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205
나 혼자 S급 소환수 205화
강철의 망령 (5)
잿빛 하늘의 어두운 공터.
“…….”
총 6명의 서머너가 뒷짐을 진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했는지 서로의 숨소리마저 죽인 채, 그저 대기하고 있는 이들.
그들은 다름 아닌 프리덤의 예비 간부들이었다.
‘진짜…… 이렇게 쉽게 간부가 된다고?’
그들 중 가장 키가 작은 꼬마, 한만식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과 함께 간부로 올라갈 인원들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다들 보통이 아니야.’
꼬마는 침을 꿀꺽 삼켰다.
눈빛만 봐도 안다.
평범함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자들.
하나같이 최소 사람 수백은 죽였을 법한 기세였다.
‘……난 운이 좋았지.’
원래는 간부 후보를 뽑아 일종의 테스트를 거쳤다고 한다.
1간부 더 문(The moon)이 2명.
2간부 요미가 2명.
3간부 서동희가 2명.
그게 현 간부들에게 주어진 최종 T.O였고-
서동희는 그 테스트가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입맛대로 뽑아버린 거다.
덕분에 꼬마는 어떠한 테스트도 없이 손쉽게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저벅저벅.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들의 앞으로 시커먼 외투를 입은 덩치의 남성이 걸어왔다.
‘……저자가.’
꼬마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1간부, 더 문.
현 프리덤에서 노야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자.
과거 5간부 잭 폴탄이나 4간부 리처드 브레드와는 달리 대중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자였다.
대중들뿐이랴?
프리덤 소속 서머너들도 그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아는 자는 드물었다.
이윽고, 덩치의 남성에게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들 반갑군.”
휘이잉.
서늘하게 부는 바람처럼 싸늘해 보이는 목소리.
“알겠지만, 나는 1간부다. 이름은 알 거 없고, 그냥 더 문이라 부르면 된다.”
사내의 인사에 일곱 명의 서머너들이 각자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반갑습니다!”
“바, 반갑습니다!”
분위기에 맞춰, 인사에 동참하는 꼬마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고 있었다.
‘언젠가 내 손으로 죽여야 할 자.’
만식이는 잊지 않았다.
비록 운 좋게 간부가 됐다지만, 프리덤은 언제나 자신의 주적이라는 것을.
“좋군. 다들 프리덤의 대계에 한 발짝 다가온 것을 축하한다.”
고개를 끄덕인 더 문은 소매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이제부터 그대들은 간부가 되기에 앞서, 한 존재를 만나게 될 것이다.”
툭.
더 문이 꺼낸 무언가를 바닥에 던지자, 우우웅! 소리와 함께 빛무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곧 생길 포탈을 탄 후에, 백발의 노인을 찾아라. 우리 프리덤의 주인이시자,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분.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는 그분을 노야라 부른다.”
노야(老爺).
노인을 높여 부르는 말로.
보통 무협지에 은거 기인으로 많이 등장한다.
“…….”
두근두근.
꼬마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봐야 할 존재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싸워야 할 집단의 끝판왕이기에.
“자, 그럼. 무운을 빌지. 천천히 한 명씩 들어가도록.”
우우웅!
어느덧 포탈이 완성되었고-
말을 마친 더 문은 다시 등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번쩍!
점철된 시야가 돌아오자 보이는 것은.
“……꽃밭?”
포탈 속으로 들어온 꼬마의 첫마디였다.
다른 예비 간부들과 함께 들어온 꼬마는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백의 공간에 커다란 정원이 보였고 만개한 꽃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흐음, 웬 꽃밭이죠?”
“조심하세요. 테스트의 연장일 수도 있으니.”
“이 넓은 곳에서 노야를 직접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요?”
예비 간부들 역시 도착하자마자 낮은 자세로 주변을 응시하고 있었다.
“…….”
꼬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분명…… 포탈을 탔고, 신비한 공간인 걸 보면 던전이 분명한데.’
상태창이 뜨질 않는다.
