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18)
제118화
18화 : 사인은 신중하게
“커피, 드릴까요?”
“나야 좋지.”
헤스티아 영지의 집무실.
현질을 끝마치고 가벼운 현자 타임을 느끼며 쉬고 있을 때.
알프레도는 준비해 놓은 커피를 에이든의 앞에 내려놓았다.
“음~ 냄새 좋고.”
커피 향은 언제 맡아도 향긋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라고 할까?
시원한 커피를 마시니 근심, 걱정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맛이 좋네. 현질하고 난 후에 마시는 이 커피 맛은 언제나 일품이라니까.”
“…….”
“표정이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닙니다.”
알프레도는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정상적이었던 거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에이든이 이상해지는 거 같았다.
아닌가?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정상은 아니었지?’
그와의 첫 만남이나 벌이는 일들을 생각하면 그가 정상이었던 적은 없었다.
잘 생각해 보면, 그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았다.
사람이 한결같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에이든은 너무 심각할 정도로 한결같았다.
알프레도는 작게 웃었다.
‘한결같이 이상했구나.’
“그런데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어도 되는 겁니까?”
“…….”
“처리해야 할 서류가 좀 있는 거 같은데요.”
“음…….”
알프레도는 에이든이 애써 외면하고 있던 현실로 그를 강제로 끄집어냈다.
집무실 책상 위.
서류가 쌓여 있었다.
알프레도는 그중 가장 위에 있는 서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플라워 상단에서 결재를 요청한 것들입니다. 아무래도 요즘 사업을 확장하고 마나석에 관련된 일도 하다 보니 처리해야 할 게 많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많아?”
“전부 영주님이 벌이신 거 아닙니까? 커피 사업도 그렇고, 마나석에, 마수의 사체까지요.”
이러면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일의 대부분은 그가 벌여 둔 일이었다.
“영주님께서 이 서류의 90%의 지분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냥 바루스가 다 처리하면 안 되나?”
“아마 혼자 처리하실 수 있는 건, 다 하셨을걸요? 이건 영주님의 결재가 필요한 것일 겁니다.”
“끄응…….”
에이든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쪽을 배운 적이 없었기에 조금 약할 수밖에 없었다.
저쪽 세계에서도 이런 쪽으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나름 할 만했다.
하지만 저쪽 세계와 이쪽 세계의 체계가 달라서 그런지 서류가 복잡하고 어려웠다.
“역시 이런 건, 전문가가 필요해.”
“예?”
“적재적소! 효율이 중요한 법이야. 사람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법이지.”
“……그런가요?”
“그럼! 당연하지! 나는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야. 여기에 묶여 있으면 낭비야!”
“…….”
“그러니까 이런 일을 대신해 줄 행정관을 데려와야겠어.”
그러니까.
서류 작업하기 싫으니까 행정관 하나 데리고 와서 대신 짬 처리시키겠다는 말을 길게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적재적소.
사람마다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른 법이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 군림한 존재라면 그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에 배치하는 것도 능력이다.
“레비를 봐 봐. 노가다를 얼마나 잘해. 그래서 지금 쇠뇌 양산하고 있고, 게렌 님도 열심히 일하고 있고, 드워프도…….”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행정관으로 생각해 두신 분이 있으신가요?”
“있지.”
원작에서 이쪽 방면으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인재가 몇 명 있었다.
에이든은 이미 바루스를 통해서 조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였다.
플라워 상단의 정보력은 이전과 달라졌다.
‘상인은 정보가 중요하죠!’
이쪽 세계에서 상단이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건, 정보력이었다.
정보력이 강하지 않으면 시류(時流)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도태된다.
상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하고 개척해 나가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잊히고 다른 경쟁자들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루스가 정보에 돈을 많이 투자했지.’
그 결과.
플라워 상단의 정보력은 제법 향상된 상태다.
그 정보력을 이용한다면 에이든이 원하는 사람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보는 중요하지. 앞으로 원작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에이든의 개입으로 이미 원작은 틀어졌다.
그리고 원작은 ‘주인공’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된다.
하나, 에이든은 이곳에 있으면서 한 번도 주인공을 만나 본 적이 없다.
게렌, 레아, 바루스, 트로이를 비롯해 주인공의 조력자와 동료를 만났지만, 정작 주인공은 없었다.
