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17)
제117화
17화 : 책무와 의무
파닥파닥…….
파닥파닥…….
요정들은 날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서 돈을 걷고 있었다.
임대료율은 소득의 12%.
한 달에 200골드를 벌었다면, 거기에 12%인 24골드만 내면 된다.
“세상에 여긴 요정이 세금을 걷네…….”
“허…….”
사람들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건물을 짓고 땅을 갈아엎고 하는 건 많이 봤지만, 이제 나서서 돈까지 걷고 있었다.
“내가 살다 살다 요정들에게 돈을 내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런데 난 얼마나 내야 하는 거야? 난 198골드 벌었는데?”
한 영지민의 질문에 요정은 인상을 찡그렸다.
파닥파닥!
날개를 파닥이는 속도가 묘하게 빨랐다.
아무래도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돈 계산을 하고 있는 듯했다.
계산이 끝난 걸까?
요정은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줍더니 내야 할 세금을 알려 줬다.
“아~ 23골드하고 76실버를 내면 된다 이거지?”
끄덕끄덕.
“아, 그런데 나 실버가 없는데? 어떻게 하지?”
파닥파닥.
“거슬러 준다고?”
끄덕끄덕.
“하하하……. 고, 고마워.”
영지민이 주머니에 돈을 넣자, 요정은 볼일 끝났다는 듯, 휙! 하고 몸을 돌리며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공과 사는 확실했다.
그리고 이렇게 순순히 돈을 내는 사람도 있지만.
이 일에 불만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 굳이 세금을 걷어야 하나? 돈도 많이 벌면서.”
“그러게 말이야. 에휴, 이곳 영주는 뭔가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똑같네.”
“귀족이 전부 그렇지 뭐. 돈 욕심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야.”
“처음부터 걷었으면 몰라도 안 걷다가 걷으니 이거 참…….”
“그리고 말이야, 12%면 많은 거 아니야? 어휴, 진짜 이제 살 만한 거 같았는데 또 세금을 내야 하니.”
두 영지민은 주점에서 맥주를 마시며 세금을 걷는 것에 대해 불평, 불만을 늘어놨다.
그에 옆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이들과 함께 온 이주민, 아르는 인상을 찡그렸다.
“너희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뭐가?”
“듣고 있으니까, 도저히 못 들어주겠네. 야, 너희들 지금 영주님이 세금 걷는 게 그렇게 불만이냐?”
아르의 목소리엔 짙은 노기가 실려 있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참견에 두 영지민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르는 말을 이었다.
“너희는 양심이 없는 거 아니야? 영지에 왔으면 세금을 낼 수도 있는 거지.”
“아니, 우리 말은 안 걷을 거면, 계속 안 걷을 것이지, 인제 와서 걷으니까…….”
“걷어야 할 거 아니야. 너희 영주님이 우리에게 해 준 거 그새 잊었어?”
“…….”
“우리가 산적에게 붙잡혀 있을 때, 누가 우리를 구해 줬지?”
“그거야…….”
“영주님이…….”
“그래, 영주님이 우리를 구해 주셨지. 아직 영지민도 아닌 우리를 말이야.”
아르는 아직도 그때를 잊을 수 없었다.
산적들에게 붙잡혔을 때, 이젠 끝이라고 생각했던 절망적인 상황.
그런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서 영주가 직접 산적 소굴까지 병력을 이끌고 찾아왔다.
“영주님은 우리를 위해서 그 위험한 곳까지 찾아와 주신 은인이야. 그런 은인이 세금을 걷겠다는데 그게 무슨 문제야?”
그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이들도 조금씩 동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12%가 많아? 너희 우리가 이전에 있던 영지에서 세율이 얼마였는지 잊었어? 30%가 넘었잖아. 그래서 우리도 도망친 거 아니야?”
“그건…….”
“그런데 뭐? 욕심? 다른 귀족과 똑같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데.”
아르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런 둘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경멸과 혐오라는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에이든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월급을 받으면서 안락한 집에서 생활하는 게 가능했을까?
그가 없었다면 산적들에게 붙잡힌 채 노예로 어딘가로 팔려 가거나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
비참할 수 있었던 운명이 에이든을 만나 구원받게 되었다.
“너희야말로 욕심이 많은 거 아니야? 그렇게 받고도 계속 받길 원해?”