던전에 들어가면 상태창이 뜬다는 것은 모든 서머너가 아는 상식.
한데, 그렇지 않은 공간도 있다니?
‘프리덤……. 도대체 어떤 집단인 거냐?’
타계의 악마를 소환하려 하고.
서머너를 순식간에 강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이런 신비한 공간까지 가지고 있는 집단.
솔직히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건 도전이 무력하게 막혀버릴까 봐.
“저기! 건물이 하나 있는데요?”
한 예비 간부가 무언갈 찾은 건 그때였다.
“건물이요?”
“네, 저쪽 보이시죠? 우선 저기부터 가볼까요? 여기 꽃에 뭔가 있는 것 같진 않은데.”
“흠, 그럴까요?”
“첫 의견이니 따라보죠.”
예비 간부들은 서로를 존중했다.
다들 다른 곳에선 한 성깔 했을 법한 자들인데도 본인들의 성격을 죽였다.
‘프리덤의 간부는 분쟁하지 않는다.’
노야가 내린 명 때문인 듯했다.
한만식 역시 서동희에게 전해 들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꼬마는 예비 간부들을 뒤따라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건물을 찾아가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
덜컹!
문을 열자마자 뒷짐을 지고 있는 하얀 도포의 노인이 보였으니까.
마치 신선과도 같아 보이는 신비한 분위기의 백발노인.
“허허, 왔는가?”
노인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인자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
꼬마와 예비 간부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위치도 위치겠지만.
저 몸뚱어리 안에 내포된 아득한 기운을 본능적으로 느낀 탓이다.
“노, 노야를 뵙습니다!”
누군가가 외치자!
“노야를 뵙습니다!”
“노야를 뵙습니다!”
꼬마와 나머지도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분위기상 그래야 할 것 같았기 때문.
“허허, 너무 긴장들 하지 말게나. 이제 한 가족이 될 운명이거늘.”
끌끌, 웃음을 흘린 노야가 등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다들 따라오게. 보여줄 게 있으니.”
“네!”
“알겠습니다!”
분명 소소하게 작은 건물이었으나.
내부는 무척이나 컸다.
천장은 오르지도 못할 높이에 닿아 있었고-
복도 역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몇 분을 따라 걷던 꼬마는 이내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저게 뭐지?’
꼬마는 눈을 좁게 뜬 채, 그것을 자세히 살폈다.
복도 한가운데 설치된 커다란 크리스탈.
그리고 그 내부에 봉인되어 있는 자그마한 존재.
인간, 아기의 형상인데 작은 날개가 달려 있고-
본인 크기만 한 나무 활을 들고 있는데, 굉장히 괴로워 보였다.
‘노야가 보여준다고 한 게 저건가? 근데 저게 뭐지?’
예비 간부들과 함께 의문 어린 표정을 짓자.
걸음을 멈춰 선 노야가 문득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혹시 이런 생각 해본 적 없는가? 사실 이 세상을 통제하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있고, 그 존재의 입맛대로 세상이 흘러가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
노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끌끌, 해본 적 없나 보군. 그래, 어려울 수도 있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저 존재는 인류가 말하는 ‘신’일세. 에로스라 불리는 놈이지.”
……에로스?
꼬마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보다.’
정말 이 세상에 신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 신을 가둬 놓은 거라고?
‘하긴, 악마도 소환하는 놈들인데.’
신이라고 없을까.
그래도 충격이긴 했다.
몰랐던 세상의 이면, 한 부분을 알게 된 느낌이랄까?
“놀란 표정들이로군. 또 하나 알려줄까?”
노인은 재밌다는 듯 말을 이었다.
“자네들이 사용하는 감응력의 순수 원천이 바로 이 ‘신’들에게서 나오는 것일세. 난 오늘 너희들에게 이 녀석의 힘 일부를 나눠줄 생각이야.”
“……!”
꼬마는 그제야 깨달았다.
사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왜 프리덤의 간부들은 선정만 되면 압도적으로 강해지는 걸까?