심지어 그가 해결했어야 할 에피소드에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주인공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모르는 게 있는 건가?”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앞으로의 흐름을 읽으려면 정보가 필요했고 플라워 상단이라면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똑똑똑.
“영주님.”
릴이었다.
“무슨 일이야?”
“바루스 상단주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지금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금방 갈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바루스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바루스가 알아서 찾아왔다.
에이든과 알프레도는 곧바로 응접실로 향했다.
“바루스.”
“아……. 영주님……. 오셨습니까?”
“너 안색이 왜 그래?”
엘프와 만나고 돌아온 후, 오랜만에 만난 바루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피골이 상접한 얼굴.
얼마나 고생했는지 짙게 내려온 다크서클까지.
“안색이…… 많이 안 좋습니까?”
“어, 좀비 보는 거 같았는데?”
“아……. 요즘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요 며칠 제대로 못 잤습니다.”
“저런……. 몸은 잘 챙겨야지.”
“크흡,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영주님밖에…….”
“돈 벌어 와야 하는데, 쓰러지면 어떻게 해? 치료비는 누가 내고? 몸 좋은 거 네 돈으로 잘 사 먹고 아니면 신전 가서 신성력 테라피라도 받아 볼래?”
“…….”
뭐지?
바루스는 뭔가 미묘했다.
분명 말하는 건, 자신을 걱정해 주는 거 같은데 몇 번 곱씹으면 그것도 아닌 거 같았다.
“걱정해 주시는 거죠?”
“당연하지.”
“그렇군요.”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 그리고 이건 이번에 들어온 돈입니다.”
바루스는 에이든의 앞에 돈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총 105,566골드입니다.”
저번에 받았던 것보다는 훨씬 줄어든 수익이었다.
“최근 쇠뇌 판매가 좋지는 않습니다. 주문량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렇겠지.”
이미 예상하였던 일이었다.
쇠뇌가 화장품처럼 빠르게 소모되는 소모품은 아니었다.
“살 사람은 전부 샀다는 거겠지.”
“정해져 있던 결과입니다. 그래도 마수 사체는 꾸준히 수요가 있어서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네.”
“그리고…….”
바루스의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던 차에 그는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영주님께서 찾으시던 사람도 찾았습니다.”
“사람?”
“네, 행정관으로 두신다고 하셨던 사람이요. 이름이…… 에스텔이라고 하셨던가요?”
에스텔.
원작에서 나왔던 인재 중 한 명으로 주인공과 엮이는 주연은 아니어도 잠깐 주인공을 도와줬던 조력자 중 한 명이다.
그 말에 에이든의 눈이 반짝였다.
‘찾았다! 내 서류 노예!’
“뭐 하고 있어, 얼른 가야지.”
“직접 가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하지, 내 노예……가 아니라, 크흠. 내 사람은 내가 직접 데리러 가야지!”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네, 제가 혹시나 해서 뒤를 캐 봤는데……. 원래 이쪽에서 일했던 사람인데 사정이 있어서 그만두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사정? 그게 뭔데?”
“그게…….”
바루스는 에이든에게 자신이 조사한 정보를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에이든은 황당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놈 사기당해서 빚쟁이한테 쫓겨 다니고 있다는 거야?”
* * *
“허억……. 허억…….”
에스텔은 골목을 다니며 누군가를 피해 숨어 다니고 있었다.
“이 새끼! 어디 갔어!?”
“당장 찾아!!”
“멀리 못 갔을 거야! 근방을 찾아봐!”
주변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에스텔은 입을 막으며 간신히 숨을 죽였다.
‘내가 어쩌다가…….’
에스텔은 저런 놈들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지금 자신의 현실이 한탄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는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시간에도 소중한 딸이 병으로 천천히 쇠약해지며 죽어 가고 있었다.
당장 약을 구해야만 했다.
문제는.
‘돈이 없어……. 빌어먹을! 그 약사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에스텔의 딸은 희귀한 병에 걸렸다.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에스텔은 기존의 인맥과 정보 길드를 이용해서 치료제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도중, 한 약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는 자신이 그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딸과 비슷한 병에 걸린 사람을 눈앞에서 치료하는 것을 직접 확인까지 했다.
무려 3년이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딸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를 찾아다녔던 그는 희망의 빛을 발견한 셈이었다.