“아니, 우린…….”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지? 호의를 당연하게 받고 거기서 더 받을 생각만 하는 건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
그 말에 뭔가 깨달은 게 있는 듯, 두 사람은 죄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아르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열변을 토해 냈다.
“영주님은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고 우리를 위해 노력하셨어. 아마 그것이 영주님께서 생각하시는 영주의 책무겠지. 그럼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뭘까?”
아르의 목소리가 조용히 주점을 울렸다.
어느샌가 떠들썩했던 주점에는 적막이 흐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지민으로서의 의무를 해야지. 세금은 우리가 내야 하는 의무야. 에이든 영주님은 다른 영지의 귀족들과는 달라. 우리를 확실하게 보호하려고 해 주시잖아.”
그의 일침은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불만을 품고 있던 이들의 가슴을.
“그러니까, 우리 최소한 양심은 버리지 말자.”
강하게 찔렀다.
* * *
파닥파닥!
“정말 신기하군.”
마탑주, 헤르메스는 주머니를 들고 날아다니는 요정들을 관찰했다.
저 귀여운 모습을 봐라.
작은 날개를 파닥이면서 주머니를 들고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훈훈했다.
“정말 대단해. 요정이 직접 세금을 걷고 다니다니.”
헤르메스는 헤스티아 영지로 이사 온 후 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요정 덕후인 그에게 있어서 헤스티아 영지는 꿈의 동산이요, 자신이 찾던 지상 낙원, 유토피아였다.
“매일 관찰해도 질리지 않아!”
물론, 이 광경을 헤카테가 본다면 살기를 풀풀 풍기며 서류로 그를 후려쳤을 것이다.
마탑주면서 일은 하지 않고 일거리를 떠넘긴다며 화를 냈겠지만.
헤르메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세금 내고 싶다.”
헤르메스는 아쉬웠다.
마탑은 특별법으로 보호받고 있기에 어디에 있든 세금은 내지 않는다.
에이든과 거래할 때도 땅값, 마탑 값만 냈을 뿐이지 별도의 세금은 내지 않는 계약이었다.
처음에는 상관없었지만, 요정이 세금을 걷는 것을 보니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돈 낼 수 있는데 나도 잘 낼 자신 있는데…….”
헤카테가 들었다면 혈압이 올라 목덜미를 붙잡았을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하는 헤르메스.
“좋구나! 좋아! 저 작은 날개에 짧은 팔과 다리……. 흐흐흐…….”
그는 빠르게 요정들을 스케치하면서 요정 관찰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요정을 관찰하고 있을 때, 지나가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까 봤어요?”
“뭘?”
“아까요! 요정들이 막막, 돈 받으러 왔을 때요!”
“응? 그게 왜?”
“제가요, 용돈 모은 게 있는데 요정들이 너무 귀여워서 돈을 줬거든요?”
“어머, 그랬니?”
“네! 그런데 요정이 돈을 받고 저를 보고 환하게 웃어 줬어요!!”
“웃어 줬다고?”
“네!”
“세상에, 그랬니? 얼마나 줬는데?”
“저……. 그렇게 많지 않아서 힘들게 모은 1골드밖에 못 줬어요.”
“어머머, 우리 아들 잘했네. 그래, 요정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으니까, 은혜를 갚아야지. 그리고 착한 우리 아들에게는 오늘 저녁에 맛있는 걸 해 줘야겠네?”
“와! 신난다!!!”
지나가는 모자의 이야기를 들은 헤르메스의 눈에 묘한 열망이 감돌았다.
“요정이……. 웃어 줬다고?”
요정이 웃어?
지금까지 본 요정은 언제나 피로에 젖어서 무표정하거나, 화내거나.
혹은 관심 없는 표정으로 일관되었었다.
단 한 번도 웃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없다! 없어!”
스케치했던 것을 둘러보던 헤르메스는 그 어디에도 요정이 웃는 스케치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요정의 웃음이라니!
“나만 못 봤다고? 안 돼, 그건 있을 수 없어!”
요정이 웃는 걸 보고 싶었다.
어떻게 웃을까?
눈으로 웃을까? 아니면 함박웃음을 지을까? 그게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선 그 또한 세금을 낼 필요가 있었다.
헤르메스는 열띤 열망을 품은 눈으로 영주의 저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영주를 만나야겠군.”
* * *
“응? 이게 뭐야?”
