구나. 역시 위대한 존재라서 그런가?”
“크흠!”
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한층 더 기가 산 듯 보이는 새를 향해 슬쩍 띄워 주듯 물었다. 상대가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뜯어내는 게 인지상정이다. 붉은 새가 날갯죽지를 높이 들어 올리며 말했다.
“당연하지. 이 루벤의 탑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이는 바로 나일 것이다. 흠.”
“오, 그래? 다자르보다?”
“그렇다!”
이유를 물으면 또 혼돈의 어쩌고 할 게 뻔했으므로, 나는 잠자코 붉은 새가 부리를 조잘대기를 기다렸다.
제 자랑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어쩐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던 까닭이다.
아니나 다를까. 붉은 새는 떠벌떠벌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곳이 루벤의 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루벤의 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루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아. 그저 그를 담을 뿐.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그래, 거울. 거울이라고 하는 게 좀 더 알맞은 표현이겠군.”
“거울?”
“그래. 루벤 그 자체를 비추는 거울. 그 거울을 시아스터가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시아스터의 초월자들이 대대로 루벤을 알아볼 수 있는 건 그들이 관리하고 있는 이 루벤의 탑 덕분이야.”
시아스터의 초월자들이…… 루벤을 알아본다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럼 다자르도 루벤을 보면 딱 루벤인지 알 수 있다는 건가. 하지만 그러기엔 악시온을 보고도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의아해졌지만 우선 잠자코 다음 말을 기다렸다.
“물론, 이 루벤의 탑 말고도 그들이 지니고 있는 특수한 힘이 있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초월자들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거지만.”
계속해서 걷다 보니 가장 안쪽에 위치한 계단이 보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이 위로 올라가면 뭔가 있을 것 같았다.
“뭐 어쨌든, 이 탑의 꼭대기에는 그 거울이 존재해. 그래서 시아스터가의 가주는 매년 이곳에서 루벤이 나타나는지 확인하지.”
“……거울이 있다고? 이 탑 자체가 루벤의 거울이라면서.”
“그래. 그것도 맞지. 이 탑은 루벤의 성향에 따라 변하거든. 루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서 탑 안의 분위기가 달라지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2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펼쳐진 장면에 잠깐 숨을 멈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물건이 눈앞에 등장한 까닭이다.
“……그러니까, 루벤의 상태에 따라서 탑 안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거지?”
“……그렇다.”
2층에는 아주 커다란 황금색 딸랑이가 정중앙에 위풍당당하게 놓여 있었다.
어쩐지 붉은 새가 눈을 피하면서 답했다. 아까 전에는 굉장히 자부심이 넘쳐 보였는데.
‘이건 악시온이 좋아하는 딸랑이잖아.’
물론 그 크기는 압도적으로 크지만, 분명 엘스턴이 개발해서 가져온 황금 딸랑이였다. 내가 가지고 있던 걸 압도적으로 이긴 딸랑이였으므로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악시온의 목에 있는 문양에 이어서 2층에서는 황금 딸랑이까지 보고 나니…….
악시온이 루벤일 것이라는 마음이 점점 확신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이건 좀…… 생각보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조금 전 너무 어이없는 물건을 마주해서일까.
오히려 아까 전에 나를 잠식했던 불안감이 사라져 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모순적이게도 나는 오히려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악시온이 루벤이라서 기쁘거나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냥, 이제까지 악시온이 루벤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확실히 방향이 정해지니 앞으로 어떻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황금 딸랑이를 뒤로하고 다시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흠흠. 아무튼, 이전 세계의 루벤의 탑은 안이 아주 멋지고 화려했는데! 이번 세계의 루벤은 아주 소박하군.”
“그래? 그럼 이전 세계의 루벤에 비해 많이 차이가 나?”
“당연하지. 이전 루벤의 탑은 아주 음험하고 위험한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불행을 먹고 자라며 키워 온 원한과 증오가 생생히 느껴지는 곳이었지.”
아주 끔찍한 곳이었다는 말이로군.
“하지만 여기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평화롭군. 게다가 저 딸랑이는 대체 뭔지 모르겠어. 이번 대의 루벤은 썩 행복한 삶을 사는 게 틀림없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투덜대듯 말했지만, 나는 봤다. 붉은 새의 눈빛에 슬쩍 스쳐 지나간 부러움을.