그동안 너무 지쳤던 걸까?
평소라면 몇 번이나 더 확인 과정을 거쳤겠지만, 너무 지쳤던 그때는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말았다.
“젠장…….”
그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신중했어야 했다.
너무 지쳐서 확인을 게을리했고, 그 결과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애당초 그런 약은 없었다.
그때 보여 줬던 약과 환자도 그 사기꾼이 준비해 놨던 가짜 약과 가짜 환자였다.
그것도 모르고 계약해서 전 재산을 잃었다.
거기에 빚까지 져서 놈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나에게 돈을 빌려줬던 놈들도 약사와 한통속이었던 거지……. 난 함정에 빠졌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나는…….”
“여기에 있었구나!”
“큭……!”
“에스텔~ 왜 그렇게 도망치는 거야. 찾기 힘들게.”
“네놈들…….”
“정말 귀찮게 하네. 인제 그만 도망가는 게 어때? 너도 알고 있잖아? 우리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
에스텔은 주위를 둘러봤다.
포위당했다.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쪽으로 유인당하고 있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아 막막함이 눈앞을 가렸다.
“그렇게 도망친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알잖아? 돈을 갚든가, 그것도 아니라면 몸으로 갚아야지. 그런 계약이잖아?”
“그 계약은 사기잖아!”
“사기라니, 우린 너에게 필요한 돈을 빌려주고 너는 그 돈으로 딸을 고칠 약을 사는 거였잖아? 사기는 아니지.”
“그 약사랑 네놈들이랑 한패였잖아! 그리고 그 약은 내 딸에게 안 들었다고!”
“약이란 본디 개인차가 있는 법이지. 약이 잘 듣는 사람이 있으면 안 듣는 사람도 있는 거지. 네 딸은 안타깝게 안 듣는 쪽이었나 보네.”
“…….”
에스텔은 이를 악물었다.
그 약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놈들은 뻔뻔하게 잡아떼고 있었다.
증거도 없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저놈들은 거미다.
그리고 자신은 놈들이 쳐 둔 거미줄에 걸려든 벌레일 뿐이다.
“너…….”
에스텔은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눈으로 앞에 있는 남자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그에 남자는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런 건, 속는 놈이 잘못한 거지. 안 그래?”
그때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에스텔을 붙잡기 위해 다가가려고 할 때였다.
“아니지.”
골목길에 조용히 목소리가 울렸다.
이들이 있는 골목길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넌…….”
남자.
아니, 에이든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이들을 향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속는 놈이 잘못한 게 아니라, 속이는 쪽이 잘못한 거지. 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이냐?”
“넌…….”
순간.
에이든의 신형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사기꾼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기꾼이 반응하기도 전에 에이든의 주먹이 이미 그의 얼굴 정중앙에 꽂혔다.
퍼어억!
찰진 타격음이 골목을 조용히 울렸다.
“크윽! 이 자식이!”
에이든에게 한 대 얻어맞은 사기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르륵-
그런 그의 코에서는 두 줄기의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쌍코피였다.
“피!? 이 새끼가! 감히 나에게 피를 흘리게 해!?”
“남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들이 피 좀 흘렸다고 흥분하네.”
“……저 새끼 죽여 버려!!!”
“기생충한테 기생충이라고 했다고 또 빡친 모양이네.”
“아아악!! 당장 죽여!!”
사기꾼은 에이든의 현란한 도발에 넘어간 듯,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두 줄기의 선혈이 더 강렬하게 뿜는 것을 보면 혈압이 오르긴 한 모양이다.
그런 사기꾼의 분노에 찬 외침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에이든을 향해 달려들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바로 그때였다.
근육질의 남자가 천천히 골목길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키는 크고 근육질의 체구로 인해 더욱 강인해 보였다.
강렬한 햇빛이 그의 근육에 감쪽같이 가려지며, 그림자는 땅에 쏠리는 강렬한 모습을 선사했다.
탄탄한 근육과 기운찬 걸음걸이.
“세상에…….”
“무슨 근육이…….”
“오우……. 몸매가…….”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흉악한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험악한 얼굴에 조미료를 더해 주고 있었다.
“동작 그만. 이제부터 움직이는 놈은 나와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그의 위협적인 목소리에 모두가 생각했다.
그 대화라는 것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 대화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말이다.