에이든은 갑자기 뜬 메시지창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세금을 걷었는데 충성도와 호감도가 올랐다.
원래 세금을 내면 충성도가 떨어져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반대로 오르는 형상에 에이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오르면 좋은 거지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호감도와 충성도는 높으면 높을수록 그에게 이득이기 때문에 크게 의문은 품지 않았다.
“후후…….”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건, 바로 눈앞에 쌓인 골드였다.
“으하하하! 이게 다 얼마냐!”
요정들이 수금한 임대료가 쌓였다.
7,976골드.
절대 많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헤스티아 영지는 계속 커질 것이다.
이주민도 계속 받고 상점이 들어오면서 그와 관련된 세금까지 걷는다면 더 많은 골드를 걷을 수 있었다.
“드디어 첫 수금이군요?”
옆에 있던 알프레도가 골드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이제 시작이니까, 위대한 한 걸음이라고 할까?”
“그렇게 좋으십니까?”
골드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에이든을 보며 묻자, 지금껏 본 적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게 행복이지.”
이거라면 가능했다.
아직 적지만 여기서 영지를 더 키우고 사업을 시작하면 더 많은 임대료를 걷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개꿀 빠는 노후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 전에~ 조금 질러 볼까~?”
임대료도 받았겠다.
에이든은 건물주 상점을 열었다.
건축 즉시 완료 – ??? 골드.
임대차 계약서 – 300골드.
성벽 LV. 2 – 100,000골드.
경비소 LV. 3 – 15,000골드.
약초 화원 LV. 4 – 30,000골드.
병사 훈련소 LV. 4 – 30,000골드.
식량 창고 LV. 3 – 15,000골드.
우물 관리소 LV. 2 – 6,000골드.
음식점 LV. 2 – 6,000골드.
…….
“일단…….”
뭘 질러 볼까.
‘일단 병사 훈련소 레벨을 올려 둘까?’
한스가 평가하길 병사들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면 헤스티아 영지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만 했다.
“앞으로 사론톤 가문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 없고, 마수의 숲도 해결해야 하니까 슬슬 기사도 지원받고 해야겠구나.”
생각을 마친 에이든은 구매 버튼을 눌렀다.
[병사 훈련소 LV. 4를 구매하셨습니다.] [30,000골드를 소모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촤르르륵.
“와우…….”
골드가 사라진다.
요정이 가져온 골드를 포함해서 에이든이 소지하고 있던 골드가 사라졌다.
“손가락 한 번에 약 4달 치 임대료가 사라졌다.”
몸이 떨렸다.
짜릿했다.
돈을 버는 것도 좋긴 하지만, 돈을 쓸 때의 쾌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현질은 늘 짜릿하고 늘 새로웠다.
“흐흐…… 으흐흐……. 좋지, 아주 좋아. 그럼 이것도 사 볼까?”
[우물 관리소 LV. 2를 구매하셨습니다.] [6,000골드를 소모하셨습니다.] [우물을 추가 설치하시겠습니까?]“설치!”
최근 영지에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우물 하나로는 더는 커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물 관리소 레벨을 올리면 추가로 우물을 설치할 수 있었다.
에이든은 다른 곳에도 우물을 설치했다.
[추가 설치에 1,000골드가 소모됩니다.] [설치하시겠습니까?]“당연하지! 질러!”
에이든은 다른 곳에도 우물 세 개를 더 설치하며 영지민들이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게 만들었다.
에이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거주용 저택을…….] [식량 창고…….] [음식점 LV. 2를 추가 건축…….] [목공소…….]“으하하하! 돈이! 돈이 사라진다! 사라진다아아아아!!”
“영주님, 이제 그만 질러도 되지 않을까요?”
알프레도는 또 발작하는 에이든을 보며 그를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에이든에게 닿지 않았다.
“영주님, 제발 진정을…….”
달칵.
그때였다.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며 문이 열렸다.
빼꼼 비앙카가 고개를 내민 것이 보였다.
알프레도의 얼굴이 환해졌다.
폭주하는 에이든을 말릴 수 있는 건, 비앙카뿐이었기 때문이다.
“비앙카 님, 도와주십시오! 영주님이 또…….”
“…….”
한데, 그런 도움 요청에도 불구하고 비앙카는 스르륵, 나가더니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랬다.
“비, 비앙카 님?”
비앙카도 발작하는 에이든을 포기한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