잭 폴탄도.
리처드 브레드도.
서동희도.
분명 그 나이대에 쌓을 수 없는 감응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가……!’
꼬마는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감응력의 ‘원천’을 소유하고 그 힘을 통제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감응력을 선택적으로 쑤셔 넣을 수 있다면?
모든 게 설명이 된다.
경악하는 예비 간부들을 보며, 노인은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놈은 또 타계의 존재들에겐 ‘천신’이라 불리기도 한다네. 우리 프리덤의 영원한 적이기도 하지.”
“……천신?”
“클클, 혼란스러울 테지. 너무 걱정하지 말게. 차차 다 알게 될 테니.”
한만식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아까는 신이라더니.
이제는 또 천신?
꼬마는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신은 어떻게 잡은 것이며.
감응력은 어떻게 나눠주겠다는 건지.
하지만, 노인은 쉽게 풀어 설명해 주지 않았다.
궁금하다 해도 물어볼 수조차 없었다.
손에 땀이 찰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한 명씩 차례대로 오게.”
노야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감응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원래 하던 대로.
모든 간부들의 감응력을 180으로 맞추는 노야.
“대계가 얼마 남지 않았어. 새로 생긴 감응력에 적응하고 있어야 할 게야.”
“…….”
꼬마는 이 비현실적인 현상을 넋 놓고 지켜보고 있었다.
* * *
[띠링!] [특수 조건 달성!] [A급 소환수, ‘소울 콜렉터’(★★★)가 수많은 망령들의 집합체 ‘아세브라도’를 장악했습니다!]‘뭐?’
진도윤이 눈을 부릅떴다.
철갑 기사가 멈출 때부터, 설마설마하긴 했는데.
정말로 소울 콜렉터가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특수 조건에 따라 해당 소환수의 등급이 변화합니다.] [S급 소환수, 아세브라도의 주인 ‘소울 콜렉터’(★)의 등급이 1성으로 초기화됩니다.] [Tip/특수 지역에서는 등급과 관계없이 본연의 힘을 활용할 수 있답니다.]“키이이이!”
멈춰 있던 철갑 기사가 울부짖은 것은 그때였다.
“세, 세상에! 또 움직이고 있느니라!”
“마, 마스터! 어떡해?”
우리엘과 유리아가 비명을 지르며 전투태세를 갖췄지만.
진도윤은 고개를 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기다려 봐.”
“…….”
순식간에 내려앉은 침묵.
그 속에서 철갑 기사는 내동댕이쳐져 있던 랜턴을 왼손으로 소중히 들어 올렸다.
“키이! 키이이!”
그러고는 오른팔을 강하게 떨쳤다.
우우웅!
동시에 새로 생성되는 옥빛 낫.
망령들의 기운이 담긴 아세브라도의 새로운 무기였다.
‘미친…….’
진도윤은 경악했다.
그저 아이템이나 감응력을 효율적으로 모으기 위해 테이밍해 놓은 소울 콜렉터가 아세브라도를 흡수하다니.
“서, 설마.”
“진짜야?”
“그러고 보니, 울음소리도 완전 소울 콜렉턴데?”
낫과 랜턴을 든 채, ‘키이이!’거리고 있으니…….
그 누가 봐도 소울 콜렉터였다.
“…….”
할 말이 없어진 진도윤이 다시 한번 상태창을 열어봤다.
[서머너 : 진도윤] [나이 : 133] [감응력 : 233] [보유 소환수 : 5/5]– S급, 파괴룡 ‘데몰리션’(★★★★★)
– S급, 죽지 않는 새 ‘피닉스’(★★★★★)
– S급, 물의 정령왕 ‘엘라임’(★★★★★)
– S급, 지옥의 기사 ‘둠 나이트’(★★★)
– S급, 아세브라도의 주인 ‘소울 콜렉터’(★)
완벽히 바뀌어버린 소울 콜렉터의 정보.
녀석의 화려한 복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