저 부러움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그런 궁금증이 피어올랐지만, 이후 붉은 새가 입을 닫아 버려 더 물을 수가 없었다.
기나긴 계단을 올라 3층에 오를 때까지, 붉은 새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어머.’
3층에 올라서자마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의 방처럼 보이는 이곳은 한눈에 봐도 아늑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한쪽에서는 난로가 방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었고, 중앙에는 푹신해 보이는 소파가, 바닥에는 푹신한 카펫이 자리했다.
분명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창문도 벽 한쪽에 위치했다. 다가가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우리가 지나온 숲이 보여야 할 텐데, 창밖의 풍경은 딴 세계였다. 아주 따사로운 해가 하늘에 떠 있었고, 구름은 몽실몽실했으며, 땅에는 온갖 꽃들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이다.
“…….”
내가 감탄하는 동안, 붉은 새는 얼굴을 구겼다. 급기야 파닥파닥 날면서 다리로 내 옷자락을 붙잡고 계단으로 이끌었다. 더 보기 싫다는 제스처였다.
루벤의 탑이라길래 아주 무섭고 음침한 곳을 생각했는데 이렇게 따사로운 풍경이라니. 아주 의외였다.
그리고 어쩐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느낌상 악시온이 정말 루벤이…… 맞는 것 같은데.
그럼 우리 아이의 마음 상태가 이렇게 따사롭고 몽글하다는 걸까.
“빨리 와라, 빨리!”
붉은 새도 이곳에 처음 들어온 게 틀림없었다. 연신 탑을 보면서 온몸으로 불만을 쏟아 내고 있었으니까.
나는 녀석이 이끄는 대로, 탑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그곳은 다른 층보다 작았다.
‘마치 백설공주에 나오는 거울 같네.’
방금 전 설명대로, 탑 꼭대기에는 정말 거울이 있었다.
내 키보다 큰 거울은 방 한가운데에 떡하니 위치해 있어, 이 방이 오로지 거울을 위해 마련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붉은 새가 이끄는 대로 거울 앞에 섰다.
붉은 새는 어딘가 신이 난 듯했고, 곧 다가올 내 반응을 기다리는 듯했다.
‘설마 얘 악시온이 루벤인 걸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날 루벤의 탑으로 이끈 것도 그렇고. 왠지 그런 것 같은데.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건가?
이미 1층과 2층을 보며 악시온이 루벤이라는 확신이 거의 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나는 붉은 새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어서 거울을 깊게 들여다보아라. 후후. 루벤의 끔찍한 심연이 널 같이 들여다볼 것이다. 루벤이 이 세상에 나타난 순간부터 말이야.”
붉은 새가 음산하게 웃으며 그리 말을 했지만, 나는 조금 떨떠름하기만 했다.
이미 다 알아챈 마당에 굳이 이 거울을 볼 필요가 있는가.
하지만 아까 전의 황금 딸랑이를 본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참이었기에, 머리를 긁적대다 마지못해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깊게 들여다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뚫어져라 보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
그러나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거울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슬슬 마음이 답답해져 오려던 때…….
“어?”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배경에서 하얀 점이 스르륵 나타나더니, 점차 그 빛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응애……. 응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어떤 여인의 목소리 또한.
-왜…… 죽지 않은 거야……! 빌어먹을 녀석!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목소리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때.
탁.
커다란 손이 부드럽게 내 눈을 가렸다. 갑작스러운 온기에 깜짝 놀라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내가 놀란 듯하자, 눈을 감싼 자가 어깨를 작게 토닥이며 아예 나를 거울에서 돌려 버렸다. 그러며 작게 속삭였다.
“보지 않는 게 좋아. 그 꼬맹이, 과거에 미움을 꽤 많이 받았거든. 네 이복 언니에게 말이야.”
내 옆에서 작게 속삭이는 이 목소리도, 눈을 덮고 있는 커다란 손도, 익숙했다.
“……다자르?”
“응.”
루벤의 탑을 지키는 시아스터가의 수호자이자,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붉은 새의 주인.
다자르 시아스터였다.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저절로 어깨가 떨렸다.
“왜, 왜 여기에 있어요? 이 늦은 시간에.”
“그건 내가 할 말인 것 같은데.”
평소와 달리 아주 상냥하다 못해,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다정한 목소리다.
안 그러던 사람이 저렇게 다정하게 말하니까 더 살벌하게 느껴진다.
눈이 가려져 있어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자르는 진심으로 화가 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